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 안전 품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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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목) '건설구조물붕괴사고 및 품질저하주요 쟁점 대토론회'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 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구조 안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8월 31일 한국구조물안전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15개의 유관단체와 함께 ‘건설구조물 붕괴 사고 및 품질 저하 주요 쟁점 대토론회’를 열고 공사 중 붕괴 사고 방지 대책과 구조 안전 품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태식 과총 회장은 개회사에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구조에서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보강철근, 전단보강근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안전불감증과 구조적 비리를 온전히 해소하지 못해 건설 현장의 붕괴 사고가 재발하고 있다. 이제라도 고질적인 병폐를 혁파하고 기준과 원칙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건설생태계 전반에 대한 가감 없는 문제점 지적과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논의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개회사는 이승호 과총 부회장이 대독했다.
이어, 최동호 한국구조물안천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발주한 공공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로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과정뿐만 아니라 발주처 수주 과정까지 건설생태계 전반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구조물 공사 중 붕괴 사고를 방지하고 구조 안전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영구적인 개선방안 마련하고자 대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현재의 총체적인 문제점들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되짚어 보고 좀 더 발전시킬 방법들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구조적·제도적·품질적 개선 필요”
대토론회 첫 순서로 홍건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건축물 붕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홍 위원장은 “구조 안전 측면에서 무량판구조의 장점과 시공사례 증가에 비해 안전성 취약 문제가 있다”며 “건축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특수구조 건축물에 무량판 구조를 추가하여 구조 안전 심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또 특수구조 건축물 구조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는 상세 시공 도면 중 구조 관련 상세도는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는 관계 전문기술자와의 협력에서 특수구조 건축물의 경우에는 구조물의 형식에 따라 책임구조 기술자의 참여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특히 건축물 구조 안전을 위한 책임 주체 제도 정비를 강조했다. 현재 제도상 구조계산은 구조기술사가 하는데 구조계산을 납품하면 설계 도서는 현행법상 건축사가 작성한다. 설계도서를 납품하면 도서 검토와 배근 상세도는 시공사가 작성하고 그것은 감리 및 검측 등이 확인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절차별 책임 주체가 달라짐에 따라 오류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홍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홍 위원장은 구조 안전의 경우 전문성이 필요하나, 실제 구조전문가는 구조계산 업무 이후에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건축구조기술사 등 구조전문가가 공사의 구조 관련 도서 작성과 시공 중 구조 검토 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홍 위원장은 “건축 구조기준 중 구조검사와 실험의 특별검사 항목을 확대하고 무량판구조 등 특수한 형태의 구조형식에 대한 구체적 절차와 항목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공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도서와 검측 자료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공 품질 측면에서는 관계 법령이 규정하는 품질관리자의 배정으로 시공 현장에서 레미콘 등 구조재료에 대한 보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홍 위원장의 주장이다. 홍 위원장은 “품질관리자 겸직 규정 준수와 서중콘크리트 관리를 강화하고, 동바리 구조검토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며 “공사관리 측면에서는 설계와 시공기준 간의 연계성 검토를 정비해야 한다. 시공사와 감리 개선이 필요하다. 무량판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전과 품질관리 항목이 반영되도록 관련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 검측 자료의 디지털화도 강화하고, 드론 등 디지털 매체의 활용 근거와 활용방안 강화 추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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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건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이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건설 품질 향상을 위한 개선 방향, “시대에 맞게 건축법도 개선되어야”
두 번째로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이 ‘건설 품질 향상을 위한 개선 방향-대한민국 건축물 생산시스템에 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회장은 “1962년 건축법이 제정되고 70년에 와우아파트가 붕괴된 후 우리나라 건축법은 감리를 강화해 왔다”며 “1997년 건설산업기본법에 건설사업관리에 감리 업무가 포함되면서 대한민국의 감리 시장이 대폭 증가했다. 감리 용역시장이 전체 공사비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 2022년 광주 화정아파트 공사 중 붕괴로 건축물 관리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해체감리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이런 식으로 감리에 대한 조건만 강화됐다”며 “건물을 잘 짓기 위해서는 초기 결과물이 좋아야 하는데, 초기 결과물보다는 그저 어떻게 짓는지 감시하는 데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감리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0년 동안 건설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고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감리는 이미 퇴직한 분들이 많이 종사하고, 젊은 감리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먼저, 감리 시장으로 젊은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히 감리 교육만 강화된다고 해서 전문가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건축법은 1962년에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건축법을 바탕으로 하는 안전 확보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이에 대해 고 회장은 “건축법에는 건축설계라는 용어만 있고 구조 설계라는 용어가 없다. 안전을 담보해야 할 구조가 설계자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대에 맞게, 법에 없는 구조 설계나 구조감리와 같은 건축 용어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이 고 회장의 의견이다. 그는 “한국은 건축사가 전체 계약을 일괄하는 반면, 미국은 계약 주체가 각각 다르다. 한국은 설계도서를 건축사만 만들어 낼 수 있고, 구조 설계, 구조감리는 법에 용어 자체가 없다. 현장에서는 구조감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법에선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시대에 맞게 건축관계자의 역할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법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건축물 구조 안전 선진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고 회장은 제안했다. 그 이유는 “건축 분야 법령이 혼재해 있고 규정 간 연계가 부족하다. 안전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안전 관련 법제의 연계성과 체계성도 부재하다. 안전보다 사익 우선 위주의 법제로 개별법령별 적용 대상이 상이하기 때문”이라며 “건축물 구조 안전 강화 특별법은 건설 전 과정에서 안전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불공정거래를 금지한다. 대통령 직속 건축안전보장위원회를 설립하여 건축 안전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축도시안전청을 설립하여 전 과정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지속적 관리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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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이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패널토론, 다양한 구조 안전 품질 개선 방안 논의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하고,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과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 구정모 DL E&G 건축기술지원 팀장, 정란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김동희 국토안전관리원 본부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권오인 정책국장은 “건축구조물 붕괴 사고 원인은 건설산업의 생산 구조 문제에 있다. 특히 시공 부분에서의 하청 구조가 문제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내려가면서 관리 감독이 안 되고 잘못이 계속 누적된다. 특히 공공 부문은 LH와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관련 법률이 많지만, 그 어느 법률에서도 발주기관이나 정부 지자체가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없다. 그래서 관리 감독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며 “정관 문제도 있다. LH 발주, 특히 건설기술 쪽 용역의 상당수가 정관이 있는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이런 잘못된 건설산업 구조가 부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부회장은 “무량판구조는 펀칭을 막아주는 전단철근이 빠지거나 연속붕괴근이 빠지면서 순식간에 붕괴가 일어나 대피할 공간도 시간도 없다. 휜 철근이나 다른 쪽이 부족한 경우에는 균열이 발생하거나 물이 새는 등 사전 징조가 나타나기 때문에 대피할 시간이 있지만, 무량판구조는 그렇지 않다”며 “건물이 사용되는 모든 수명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최고의 외력에 대해서 그 구조물이 견딜 수 있도록 철근과 콘크리트 강도 그리고 단면을 결정하는 과정이 구조계산이다. 따라서 건물 안전에는 구조계산이 너무 중요하다. 구조계산은 구조도면을 그리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그런데 구조전문가만 알고 있는 것을 구조설계 도면에 그려 넣기만 하고, 그 이후 작업은 비전문가에게 맡겨진다. 그래서 구조전문가가 초기에 만들었던 구조계산 과정의 핵심적인 철학이 시공 과정 끝까지 가지 못한다. 즉 구조전문가가 구조계산서만 만들어서 현장에 보낸 이후로는 어떻게 공사가 진행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종 부회장은 “한국은 2000년대 초에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분리했다. 일본 건축을 따라가려면 구조건축사를 만들어야 하고, 미국을 모델로 하면 구조기술사로 한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학계에서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분리했기 때문에 미국 모델로 가는 것이 맞다”며 “이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건축이라는 이름을 떼어내는 것이다. 구조, 전기, 기계 이런 식으로 독립해야 건축법이 주도하고 있는 건축사회, 건축학회 등으로부터도 완전히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축 구조 쪽에서도 토질 역할과 유체 역할을 동시에 배워야 한다. 왜냐면 앞으로 점점 더 사람들이 사는 환경들이 지하, 지상, 수중 등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정모 팀장은 “설계 오류에 의한 재시공 비용을 건설사가 100% 부담하는 관행을 없애고, 원인 제공자가 부담할 수 있도록 설계보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효과는 설계 도면의 완성도를 높인다. 최저가 입찰, 도면의 재하도급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설계사 평가에 따른 보험금 차등 지급으로 우수 설계사를 양성할 수 있다”며 “설계와 시공 겸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건설사에 모든 리스크를 부담하라고 한다면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지도록 설계업무를 건설사도 수행할 수 있도록 건축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 건축 감리가 구조 분야까지 수행하는 관행을 없애고 토목과 전기, 설비 등과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분야로 구조감리를 신설하고 현장에 상주시켜야 한다. 전문적인 구조 지식이 없는 건축 감리가 구조까지 책임을 지다 보니 단순 검측만 가능하다. 기술적 판단을 요하는 시공 상세 도서를 검토할 때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피력했다.
정란 교수는 “건설 분야 자격제도가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기술사로 분리되어 서로 다른 부서에서 따로 운용되고 있다. 더구나 설계, 감리 권한과 책임을 기술사가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하청업자로의 지위만 유지함으로써 건물의 안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뼈대의 설계, 시공, 감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붕괴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일본과 같이 구조기술사를 소정의 전형 과정을 거쳐 ‘구조전문건축사’ 또는 ‘구조설계건축사’ 자격을 부여하든지 아니면 미국과 같이 누구나 설계 감리를 할 수 있게 하고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서 보험료 부담 때문에 본인의 전문영역만을 설계, 감리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희 본부장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에서 정관 카르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관 카르텔의 문제는 로비뿐 아니라 검증 없이 계속해서 일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보고서 복사해서 붙이기를 해도 큰일 없이 넘어가니까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똑같이 반복하게 된다”며 “현재 30층 이상은 구조전문가의 협력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6층 이상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30층 이하와 6층 이상에 해당하는 건물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지금의 1,200명 구조기술사로는 감당이 안 된다. 어떻게 이들의 구조파트에 대한 기술적 능력을 검증하고 양산해 낼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