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했다.
햇볕이....
그러고보니 대회장에는 우리일행이 제일먼저도착한듯, 행사시작시간까지는 넉넉한시간적여유가 있었고 진천생체협관계자들만 분주하게 대회준비를 하고있는모습.
운동장옆 한쪽구석을보니 행사관계자들과 자원봉사아주머니들이 국수를삶는모습이 눈에띈다.
항상 입심좋고 넉살좋은 혁인이형과 권이형이 슬슬 아주머니들과 흥정을벌인다.
"저기... 의정부에서 오느라고 아침을못먹고왔는데 한그릇좀...."
원래는 대회를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위해 준비한것이라는데 인심좋은 진천사람들이라
얼른 한그릇먹으라며 권한다.
걸죽함과 개운함이우러나오는 잔치국수를 게눈감추듯먹는데 속세말로 "뭐눈에는 뭐밖에 않보인다'던가?
커다란 막걸리독이눈에띄니 이또한 참새가 방앗깐 그냥지나칠수없듯이....
잠시, 아주잠시 생각을해본다. 글쎄? 대회전의 막걸리라,
이거 생각치도 못한일이고 아직껏 그런전례도없다.
하지만.....뭐, 오늘어차피 천천히 달려보기로 작정한터...
"막걸리맛 진짜죽인다"
학창시절 상당히 낭만적이고 풍류와멋을아는 선배가 생각난다.
이분은 당시에는 흔치않은 무전여행을심심하면 훌쩍소리없이떠나고 또잊혀질때쯤되면 시커멓게 변색(?)된모습으로 불쑥예고없이 나를찾고는 해서 상당히나를 놀라게하곤 하였었는데 당시에는 아무런제약도없이 떠나고싶을때 훌쩍떠나고, 돌아오고싶을때 아무때고 돌아오던선배가 얼마나부러웠던지....
하여간에 이선배는 어느지역어떤곳을 가면 제일먼저 그지역의 막걸리맛부터 본다고했었다.
그지역의 막걸리맛을보면 그지방의인심과, 정서와, 물맛과 모든것을 알수있었다고하니 도저히 나로서는 범접할수없는 "주도8단의 경지"쯤에오른 주선(酒仙)정도의 작위를내려주어도 충분한분이었으리라.
군제대후 소식이두절되었고 당시들리던 소문에의하면 멕시코인가로 이민을갔다는소리를 들은기억이있는데 그곳에서는 먹고싶은막걸리를 못먹을터인데 어떻게견디고있는지....
아마도 '데킬라"의맛을알고 그맛에빠져있을지도...
그래도 우리의 막걸리맛처럼 다양함을느끼기에는.....
"어? 아줌마들 이거 선수들줘야하는데...."
하면서 미소를띄우며 불쑥나타난 진행요원의 푯말을달고있는이...
상당히 눈에익다. 누구였더라? 누구였더라?
아~저분, 상당한고수로 이름이있는사람인데....
아마도 2001년도의 서울마라톤에서였으리라. 당시 마스터스하프의제왕 김형락과 몇명의고수들의 일대대결이벌어졌었다.(눈과 진눈깨비가 엄청나게몰아쳐 대회장의 출발아치가 바람에넘어질정도의 혹한속에서 벌어졌었던... 아마도 그악천후속의 서울마라톤을 기억하시는 회원님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때 이분은 상의유니폼에 "진천장미"라고 크게쓰고달렸었다.
당시기록을 중계한, 티비프로의 나레이션에서는 이분의친구가 전제산을털어 장미농사를크게 지었는데 IMF와 기상악화로 1년농사를거의망치고 삶마저포기하다시피했는데 실의에빠져있는 그친구에게 용기를주고싶어 겨우내강훈련을감행, 꼭우승의트로피를 안겨줄결심으로 나왔다는데....
결과는 일본인이우승, 김형락씨가2위....그리고이분이 몇위였더라?
하여간에 경기가끝난뒤 친구에게 "제발좀,살아보자"는말을하며 말끝을잇지못하며울먹이던 두분의우정이 왜그리도 부럽던지....
(우리 달리마유니폼을보며 유진홍씨오셨냐고 묻는걸로보아서 아마어쩌면 어느대회에서 두분이 자웅을 겨뤘던적이있었을지도, 허쓰, 불사조 진천의전국구고수 이사람이름이 뭐였드라? 별명이 진천탱크지 아마?)
몇잔을 거푸마신 막걸리덕에 꺼어억, 꺼어억 기분좋게트림이 나온다.
물론 레이쓰에는 막대한지장을 줄것은 충분히짐작되지만.....
사무국장님이발빠르게 배번과대회기념티를 수령해와 배포중이다.
옷을 갈아입기는 해야겠는데...
남자들이야별상관없지만 문제는 적잖은여자회원님들과 생체협어르신들.
하지만 그닥 걱정할일은아니다. 이미 회원들끼리는 여러대회를함께하며 서로의몸(?)을 너무도잘아는 상태.
"종선아!! 우리도 슬슬 몸풀기해야지?'
회장님의 독려로 대강의대열을갖추어 구령을붙여본다.
남,여,노,소,할것없이 따스한, 병아리의노란솜털처럼 포근하고부드러운 봄햇살을받으며...
"키득, 키득, 쑥덕,쑥덕"
아직껏 스트레칭시구령을 부치며 집중을요구하는 그어떤제안도 한적이없다.
그저 마음속으로 좀더진지한자세로 하였으면을 바랬던적은있었지만, 헌데쑥덕거림이 수그리들지를않는다. 급기야,
"부국장! 엉덩이가이쁘네..." (뭐, 나엉덩이 예쁘단소리는 드물게,아주드물게 들어봤던터...무시하고 계속진행)
이어 조그맣게, 그러나나직하고 또렷히들려오는소리
"맨쓰(생리)중인가벼...."
"허~거~덕!!....."
그제서야 사태의심각성을 깨닫는다.
다른러닝복보다도 간소화된 보스톤런닝팬츠사이로 나의그 예사롭지않은 칼라의붉은색속옷이 자꾸만고개를 내밀었었던것이다.
아! 망신,또망신 한바탕의웃음이 봄햇살속에 퍼져나간다.
사실은 저두 소화하기힘든 칼라땜에착용을망설였었는데 입어보니 엄청편하더군요 (이자리에서 분명히밝혀둘것은 여자용이아닌 "마데인(MADE IN) BODY GUARD MANS WEAR"라는점, 오해없으시기를...
그리고 대열의후미에서 여유있는 수석팀장님과의출발,
전날의 장거리훈련으로 허벅지와종아리부근에 심한부아가 걸렸지만 아주편한레이스.
한장의 사진으로 저의쓸모없이 늘어지기만하는 대회후기를 마감하려합니다.
제작년진천에서의 모습입니다.
당시 저와 사무국장님은 부회장인 서명자여사를 페이쓰.메이커를했었죠.
1위로달리고있던 여자우승자와 격차를급속히줄여 선두를확보하려는순간, 서여사가발목을부여안고 떼굴떼굴구르기 시작한거죠.
순간의 당황함이란?
*서여사: 종선이오빠,먼저가.. 발에쥐가나서 못달리겠어...
*나: 이런, 다와가지고! 빨랑못일어나!! 저앞에가는 여자도 똑같이힘든거야!!
*서여사:(훌쩍훌쩍) 너무해오빤!! 곰짝도못하겠단말이야.
*나:에~이%%^&&**&^&^%...
*사무국장님: 종선씨 않되겠어.먼저가.
*나:(저만큼 앞서달리다가 되돌아와서....)그러면 우승은 틀렸으니 이왕에 달릴거 폼이나잡구 달립시다요.
해서 찍힌사진입니다.
대회후 성적이좋았습니다.
우리와함께했던 "리자'님이 여자하프2위, 유진홍님10키로2위,회룡초교봉달이가 유년부1위,달리마마스코트 권순우가2위, 쌍사님의아드님소년부1위, 생체협의어르신분들몇분이 또연령대별입상(그중에는 저희어머니 친구분도계셨다는사실,아무도 모를겁니다.
의정부의 장년층에서는 꽤알려진분이며 생체협입상부상으로 일본국등 외국도수차례다녀오신분임, 약간의 힌트를드리자면....
60대우승을하신분이며 생체협어르신분들중 남여통틀어 가장곱게 늙으신분이 바로그분이랍니다
젊으셨을땐 꽤미인이셨습니다. 지금도 고운자태는 남아계시지만.)
경기후 먹은 올갱이국, 진짜로 시원하였고요.
속이확풀리는 맛이었습니다.우거지사이로 간간히 씹히던 올갱이의쌉싸한맛과의 완벽한조화!!
먹어두 먹어두 전혀질리지않는 고향의맛, 바로 그런것같았는지도 모릅니다.
오후 생체협총회까지는 시간적여유가남아있어서 생체협사무국장님께 제안을드려 들러본 "보탑사"라는사찰.
생전처음으로 와불(臥佛: 누워있는 부처님상)을보았으며 거의전문가의수준에이르는 홍보부장딸기파파님의 와불의유래와 우리범종의명칭과 서양종과의다른점등을 설명받으며 그타고난 식견과상식의 풍부함에 많은감탄을 하였습니다,
봉달이범수녀석의 손을잡고(마치,애아빠처럼...)로마의 "트레비분수"처럼 행운을가져다준다는 연못에다 동전도던져보고 생체협어르신들이 손수준비해오신 지짐이,전병등의 넉넉한안주에 또한번의걸쭉한 술자리도 즐거웠습니다.
한바탕의 마라톤과 피크닠이 뒤섞인 한마당의즐거운 봄나들이였구요.
생체협여러어르신들, 달리마가족여러분들이 함께해주셔서 더욱즐거웠습니다.
올봄, 따스함으로 기억될것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모든함께해주신 여러분들에게.....
(에버그린 김 종선 배)
첫댓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구수합니다.종선이형 가시는 곳에 술이 빠질수가 없지요,또한 딸기파파님의 식견에 감탄할 뿐입니다.좋은 성적 내시고 즐거운 마라닉도 즐기신 모든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하! 후기를급히쓰고나니 위후기에 나오는고수님의 이름이생각나는군요. 우리나라마스터스 50걸에속하는 "최명석"씨가 맞는것같습니다. 제기억이 틀리지만않는다면....
대회 참가에 대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출발전에 막걸리를......달리기를 모독하는 행위 입니다..저는 꾹 참고 있다가 21km 못 미쳐서 응원객이 들고 있는 막걸리 한통 꿀꺽하고 ....마지막은 술의 힘으로 전력질주!!!! 지난 일요일 하루종일 즐거웠습니다. 모든분들 (((힘)))
최명석씨는 산악마라톤의 고수로 진천군청에 근무하는 후배(?)랍니다. 참고로 지난 WCO백두대간을 함께 했었답니다.
전날 34km 울트라 연습주를 뛰고도, 더군다나 막걸리까지 전날부터 아침까지 두어순배한 상태에서하프를뛴다는 것이 아무나 흉내낼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감사님과 동반주하는 동안 바로 뒤에서 혁인형님과 뒤에 있었다는 사실 -- 그것도 추월하겠다는 혁인형님을 애써 만류하여 제 자존심(^^)을 지켜주신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아참 , 최명석씨는 2001년도 동아마라톤때 kbs프로그램을 기억한 제 짝지가 일러주어 같이 찍은 사진이 있는데 키에 비해 당당한 체구가 참 인상깊었습니다.에버그린님 덕에 지금 옆에서 그사진을 찾느라고 난리났습니다. 에구구~~ 꼭 저러구 싶을까~~
그런줄 알았으면 진작 싸인한장 받아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