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향신문 기사인데, 시간이 없어 일단 긁어다 붙여 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을 받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등 몇몇 구단이 공공연히 밝히는 9구단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지연과 10구단 창단 부적절 의견 등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공정위에 접수됐다.
스포츠 관련 소송과 법률상담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이팩스의 장달영 변호사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23일 해당 신고를 공식 접수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KBO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된 결합체로, 공정거래법 제2조 4호에서 규정하는 사업자 단체다.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2호는 사업자단체 장래의 사업자 수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파이’를 나누지 않기 위해 경쟁자의 참여를 금지시키는 것은 일종의 독과점 행위이자 담합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고는 KBO 이사회가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을 지연시키고, 10구단 창단 승인을 유보시키는 행위가 제26조를 위반하기 때문에 이뤄졌다. 장 변호사는 신고서에서 ‘구성사업자인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등 일부 구단들이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을 반대하고 국내 프로야구는 6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는 등의 제10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백하게 함으로써 정당한 이유없이 심의를 지연시키는 행위는 사실상 현재의 사업자 수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롯데 장병수 사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및 10구단 창단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아직 공정위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공정위로부터 연락이 있으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라 위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프로야구에 한 차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장황해 보이는 기사지만 요는 간단하다. 신생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일부 기존 구단의 움직임이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가 kbo이고 각 구단의 입장을 반영해 리그를 운영하는 단체이므로 해당 행위의 위법성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kbo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독점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경쟁자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독점가가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가격의 물건을 파는 단일가격모델일 때는 생산하는 물건의 양을 조절해서 가격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물건을 적게 생산함으로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높인다. 가격이 높을수록 추가적인 수입이 생기고 이것이 독점이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생구단의 창단에 관련된 위와 같은 분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리그 자체의 증가, 즉 MLB를 위협할 복수의 리그가 생기는 것과 관련된 긴 논란이 이어져 왔고 실제로 20세기 몇몇 리그가 MLB의 경쟁자로 등장했다가 사라진 전례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구단의 창단 문제는 어찌보면 그들에게 있어서 세간의 이목을 그리 끌만한 꺼리조차 안되는 작고 경소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인구로 보나 지역적 특성이나 시장의 규모로 보아 리그 자체가 새로 창설되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 입장에선 지금의 8개 구단 구조만 가지고도 이미 시장 포화상태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9번째 구단인 다이노스, 그리고 거론되고 있는 10번째 구단의 리그 참가가 국내 프로야구의 장기적인 안정화를 깨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최근 볼거져 나온 것이고 롯데나 삼성과 같은 구단들이 대표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사업은 독점 사업일까? 경제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주체를 8개로 따로 분리해 놓고 보면 그 말은 맞다. 공정거래법이나 kbo의 자체 방침은 기본적으로 구단의 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리그 가입금을 내고 들어오겠다는 사업자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막을 명분이나 권한은 전혀 없다. 다만 참가하는 단체의 자본력이나 운영의지가 부족할 경우 리그파행 등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검토를 이사회에서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구단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리그 즉, kbo 자체는 시장에서 독점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재계 출신 총재의 막강한 권한을 등에 업고 도저히 경쟁자가 생길 수 없는 좁아터진 시장에서 파이를 늘리기보다 있는 것을 어떻게든 빼앗기지 않으려 하면서 구단들이 어떻게 운영을 하든 어떤 서비스를 얼마에 제공을 하든 리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야구를 보여주든, 자본력 약한 구단의 선수를 현금으로 빼가든, 해당도시와 구단이 장시간의 사업타당성 조사와 여론의 동의를 거쳐 추진중인 창단사업을 인근 연고지 구단이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들어서 반대를 하든.. 그들은 일절 입을 다문다. 돈을 가진 자본집단들이 구단을 운영하고 그들이 뽑은 사장들이 이사회에 참석하며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인맥들이 총재와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100년이 넘는 미국 야구를 보면 메이저리그가 팬들이 원하는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때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로부터 도전을 받아 왔고 그로 인해 MLB는 독점가이면서도 시장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아주 이상적인 리그 운용을 해온 것을 볼 수 있다. 즉, MLB는 독점가이지만 사회에 전혀 해롭지 않다. 오히려 아주 질높은 공공서비스를 매일 저렴하게 온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MLB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그 유명한 메이저리그 독점금지법 면제처분 이후로도 MLB는 이렇다할 재정위기나 팬감소 없이 리그와 팬들이 각각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우호적인 동반자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제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우리나라는 복수의 리그가 생겨날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은가? 과거에 양대 리그제가 실시된 바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경기일정과 순위상의 흥행 내지 흥미 요소를 위해 단일 사업단체 내에 2개의 이름을 갖다 붙여 모양새만 만든 것이지 실제 각각의 운영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살로메 님의 말씀도 있고 하니... 대충 결론만 말하면... kbo는 법률적으로는 시장기능에 의해 움직이는 사업자단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적으로나 공공서비스 공급자의 차원에서 그 어떤 긍정적인 외부 효과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는 명백한 독과점 조직이며 그들에게 있어 프로야구 사업은 어디까지나 넥센 제외한 7구단의 기업 이름을 홍보하고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산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점가는 제품의 공급량을 줄이거나 서비스의 양을 줄임으로서 독점가의 위치를 악용한다. 한국야구가 그렇다고 해서 경기수를 줄이거나 입장료를 폭등시키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신규 창단을 함으로서 그동안 야구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도시의 시민들에게서 프로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새로운 구단들이 운영을 잘 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구단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까지 봉쇄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그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조폭과 하나도 다름이 없음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프로야구 구단수는 시장의 규모와 상관 없이 무조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끝으로 꼭 말해주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02년에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2개 구단을 축소시키는 문제를 커미셔너와 사무국이 고려한 바가 있었다. 우리도 만약 지금의 구단들이 일제히 관중하락과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한다면 구단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럴 때는 당연히 과거 쌍방울이나 현대가 겪었던 절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논리이며 시장의 기능이다. 해당 구단은 다 죽어가고 선수 월급조차 지불 못하는 상황에서 리그를 유지시켜야 다른 구단들이 산다는 이유를 들어 해체를 막는다면 그건 살아 있는 사람을 굶겨 죽이는 것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구단수의 보편적인 증가는 우리 리그가 그것을 원하고 또 충분한 사업적 가치와 이윤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지는 작업이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증가가 리그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는 걱정을 하는 견해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사회적 분위기, 연고도시의 규모나 소득수준, 관중증가추세 등의 동원할 수 있는 그 어떤 자료들을 가지고 검토한다 하더라도 그런 반대의견들은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리그가 불안정하게 운용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구단이 생겼다가 한두해 하다가 없어지고 어떤 구단이 지방에 생겼다가 수도권으로 이전하겠다고 생떼를 쓰고.. 이런 일들이 생길 수는 잇겠지만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분명 관중동원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기존 구단들은 그런 일들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의 이사회 회의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 회의를 거쳐 이미 엔씨다이노스를 리그에 가입시키기로 과반수 동의가 나온 상황에서 또다시 물귀신작전을 펴는 저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졸필이라 죄송합니다. 써놓고도 부끄럽네요 ㅠ
첫댓글 이런 것도 좋지만 야구팬들이 청원글을 올려서 반대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운동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임
눈도 깜짝 안할 것 같긴 해요
그러나 구단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리그 즉, kbo 자체는 시장에서 독점가 역할을 하고 있다.
음...
구단들이 케이비오의 지위에 종속되어 있다는 견해는 오랜 망상이겟죠^^
종속이 아니고 그냥 한 패거리 같은데 -_-;;
뭔가 발전적으로 나아가지를 못할망정 안 뺏기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다가 중재력 잃은 케비오는 스피커 역할밖에 못하는듯
당연한 이야기 이고
긴 글이지만 읽어볼 가치가있네요..
중심을 잡아주고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줘야할KBO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한
미치지못하는 아우성일뿐..
지금은 구단의 이기심을 변호해주는 창구일뿐이라 생각하기에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겠죠..
위원회의 구성인원들이 쇄신되면 희망이생길런지 ㅠ ㅠ
그렇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독과점이라기보다는 불공정 담합(Illeagal Cartel)이라고 해야겠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소인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방향의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신생 구단이나 경쟁리그의 구단에 대한 고소, 리그사무국과의 법정 분쟁이 수없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화로운 리그조직이 정착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독과점이란 표현은 알기 쉽게 용어를 붙인 것일 뿐 위의 사안에서 가장 정교한 단어는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