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3. 26. 화요일.
오전 11시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놀이마당 근처에서 대전 C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나서 석촌호수 두 바퀴를 천천히 돈 뒤에 남쪽 방향 길 건너편에 있는 석촌역 근처 식당에서 점심밥을 먹고, 커피 숍에 들러서 커피를 마신 뒤 헤어졌다.
집으로 귀가한 뒤 오늘 일기를 <한국 국보문학카페>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렸다.
내가 지금껏 가입한 카페는 199개.
40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목록이 뜨지 않고 159개 목록만 뜬다.
내 글이 남아 있을 성싶은 카페 목록을 후루룩 확인하다가 <에세이 아카데미카페>에 들어갔더니만 내 글이 아직껏 남아 있다.
다행이다. 고마워한다.
2013. 9. 26. 쓴 일기이다.
이를 복사한 뒤 <국보문학카페>에 올려서 글 다듬기를 한다.
고추장만 있으면
최윤환
어제의 일이다.
서울 강남 수서역, 대모산 입구의 '수목원'이라는 간이음식점에서 대전 C고등학교(남녀) 동창 회식이 있었다.
옆 자리에 있던 강경숙 여동문이 내게 말했다. '너, 말랐지만 건강해 보인다.'
사실일 수도 있겠다. 봄내 여름내 밭일 했으며, 끼니마다 내가 가꾼 푸성귀로 배를 채워야 했으니까.
밭일은 운동이 되었고, 푸성귀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작용했을 터.
나를 위로하려고 슬쩍 해 본 소리를 귀 어두운 내가 어리석게도 곧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에도 예년처럼 고추,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의 모종을 조금만 사다가 심었다.
나 혼자 먹을 만큼만 재배했다. 그래도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대로 매번 따서 반찬 대용으로 먹어댔다.
'고추장만 있으면 밥 먹는다'는 내 신조처럼 푸성귀를 즐겨 먹었다. 푸성귀만 먹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늦가을철에 김장해 둔 묵은 김치, 돼지감자 발효시킨 건더기, 장조림 한 풋고추 등을 올여름까지도 먹었다. 기름기 없는 풀만 먹으니 자연스럽게도 살은 조금 내렸을 게다. 조금은 건강해 보일 수도 있겠다.
푸성귀, 풋열매를 먹으려면 고추장이 제법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충남 보령시 웅천읍 농협마트에서 고추장을 사서 먹는다. 그러나 대전에서 사는 누나는 고향집에 방문하고는 나한테 '고추장을 많이 먹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방부제를 넣었기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형 식품공장에서 제조판매하는 고추장은 전래전통의 민속식품이 아니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공장에서 속성으로 숙성 발효시켜서 제조한 식상품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고추장을 직접 담가먹은 게 아닌, 시장에서 사다 먹는 아내는 서울에서만 살기에 시골에서 사는 내가 먹을 고추장을 별도로 장만해 줄 리는 없다. 나는 별 수 없이 고추장을 사다가 먹을 수밖에.
고추장을 덜 먹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고추장에다가 매실주 등 자가제조한 발효액을 가미하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매운 고추맛을 대신하기도 한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고추장은 식품 제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추를 생산하는 농민도 농약을 과다 사용하는 예가 너무 많다. 친환경농법이니 유기농사인 양 하고는 실제로는 저독성이 아닌 맹독성 농약도 치고도 은근슬쩍 안 친 체하는 교활한 고추 생산자도 많은 게 현실이다.
하나의 예다.
여름 장마철에는 노지의 고추는 탄저병에 많이 걸린다. 탄저병은 고추가 붉게 익어 갈 무렵에 고온다습하면 으레껏 발병해서 풋고추의 중간 부위가 썩어서 문들어진다. 끝내에는 내다 버리게 한다. 이런 치명적인 탄저병을 잡는 유효한 농약이 제법 있는데도 가장 확실한 방법도 쓴다고 했다. 벼 소독하는 농약을 사용하면 탄저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벼의 껍질에 묻은 병균을 잡는 데에 쓰는 독성농약을 고추에 직접 뿌린다? 남의 건강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간특한 농사를 짓기도 한단다. 가족이 먹을 고추에는 맹독성 농약은 치지 않고, 남한테 파는 고추에는 친다면? 경악할 따름이다.
이런 고추를 사다가 제아무리 친환경적, 위생적으로 고추장을 만든다고 해도 이미 불량식품에 불과하다.
제조업자는 극도로 양심적이어야 하지만 생산자도 그에 못지않게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바란다.
콩, 메주, 메주 발효제, 소금 등이 모두 자연농법으로 재배하고, 제조하고, 방부제를 덜 넣었으면 싶다. 대량생산해서 장거리로 운송하고, 다년간 보관하려면 방부제를 넣을 수밖에 없는 고충을 어느 정도껏은 이해하나 지나치게 이익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싶다. 제조업자, 장사꾼 모두가 조금은 양심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직한 뒤 시골로 내려간 나로서는 홀로서기 연습을 지금도 하고 있다.
반찬까지 조리하는 수준은 아니어도 텃밭에서 푸성귀를 재배하면서 뜯어다가 고추장 찍으면 한 끼니의 밥공기를 비우기는 여반장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어느새 고추장 애호가가 되었다.
홀아비 아닌 홀아비로 살아야 하는 나.
고추장을 직접 담가서 먹다가 남으면 조금은 나한테 나눔 해 줄 이쁜 동문은 없냐?
서울 올라오면 할 일이 없지요.
농사짓던 촌부가 심심작파하려고 PC 하고 놉니다.
고교 여자동문의 카페에 올렸던 잡글을 이 문학카페에도 옮겼습니다.
그냥 읽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
엉터리 잡글도 쓰다 보면 잡문이 되겠고, 조금씩 다듬다 보면 수필의 흉내를 내는 체하는 초보 수준에 이룰 수도 있겠지요.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 텃밭에 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밀식한 무를 솎음해 주어야 하고, 배추 애벌레(풀빛의 애벌레)를 손으로 잡아주어야 하는데, 또 EM발효액을 주전자에 담아서 이들의 작물 이외에도 쪽파, 아욱 등에도 뿌려 주어야 하는데... 등의 잡다한 일거리가 또 밀렸을 터인데.
2013. 9. 25.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