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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경선규칙 합의를 보고
3인 4각으로 산길, 숲길, 진창길 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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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왕”을 만드는 과정
지난 6일(월) 민주당 10.3 전당대회 경선 규칙이 확정됐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해서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 당권과 대권 1년 전 분리(대권 주자는 2011년 12월 이전 사퇴), 대의원 투표 70%+당원 여론조사 30%, 9명 컷오프제 적용 등이 그 핵심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와 주대환(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의 말대로 “정당이 현대 사회의 왕”이 맞는다면, 유력한 왕 후보 민주당을 좌지우지할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 규칙은 사회적으로 여간 중차대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안의 중차대함에 비해 사회적 관심-특히 범진보 진영의 관심-은 너무 적은 것처럼 보인다. 진보 논객들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적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민주당의 닭짓 자체가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띠게 할 만큼 기쁜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비록 당적은 없지만 이번에 합의한 ‘전당대회 룰’을 회심의 미소로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이번에 합의한 대표-최고위원 동시 선출 규정의 문제점은 지난 8월 30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용 자료집 “10.3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민주당 수권 정당을 위한 과제-” 22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는 조성준(당헌당규분과위원장)이 책임 집필했는데, 그 내용-동시선출(순수집단지도체제)안의 폐단)-은 다음과 같다.
“유력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 포함될 경우 나눠먹기식 당 운영으로 당대표의 지도력 발휘가 어려움. (열린우리당 시절- 필자 주)운영해 본 경험상 당 대표의 권한이 약화되어 끊임없이 지도부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함. 의사결정 지연 등 야당에서는 실패가 확인된 제도(예 8인 8색),
신진 인사의 진입이 어려움. 권한은 무한대로 행사하려 하나,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 문제 발생”
물론 이 자료집에는 분리선출 안의 폐단(반대 이유)도 정리되어 있으나, 이는 어떤 조직이든지 한 사람에게 권능을 집중시켰을 때 으레 일어나는 문제일 뿐이다. 그 심각성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3인 4각으로 숲길, 산길, 진창길 뛰기
이번 ‘전대 룰’은 민주당이 숲길, 산길, 진창길을, 서로 발을 묶어 3인 4각으로 뛰겠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인 3각이나 3인 4각도 장애물 없는 평지-2009년 언론 악법 저지 투쟁 국면처럼 결사 투쟁 외에 이견이 없거나, 계층적, 지역적 이해관계가 약해서 “자유 투표”로 처리할 법률 안만 있다면-를 직선으로 달릴 때는 비교적 모순이 덜하다.
하지만 장애물이 많은 숲길, 산길, 진창길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뛸 때는 엄청나게 모순이 심각하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은커녕, 상대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주자들이 발을 묶고 뛰니까, 진창이 나타나면 자신은 밟지 않으려고 다른 주자를 밀칠 것이다. 장애물이 나타나도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의 다리와 묶인 자신의 다리에는 가능하면 힘을 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온갖 어이없는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서로 만면의 미소를 띠면서 밀치고, 다리 걸고, 팔꿈치로 가격하고, 모두 꽈당 넘어지는 생쇼를 숱하게 연출할 것이다. 10.3 전당대회 날 당선된 6인은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단상에 서서 손에 손을 맞잡고, 1위 득표자(당대표)를 중심으로 잘해 보겠다고 말은 하겠지만 말이다.
외부인사 영입, 뉴리더 배출, 야권 연대에 맞는 지도체제는?
정세균 전 대표는 당대표 출마의 변에서 “2012년 승리를 위해서는 욕심을 비울 사람이 당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으로는 당 안팎의 인물들을 경쟁력 있게 키우거나 영입할 수도, 차세대 젊은 리더들을 양성할 수도, 야권연대의 성사에 앞장설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당 대표 및 지도부의 향후 핵심 3대 과제로 “외부 인사 영입, 뉴리더 배출, 야권연대”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3대 과제는 하나같이 기득권의 양보 내지 손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권능은 최대로 누리고, 책임은 최소화하려는 3인 4각 체제, 정확히 말하면 6인 7각 체제에서 이것이 되겠는가? 게다가 2012년 총선은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분열로 인한 공멸의 위기의식은 약한 데 반해, 주거니 받거니 할 자리는 너무 적다. 1인 8표가 아니라 1인 2표(국회의원, 비례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세균은 10.3 전대를 통해서 뽑을 지도부의 과제는 넉넉잡고 50%는 짚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지도체제는 “영 아닌 것”으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9월 6일 합의한 ‘전대 룰’은 “빅3 또는 6인 지도부의 나눠 먹기”판으로 질주하는 레일을 깔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의원 투표 70%+당원 여론조사 30%” 방식은 “민주당 그들만의 잔치”를 확고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념정책의 혁신, 행태문화적 매력의 혁신, 경쟁규칙의 혁신
나는 민주당이 당면한 과제 중에서 정세균이 말한 과제; “외부 인사 영입, 뉴리더 배출, 야권연대”는 잘 봐줘야 50%라고 하였다. 그러면 나머지 50%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주당의 이념정책의 혁신, 행태문화적 매력의 혁신, 경쟁규칙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이 더 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경쟁규칙의 혁신은 근본 중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정세균이 제시한 3대 과제는 이 부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이 참여정부와 범진보의 동반몰락의 원인과 그 성과, 한계, 오류를 제대로 논의하지도 짚어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좌 클릭을 더 세게 못 해서,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지 못해서, 삼성과 관료에 포섭되어서,
호남 민중을 배신해서, 국민이 ‘개’라서-경제성장에 대한 묻지마 열망이 발동해서-” 등 단순무식한 소리만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옮고 그름을 떠나서 “뉴민주당 플랜”이 그래도 꽤 진지한 연구 고민 끝에 나왔지만,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은 별로 없고, (제대로 읽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유사하다는 둥, 우편향이라는 둥 잡소리만 늘어놓았다고 알고 있다.
민주당 21대 강령을 읽어 보면, 이것이 한국 제1 야당의 이념 정책적 정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진 것이 많고, 난삽하고, 감동도 없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은 별로 없다고 알고 있다. 몇몇 사람이 제출한 개정안도 고작 문구 몇 개 첨삭하자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문화적 매력은 이념정책 이상으로 중요하지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개념 자체가 없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범진보 동네에서 노무현과 이정희에게 강한 호감을, 정동영에 대해서는 강한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들의 이념정책 때문이 아니라 “진정성, 일관성” 등으로 집약되는 행태문화 때문 아닌가?
나는 노무현, 이정희에 대해서는 이념정책이나 현실감각으로만 본다면 비호감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범진보에 행태문화적 매력을 가진 사람이 워낙 없다 보니 열광하는 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행태문화적 매력은 이념정책과 전혀 다른 차원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집권의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거론하는 사람조차 없다.
“대의원 투표 70%+당원 여론조사 30%”라는 규칙도 그리된 이유가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졸렬하기 그지없다. 이 역시 행태문화적 매력을 꽤 떨어뜨리는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10.3 전당대회에서만 적용되는 경선 규칙이 아니다. 3인 4각 체제로 인해, 유력 대권 주자들이 2011년 말까지, 무려 1년 몇 개월에 걸쳐서 끊임없이 보여 줄 밥맛 없는, 비매력적 행태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는 지난 2년여 동안, 바람처럼 나타나서 멸사봉공하고, 바람처럼 사라져 자숙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쌓은 호감을 이번 합의로 절반을 잃었고, 향후 1년 몇 개월까지는 대충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한다. 지도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니 오히려 더 자유롭게 대권 주자 행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이번 손학규의 전대출마는 작년 정동영의 전주출마와 닮은 것처럼 보인다. 바둑으로 치면 실리를 위해 세력을 너무 많이 잃어 버렸다고나 할까?
거세와 학살의 공포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정동영 공천 배제(탈당 후 전주 무소속 출마) 사건은 이번 “전대 룰”을 포함하여 민주당의 행태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한다. 왜냐하면 정동영의 전주 출마의지가 아무리 큰 정치인답지 않다 할지라도, 불과 1년 반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고, 상대후보에게 참패했다 해도 유효투표의 26%(617만 표)를 득표한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일종의 거세, 학살의 공포와 이글거리는 분노, 복수심을 민주당에 만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정동영 공천 배제에 앞장선 사람들은 지분 미확보 시 처절한 보복(학살)의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고,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 역시 최고위에서 지분 확보 못 하면 정동영 꼴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살의 공포가 민주당의 유력 주자로 하여금 대권 주자로서의 품위와 여유를 사치로 여기게 하고, 오로지 생존 본능만이 전면에 오도록 만들어 “닥치고 지분 확보”에 나서도록 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정동영 공천 배제 사건은 제주도와 지리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겪은 대량 학살 사건처럼, 쌍용차나 대우차 노조원들이 겪은 대량 정리해고사건처럼 정신적 충격이 대단히 큰 사건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민주당의 졸렬한 행태문화는 정동영 공천 배제 사건으로 증폭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 때문에 만들어진 문화는 아닐 것이다. 이해찬, 유시민이 민주당을 뛰쳐나간 것도 그 뿌리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아하게 말하면 민주당의 공화주의 문화(정신)의 부재 탓이고, 까놓고 말하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른바 친노에게 독박을 씌워, 학살하려는 움직임이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칼자루 쥔 세력은 이를 기회로, 공화주의 정신이나 패자부활전 정신과 담쌓고 일거에 패자를 난도질하려 하고(해방 공간에서 좌파가 그랬다고 생각한다), 칼자루를 못 쥔 세력은 거세와 학살의 공포에 떨면서, 절치부심 보복의 그날을 꿈꾸는 문화를 떠올리니 분단, 전쟁, 학살, 노무현 고문치사 사건, 쌍용차 사건을 연출한 정신과 문화가 민주당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뒤틀린 역사와 독특한 환경이 만든 이 같은 성정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다수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정서와 의사-여기에는 공화주의와 패자부활전이 있다-를 반영하지 않는 민주당의 지배구조와 경쟁 규칙을 탓할 수밖에!
486에 대한 실망
이른바 486들은 애초에는 1부 리그(당대표 선출)가 아니라 2부 리그(최고위원 선출)를 노렸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선출(1부 리그와 2부 리그 통합)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진짜 타격은 이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주요 주자들이 졸렬하게 놀 때, 기득권이 없어서 건강하기 십상인 당 원로 및 다수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당당하게 민주당의 대도를 부르짖으며,
그야말로 “정풍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꼭 같은 놈”처럼 행동했다는데 있다. 민주당 486들이 민주당의 대도를 부르짖고, 정풍운동을 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가? (유시민의 정치인 분류 기준에 따르면) 원래 토끼 과이기 때문인가 구민주계와 정동영의 보복에 대한 극심한 공포 때문인가? 나는 알 수 없다.
시위 현장의 북 치기 vs 오케스트라 지휘
분명한 것은 486들이 매우 싫어한다는 정동영은 그래도 “역동적 복지국가’와 “부유세”라는 새로운 철학, 가치, 비전을 들고 나온 데 반해, 486들은 그런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486을 보면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현실 정치에서 성공한 486의 칼은 단결, 연대, 제휴, 통합, 참여, 센 놈에 업혀가기 등으로 표현되는 “정치 공학”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명칭,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명칭, 참여정치실천연대(기간당원제 사수투쟁)와 국민참여당이라는 명칭, 심지어 참여정부라는 명칭에서도 “우리 사회는 무엇이 핵심 문제며, 어떤 사회로 만들 것인지”라는 비전이 없다. 이는 486과 민주화 운동 출신 현실 정치인들이 가야 할 길과 주된 대립물이 자명하여 대중적 힘을 동원하는 방식(단결, 연대, 통합, 참여, 도덕성 등)이 정치 행위의 중심이던 “시대의 아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과거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명확했기에 나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비전이 별로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인과 정치세력에게는 나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비전이 필요하다. 비유하자면 과거의 이념정책이 찢어진 막노동 작업복 깁기라면 지금의 그것은 젊은 여성의 얼굴 성형수술이다. 과거의 이념정책이 시위대를 고무하는 북 두드리기라면 지금은 오케스트라 지휘다.
과거의 이념정책이 허허벌판에 신도시 개발이라면 지금의 그것은 서울, 부산, 인천의 복잡한 도심 재개발이다. 고려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려면 이제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하고, 멀리 봐야 하고, 주도면밀해야 하고, 아주 사소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선수 집단과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참여정부의 교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국가 경영은 “도덕성과 진정성”만 가지고는 안되며, 비전(이념정책)을 공유하고, 한국의 바닥현실과 적은 힘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개혁의 급소도 정확히 알며, 오랫동안 서로 호흡을 맞춰 온, 조직되고 훈련된 선수 층(정치가, 전문가,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이 두터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사회)비전은 멋들어진 단어 몇 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현실 진단(현황 및 문제점)과 정책 대안이 압축되어 있는 압축 파일의 파일명이다. 한번 클릭하면 수십 개의 디렉터리가 펼쳐지고, 한 번 더 클릭하면 각 디렉터리에서 수십 개의 파일이 펼쳐지고, 하나하나의 파일들은
예리한 현실 진단과 무릎을 치는 통찰 그리고 감동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정책 대안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것은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 현실감각, 지혜를 날줄로 하고, 정치가, 전문가, 관료, 시민운동가들의 철학과 지혜가 씨줄로 하여 짜인 천이어야 한다.
나는 요즈음 혁신 지자체들의 행보를 보면서, 당선되면 절실히 뭔가를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
공약에 자신의 영혼을 집어넣은 사람, 함께 지자체 경영을 준비한 그룹이 있는 사람과 막연한 생각(멋진 시, 도, 군, 구를 만들겠다)으로 당선된 사람의 극명한 차이를 목도하고 있다. 후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돼도 거의 다를 바 없는 사업을 한다. 관료에 먹혔다는 얘기다.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한다
칼로 일어난 자가 칼로 망하는 것은, 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은 칼의 유효성이 다한 시대에도 계속 칼로 승부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면 총의 시대에서도 칼로 승부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한국은 총의 시대의 초입이라고 생각한다. 칼은 정치공학이라고 생각한다. 총은 국가경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철학, 가치, 비전, 정책을 공유하면서, 일상적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이념정책을 단련한 사회적(지적) 헤게모니가 있는 선수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성과 진정성은 총과 칼을 떠받치는 기초 체력 내지 에너지쯤 된다고 나 할까?
어쨌든 총의 시대 초입에는 어설픈 총질 보다 잘 휘두르는 칼질이 낫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그 승패는 명확하다.
요즈음 소리를 내는 딱총(공정한 사회, 역동적 복지국가, 정의로운 복지국가, 공평사회 등을 추구하는 집단)들은 지금은 좀 어설플지 몰라도 시간이 가면, 모든 칼 들을 다 제압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과문해서인지 나는 486들과 자칭 노무현의 후예들이 정치적 레토릭 외에 어떤 총을 개발하려 했는지 알지 못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외에 (국가경영 담론을 중심에 둔) 어떤 소사이어티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민주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 특히 젊은 층, 전문가 층, 화이트칼라, 영남 민주세력 등을 당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경쟁규칙과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지 못한다.
왜 토양이 피폐하고, 뿌리와 줄기가 말라비틀어진 나무에서, 그것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중심에 놓지 않고, 자신이 예쁜 꽃(지도부)으로 피기를 기대하는지!!!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도 2007년 여름과 가을에 뿌리와 줄기가 부실한 대통합민주신당에 왜 그 많은 대권 주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뿌리와 줄기를 건실하게 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예쁜 꽃으로 피어 보려고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무슨 정치적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몇 개월 못 가서 튀어나올 결정을 왜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또 한 번 2류 국가로?
토양과 뿌리와 줄기를 보면 나중에 피어날 꽃을 안다. 지금 하는 정치 행위를 보면 1~2년 뒤의 정치적 결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암만 봐도 범진보의 명운은 어둡다. 486의 명운도 그렇다. 물론 싸움은 상대가 있으니 한나라당이 죽을 쑨다면 어찌어찌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설사 운이 좋아 이긴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명운은 그리 밝을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19세기 말처럼 거대한 정치사회적 격변기에 정치가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여, 또 한 번 중국, 일본, 러시아에 밀려 2류 국가로 굴러 떨어지지 않나 하는 자조와 한탄을 억누를 수 없다.
손동영’, 말아 드시기 성공하니 행복하십니까?
뱀발 1
‘민주당 망해라’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심정 이해해, 공감도 가고 말이지. 물론 나도 민주당이 어느 순간 확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싶은 때도 있어. 물론, 한나라당과 함께 말이지. 그럼 참 행복하겠어. 치워.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한나라당을 포함해 수구꼴통 부류가 개헌선을 확보하고 있어, 200석이 넘는단 말이지. 쟤들이 맘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유신정부를 세우거나 ‘민주공화국’을 ‘왕정’으로도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 이게 현실이야.
즉, 지금의 정부·여당은 박정희 이후 전두환 때보다도 권력이 더욱 집중되어 있는 시기란 것이지. 간간이 올라오는 문제 중 ‘사찰’에 관한 내용이 많아. 사실,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문제야. 그들은…… 이미 공적 영역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비록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노력할 여지는 보이는 한겨레나 경향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어. 현실이야.
내가 볼 때, 이 정부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마음대로 씨부릴 수 있는 언론은 아마도 딴지일보나 민중의소리 정도? 지방선거 때 바바. 천안함 사건. 어쨌거나, 상황은 생각보다 열악해. 많이 많이 더 강조해도 될 만큼 많이.뱀발에서도 이야기가 새는군. 이런. 어쨌거나, 하고픈 말은 대선 준비의 첫 단추는 민주당 전대고 상황이 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좀 암담해.
먼저, 손학규가 정동영이 연대한 내용(전 글)이야. -드디어 마각을 드러내는 정동영 - 손학규 연대
정·손 야합, 민주당도 야권도 망칠 것 - 5% 찌질이들의 화려한 식탐
진표 형아가 재밌는 말을 했네. 손학규 정동영이 힘을 합쳐 야합하고 민주당 말아먹으려 한다고 말이야. 근데, 더욱 큰 문제는 그것이 야권 연대의 공멸이라는 것이지, 총선도 대선도 물 건너가는.
진표 형의 말을 디벼보면… 손학규가 주장하는 것이 당권 대권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인데, 그리 가면 결국 총선에선 자기 사람 쫘악 깔아놓고 그것으로 대권에 승부하겠다는 말이지.
그런데 진표 형은 이에 반대한대, 세균 형 따라서 말이지. 얌전한 양반에 좀 쎄게 말했네. 무슨 일이라도 해서 막겠다고 말이야.
진표 형이 명언을 했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이라는 빅3 모두, 아직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아니다”
명숙 누이랑 시민 형에 비하면 군소후보라는 이야기지. 손학규나 정동영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 다 해놓고, 자기 사람 쫘악 깔아놓은 후, 경선하자고 하믄, 명숙 누이나 시민 형이 하겠느냐는 말이지. 진표 형이 직접 ‘한명숙 유시민’ 언급하면서 한 이야기야.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어.
그래서 판을 더 키워서, 대선 경쟁에선 공정하게 경쟁력 있는 야권의 단일 후보가 대선 후보로 가야 한다는 말이야. 명숙 누이, 시민 형뿐만 아니라 모두가 말이지. 야권 단일후보는 ‘아직 누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지.
요기까지가 진표 형 말이야. 진표 형, 시민 형아한테 단일화 지고도 열심히 했잖아. 다들 알고 있잖아? 이런 사람 정말 드물어. 특히 이 바닥에서는 말이지. 뭐, 세균 형 입장에서 한 말이겠지만 말이야. 어쨌건 세균 형 쪽은 빅3은 절라 약하니까 현실 인정하고 판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 세균 형이 며칠 전에 민주당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권에 대해 한마디 했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열어 두어야 한단 말이지. 다른 가능성들을 말이야.
민주당 내 상황이 이래. 근데, 세균 형은 원래 있던 룰대로 가자는 것이고 한날당 손학규 님이랑 배반의 장미 정동영 님이랑 쇄신대상연대 님들이랑 짝짜꿍이 맞아서, 룰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한대. 그런데 웃긴 건 지금의 룰을 누가 만든 것인지 알아? 바로 손학규 옹이야. 손학규 옹은 지가 만들어놓은 룰에도 승복을 못하지. 마치 가카께서 ‘공정한 사회’를 입에 담아선 안 될 말씀을 하시고 그것을 지킬 수 없듯이 손학규 옹 역시 자기가 만든 룰에도 승복할 수 없나 봐. 한 마디로 해석해 보면 이런 거지.
‘지금은 내게 불리하다. 남들은 안 되니 내가 당권 대권 하는 것 말고는 야권이 승리할 길이 없으니 원칙이고 나발이고 조금만 바꿔 달라’
참 누구랑 닮았어. 뭐, 한나라당 빅3일 때도 똑같았지만 말이야. ‘이건 내가 당선되기 곤란한 룰이다, 바꿔 달라, 안 바꾸믄 나 안한다. 탈당한다’ 머 이런… 시나리오. 2년간 칩거하시더니 자기애가 더 커지셨나 봐. 실제로 “내가 곧 한나라당이다”라고 말하다가 “룰을 바꿔달라”라고 말했다가 “탈당한다”로 바꿨잖아. 지금은 “내가 열심히 안 해서 이 지경이 된 거다”라고 하니까, 이미 정신세계는 민주당이 아니라 야권 전체, 민주개혁세력 전체가 수중에 있거덩. “룰을 바꿔달라”까지 했으니, 다음은 탈당인가?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아. 정동영이랑 손학규랑 붙어버렸거든.
아, 젠장,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사학법 개정안 논쟁을 두 시간 동안 듣다가 어둠의 포스가 다가와 두통이 오던 것이 생각나.
(……… 약 먹고 왔음. 이제 다시 시작.)
사람들이 헛갈리고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민주당의 전당대회. 많은 사람들이 관심 없겠지만, 80석짜리 정당이지만, 별로 그리 잘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정당이지만, 그래도 다음 총선구도와 대선구도에선 매우 중요해. 왜냐하면, 민주당이 강짜 부리면 다 황이니까 말이지.
다들 아시잖아. 뻔한 거잖아.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도 말이야.
진표 형은 현재의 투트랙(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이렇게 부르더군), 대표 투표는 대표 선수들끼리 붙고,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들끼리 붙는 거야. 그 투트랙 방식이 맞다는 거야. 이게 장점이 있는데, 안희정 송영길 같은 젊은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진입할 수 있게 되지. 그래서 결국 18대 공천에서 손학규가 개혁공천(이렇게 쓰고 ‘노무현과 관련된 자들을 죽인다’고 읽는다)으로 희정 형 두 번 죽여 놨는데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부활했잖아, 충남도 먹었잖아. 젊은 정치인들에 매우 필요한, 차차기를 육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는 말이지. 물론, 늙은 옹들도 덤비는 건 자유지만 말이야.
진표 형이 또 말했어. 원트랙(집단지도체제) 상상해 보라구. 현 구도라면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추미애 박주선 김효석… 뭐 이따위로 구성될 거야. 세균 형 빼믄 탄핵세력 배반세력 정도가 되겠군. 호남으로 쭈욱 깔아놓는 거구 말이야. 이들이 아침에 회의하믄 골 때릴 거야. 대변인이 브리핑을 해, 그런데 최고위원 말들은 각각 달라, 각자가 데리고 있는 부대변인들을 보내서 기자실에서 따로따로 브리핑을 하지. 집단지도체제. 열린우리당 때 이야기야. 이게 현실이었어. 안 된다는 거지.
그래서 진표 형이 다시 말했어.
“손·정(동영) 야합은 당을 죽이자는, 야권통합을 죽이자는, 젊은 정치인들을 죽이자는, 야권 전체를 망치자는 말이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난 진표 형이 저렇게 핏대 올리면서 흥분한 거 첨 봤어. 관료형이라 말이지, 얌전하자나. 그만큼 지랄 같은 상황이라는 거야. 머, 어제오늘 이야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내 생각은 총선도 대선도,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순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참 중요해. 문성근 아저씨도 열심히 뛰구 계시구, 참여당두 있구, 민노당도 있어.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정당을 만들 수도 있지. 아고라당도, 황건당도, 등등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현실로 보자면, 빅텐트론이건, 합당이건, 연대건 민주당을 제끼고 가자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
그래서 말이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는 참 중요해. 손학규 옹과 정동영 옹이 대선판의 첫 시작을 자기들 맘대로 하려 하고 있거든, 지금의 민주당 대선 룰 싸움에서 말이야. 그래서 진표 형아가 갑자기 전투력이 상승한 거야. 시민 형이라도 당선되는 것이 중요했던 사람이 말이지. 자신의 선거 때도 그렇게 차분하게 하던 사람이, 핏대가 올랐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로 비판하는 거야.
2012년 대선 그림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수 있거든.
그러면 낭중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아무리 단추를 제대로 끼워도,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결국 옷 입은 꼬라지를 보면 병신같이 되어 있지.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관심이 없어.
정말 걱정이야.
말아 드시기 성공, 행복하십니까?
결국 연대는 성공했어, 순수집단지도체제로 가기로 했지. 문제는 4인 위원회 구성부터 있었어. 쇄신연대(쇄신대상연대) 정동영계 손학규계 정세균계, 요렇게 구성된 것이지. 박지원 대표의 문제의식이 약했다고 봐. 본인두 순수집단지도체제를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4인 위원회에서 정동영-쇄신연대는 한몸이었고 여기에 손학규 쪽이 가세했지.
결론은. 누가 일등을 하건 간에 민주당의 지도부에는 손학규 정동영이 들어간다는 말이야. 그것도 1 2 3위 중 하나로. 이미 선언한 대권 주자 2명과 잠재적 대권 주자 몇 명이 아침마다 회의를 해. 잘 될 턱이 없지. 당직자들은 줄을 서야 하고, 부대변인들은 각각 보스를 위해서 충성하지. 아주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한 게야. 한 당에 여러 지도부가 생기는 것이지.
민주당은 모략과 간계가 판을 칠 거라고 생각돼. 참고로 열린우리당은 이 체제로 당 의장이 십수 차례 바뀌었어. 암담해.
또 한 가지 문제는 젊은 세대들은 진출이 요원해 졌어. 486들만 보더라도 위기감을 느끼고 후보를 단일화하겠다고 선언했지. 원우 형, 재성이 형, 인영이 형, 셋 다 컷오프 통과해도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군. 그만큼 힘들어졌다고 봐야지.
민주당은 ‘옹’들이 이끌어가는 당이 됐어. ‘비상 상황’인 거야.동영 옹이랑 학규 옹이랑 쇄신연대 아저씨들하고 뭉쳤어. 민주당을 말아먹기로 작정을 한 것이지. 당췌, 민주당의 방향을 전대준비위 선수들이 다수결로 결정했어. 세균이 형 쪽은 숫자에서 밀렸지.
언론에서는 이렇게 평가하더군. ‘정동영 완승, 정세균 선방, 손학규 빈손’. DY는 목적을 달성했어, 쇄신연대도 목적을 달성했지, 어떤 이해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쇄신연대는 ‘나눠 먹기’를 해야 일정 정도 지분을 확보하기 좋고, 그래야 쇄신대상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대선후보로 출마시킬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예를 들면, 조배숙, 천정배, 박주선, 추미애, 정대철, 장세환, 머… 이런 등등의 야권 단일 후보들을 말하지. (쫌!, 어이없음)동영 옹의 경우는 절박해. 무리수를 써서 복귀했는데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가믄 1등 몬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도부 입성이 불가능해지지.
하지만 순수집단지도체제로 갈 경우, 2등을 노려볼 수 있고 꽤 힘 있는 최고위원이라는 지도부 입성이 가능해 지거던. 그러니까 절박했던 거야. 게다가 지도부에 입성한 동영 옹을 생각해바바…. 먼 일이 날지 모르지.^^;학규옹이 빈손이 된 경위는 이래. 자기는 공천권과 대권을 가져가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사실 민주당이 어찌 되건 상관 없거던. 그래서 DY 쪽하고 손을 잡은 것이지.
‘(젊은 인력 키우건 말건, 당이 망가지건 말건)순수집단지도체제로 갈 터이니 공천권도 대권도 한 명(내가)이 다 묵자. 공천권만 묵으믄 돼’ 아, 기자들 사이에서 말이 튀어나와, 왜 학규옹은 왔다갔다 하냐. 이랬다 저랬다, 중심이 없다 등등 말이지. 어쨌거나 소문과 추측에 의하면 딜을 먼저 제기한 건 학규옹 쪽인 것 같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지. 뚜껑을 까 보니 동영 옹 혼자 이긴 거야. 팽 당한 거지. 원래 뒷거래는 뒤통수 치는 놈이 장땡이잖아. 학규옹은 말 바꾸기까지 하면서 했는데, 결국 명분도 실리도 다 치명상이 됐지. 어쨌건 손동영 야합은 원래 그런 분들끼리 하는 거니까 그렇다 치고, 그럼 민주당은? 한 마디로 좆 됐지 머.
어쨌거나, 그리고 학규옹의 이날 실제 기사에 난 워딩은 이래.
“486들이 기득권 질서에 편입해 권력을 승계받으려고 했다면 이번 일이 자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역시, 실수해놓고 ‘아차’ 싶었을 텐데도 반성은 없지. 486이 잘못한 거야. 감히 나한테 안 오고 정세균한테 가다니 말이야. 그러니까 얘들은, 좀 배워야 해, 망해봐라~. 머 이런.
아, 그리고 학규 옹이 모르는 게 있는데 권력은 승계되는 거야. 항상 말이지. 승계받는 사람이 그 성원들의 비토가 적고 정통성이 있는 사람이 승계받는 것을 ‘잘된 승계’라고 하고, 비토세력이 많고 지랄 같은 인물이 될 경우를 ‘잘못된 승계’라고 하지.
그리고 그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 내가 볼 때, 조만간 486들이 승계받는 것이 맞아. 조만간 말이지. 안희정, 백원우, 이광재 등등…. 장외에는 천호선 이정희 등등. 많걸랑. 반드시 조만간 그 시기가 오지. 그것도 꼭~!,
그래서 그들에겐 연습도 필요하고 직접 이끌고 나가 봐야 하는 거야. 당신은 민주개혁진영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이 하나도 없고 당신이 대권 주자가 되거나 떨어진 이후는 죽이 되는 밥이 되는 병신이 되든 전~혀 상관없겠지만, 당신 이외의 많은 사람들은 그것, 젊은 진영인 486들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 우리는 이것을 젊은 인재양성, 혹은 후대양성이라고 하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야. 근데, 이런 중요한 것을 손동영+쇄신연대 야합이, 순수집단지도체제를 통과시키면서 원천봉쇄한 것이지. 그리고 승계가 아닌 경우가 있어. 바로 가지면 안 되는 사람들이 권력을 빼앗는 것이지. 힘, 돈, 모략 그런 것으로 말이야, 권력 찬탈이야. 예를 들면, 쿠데타가 그렇고,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혹은 나경원이 힘으로 혹은 돈으로 민주당 당대표가 되면, 이것 또한 찬탈인 거지.
언론에서는 아까 말했듯이 ‘동영 옹 승리, 세균이 형 선방, 학규 옹 빈손’이라고 보도했어. 하지만 그건 단기적인 이야기야. 이번 전대에서만의 유불리를 따지는, 누가 먹느냐에 국한된 이야기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동영 옹과 학규 옹은 몰라도, 세균이 형이 제일 아파. 왜냐면, 당이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동영 옹하고, 학규 옹하고 룰에 대해서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 소감 밝혀 달라고, 유리하냐고 불리하냐고 기자들이 자꾸 요구하니까 비장하게 한 마디 던지지.
“우리는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 당의 미래가 걱정이다. 지도체제 개정은 변화를 통해서 더 유능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준엄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룰 결정은 암담했던 거지. 정말 존경하는 손학규님과 정동영님에게 묻고 싶어.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참 좋아? 행복해? 아, 그리고 예전에 정배 형 정말 좋아했는데… 요즘은 도대체 왜 그렇게 됐어. 슬퍼.
뱀발 2
학규 옹, 동영 옹이 당신 등에 비수를 꼽았다고 해서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 사실, 한나라당 빅3에서 떨어지고, 낙동강 오리 알 될 운명이었어. 정동영 옹이 불러들이고 당신이 춘천 가 있을 동안, 워낙 동영 옹이 삽질을 많이 해서 당신이 주가 올리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잖아? 생각해봐, 동영 옹이 그만큼 삽질을 안 해 줬다면 당신이 이리 오랫동안 칩거해 있을 수는 없었을 거야.
원래 동영 옹 것이었는데 당신에게 줬던 자기 것을 일부 찾아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아, 그리고 486들 가르치려고 하지마. 애들 아니거던. 선출직들이거던.당신에게 배울 입장의 사람들이 아니야, 존중해줘. 그리고 재벌, 기자들 좀 가르치려고 하지마. 필요한 건 대답 안 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니까 짜증나 하는 기자들 많아. 자꾸 그러면 이번처럼 삽질했을 때, 정말 민망하지 않아?
뱀발 3
가카께서 이란을 ‘제재’하신대……. 아…….
민심은 MB정권보다 야당에 더 화가 나 있다
쿠데타를 하지 않는 한, 민심을 얻지 못하고서 집권한 경우는 없다. 혁명조차도 민심의 동의를 얻은 연후라야 가능하다. 엄존하지만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민심이 지금 몹시 화가 나 있다. MB 정권의 포악하고 가혹한 정치에 화가 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내가 저잣거리에서 확인해 본 바로는 MB 정권의 학정(虐政)보다 이 정권의 학정에 시달리는 민초들에게 어떠한 믿음도 희망도 주지 못하는 야당에 더 화가 나 있었다.
한마디로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학대받고도 야당의 품에 쉽사리 안기지 않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민주당, 민노당, 참여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이 있지만 독자적으로 집권할 힘을 가진 정당은 없다. 연대든 통합이든 타당의 도움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그런데도 유리조각처럼 흩어져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으니, 목을 길게 빼고 이제나저제나 희망을 걸어보려던 민심은 거의 폭발 직전에 있다.
이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폭동 내지 혁명으로 가든지 자포자기하든지 둘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문성근이 ‘100만 민란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일말의 희망도 주지 못하는 주제에 “얼마 못 가 실패할 것”이라는 둥 지껄이는 놈팽이들보다 실패하더라도 일말의 희망을 주고자 온몸을 던지는 문성근이가 훨씬 낫다.
승패를 떠나 그것이 진정으로 고통받는 민초를 위한 길임을 알고 실천하는 지식인은 문성근 말고도 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이다. 사르트르(J. P. Sartre)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이렇게 적고 있다.“피착취계급(민초 혹은 민중)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실천적인 진실을 필요로 한다.”
문성근·신상철·이종인 등. 이들이야말로 참다운 지식인이며, 난 이들을 존경한다. 그저 입으로 나불거리는 지식인들은 백해무익하거니와 율곡은 <동호문답>에서 이 같이 백해무익한 지식인을 ‘조롱 속에 갇혀 배운 말을 늘려가는 앵무새’와 같다고 비판했다.
‘100만 민란 프로젝트’는 민초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 상황에서 비관적인 전망은 MB의 학정보다 더 위험하다.
‘야만의 시대’에 노무현 정치사상과 참여정부의 의미
<미디어 오늘>에 전 경향신문 사장 고영제의 ‘야만의 시대'라는 이름의 칼럼 란이 있다. 볼 때마다 방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MB 독재 치하의 대한민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어휘가 아닐까 싶다.MB 정권과 노무현 정부는 근본이 다른 정부다. MB 정권이 야만 정권이라면,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클린 정부였다. 참여정부는 도덕성과 업무능력 두 면에서 모두 MB 정권을 압도한다. 바로 이 엄연한 사실 앞에 MB의 오만방자한 자존심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MB의 잦은 말실수와 질타 및 과도한 모션은 이 같은 노무현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틀림없다.소피스트들의 아버지로 알려진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인간을 ‘만물의 척도(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라고 했는데, 이 문장에서 인간의 자리에 노무현을 놓고 만물의 자리에 MB 정권을 놓아도 손색이 없다. 즉 ‘노무현은 MB의 척도’라고 말이다.
조선왕조의 역대 왕들은 세종대왕이라는 척도 앞에서 스스로를 조탁해야 했다. 국왕과 왕조의 표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척도를 넘어서는 게 이후 국왕들의 목표였던 만큼, 따라서 못난 왕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에 대한 MB의 히스테리를 이해할 수 있겠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압도당한 살리에리, 차범근의 그늘에서 주눅이 들었던 허정무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MB 정권 이후 이 나라의 대통령과 정부는 ‘노무현의 정치사상과 참여정부’라는 벽을 넘는 게 일차 목표가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성공했다. 그렇다고 하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이 면죄된 것은 아니며, 이 점에 관한 한 MB 정권에 수백 번 개박살당해도 싸다.
MB는 입만 벌렸다 하면 “일만 잘하면 된다.”고 떠벌인다. 88개각 직전까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속아왔다. 하지만 도덕성도 있으면서 일도 잘하는 인재들이 하늘의 별들처럼 박혀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다만 특권층의 특혜성 인사비리 때문에 그 길이 가로막혔을 따름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다 이렇게 적었다.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 청렴함은 관리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근원이며 여러 가지 덕의 뿌리이다. 청렴하지 못한 자로서 능력 있는 관리는 있을 수 없다./ 律己六條 淸心 )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창업했고, 태종 이방원은 그 왕조를 강한 카리스마로 수성했고, 그 아들 세종은 왕조의 표준을 세웠다. 그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바꾼 다음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김대중이 창업 대통령이라면, 노무현은 수성 대통령이었어야 하는데 그것은 건너뛰고 표준을 세운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보기에 몹시 안쓰럽긴 하지만, 난 참여정부 인사들이 MB에게 처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할 시험으로 본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봐야 권력의 냉혹함을 깨닫게 될 테니까. 그래야만 다시 집권하더라도 참여정부 시절과 같이 어설프고 병신스러운 짓은 아니 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 안타깝다.정치란 전쟁의 변형된 형태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레그는 왜?
[정세현의 정세토크] ‘9.23 버밍햄 발언’ 주목하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의 결과에 대한 해설을 하려고 정세토크를 며칠 늦췄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어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해보겠습니다.북한에 나포됐던 대승호가 7일 돌아왔습니다. 대승호 송환 문제 때문에 개성에서 사실상 당국 간 물밑대화가 실질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적십자사가 8월 26일 북한에 수해 복구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북쪽에서 답이 없었어요.
30일에 다시 1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액수까지 명시했더니 4일 답이 왔습니다. 기왕 줄 바에는 쌀과 굴삭기, 시멘트를 달라고 일종의 역제의를 했습니다.정부는 북한의 역제의 사실을 밝히지 않고 고민하다가 북쪽이 6일 대승호를 보내주겠다고 발표하니까 바로 그 다음 날 북한의 요구 사항을 공개했어요. 그런 정황으로 볼 때 개성에서 실질적인 접촉이 있지 않았겠나 하는 추정을 해봅니다. 대승호 선원 문제만 가지고 접촉하진 않았을 거예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풀려갈 조짐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남북대화는 적십자 차원의 실무접촉으로 시작해서 점차 ‘레벨 업(level up)’ 됩니다. 나중에는 적십자의 옷을 벗고 당국의 옷을 입고 만나는 식으로 대화가 발전했습니다. 1970년대 초 남북대화가 처음 열릴 때 그랬고, 80년대에 랑군 사건이라는 불행한 일이 있고 난 후에 남북관계가 복원될 때도 수해물자 지원을 구실로 적십자회담부터 시작해서 당국 간 경제회담, 국회회담까지 했어요.
정부 고위당국자가 5일 민간 차원의 쌀 지원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 복기해 보니까 아마도 개성에서의 접촉 과정을 감안해서 나온 발언 같습니다. 쌀을 받고 싶다는 북쪽의 요구가 간절했기 때문에 일단 민간 차원의 지원부터 풀어 주고, 적십자 차원에서도 줄 수 있다는 쪽으로 갔을 겁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에서 대규모 식량 지원은 어렵지만 적십자를 통한 긴급구호 성격의 쌀 지원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어요. ‘적십자를 통한 긴급구호’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당국 차원의 지원입니다. 적십자는 어차피 전달 통로예요. 과거에도 차관 제공 형식으로 쌀을 줄 때는 정부가 직접 했지만, 무상으로 줄 때는 적십자 통로를 이용했어요.
적십자가 돈을 모아서 주는 게 아니라 통일부가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쌀이나 비료를 사서 보냈다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얘깁니다.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월 하순쯤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을 딱 한 번 했는데,
그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작년 8월 북쪽에 가서 합의해 온 5개 항 중에서 정부가 마지막에 있던 이산가족 상봉만 달랑 빼먹고 만 거였어요.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작년까지 총 17회를 했는데, 분명히 얘기하지만 그건 쌀과 비료 지원에 대해서 북한 나름의 보답 형식으로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작년엔 공짜로 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 볼 때는 남쪽이 자기들한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대승호까지 비교적 순순히 보냈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 쌀 지원이 이뤄진다면 그런 분위기를 타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반도 정세가 그럭저럭 관리되고, 11월 G20 정상회의도 잘 치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레그 “미국이 동북아에서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최근에 들은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를 했습니다. 러시아가 전문가들을 한국에 보내서 천안함을 조사했지만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그걸 공개하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타격이 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러시아 소식통의 말을 전했습니다.
며칠 후에 한국 언론하고 인터뷰를 하면서는 천안함이 사고(accident)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그보다 더 상세한 얘기가 오는 23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나올 것 같습니다. 미국 외교협회(ACFR)란 단체의 앨라배마 지부가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그레그 전 대사한테 30분을 줬어요. ACFR은 상당히 보수적인 외교 전문가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참석해서 발표를 하라고 하니까 그레그가 이런 질문을 했대요. ‘당신들 같이 보수적인 사람들의 모임에서 내가 천안함 얘기를 해도 되겠냐? 그래도 괜찮겠냐?’ 그랬더니 CRF 쪽에서 ‘괜찮다. 그래도 들어야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그레그 전 대사의 세미나 발표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건데요, 비보도라는 건 발표 순간에만 지켜지는 거지 그걸 듣고 나온 사람들을 통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흘러나오고 기사화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레그가 천안함에 대해 발언을 하는 목적은 한국 정부를 어렵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미국이 또다시 수렁에 빠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진실을 얘기하겠다는 거예요. 그레그가 자기와 가까운 한반도 문제 연구그룹 친구들과 주고받은 얘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이런 거랍니다.
‘미국이 60년대 중반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베트남 전쟁을 확대했고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이라크 전쟁도 벌였지만, 그건 상대방을 악마로 규정하고 짜 맞춘 정보 해석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결국 미국에 재앙을 가져왔을 뿐이다. 지금 미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의 북한 때리기에 협조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정부가 잘 못 되는 쪽으로 가고 있을 때 그걸 바로 잡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동북아정책 현장에 있던 우리가 진실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레그가 그 정도로 각오하고 움직인다면 이제 우리 정부가 수습해야 합니다. 그레그의 입을 막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입을 막을 수도 없죠. 천안함을 뛰어넘으라는 얘깁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7일 “모르는 사이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만나 물어보고 싶다. 토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레그가 그간 보여 온 모습이나 미국 내에서의 한반도 관련 그의 입지·위상을 봐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설득한다고 해서 입을 닫을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국회가 증인으로 부르면 올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레그가 요즘 파문을 일으키니까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의 고위 관계자가, 익명이어서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의 전도사 같은 인물로 일방적인 시각에서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했더군요.그레그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주한 미국 대사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 뒤에도 아버지 부시하고 계속 교류를 해오고 있습니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에 그레그가 아버지 부시한테 ‘대통령이 저러면 안 된다’고 계속 입력을 시켰는데,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잘 안 들었다지 않아요. 그래서 ‘아버지도 아들은 어쩌지 못 하더라’는 말까지 하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그레그는 지한파 인사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부터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중앙정보국(CIA) 출신이기 때문에 정보도 많고, 지금도 정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김대중 대통령하고 관계가 생긴 건 73년 김대중 납치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그레그가 CIA 서울 책임자로 있으면서 납치사건이 터지니까 미국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풀도록 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레그가 진보적인 성향이라거나 당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 노선을 지지해서 그랬던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미국적 가치의 입장에서 볼 때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겁니다.그레그가 햇볕정책 지지자라서 지금 저러고 있다고 말하는 건 밖에 있다 보니까 요즘 우리국민들의 수준을 잘 몰라서도 하는 얘기 같아요. 7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수준이 높고 국민도 지켜보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레그가 김대중 대통령과 가까웠기 때문에 천안함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는 건 국민의 수준을 정말 무시하는 얘깁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7일 발표한 통일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봅시다. 천안함에 대한 정부 발표를 믿는 국민이 32.5%밖에 안 됐어요. 안 믿는 사람은 35.7%, 반신반의하는 사람은 31.7%. 굉장히 충격적인 결과예요.
여론조사라는 게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긴 하지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는 학자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편견 없이 설문을 했을 겁니다. 정부는 그 숫자의 의미를 절대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실체적 진실이 어떻든 천안함과 관련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천안함은 이제 이쯤에서 수습을 해야 합니다. 그레그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가 작정을 하고 활동하고 있고,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지 않거나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데 그걸 가지고 어떻게 북한에 사과를 요구합니까? 북한은 남쪽 사람들 100%가 다 믿는다고 해도 사과를 안 하는 사람들이에요. 랑군 사건 때도 증거까지 나오고 용의자가 유죄 판결을 받아도 사과 안 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시인·사과하라고 하면 북쪽에서도 서울대 연구소 발표를 인용할 겁니다.
통일부가 움직일 때다
북한이 천안함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해야 6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건 앞을 내다보지 못한 방침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절대 만날 생각이 없으면 똑같은 얘기를 계속 해도 됩니다. 그러나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6자회담 국면은 서서히 열릴 거라고 봐요. 미국은 이미 다시 중국하고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어요. 토머스 도닐런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중국에 가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만났어요.
중간선거 국면에서 미중관계가 나빠진 것에 대해 야당 공화당이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으니까 관계를 복원하거나 최소한 소강상태로라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그러니까 이제 천안함 사과를 대화의 조건으로 거는 건 거둬들이고 수해 지원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와 특임장관 같은 정권의 실세들이 대북 지원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통일부가 움직여서 수해 물자 긴급 구호에 그치지 말고 그걸 더 발전시켜나가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관리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막상 대화가 시작되면 북쪽에서 어떤 식으로건 유감 표명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통일부는 외교부가 아니잖아요. 외교부가 그동안 한미동맹에 올인하면서 6자회담과 관련해서 미국의 발목을 잡아 왔는데,
미국도 다시 움직이려 하고 있고 남북 간에 기왕에 물밑접촉도 했으니까 이 기회를 통일부가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통일부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자기 이름에 맞는 역할을 못 하고 말 겁니다. 차제에 정부 안팎의 강경파들에게 끌려다니거나 눈치를 보지 말고 대화의 수준을 높여 나가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영어 속담이 있는데, 북한이 쌀, 시멘트, 굴삭기 달라고 손을 벌렸잖아요. “북한이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건 예전에 없던 일이다. 남북관계가 제대로 자리 잡아가는 징조다”라고 어떤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적이 있는데, 사실은 과거에도 북한이 필요할 때는 구체적으로 요구했어요.
2004년 봄 용천역 폭발사고 때도 그랬고,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쌀 외에 농자재를 달라, 비료를 달라 구체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지원을 전혀 안 하다 보니까 ‘예전엔 없던 일이다’라고 한 모양인데, 좋다 이겁니다. 그런 거 안 따질게요. 내용이야 어찌 됐든 그렇게 포장을 하고 합리화하면서라도 대북 지원을 시작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라 이겁니다.
천안함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북핵 문제 해결 위한 6자회담 재개에 대비해서도 그렇고, G20 회의를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지금처럼 놔두면 안 됩니다.북쪽이 수해를 당한 건 안된 일이지만, 그걸 계기 삼아 통일부는 통일부답게 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장관급 회담도 할 수 있고 특사 방북도, 정상회담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전에 G20에 앞서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관리하면서 국격도 높일 수 있고요.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으니까 ‘톱 다운(top down)’방식으로 정상회담부터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관계를 빨리 복원하는 길이긴 해요. 그러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쪽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상회담을 안 받을 겁니다. 작년 가을에 이미 한 번 당했기 때문에 실무 책임자들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함부로 건의를 못하게 됐어요. 위험해서. 그러니까 밑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돼야 할 겁니다.
이재오 장관 대북 특사설도 있던데, 적임자는 적임자입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8월 초 평양에 갔던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한테 ‘실무선에서 대화를 시작해서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지 않아요. 아마도 북쪽의 이종혁 아태 부위원장 정도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게 아마 지금 평양의 입장일 겁니다.
한편, 수해물자를 주기로 한만큼 전달 방식이나 경로를 협의하기 위해서 어차피 적십자회담은 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통일부가 잘 연구해서 실무선 적십자 회담이 당국 회담으로 발전하고 결과적으로 특사 방북이나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초기 상황을 잘 풀어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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