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모시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 열암곡 마애부처님 거동 모식도(구조물 모양을 그대로 따서 입체적으로 그린 그림). 문화재 연구소는 부처님 발 아래와 머리 부분을 수평으로 들어 올려 입불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크레인 모노레일 유압실린더 등
들거나 밀어 올리는 방안 강구
2차 훼손 및 막대한 비용 우려
험난한 과정 겪을 것 예상되지만
핵심은 ‘훼손·손상 없이 세우기’
종단 굳건한 의지로 ‘입불’ 추진
열암곡 마애부처님이 누워계신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 중 하나인 남산 지구다. 불교 유적이 산재한 남산동 남산 일원 산 중턱, 도보로 30분 가량 비포장 좁은 산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노두에서 떨어져 나온 괴석이 산재한 경사면 화강암에 조각돼 상호가 땅바닥을 향해 약 35도 경사로 거꾸로 엎어져 있는 마애부처님, 2007년 발견 후 그 상태로 15년 세월이 흘렀다.
현재 열암곡 마애부처님은 임시 옹벽(지반 붕괴를 막기 위한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 부처님 상호를 중심으로 코 부위 등 6개 지점에 초정밀 계측기를 설치한 상태다. 고정밀 변위 계측기로 미세한 떨림을 감지해 추가적 훼손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한 조치다.
훼손을 고려해 현상 유지냐, 입불이냐 등의 주장이 있어 왔지만 조계종이 ‘입불’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 관계 부처 모두, 최근 들어 ‘입불’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6m 높이의 불상이 새겨진 바위 길이는 6.2m, 너비는 2.5m로 무게만 약 80톤에 달하기 때문이다.
입불 방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마애부처님 들어 올리는 안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는 기초 지반을 평탄하게 다진 후 슬링벨트를 이용해 지면과 수평으로 부처님을 들어 올리는 안을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애부처님 코 부분과 지면 사이 벌어진 거리는 불과 5cm, 코 부분의 수직 변위를 고려해 부목 등을 이용해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켜 들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 위는 발견 당시 마애부처님이 새겨진 화강암 모습. 사진 아래는 보존 상태의 마애부처님. 출처=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정비 보고서'.
2022년 마애부처님을 찾아 오르는 길목에서 발견한 안내 표지판. 발견 당시 모습과 전경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문제는 산 중턱까지 자재를 어떻게 운반할 것인가다. 보고서는 삭도(공중에 설치된 로프로 운반), 모노레일, 헬기 등을 이용한 방법 중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비용적 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노레일 운반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모노레일을 활용해 슬링벨트 등을 산 중턱으로 운반한 후 수직으로 마애부처님을 들어 올리는 데, 이 때 부처님 발 아래 부분과 머리 부분을 동시에 들어 올려 훼손을 최소화한다. 보고서는 훼손 위험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 판단했다.
유압 실린더를 이용해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리는 방법도 있다. 마애부처님을 프레임으로 감싼 후 빈공간을 완충재로 채우고 계측 장치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하중을 분산시킨다. 변위를 확인하면서 마애부처님 아래 빈 공간을 확보한 후 부처님이 새겨진 바위를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린다. 조립식 레일로 만든 경사로를 통해 마애부처님 발 부분부터 자연스레 땅에 닿게 함으로써 머리를 바로 세우는 안이다.
석조 문화재 복원 등을 연구하고 있는 고송문화재보존연구소 최준현 대표는 “불상에 직접 힘을 가하지 않고도 응력을 지반에 안전하게 전달시켜 움직이기 때문에 공중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며 “자재운반과 비용면에서도 적절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여러 가지 입불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애부처님이 있는 남산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만큼 크레인 반입 등을 위한 도로 개설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 장비를 어렵게 올린다 해도 인근 유적에 2차 훼손을 끼칠 우려가 있다. 남산 일부를 깎아 평탄하게 만드는 과정만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모의 실혐이 필수로 수반돼야 하는데 여기 드는 비용만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주시는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건축역사학회에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주변 정비 방안 및 실시설계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결과는 내년 8월경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원표 경주시 문화재정비팀 주무관은 “안정성 평가와 미술사적 가치 등을 검토해 전문가들 의견을 바탕으로 적절한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며 “조계종에서 ‘입불’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만큼 보고서를 바탕으로 문화재청 등과 함께 차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성화스님은 “현재의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원력과 불자들의 신심, 국민의 정성이 모아지면 반드시 부처님을 바로 모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종단은 문화재이기 이전에 성보(聖寶)이자 예경의 대상으로서 하루빨리 부처님을 바로 모셔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로 입불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2년 10월31일 조계종이 고불식을 위해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찾았을 당시의 모습.
이 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