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지난 5월 연습 때 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오후8시쯤 출발하니 삿갓봉 사우나에 도착시간이 11시 가까이 되어
오늘은 서둘러 출발해서 하계역 근처의 서울온천 스파비스로 갔습니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서울온천에서 대회장 가는 길을 익혀 두어 아침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약도를 가지고 공릉터털 입구까지 가서 확인해 두고 서울온천
부근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울온천으로 갔더니 내부수리를 위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런 젠장 하필이면 이때에 이런 일이. . . .
어쩔 수 없이 삿갓봉 사우나로 와 하루저녁 신세를 지고 대회에 참가합니다.
대회장에 오니 5산 종주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나 역시 번호표를 받아 가슴에 달고 출발 대열에 끼여 들었습니다.
전날 비가 오고, 해가 나지 않아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입니다.
다만 습도가 높고 바람이 불지 않아 불암산 정상을 오르기 전에 이미 땀으로 온몸이
젖어버렸습니다.
여름철에 해가 쨍쨍하지 않으면 비가 오거나 둘 중 하나지, 오늘 같은 날씨도 산행하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핸드폰이 배고프다고 소리를 칩니다.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온다는 것이 깜빡 했습니다. 혹시 모를 비상시를 대비해서
핸드폰을 꺼서 배낭에 집어 넣고 나니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굳이 종주 하시는 분이나 등산객들에게 시간을 묻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골인점에 도착하면 몇시간 걸려 종주 했다고 알려 주는데, 중간에 아무리 머리 굴려 계산을
해봐도 몸이 안 따라주면 대책이 있습니까?
평소 연습을 많이 했으면 순조롭게 갈 것이고, 요령을 많이 피웠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겠지요.
재미있는 것이 등산객들이 고맙게도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해 줍니다.
“몇시에 출발하셨어요?” 하고 물어오면
“4시요.”라고 대답하지요.
그러면 “아이고 몇시간 이나 산행하셨네요.” 라고 계산을 다 해줍니다.
목표시간은 11시간 30분으로 정했지만 여유있게 잡은 거라 완주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몸과 발이 가는 대로 진행 하며 목표시간을 단축하려 서두르지 않고 가급적 후회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종주 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의상봉 넘어 올 때는 많이 지쳤나 봅니다.
이 짓을 앞으로 또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바위가 비를 머금어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고, 모래도 입자가 굵어 특히 마라톤화 신고 오신분들
많이 낙상하시더군요.
암릉지대에서는 미끄러져 사고를 당할까봐 두손에 힘이 잔득 들어갑니다.
밧줄과 난간에 어찌나 힘껏 매달렸는지 팔이 아파 죽겠습니다.
절반쯤 되는 사패산 정상에서 도장을 찍고 자운봉을 지나 우이암을 넘어 우이동 입구에서 점심 먹을
요량으로 힘있게 내려갔습니다.
원통사에서 물도 양 것 마시고, 또 보충도 하고 내려 오는데 같이 가던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무수골 계곡으로 진행하여 내려오는데 느낌이 이상합니다.
우이동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
가던길 멈추고 내려오는 등산객을 기다려 물었더니 우이동이 아니라 무수골이라고 하더군요.
무수골이 우이동으로 가는 길목인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입니다.
올라오시는 분께 혹시 앞자락에 배번호 달고 뛰는 미친 사람들 못 봤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흔히 하는 알바를 했습니다.
빨리 서둔다고 모든게 잘 되지는 않나 봅니다.
통나무식당에서 콩국수 한그릇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백운대 길을 오르는데 많이 지쳤나 봅니다.
날씨도 더워지고 속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흐르는 계곡물에 머리를 들이 막고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참 시원했습니다.
길게만 느껴지던 대남문이 코앞에 있습니다.
대남문까지 가면 나머지 의상봉 구간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대남문만 바라보고 왔습니다.
대남문에서 조금 왔는데 의상봉까지 2.5km 이정표가 있습니다.
지친 상태에서 2.5km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왔는지 꽤 오래 왔다는 생각이 들고 앞에는 높은 봉우리가 있는데 직감적으로 저것이
의상봉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하여 올랐습니다.
그러나 있어야 할 마지막 도장 찍는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앞서가는 사람들께 여쭤보니 여기는 용출봉이고 의상봉은 까마득하게 보이는 저 봉우리가
의상봉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허기 집니다.
사기당한 그런 기분입니다.
다시 힘을 내어 보지만 어림없습니다.
그렇게 힘든 길을 쉬지 않고 꾸준히 가다 보니 의상봉에 왔습니다.
마지막 도장을 찍고 하산을 하는데 암릉 경사도가 장난 아닙니다. 힘이 빠져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 합니다.
동행하던 분이 쉬어서 물이라도 먹고 가자고 해서 작은 돌덩이에 걸터앉아 마지막 남을 물을 비웠습니다.
옆에서 쉬고 계시던 여성등산객 두분이 얼마나 딱해 보였던지 물을 건내서 마시고 있는데
뒤적뒤적 배낭을 뒤지면서 가지 못하게 합니다.
하산길인 모양인데 아직도 엄청 시원한 갠맥주를 한병 건내면서 둘이 마시라고 합니다.
한모금씩 번갈아 가면서 마시는데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그 시원한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선생님 같은데 동료 선생님이 5산 종주를 하시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맥주도 주시고 하산길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당부까지 하십니다.
출발선에서 아득하게 느껴졌던 5산 종주가 은근과 끈기로 꾸준히 가다 보니 마지막 결승점에
도착하게 되고, 하고 보면 별 것 아닌데 출발선에서는 늘 흥분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극한 한계 상황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슴을 벅차게 하고 우리가 도전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42.8km / 10시간 46분 37초
![](https://t1.daumcdn.net/cfile/cafe/205EAF1B4A3F4D839A)
![](https://t1.daumcdn.net/cfile/cafe/135EAF1B4A3F4D859B)
![](https://t1.daumcdn.net/cfile/cafe/175EAF1B4A3F4D889C)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EAF1B4A3F4D8B9D)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EAF1B4A3F4D8D9E)
![](https://t1.daumcdn.net/cfile/cafe/125EAF1B4A3F4D8D9F)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EAF1B4A3F4D8DA0)
![](https://t1.daumcdn.net/cfile/cafe/201A85204A4C45C150)
![](https://t1.daumcdn.net/cfile/cafe/111A85204A4C45C151)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A85204A4C45C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