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계천의 흑색 바위의 틈으로 흐르는 맑은 물과 그 물에 비치는 주변의 경관들이 너무 아름답다.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공간은 회재 이언적(1491~1553)과 그 집안과 후손들의 한이 맺힌 실존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계천을 끼고 나란히 서 있는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따로 떼어 이야기할 수 없다. 독락당(獨樂堂)은 이언적이 살았던 고택이고 옥선서원은 그를 배향하는 공간이다. 고택과 서원은 약 700미터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주변이 사산오대(四山五臺)로 둘러싸인 포근한 공간이다. 화개산, 도덕산, 자옥산 그리고 무학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자계천을 따라 세심대, 관어대, 징심대, 탁영대, 영귀대 등 오대가 줄지어 서 있다. 서원의 무변루에 올라 주변의 공간으로 시선을 확장하면 자연스럽게 서원과 주변의 풍광이 일체감을 이룬다. 하지만 주변의 풍광들과는 대조적으로 서원은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무변루에 오르면 자옥산 정상이 조망되는 것이 전부이다. 자옥산을 넘어 주변으로 이어지는 조망이 차단된다. 서원과 주변 풍광의 상호 맥락성이 효율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서원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공간으로 느껴진다.
2021년 1월 26일, 옥산서원이 중국 전통가옥인 사합원을 닮은 폐쇄적 공간이라는 나의 생각이 편견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서원을 찾았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인데도 자계천의 풍광은 여전하다. 집은 근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폐쇄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외부와 단절된 채 안에서 안도감을 누리기 위해 집을 짓는다. 그러므로 폐쇄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개방성을 긍정적인 것으로 재단하는 것은 인위적일 수 있다. 개방성도 폐쇄성도 다 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진다. 집이 서 있는 지형(地形)에 따라, 그리고 짓는 사람이 누구인가 혹은 짓는 목적에 따라 상대적으로 폐쇄성을 띨 수 있다. 나는 옥산서원을 다시 찾으면서 이 서원만큼 폐쇄적인 공간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필암서원 역시 문루의 폐쇄성이 서원 전체가 닫힌 공간이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당을 향한 쪽은 다 개방되어 있어 옥산서원만큼 폐쇄적이지는 않다. 내가 찾은 그 날, 역락재는 오른쪽의 작은 문 하나만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무변루가 시선을 온통 차단한다. 강한 옥색으로 전체를 칠한 문은 모두 상하 여섯 칸인데, 하층 제일 오른쪽 문만 열어 두고 있다. 무변루를 통과하면 마당이 열린다. 하지만 시선은 곧 닫혀 버린다. 닫힌 공간 안의 마당이기 때문이다. 무변루와 동·서재와 강당이 사방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사합원의 양식을 닮았다. 이 네 건물의 가장자리가 서로 잇대어 있어 사합원의 구도를 강하게 띤다. 강당인 구인당의 후면은 개폐식 문으로 닫혀 있고 사당 역시 여느 서원과 마찬가지로 굳게 닫혀 있다. 이 서원은 중간 마당 이외는 모두 폐쇄성을 띠고 있다. 이 서원의 폐쇄성은 이 서원에 배향된 회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그가 생전에 살았던 독락당을 찾아가 보자.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자계천을 끼고 고독하게 서 있는 독락당은 회재가 부친 이번의 정자와 두 번째 부인 석씨가 지은 안채와 숨방채를 보수·증축한 것이다. 그러니 독락당은 회재가 지은 집이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사간원에 근무하던 회재가 당시 실세였던 김안로의 재등용을 반대하다가 관직에서 물러나 7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 독락당이다. 김안로가 죽자 다시 조정에 나가 승승장구하다가, 평안도 강계로 유배를 가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인종의 외삼촌인 윤임과 명종의 외삼촌인 윤형원 사이의 자리다툼은 중종 때부터 시작되었다. 인종은 중종의 제1계비인 장경왕후의 아들이고, 명종은 제2계비인 문정왕후의 아들이다. 인종이 즉위하자 윤임의 대윤(大尹)이 조정을 장악한다. 인종이 즉위한 지 8개월 만에 죽고 명종이 즉위하자, 윤형원의 소윤(小尹)이 조정을 장악한다. 소윤이 대윤 일파를 몰아내는 을사사화(1545년)가 일어난다. 이후 ‘정미사화’(1547년)라고도 하는 양재역 벽서 사건으로 대윤 잔당을 처벌할 때 회재도 유배를 당한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_()()()_
_((()))_ _((()))_ _((()))_
-()-
고맙습니다. ()
_()()()_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_()()()_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