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10월 깊어가는 가을에 하나둘 잎을 떨구던 나무들 속 누정들의 모습, 그 중에도 포항, 경주, 언양, 밀양, 청도의 누정을 욕심껏 발이 안보이도록 뛰어다녔던 이틀이었습니다. 소풍이라기엔, 이어달리기 ?? ㅎㅎ
가는 길마다 사연을 남겼던 파란만장한 첫날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들어가서 맥주와 함께 뜯었던 치킨도, 다음날 아침의 커피 한 잔, 그리고 이른 새벽 햇살이 쏟아지던 덕봉정사의 연못가를 산책하던 그 걸음도 기억나네요^^
날이 좋으니, 다른 님들도 마음이 같았는지, 독락당도, 종오정도, 동궁과 월지는 원래 그렇게 미어졌다손 치더라도, 영남루, 월연정, 가는 곳마다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여정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기한을 넘겨 아직도 지붕이 해체되어 있는 귀래정까지ㅠㅠ
일제당에서 마주쳤던 마을 어른의 구수하고도 귀한 설명은 뜻밖의 선물이었구요, 독락당에서는 Hype Boy를 들으며 딸애들의 웃음도 떠올리게 되어 좋았고, 그리고 오랜만에 뵌 김환대님도 반가웠구요, 덕분에 잠깐이나다 유물전시관도 후다닥 둘러볼 수 있었던 덤에, 숙박시설이라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종오정과 귀산서사까지 슬쩍 둘러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경주 시내로 들어가며 내내 주차와의 전쟁이었는데, 미리 안내해준 숙영식당 주인아저씨의 꼼꼼한 안내 덕에 그래도 쪽샘 임시주차장에 무사히 주차하고 먹었던, 그래서 그런지 더 구수하고 맛깔났던 찰보리정식 밥상,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했던 동궁과 월지 주차문제가 그나마 차량마다 해결되어 그래도 크게 늦지 않게 저녁 한시간동안 월지 한바퀴 소요할 수 있었네요.. 물론 미어터진 관중 속에 파묻혀서 연못에 심어진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아보였던 건 @@
작천정 앞, 오목진 너럭 바위에 둘러 걸터 앉아 이런 저런 나누던 모습은 영락없는 100년전 시사(詩社)의 그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고, 영남루 편액 아래 높고 너른 마루에 둘러 앉아 고려 임춘의 상심(傷心)도 얘기해 봤고, 월연대 높다란 계단을 올라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 개울을 보며 기묘사화의 울분을 달래던 월연 선생도 떠올리기도 했구요, 해설사님과의 약속시간을 맞추려 날으듯 도착한 청도 만화정 마루 옆에선 전쟁 피란민이 웅거했던 동창천가에 하루를 묵었던 이승만 대통령을 얘기해보기도 했습니다.
한편, 해설사님의 깜짝 제안으로 들른 선암서원의 멋있는 마당 안으로 발을 디뎌보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주차도 하기 힘들었던 삼족대 진입 농로에 차 세대를 우겨 넣고는, 가파른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 올라 거닐어 봤던 삼족대 한 뼘 마당과 낮은 담장 너머 보이는 건너편 모래사장엔, 주차한 몇 대의 차량과 거닐던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삼족대, 혹은 그 건너편, 어느쪽이어야 할까 싶다가, 결국 김대유선생의 얘기에 더 집중하려고 결국 모두를 해설사님까지 생고생하게 만들었네요@@
이틀간의 강행군 끝에 귀갓길까지 힘드셨을 텐데, 모쪼록 모두들 빛나는 가을을 보내시구요, 일년 전의 가슴아파했던, 용기를 잃었던 분들께 다시 한번 용기를, 그리고, 또 다시 더더욱 빛나는 하루하루 되시길 !!!
첫댓글 부러운 일정이었네요.
선약으로 못가서 너무 아쉬웠어요.
다들 보고 싶은데~~ ^^
보고잡어요~ 선림원님
정원을 댕기며 눈호강 많이하고 발걸음 가벼운 가을여행이었어요.
후기를 보며 다시 추억을 떠 올립니다.
길눈이하랴 운전하랴...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