사과가 애플이라면 애플도 사과일까요
누군가는 애플을 열고
누군가는 애플을 열기 위해 돌을 깬다
본사는 주문을 넣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은 광산으로 간다
아이들이 광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애플로부터 사과 한 조각을 깨기 위해서다
아이가 아이를 업고 포대를 들고 코발트 광산으로 들어간다
한쪽 시력을 잃고서야 광부가 된 어린 꽃!
사과의 귀에선 타닥타닥 돌 깨는 소리 들리고
자본이 밀어버린 검은 초원
광석을 골라낸 자갈이 물줄기를 막아버린 시냇가
뼈대만 남은 집마다 사막의 개미집처럼 늘어나는 작은 광산
갱도 속에는 삭은 빛 하나
코발트는 지구에서 가장 먼 사과로부터 쏟아진다
어떤 아이의 꿈은 단괴의 모서리가 되었다
어린 광부가 내리친 곳이다
와르르 쏟아지는 사과
코발트를 오래 들여다본 어린 노동자들은 눈이 먼다
깎으면 깎을수록 애플의 푸른빛, 곧 검게 변할 사과를 들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사과는 애플인데 애플은 왜 사과가 될 수 없을까
어린 광부는 애플을 모르고
애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과 따위엔 관심이 없다
아이의 너덜거리는 신발처럼 걸쳐진 나라,
너덜거리는 심장처럼
적도에 검은 꽃들은 수두룩하다
그곳엔 검은 꽃들이 수두룩하다
홍서연_2022년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4년 수필춘추 겨울호 등단
신공 2023 詩작품집
『얼룩을 읽어 주세요』
첫댓글 너덜거리는 신발
너덜거리는 심장
적도의 검은 꽃ㅡㅡ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