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청춘 19-43, 부산 여행 ⑨ 버스킹
동백섬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한 뒤 예약해둔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운대 해변 길을 따라 걷고 또 걷고, 해운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관찰하며 걷습니다.
얼마쯤 걸었을지, 멀리서 들려오는 흥겨운 노랫소리 들려옵니다. 경수 씨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지켜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경수 씨께 바닷가에서 버스킹하는 지금 이 모습은 처음 보는 풍경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 직접 카메라를 들지 않았던 경수 씨가 동백섬 야경을 보면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고, 버스킹 무대를 담기 위해 동영상 녹화 버튼을 누릅니다. 멀리서 서툴게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수 씨 모습이 귀엽습니다.
“경수 씨, 가까이 가서 찍어요.”
무슨 소릴 하냐는 듯, 쭈뼛거리며 제 얼굴을 쳐다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도 돼요. 저기 앞에 가서 앉아요.”
한 번 더 등 밀었습니다.
그러자 경수 씨가 머뭇거리며 무대 앞쪽으로 다가갑니다.
비와 당신, 직접 쓴 자작곡 두엇... 한동안 꽤 여러 곡을 계단 맨 앞자리에 앉아 감상합니다.
그렇게 여러 곡 녹화를 끝내고, 경수 씨가 일어서려고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냈습니다. 경수 씨에게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건네며 제안했습니다.
“경수 씨, 저기 상자에 한 장 넣어드리고 와요.”
“그래요, 경수 씨. 가는 김에 따봉도 하나 날려주고 오세요.”
주호 실습생이 거들었습니다.
그러자 경수 씨, 지폐 받아들더니 상자에 돈을 넣고 들은 대로 엄지도 들어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돈을 넣자 공연하신 분께서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경수 씨 뒤돌며 수줍게 씩 웃습니다.
이후에도 버스킹을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젊은 친구들이 바닷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까지...
경수 씨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눈동자가 빛나고 있습니다.
경수 씨가 ’이런 청춘도 있구나‘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무슨 생각,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합니다.
2019. 07. 15 일지, 김희진
첫댓글 객석에 앉아 버스킹 구경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청춘을 위한 여행이었으니 청춘에 대해 고민해 봤을까요? 경수 씨의 몫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