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인구 변화와 에너지 기술 혁신
성창모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특임교수
80억 명에 이르는 인구의 기하급수적 성장과 함께 에너지 수요 역시 놀라운 비율로 증가했다. 에너지 소비는 곧 자원 소비를 의미하므로,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에 대한 부담을 늘려온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는 필수적인 생명선으로 작용한다. 이제 그 중심에 지속가능한 발전(SDGs)이 있다. 우리는 전 세계 인구에게 지속가능면하서도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적 책무를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에너지 체계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인 에너지 기술의 신속한 개발과 보급은 필수적이다. 에너지 기술의 혁신은 지구의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성장을 위한 중요한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인구 증가와 에너지 수요-공급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에너지는 경제 성장, 사회적 공정성, 그리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주요한 매개체”임을 천명했다. 제조업 생산 활동에서 에너지 활용의 핵심적인 중요성과 청정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공중 보건과 기후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세계 인구의 에너지 접근율은 83%에서 91%로 상승했으며, 에너지 공급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2010년 12억 명에서 2020년 7억 3,300만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2030년 S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새로운 에너지 공급 규모를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현재의 진행 속도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률이 9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COP26)를 앞두고 65개 국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청정 조리(clean cooking) 관련 목표를 포함했다. 청결하지 못한 조리기구와 연료에 노출되어 자신의 건강을 위협받고 기후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청정 조리 접근성 미흡’이라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수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30억 명 수준에서 2020년 24억 명으로 감소했으나 아직도 부족하다. 꾸준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30년에도 여전히 21억명의 사람들이 청결한 에너지 조리를 이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에너지 빈곤과 해결 방안
아직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10%만이 재생 에너지원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전 세계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3%라는 목표에 비해 1%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라 에너지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한 구헤라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9월 유엔 에너지 고위급 대화에서 “에너지를 단순히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경제 활동과 발전을 회복하고, 많은 국가가 빈곤과 열악한 건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공, 민간 부문의 이해관계자들은 2030년까지 SDG 7번 목표(적정한 가격의 청정 에너지)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인 약속과 구체적인 행동이 담긴 에너지 협약에 서명했다.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서 형평성, 정의, 포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개발과 에너지 빈곤 퇴치를 위한 에너지 혁신은 탄소중립을 향한 경로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에너지 분배가 공평하지 않아 개발도상국 수억 명의 인구가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새롭고 지속가능하며 경제적인 에너지원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에너지의 미래는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라 여러 솔루션의 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이크로그리드와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은 특히 외딴 지역과 소외된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에너지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 중단에 대한 복원력을 높여줄 수 있다. 동시에 고급 계량 인프라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포함한 에너지 효율성 조치는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위의 그림은 전 세계 국가의 1인당 GDP와 1인당 탄소배출량을 축으로, 에너지 빈곤 국가와 높은 탄소배출 국가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하단의 녹색 표시는 2050년에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이 넷제로가 되며 모든 사람이 에너지 빈곤에서 벗어나고, 과학기술혁신 기반의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탄소배출이 매우 높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사하는 그림이다.
우리는 에너지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경제를 재설정하고 에너지 개발 및 경쟁력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정부 자본이 우선적으로 투입될 것이지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개발 우선순위를 결합해 민간 부문이 새롭게 부상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부문의 기회에 주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2020년에 준국제기구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SEforALL)’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보편적 주거 에너지화를 달성하려면 매년 410억 달러(약 52.6조 원)가 필요하다. 보편적인 청정 에너지 조리 환경을 조성하려면 45억 달러(약 5.8조 원)가 더 필요하다. 이것은 민간 부문이 개입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SDG7을 달성하고 모두를 위한 에너지 빈곤 퇴치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해 증거 기반 프로젝트와 혼합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 간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야 한다.
미래의 에너지 과학기술 혁신과 인류의 혜택
기후변화 문제는 달리 표현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3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전환 과제이다. 이제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에너지 빈곤을 종식하고 SDG7을 달성해야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혁신적인 에너지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할 때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청정 에너지 투자가 2020년 1,50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간 1조 달러 이상으로 7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IEA와 세계경제포럼(WEF)은 개발도상국이 청정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본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스마트한 정책과 혁신적인 금융 접근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가가 깨끗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에너지를 국민들에게 대규모로 공급하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에너지 혁신기술 개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지 않는다면 우리는 에너지 빈곤과 온실가스 배출에 갇혀 있게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이러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운송(해운, 항공, 도로 운송) 및 난방 부문뿐만 아니라 시멘트 생산과 농업 등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부문이 우선순위이다. 일부 국가는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 전기 에너지의 92%가 저탄소 에너지원에서 생산되고 스웨덴은 99%에 달한다.
최근에 부상하는 핵융합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핵분열에 의존하는 현재의 원자력과 달리 핵융합은 더 안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라는 연료원을 사용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같은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와 헬리온 에너지, 퍼스트 라이트 퓨전, 트라이 알파 에너지와 같은 소규모 벤처 기업이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아직 상업적으로 실용화되지는 않았지만 5~10년 내로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핵융합 상용화가 성공한다면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최근 고온 초전도체 개발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 핵융합의 현실화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위해 우리의 에너지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의 공동 노력과 정책적 지원, 집단적 의지가 필요하다. 지구의 미래가 위태로운 지금이야말로 바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실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개발도상국은 △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원에 투자 △ 건물과 교통수단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 △ 모든 국민에게 저렴한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선진국은 △ 개발도상국이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제공 △ 개발도상국과 혁신 에너지 기술 이전 및 전문 지식을 공유 △ 새로운 첨단 청정 에너지 기술의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그리하여 우리 인류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탄소중립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협력하면 인류의 에너지 빈곤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동시에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