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고대하던 뮤지컬 공연도 봤겠다, 이제 또 다른 낙을 찾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든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도서입니다.
아, 이제 이거 다 봤으니, 나 또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겠네.
도서명: 달 드링크 서점
저자: 서동원
* 이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통신망 넓은마을 도서관에 데이지 형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책을 다운받은 지는 좀 오래되었다. 작년이었나, 아니면 더 전이었던가.
👩🦯 어쨌든 다운은 받아놓고, 좀 오래 보관만 하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다. 업무에 치여서. 뮤지컬 공연 직관을 위한 사전 공부용 책 읽느라. 교정을 봐야 해서. 집에서 잔업을 좀 하느라고.
회상하고 보니, 대부분이 업무 관련이라 좀 슬프다. 좌우간 이 책을 뒤늦게 들게 된 건, 자극적이지 않고 희망적이고, 무엇보다 비극은 아닌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이라고, 최근에 책으로 읽고, 또 공연으로 본 뮤지컬이 비극이라서.
🔔 말하자면, 귓가에 울리는 뮤지컬의 비극적이고 슬픈 멜로디 ‘불공평한 이 세상’이나 ‘춤 춰요 에스메랄다’의 노래의 여운을 잠재울, 또 책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읽은 각 캐릭터의 비극적인 서사를 떠나보낼 수 있는 내상 치유용 스토리가 절실했던 것이다.
애초에 이 책 《달 드링크 서점》을 다운받은 것도 소개글에 끌린 까닭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묘사의 형식을 빌린 소개글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가게, 바인지 카페인지, 아니면 서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왠지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는 내용이 내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 ☪️ 🍹🧋
오늘에 지친 ‘나’를 위한 판타지 동화 - 《달 드링크 서점》
이 책 《달 드링크 서점》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곳은 대체 뭘까?
서점인 줄 알았는데, 술을 팔고, 술을 마시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역시 이야기인가 싶을 때 술에서 깨어나듯 정신이 들고, 눈앞에 현실이 펼쳐진다. 꿈일까? 술에 취해 잠들어 꿈을 꾼 건가? 🤔
하지만 곧 아무렴 뭐 어때 하는 심정이 되어 버렸다.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들이 들어간 가게가 책방이든 카페든 바든, 술을 마시든 책을 읽든, 꿈이건 뭐건 하등 중요하지 않게 되니까.
그저 이 신기한 가게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신 손님들이 어떻게 될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실수로 어머니와 아버지, 연인까지 잃어버리고, 그 자신은 마약중독에 빠진 음악가, 성공에 눈멀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소중한 사람을 놓친 소설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돈 버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꿈을 잊어버린 직장인, 모종의 실수로 인해 타인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게 된 학생 등.
흔해 빠진 사연이라서 마치 남 이야기 아닌 내 이야기 같고,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직접 ‘달 드링크 서점’의 손님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 🔔🕊️ 📚🧋
우연도 운명이 되는 곳 - 《달 드링크 서점》
“어서 오세요. 우연이 운명이 되는 곳, 달 드링크 서점입니다.”
항상 지나다니던 평범한 골목길, 혹은 집 가는 길에 지나던 공원 근처에, 익숙한 듯 낯선 처음 보는 가게가 하나 보인다. 어제도, 엊그제도 분명 못 보던 곳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새로 생긴 가게일까? 아니면 진즉 들어섰는데, 일에 치이다 보니 미처 보지 못한 걸까?
🌕 가게 이름은 ‘달 드링크 서점’이다. 상호명 옆에 작게 ‘당신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카페일까, 책방일까, 아니면 북카페일까?
어쩐지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감상적인 마음에 이끌려 엉겁결에 문을 열고 발을 들이고야 만다. 가장 먼저 은은한 알코올 특유의 향이 코끝을 스친다. 동시에 드는 생각 하나, 잘못 들어왔다.
평소 알코올은 잘 입에 안 대는 체질이라 도로 나갈까, 역시 좀 민망한데, 이거 어쩌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토끼 귀를 한 종업원이 허둥지둥 자리로 안내한다. 명찰에 ‘달토끼’라고 써 있다. 토끼 귀라니, 순간 좀 이상한 컨셉의 유흥 업소인가 싶지만, 바니걸 차림이 아닌 그냥 토끼 귀일 뿐이다. 별명조차도 달토끼지 않은가. 토끼 귀는 머리띠겠지?
자리에 앉고 보니 진열장이 좀 더 잘 보인다. 안을 가득 채운 술병들도 들어온다. 가게의 정체는 서점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요, 그렇다고 북카페도 아닌, 바(Bar)인 모양이다. 한마디로 술집. 아, 역시 잘못 들어왔다니까. 👩🦯
알바를 갓 시작한 건지, 토끼 귀 종업원이 서툴게 메뉴판을 건네준다. 그런데 메뉴가 꽤나 특이하다. 첫사랑의 키스, 많이 보는 소년, 우주 요정...... 술 이름이 뭐 이렇담? 재료가 뭐가 들어갔나 알 수가 있나.
한창 고민하던 중 눈에 확 띄는 메뉴 하나가 보인다. 그래, 이제 와서 웃으며 잘못 들어왔네요 하고 나가기는 늦었다. 에라 모르겠다 주문하고, 소심하게 지갑 속의 현금을 헤아리고 있는데, 푸른 머리칼을 가진 바텐더가 칵테일 한 잔을 가져다준다. 명찰에는 ‘문’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열고 닫는 문(Door) 일까, 달(Moon)일가. 그나저나, 토끼 귀 종업원도 모자라 바텐더도 염색을! 이 가게 컨셉 참 개성 있네.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귓가로 바텐더의 이상한 말이 들려온다.
“손님, 주문하신 이야기 나왔습니다.”
🌕📚 🍹🧋 📚🌕
《달 드링크 서점》 - 달이 비추는 밤, 후회의 열쇠로 열고 위로와 함께 닫히는 문
소설 《달 드링크 서점》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책의 한 대목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진짜 그 가게의 불빛을 마주한 것 같고, 토끼 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착석해, 푸른 머리칼의 바텐더가 건네는 칵테일 잔을 눈앞에 둔 듯한 착각이 든다. 위에 내가 줄줄이 적은 내 머릿속 상상처럼 말이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건 일단 ‘후회의 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날,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망쳐버리지 않을 텐데, 도전이라도 해볼걸 하며 곱씹던 한때.
‘달 드링크 서점’을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 칵테일 한 잔과 함께 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이어지기도 한다.
👩🦯 ‘후회’라고는 하지만 그 종류는 다르다. 음악가처럼 일생일대 최악의 실수일 수도 있고, 대인공포증을 겪는 학생처럼 소소한 듯 삶에 큰 영향을 준 실수일 수도 있다. 자연스레 인생을 살면서 포기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 또는 어머니의 투병을 뒤늦게 안 딸의 이야기처럼 가슴에 한으로 남은 사연일 수도 있다.
‘달 드링크 서점’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후회를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다.
그렇다. 이 소설은 후회만을 전하지 않는다. ‘위로’도 함께 내어놓는다.
하지만 가만 보면 칵테일은 그저 계기일 뿐이다. 정확하게 말해 그들의 후회를 위로하는 건 우연히 만난 라이벌 친구, 우연히 마주한 연인, 우연한 계기로 운명처럼 깨달은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우연하게 떠올린 연극 배우에 도전할 만큼 추진력 있는 과거 자신의 모습, 어쩌다 보니 우연히 접한 소시지 볶음을 좋아해서 요리사를 꿈꿨던 어린 시절의 긍정적인 마음이었으니까.
🌕🧋📚 🕊️ 📚🍹🌕
《달 드링크 서점》 - 한 잔의 칵테일 같은 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
여러 종류의 양주를 섞고 설탕과 레몬즙 등 향료와 크림이나 주스, 과일 등을 함께 넣은 혼합주를 우리는 ‘칵테일’이라 부른다. 무지개처럼 층층이 쌓인 컬러로 시각을 자극하는 예쁜 칵테일, 분홍빛의 사랑스러운 외견을 자랑하는 칵테일, 도수가 낮은 것부터 겉은 예쁜데 알코올 도수가 상당한 것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지만 그중에는 논알코올도 있다.
🔎 이 술의 유래에는 다양한 ‘썰’이 있지만, 명확하게 이거다 싶은 건 없다. 그중 유명한 건 이 음료를 만들 때 수탉의 꽁지 깃털로 저었다 해서 그 이름이 칵테일(Cocktail)이 되었다는 것.
이 작품 《달 드링크 서점》은 그 술과 매우 닮았다. 내가 여태껏 독서해 온 위로와 후회를 담은 작품들의 요소를 일부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한데 뒤섞이고 쌓여서 이 소설이 된 게 아닐까?
☪️ 우선, 전체적으로 동화 같다. 별을 꾸미는 우주 요정과 별을 수호하는 지킴이 달토끼, 슬픔과 미소를 만드는 눈물 토끼와 보조개 강아지, 보석을 찾으며 살아가는 보석 요정 등 등장하는 존재를 보면 어디 동화 한 편을 똑 떼다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스케일이 어느 숲속 요정이라든가 바다의 인어 왕자처럼 지구적이 아니라, 달이 나오고 행성도 나오는 등 우주적이지만.
각설하고, 특히 마법의 힘, 즉 칵테일의 효력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자연스레 갈등이나 고민이 승화되는 이야기 구성은 그야말로 딱 동화적이었다. 👩🦯
☪️ 다음으로,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와 구상희 작가의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의 향취가 묻어났다. 달을 수호하는 지킴이가 됐지만 별 디자이너를 꿈꾸는 달토끼 ‘보름’과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책들이 보관되는 527번째 하늘 도서관의 사서라기보다 책을 관리하는 관리자 ‘문’이 신기한 바 달 드링크 서점을 운영한다는 대목, 그리고 그 바에서 판매하는 칵테일이 손님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부분이 그 두 개의 소설을 연상시킨 것이다.
차이라면, ‘위저드 베이커리’와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의 경영자와 조수가 마법사와 파랑새, 마녀와 초보 마녀였다면, 《달 드링크 서점》의 사장과 종업원은 힘센 근육을 자랑하는 달토끼와 뭔가 비밀을 간직한 전직 도서관 관리자 문, 즉 외계인은 아니고 우주 종족이라는 것이다.
또 앞서 언급한 두 책에서 신기한 베이커리와 기이한 요리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반면, 《달 드링크 서점》은 칵테일의 위력이 은은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칵테일의 효력이 아주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앞서 읽었던 두 작품과 비교했을 때 덜 드라마틱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 한편, 최지운 작가의 <시간을 마시는 카페>가 떠오르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달을 수호하던 달토끼 보름과 하늘 도서관의 관리자인 문, 둘의 인연과 얽힌 이야기, 어쩌다 ‘달 드링크 서점’을 경영하게 되었는지가 소설 끝머리에 밝혀지는데, 두 존재의 시간이 겹쳐지는 대목이 <시간을 마시는 카페 아스가르드>와 유사했다. 그 소설에서도 타임슬립,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주거나, 현재가 과거로 이어지는 설정이 등장하니까.
어쩐지 문이 보름에게 종종 의미심장하게 굴더라니.
책 《달 드링크 서점》은 후회를 이야기하며 위로를 건네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표방하는 소설이다. 목차마다 다른 이야기라서 옴니버스 형식인 것 같았는데, 끝과 처음이 이어진다.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도 큰 줄기가 든든하게 받쳐줘서 안정감이 있었다.
또 가볍게 읽히면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잔잔하게 따뜻한 힐링 소설이기도 하다. 최근 비극적인 작품에 빠져 있다가 이 책을 보니 숨이 한결 편해지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은 이야기는 ‘소시지 볶음’이다. 꿈이 있었지만 삶에 치이다 보니 어느새 그 꿈을 놓아버리고 사회인이 된 이야기. 👩🦯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 삶은 실패한 게 되는 걸까?
그런 물음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마치 달토끼 보름처럼 말이다.
그러나 책은 푸른 머리칼의 바텐더 문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결말은 네가 꿈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고로 정해지는 게 아니야. 네가 느꼈던 감정과 경험들로 만들어지지.”
꿈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 첫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끝이 아니고, 다른 꿈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사랑이 꼭 한 번만 찾아오지는 않듯이. 🌹
우리의 인생은 책과 다르다. 책은 표지를 덮는 순간, 혹은 마지막 문장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등으로 끝나지만, 우리 삶이란 이야기는 숨이 다할 때까지 이어진다. 요컨대,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게 해피 엔딩이라는 거.
꿈을 놓아서 아쉽지만, 그 끝에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이 소설은 말하는 것 같다.
“삶은 목적지가 있는 길이라기보다 커다란 운동장 트랙 같지 않아요?”
한편으로 《달 드링크 서점》은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품의 거의 끝에서 달토끼 보름은 하늘의 527번째 도서관 관리자에게 위의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끝이 아니라고, 오히려 희비극이 계속 이어지고, 지루한 나날과 소소하거나 결정적인 선택이 계속되는, 돌고 도는 운동장 트랙 달리기와 같다고.
어떤 노랫말이 생각나는 대사였다. 인생은 돌고 도는 회전목마라 했던가.
하늘 도서관 관리자에서 해임된 과거의 문은 퉁명스레 그렇게 반복되는 게 인생이라면 별반 의미가 없지 않느냐 묻는다. 🤔
그에 현재이자 미래의 달토끼 보름은 이렇게 답한다.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나보다 먼저 달린 사람도 있고, 늦게 달린 사람도 있지만 돌다 보면 같은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는 거죠.”
별로 대단한 문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누구나 트랙과 운동장 달리기를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 떠올릴 수도 있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쳤을 때 보면 이 당연한 사실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앞만 보고 살다 보면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할 만큼 시야가 좁아지는 순간이 있으니까.
📑 누구와 함께 달리고 있는지, 내 뒤에는 누가 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달 드링크 서점》은 그런 소설이다.
특별한 위로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를 마주하는, 이야기만으로도 잔잔한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첫댓글 늦은 일요일 저녁 여유로운 시간.
돗수 낮은 알콜이 그리워 진다.
돌고도는 인생의 종점은 과연 어디일까?
나만의 방향으로 나간다면 나름 1등 이라는 꿈을 이룰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아본다. 칵테일, 함께여서 시너지가 배가 될듯합니다.
멋진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