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랄 수도 없고, 가을이랄 수도 없고
그래도 가을국화인 구절초가 지리산에 산객을 맞이하고 있는걸 보면
가을 맞지요?
구절초 화인을 가슴에 꾸욱 찍어왔더니
마음에 국화향이 가을 서정으로 물들게 하는군요.
지리산!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산
노고단,반야봉,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100리길
등산코스만도 자그만치 20개나 된다고하니
한 코스정도는 그래도 가봐야 산에 다닌다는 명함을 내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에서 최고봉인 천왕봉을 최단코스로 갈수있는 코스가
중산리-법계사- 천왕봉-장터목대피소-중산리, 바로 우리가 갈 코스입니다.
쉬엄 쉬엄해서 9시간 걸린다고 하니 생각이 접어졌다 펴졌다
변덕을 부립니다.
도보 1시간 거리를 버스로 15분만에 갈수있는 정보를 입수하여
단축시킨 거리인데도 말이죠.
천왕봉 허리춤에 위치한 중산리에 도착, 버스에 내려 하늘을 본 순간
모두가 탄성을 지릅니다.
새벽 하늘가득 메운 별무리들이 우리들을 응원하려는듯
반짝 반짝 빛을 발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귀한 장면입니다. 그 아름다움으로
굳어진 생각이 말랑 말랑해집니다.
각자 아침밥을 배당받아 배낭에 꾸리고 준비 체조로 몸도 풀고
사방이 어두워 랜턴으로 길을 밝혀야 했습니다.
회장님이 전철에서 사셨다는 꼬마랜턴을 아줌씨들에게만
무작위로 나눠주셨는데 고작 열개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못 받은 아줌씨 심사 꼬이면 어찌 감당하실까 걱정했는데
아마 물량이 그것밖에 없었나보다 짐작들 하신건지 다들 점잖들 하시네요.
당차게 길을 밝혀주는 꼬마랜턴이 별빛보다 위풍당당해 보입니다.
초입부터 돌길이라 조심하느라 긴장되어 힘든줄도 모릅니다.
칼바위도 있다던데 혹 베일까 더욱 조심스러워 집니다.
근데 어둑해서 칼바위 본 기억은 없는데
칼바위는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지리산에
은거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장수를 보내어 그 자를 찾아 칼로
내리쳤더니 칼날이 부러지면서 칼바위가 되었다고합니다.
서서히 나뭇잎 사이로 서서히 동이 트기시작합니다.
이쯤이 아마 망바위 위치인것 같습니다.
지리산에는 망바위가 세 군데나 있다고 합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 오름길의 망바위. 칠선계곡의 추성망바위
그리고 이 곳의 망바위.
점차 밝아지면서
주변 사물들이 확연히 보이니 살것 같습니다.
상쾌하고 맑은 공기 날씨는 나무랄데가 없이 좋습니다.
3시간 남짓 올라 법계사에 도착 그 아래 로터리 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물병에 식수를 채우고
남은 등정길 채비를 하고 출발합니다.
로터리대피소는 경남로터리클럽이 세운 대피소로 이 후에
환경부에 기부채납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26평에 수용인원 35명이라합니다.
법계사는 시간이 허락되질 않아 경내에는 들르지 않았는데
김낙중 회원님은 108배를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요런 자세가 나왔답니다.ㅎㅎ
![](https://t1.daumcdn.net/cfile/cafe/207285404E75865423)
법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념사진 찰칵!
원래 법계사에는 일주문이 없었는데 일부 등산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어와 고성방가를 일삼아
부득불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제 부터가 올라온길 보다 더 난 코스라고합니다.
너덜 돌길에 가파른 경사길, 돌계단, 철계단
끝이 보이지 않을 지리산 정말 지리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돌이 많은 이유는
천왕봉 남서쪽 사면의 암석들이 떨어져 나와 급류에
떠밀려 쌓인 것이라고합니다.
힘든 계단 투정 부리는 우리들 앞에서
난 계단이 제일 좋다시는 회장님!
참 얄밉습니다.
앞뒤로 불룩이 배낭을 두개 메신 회장님이 참 대단해 보이십니다.
쌔근 쌔근 가쁜 숨소리를 몰아 쉬면서
휴식을 취한지도 금방이었는데도
가쁜 숨소리를 몰아쉬는 표정들과 후미와의 간격을 살피시곤
회장님께서 휴식을 외치십니다.
정상이 곧 멀지 않은 곳에 천왕봉 관문인 개선문이
떡 버티고 있었습니다.
개선문 앞에서의 포즈는 그야말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
마지막 깔딱고개에선 주저 앉고 싶었지만 정상고지가
바로 눈앞이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후미에 쳐지면 쫓아가기 바쁘고 뒤쳐질세라 무조건 선두로
따라붙어 왔더니
그런 저를 보고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가보다고
산을 잘탄다고 조자문님께서 한 마디 해 주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조자문님께서도 산을 너무 잘타시는군요.
번개 산행 오시라 문자 드리면
"호흡 가빠지지 않으면 갈게"라고 하셨는데
고난한길임에도 가쁜호흡 몰아쉬는 모습도 없으시네요.
2진 11명이 코스를 달리하고
27명으로 구성된 1진을 끝까지 낙오없이 인솔 하신 회장님 감사!
정상에 모두 함께하니 무조건 고마운 마음이...
천왕봉 정상에 오르자 주위 조망 살필 겨를도 없이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 찍기가 바쁩니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 줄서서 찍어야 한다는데
일찍 오른관계로 그 많은 인원이 차례로 독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천왕봉 표지석 앞쪽에 폭이 좁아 까딱하다가는 뒤로 떨어질듯
위험 해 보입니다.
부산에서 오신 정승윤님께서 한 컷 한 컷 포즈를 담아주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지십니다.
금정산에서 가이드를 해 주시면서 지금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시는 분입니다.
함께 하신 일행분들 존함은 잘모르지만 구수한 부산 사투리에
어찌 그리 미남들이신지 네 분 기회 되시는대로
백두에서 자주 뵙고 싶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3464E4E74A9AB0E)
천왕봉 표지석은 1982년 당시 경남 국회의원 권익현이 주축이
되어 세웠으며, 뒷부분에 '경남인의 기상...'이라고 음각하였는데
전라도 등산객들이 야음을 틈타 망치로 쪼아버렸다고
지금 한국인 부분을 자세히 보면 정으로 쪼아내고 다시 새긴
흔적이 역역히 보인다고 하는데 들여다볼 틈도 없이
밀려나야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이니 한국인의 기상이 더 맞지요.
표지석 아랫쪽 터를 잡고 가져온 간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과일 한 조각 베어물고 주변 경관을 살펴보니
운무에 휘감긴 산자락들이 하얀바다를 이룹니다.
이 맛에 정상을 오르는구나 힘들면서도...
지리산 으뜸봉인 천왕봉이 모든 산을
쥐락 펴락할 만큼 교만한 자태일 줄 알았는데
넘 겸손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어머니의 품안같다는 지리산의 포근함이
천왕봉 정상에서도 느껴집니다.
선모초란 별칭을 지닌 구절초...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품은 꽃
구절초도 뭔가를 알고 이 곳에 피었구나
이 가을 구절초 한 다발 선물하고픈데
꽃집엔 없겠지요?
하산길은 그나마 올라온 길 보다 편한코스에
절에서 운영되는 버스를 이용하여 3시간 걸어야할 길을
2시간만 걸었습니다.
지리산 다음엔 종주 한 번 시도 해 볼까요?
이번은 예행연습^^
이 자신만만함은 한국인의 기상 발원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는거랍니다.
꽃들이 꽃잎을 떨궈내고 그 자리에 씨가 영글즈음이면
10월 점봉산에 우린 또 가있겠지요.
10월8일 달력에 똥그라미 빨갛게 그리세요.
아! 글구
칠만하고 깜빡 하지 마시고 공지방에 어여 신청하시옵소서!
첫댓글 그때 그자리에 다시 온듯한 착각을 불러오는 훌륭한 산행기 즐감하고 가우~~
사진 그리고 글
감사혀요~~~
총무님! 한 글 하시네요..내용이 물 흐르듯 아주 유연합니다...
산행 그림이 또렷하게 나타나네요..
수고 하셨으며, 잘 읽었습니다..
지리산... ..웬만해선 오르기힘들거란 막막한 생각만을.한.
섬새하고 뜻이담긴 사연또한 잘읽고 생각으로 잘담았습니다..
어쩜! 풍부한 감수성에 상식또한 풍부한지..^^
머리에 흠벅 적시어진 땀속에 관찰력까지 .. .감동 ........*^^*
우리 2진도 너무 재미있었답니다.
초가을 마음으로 느껴오는 지리산의 정기를 가슴에 담뿍담고
지친발을 계곡에 담그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었지요.ㅎ
멋진 추억! 마음에 한페이지로 남겨놓겠습니다.^^*
지리산이 생각 날 때마다 이 후기를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무님 후기가 지리산 산행 힘들고
즐거운 일들이 생각나게 하네요.
총무님 너무 좋은글과 후의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당^&^
냇물 흐르듯이 생생함이 더하네요..천왕봉을 다녀온듯한 느낌의 글을 읽어보심에 나또한 그곳에 서있는 흔들림을 맛보았습니다.
글 잘 읽어습니다
많이 생각나는 지리산이 될것이고 나 자신 대견함에 흐뭇합니다
나자신 의지하는 나쁜습관 빨랑 버려야 하는데 (회장님 죄송 합니다 베낭떔에 더욱더 힘들셨쬬?) 총무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