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퀀텀의 길을 묻다, 퀀텀 코리아 2023
노성열 문화일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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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월 27일 오후 퀀텀 코리아 2023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
아이작 뉴턴은 1686년 《프린키피아》라는 기념비적 저서를 출간하며 고전 역학을 집대성했다. 그리스·로마 시대 철학자들로부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데카르트로 이어져 내려오는 우주 운동의 법칙을 깔끔하게 정리해 설명한 것이다.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알면 시간 궤적에 따른 미래의 위치도 예측할 수 있다는 이 결정론적 우주관은 1900년대 빛과 원자를 설명하려던 과학자들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20세기 양자역학의 등장이다.
양자의 시대가 열리다
미시 계(system)에서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물리량의 기본 단위가 양자(量子, quantum)이다. 빛의 입자 하나, 다이아몬드의 원자 하나가 모두 양자이다. 1926년, 1927년에 에르빈 슈레딩거와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양자 수준에서 인과율이 존재하지 않고 확률로만 기술(記述)할 수 있을 뿐이라며 코펜하겐 해석을 내놓았다. 양자론의 물리학적 해석, 즉 양자물리학의 탄생이었다. 인간의 상식이나 직관과 벗어나는 양자물리학은 순수 수학적 체계로 구축된 현대 과학으로 정립됐다. 그리고 더 이상 실험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양자 과학이 산업이나 실용적 목적에 맞추어 기술 단계로 진전돼 온 3대 분야는 양자 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 센서이다. 각각 시장에서 팔리는 상용화 제품들이 나왔고, 현장에 배치돼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장비들도 적지 않다.
특히 양자 컴퓨터는 현대사회의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의 열쇠로 신비화되고 있다. 소인수 분해를 기반으로 한 RSA 암호 체계가 지금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컴퓨터의 슈퍼 계산력으로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 성능의 고전 컴퓨터보다 더 빠른 양자 컴퓨터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과학 선진국들은 양자과학기술이 국가의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잠재적 미래 혁신 분야라고 규정하고 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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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퀀텀 코리아 2023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에 참석해 존 클라우저 박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통령실 |
양자과학기술 축제, 퀀텀 코리아 2023
우리나라도 양자과학에 있어 선두 그룹은 아니지만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전략적인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2관에서 개최한 ‘퀀텀 코리아 2023’ 행사가 바로 이런 의지의 표현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국가 차원의 양자과학기술 양성을 천명한 ‘양자 비전 선포식’을 했고, 존 클라우저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등 석학들의 강연과 양자 국제 학술 컨퍼런스, 그리고 국내외 양자기술 기업들의 국제 연구·산업전시회 및 양자표준화위원회 발대식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됐다.
27일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양자얽힘 실험 공로로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양자 석학 존 클라우저 박사는 이공계 청소년을 격려하고 공모전에 입상한 초등학생 과학 꿈나무에게 상을 직접 수여하는 등 미래 양자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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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코리아 2023 전시부스를 관람하고 있는 참관객들 © 과기정통부 |
양자과학기술 시상식에서는 대한민국 1세대 양자과학기술인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후학 양성에 힘쓴 (故) 김태수 교수에게 과기정통부 장관 공로패가, 국내 양자 생태계 활성화 등에 공적이 있는 7명의 양자과학기술인에게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양자과학기술의 미래 꿈나무를 발굴하는 양자정보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학(원)생 4팀과 영상 콘텐츠 공모전에서 호평을 받은 고등학생 등 4팀에게도 각종 상이 주어졌다. 이번 시상식의 최연소 수상자인 서울 신암초등학교 류도현 학생은 평소 양자과학을 좋아하는 미래 노벨상 꿈나무인데, 이번 공모전 우수상을 존 클라우저 박사로부터 직접 수여받아 과학자의 꿈을 더욱 키워가게 되었다. 이날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통신 인증제도 마련에 이어 국내외 양자 표준 발전을 위해 국가정보원과 공동으로 표준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라며, “이를 시작으로 세계 3번째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상용화 등 성공 경험이 양자 산업 확산과 글로벌 시장 선점의 초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