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제13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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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목) '양자기술과 미래 생활 변화'를 주제로 토크라운지가 진행되었다. |
현대 과학기술의 한 축으로, 양자기술이 우리의 미래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8월 31일 ‘양자기술과 미래 생활 변화’를 주제로 제13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열고, 양자기술의 발전양상과 미래 가능성, 그리고 우리 생활에 미치게 될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양자컴퓨터로 보는 미래 양자역학의 활용 방안
먼저 정연욱 성균관대학교 나노공학과 교수가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굉장히 작은 에너지 단위를 다루는 학문적 분야의 방법론이 양자역학”이라며 양자역학의 개념을 얘기할 때 널리 알려진 실험 중 하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설명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보이기 위해 고안한 사고실험이다.
정 교수는 “밀폐된 상자 속에 독약과 함께 고양이를 넣은 후, 열어봤을 때 죽어있다면 그 고양이가 이미 죽어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순간에 죽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니면 살아있던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가 중첩되어 있다가 우리가 상자를 열어서 들여다보면 확률적으로 살든지 죽는지가 결정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상자를 열었을 때 삶과 죽음이 결정된 것인지, 처음부터 삶과 죽음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인지 또한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 중 중첩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이런 신비한 일들을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제2의 양자 혁명이라 부르는 학문으로 ‘양자역학’이라고 설명했다.
중첩과 함께 양자역학의 기본적인 개념이자 원리가 바로 얽힘이다. 이에 대해서 정 교수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즉 지구의 내가 배가 고프면 안드로메다의 친구도 배가 고프고, 지구의 내가 졸리면 안드로메다의 친구도 졸리게 되는데 이렇게 연결된 것이 바로 얽힘이란 얘기다. 이것을 큐비트의 정보로 설명하면 지구에 있는 내가 0이면 안드로메다에 있는 친구도 0이고, 지구의 내가 1이면 안드로메다의 친구도 1이 되는데 이런 연결성이 생기는 것이 바로 얽힘이다.
정 교수는 양자역학적 원리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에 관해서도 설명하면서,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의 비트라는 디지털 신호로 정보를 저장하고 쓰기와 읽기, 계산한다. 그래서 실수로 0.8을 쓴다면 그건 그냥 1이 된다. 0.1은 0이 된다. 그에 반해 양자컴퓨터는 0과 1, 0과 1의 중첩을 모두 쓰기 때문에 0.8이라고 쓰면 그것은 1과 다른 게 된다. 0.999 역시 1과 다르므로 오류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오류를 어떻게 잘 처리하는지가 양자컴퓨터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통 디지털 비트가 2개 있으면 두 개 밖에 정보를 못 쓰는데, 큐비트는 00, 01, 10, 11 이렇게 4가지 조합의 정보를 쓸 수 있으니까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계산할 수 있다. 그만큼 빨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양자컴퓨터가 강력한 이유가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활용 분야에 대해서 정 교수는 “강력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좀 더 좋은 형태로 만드는데 양자컴퓨터 계산이 도움이 될 것이고, 굉장히 많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도 양자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자동차 경로와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는데도 양자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많은 활용도가 기대되기 때문에 현재 양자컴퓨터 관련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자동차, 금융 등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응용회사들이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IBM과 구글 등에서 만든 약 100개 큐비트 정도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9년 구글이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 53개를 실현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당시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수학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3분 20초 만에 푸는 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이것은 어떤 수학에 대해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굉장히 기념비적인 결과”라며 “이것을 ‘양자 우월성’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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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욱 성균관대학교 나노공학과 교수가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미래 정보통신 분야의 양자 활용 방안은?
다음으로 허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양자통신과 양자센서 원리 및 개요’를 주제로 강연했다. 허 교수는 “아인슈타인이나 하이젠베르크와 같은 과학자들이 190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폭발적으로 양자과학을 발전시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양자과학의 실용적인 적용이 시도됐고, 드디어 구글과 IBM 등에서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냈다”며 “또 다른 영역으로 양자통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통신과 컴퓨터가 결합된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양자통신과 컴퓨터 기술이 접목된 양자 인터넷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만의 고유한 특성은 중첩성과 불확정성, 비가역성, 얽힘 등이다. 이런 특성들을 기존의 통신과 센서, 컴퓨터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양자정보통신 분야의 활용이다. 허 교수는 “양자통신의 주요 활용 목적은 정보의 보호다. 즉 정보 전송을 빨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보내는 데 있다”며 “양자통신 시스템은 암호키를 이용하여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암호화하여 주고받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양자통신에 의한 생활의 변화는 안전한 온라인 주식 거래와 안전한 인터넷뱅킹, 원격 진료 시 개인 정보 보호, 미래 운송과 원격 차량 운행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인데, 누군가 해킹을 해서 자동차 진행 방향을 멋대로 틀어버린다면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 정보 전송에 양자통신 활용이 필요하다.
허 교수는 다음으로 양자센서를 설명했다. 인체의 눈과 귀, 코도 센서의 한 종류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광(빛)센서의 발전에 의한 것이다. 진동센서를 건물이나 다리 등에 부착하면 건축물의 결함을 진단할 수 있다. 코로나 균을 검출하는 것도 바이오 센서다. 센서는 외부 자극에 민감할수록 정밀한 감지가 가능하다. 허 교수는 “양자센서는 기존의 여러 센서보다도 더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며 “양자는 매우 작은 에너지의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의 아주 작은 변화에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또 “양자센서를 CCTV 등에 적용해서 안전한 국방과 치안에 활용할 수 있다. 택배, 유통, 물류 분야에서 활용하게 되면 더욱 정밀한 위치 추적으로 보다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게 되고, 드론이나 항공택시에서는 사물과 기후 인식에 양자센서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며 “양자센서 분야가 발전하게 되면 정밀하고 안전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발달한다고 해서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통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처럼 통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그 이유에 대해 “양자에는 디지털이 갖지 못하는 여러 가지 고유한 속성을 장점으로 갖고 있다. 반대로 디지털도 양자가 갖지 못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양자는 쉽게 복사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에서는 사진이나 파일을 쉽게 복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여러 정보를 쉽게 확산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그러나 정보보호나 보안 측면에서는 단점이다. 너무 쉽게 복사되니까 그 정보가 원래 어디서부터 왔는지 또는 누군가 중간에서 변질시켰는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허 교수는 두 가지 모두 상용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과 양자는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앞으로 이 두 개의 장점을 잘 살리는 하이브리드 개념이 미래엔 활용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통신도 양자통신과 디지털통신이 서로 잘 접목해서 디지털 채널과 양자 채널이 병존하게 될 것이다. 즉 위성도 활용하고 얽힘도 활용해서 양자적인 속성의 장점과 디지털의 장점을 모두 잘 활용하는 양자인터넷, 하이브리드 양자네트워크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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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대한민국 양자기술의 현주소는?
강연 후에는 손미현 서울 무학중학교 교사의 진행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갔다. 손 교사는 “양자가 보안에 있어서 장점인 이유가 동시에 변하게 되는 얽힘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현재 양자통신은 얽힘을 활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얽힘이 양자의 굉장히 중요한 속성이긴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그것을 조정하고 생성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얽힘을 사용하지 않고, 양자의 다른 속성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측정하기 전에는 중첩되어 있다가 측정하는 순간에 중첩이 깨지는 속성을 이용해서 누군가가 도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1단계 양자통신”이라며 “나중에 기술이 더 발전해서 얽힘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고 조정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얽힘의 속성을 활용한 양자통신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자통신이 초전도체처럼 저온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대부분의 양자적인 속성은 온도가 낮아야 한다. 온도가 높다는 건 극히 작은 에너지인 양자 입장에서는 태풍이 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양자통신의 경우는 초전도체처럼 에너지가 낮아야 한다. 그러나 통신 정보를 냉장고에 담아서 전달할 수 없으므로 통신에서는 양자적인 속성이 상온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물질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빛은 실제로 저온이 아니더라도 양자적인 속성을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사용되고 있다”며 “양자통신에서는 정보를 전송할 때 양자적인 속성이 상온에서 전달되도록 쓴다. 나중에는 정보가 어딘가 도착해서 어떤 가공이 될 때는 양자컴퓨터처럼 극저온의 상태에서 양자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로 발전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미현 교사가 “우리나라 양자컴퓨터 수준과 앞으로 발전을 위해 어떤 문제점을 풀어가야 할 것인가”라고 묻자 정 교수는 “우리나라 기술의 역사가 서구에 비해 짧기 때문이다. 몇몇 기술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분야도 있지만, 다양한 기술 분야로 봤을 때는 미비한 분야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후발주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직은 양자컴퓨터 기술이 초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약간 뒤처져 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가 광범위하게 양자컴퓨터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몇몇 분야에서 소수지만 굉장히 수준 높은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허 교수도 “양자통신은 난이도 측면에서 양자컴퓨터보다 구현이 쉬운 편이다. 국내에서 많은 전문가와 기업들이 일찍 뛰어든 측면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양자통신에서는 뒤처지지 않았다. 세계 2~3위 정도”라며 “전 세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현재의 양자통신 기기가 매우 고가의 장비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만약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매달 내는 휴대 전화 요금이 높아지게 된다. 아무리 내 정보가 잘 보호된다고 해도 비싼 요금을 내는 것을 환영할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양자통신 장비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양자센싱은 양자컴퓨터처럼 아직 초기 단계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국내 연구자들이 활발히 참여한다면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