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원종 /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2021-04-13
최근 들어 K-팝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와 기생충, 미나리 등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K-푸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밥에 갖가지 나물과 쇠고기, 고명을 올려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 소고기를 얇고 넓게 저며서 각종 채소와 양념을 넣고 재워 두었다가 구워 먹는 불고기, 그리고 발효시킨 김치가 대표적인 K-푸드라고 할 수 있다.
김치는 2008년에는 미국의 건강연구지 ‘헬스’ 지에서 올리브유, 요구르트, 렌틸콩, 낫토와 함께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바 있지만, 김치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치 자체보다는 마늘 냄새가 너무 강하여 먹기 힘들다고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세계 어느 곳을 가든지 김치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미국의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김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서양인들은 샐러드의 형태로 채소를 먹어 왔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와 같은 절임 식품의 형태로 채소를 먹어왔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의 김치에 해당하는 채소 절임 식품을 먹고 있다. 고춧가루를 첨가하지 않고 발효시킨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츠케모노 ‘등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단순하게 채소를 절인 것으로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서양사람들이 말하는 ‘영혼이 담긴 음식’이라는 소울푸드(soul food)는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이란 뜻으로 ‘마음에 위안과 여유를 주는 음식’,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음식’이다. 김치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배추, 고춧가루, 마늘, 파와 같은 재료에 우리 어머니들의 손맛이 가미되어 만들어진 음식으로 우리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다.
배추와 같은 채소류에 새우젓, 멸치젓 등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김치는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아미노산 등을 보충해 주는 우수한 식품이다. 배추도 다른 채소처럼 95% 정도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성분은 낮지만, 새우젓, 멸치젓 등을 섞어 발효시킨 김치는 겨울철에 섭취하기 어려운 필수아미노산 및 지방질도 쉽게 보충하게 해준다. 김치에 첨가되는 굴은 칼슘, 철분, 아연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식물성 식품의 섭취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 준다.젓갈이 들어간 김치는 아미노산 덕분에 훨씬 진한 감칠맛을 갖는다.젓갈을 사용한 김치가 이전에 비해 영양분이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한편으로는 젓갈의 비릿함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여기에 매운맛을 내는 고춧가루를 첨가하면 젓갈의 비릿함은 사라지고만다.
배추 100g은 약 40㎎의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배추나 김치는 비싼 과실이나 비타민제에 의존할 필요 없이 식탁에서 간단히 충족시킬 수 있는 값싸고 맛있는 음식인 것이다. 김치 속의 비타민 C 함량은 김치가 한창 잘 익어 맛이 좋을 때가 최대가 되는데 이때의 비타민 C 함량은 덜 익은 김치보다 두 배가량 많아지며, 김치가 시어지면 본래 양대로 줄어든다.
배추 100g당 70㎎ 정도 들어있는 칼슘은 뼈대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영양소이므로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부 수유부와 사춘기 청소년, 노약자 등 모두에게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유를 적게 마셔서 생기는 칼슘
부족에 배추는 좋은 칼슘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또한, 배추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요즘 가공식품의 소비증가와 다이어트 등으로
생기는 변비에도 매우 좋다.
김치에는 보통 200가지가 넘는 미생물이 들어있어 인체에 필요한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만들어 내는데 특히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는 유산균이 풍부하다.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창자 속에서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잡균 등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장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유산균은 심장병의 유발과 관련이 있는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감소시키며, 소화과정
에서 생긴 유해물질의 독성을 약화시켜 암 발생을 억제하는데 기여한다.
김치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 될수록 좋은 식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K-푸드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19 감염에 따른 건강 지향적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의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김치에
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