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을 향했다.
이번에는 좀 다른 이유로 떠났다.
어릴적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서울로 돌아다며 살았다.
이제 나이가 드니
고향 친구들이 보고 싶고 고향산천이 그리워진다.
이러한 회귀본능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있다고 한다.
남대천연어가 그렇고 코끼리도 죽을 때에는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내 고향은 경상북도 김천이다.
충청북도 영동과 전라북도 무주가 경계를 이루고 있다.
3개 시군을 가르는 산이 삼도산이다.
그래서 혼인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를가리지 않는다.
김천은 경부선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이다. 천년사찰 직지사가 있고 혁신도시이다.
얼마전에 고향에 '또래회동' 이라는 골프모임이 만들어졌다.
54~56년에 태어난 또래들이다.
면면을 보니 고향에서 그리고 타지에 나가 다들 잘 나갔던 친구들이다.
마침 고향에 골프장(포도cc)이 생겨 자연적으로 고향 골프동호인들이 모였다.
나도 부랄친구(최대군)의 추천으로 회원으로 가입이 되었다.
고향에 어머님도 계시고 조그만 밭도 있으니 자주 들려야 한다.
가는 길에 골프를 좋아하는 고향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이 또한 일거양득이다.
이번에 2023년도 첫 모임이 3.21(화)에 열렸다.
여러 번 고민 끝에 금년도 회비(20만원)를 내고 첫 라운딩에 참가신청을 했다.
웬만하면 승용차로 가는데 김천까지 갔다오려면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승용차를 버리고 열차를 택했다.
골프백이 문제였는데 간이골프백을 구입하여 꼭 필요한 채만 담으니 들고 탈 수가 있다.
열차를 이용하니 편리한 점이 많다.
KTX는 빠르고(서울역에서 김천구미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 소요), 경노석은 주중할인이 되어 24,600원 밖에 들지 않는다.
코레일톡으로 예매하면 너무 간편하다.
오늘은 평일이라 별도 예매를 하지 않아도 자리가 많다.
그래도 김포공항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가면서 예매를 했다.
딱 맞는 시간대 열차가 없어서 1시간여 뒤에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를 예매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서울역 3층 식당가를 찾아 여유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소고기덮밥이 참 맛있다.
혼자서 천천히 즐기니 너무 좋다.
혼밥족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화장실에 들러 양치질까지 깨끗하게 하니 제법 여행객 같다.
고향집에 도착하여 잘 방에 불부터 땠다. 할머니가 자던 방이라 아궁이에 불을 넣어야 난방이 된다.
아직도 혼자서 고향집을 지키는 어머님께서 당신도 몸이 불편한 데 정성스레 차려 주신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고맙게시리 친구(최대군)가 나를 데리러 와서 편하게 골프장으로 향했다.
새로 산 제네시스(1억 3천만 원)가 삐까뻔쩍하다. 고향을 지키면서 농사를 짓고 정미소를 경영하는 그가 부럽다.
골프를 비롯하여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있으니.
'또래회동' 모임은 23명인데 오늘은 세 팀으로 꾸려졌다.
그 면면이 대단하다.
경북지사, 김천시장, 체육회장, 시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라운드를 시작하니 장타가 장난이 아니다. 포도cc에는 두 번 째 라운딩 이다보니 아직 코스에 적응이 잘 안되었다.
겨우 보기플레이를 했으니
싱글 골퍼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저녁 모임은 회장님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맛있는 한우와 청국장 그리고 소맥으로 한 잔을 걸쳤다.
어느 모임이나 첫 만남은 좀 쑥스러운데 고향 친구들이라 이내 친숙해 졌다.
다시 KTX에 몸을 싣고 서울을 향해 씽씽 달리고 있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실행한 이번 여행이다.
원없이 친 골프라 이젠 한 발 뒤로 뺀 상태이다.
그래서 멀디먼 고향에까지 가서 골프를 쳐야만 하는가 많이 망설였었다.
하지만 골프도 골프 이거니와 친구를 만나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으니 대만족이다.
나이들면 집 떠나기가 점점 뜸해 지는데 역시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떠나야 하는가보다.
그깟 돈이야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
결론이다.
앞으로도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내지르자.
소고기덮밥 11,000원
서울역 3층 식당가에서 혼밥
간이골프백~꼭 필요한 것만 담았다.
이덕우 전 농협 시지부장, 박태호, 박광수 전 시의원, 최대군 전 의용소방대 회장
포도cc
첫댓글 기차를 타고 골프를 치러 간 건 머리 털나고 처음입니다.
고향 친구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갔다오니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도 좋고 고향도 좋고 우정도 좋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