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무주구천동
윤삼현
추켜든 옷자락 새 물빛 번져 흘러들어
깊고 푸른 실핏줄 문득문득 들켜버린
거울 속 저 투명의 힘
깔끔 단아 결연하다
갇혀 엉킨 낡은 일상 툭툭 부서져 나가고
거듭 헹군 울음마다 새 영토 불러내는
추스린 반석 위에서
오자 탈자 바로 잡다
오래도록 부등켜 안은 욕망을 썰어내는
새 기침의 새벽 톱질 귀를 씻는 물소리
어떤가 무게 내려 놓은들
포말로 또 부서진들.
풍란
윤삼현
풍란을 얻어 길렀더니
조마조마해졌다
빛바래 마르지 않을까
행여 목숨 시들지 않을까
세상이
버릇처럼 매번
걱정으로 보였다.
가늘고 하얀 잔뿌리로
허공에 발을 내딛고도
제법 생을 잘 건너왔다
괜한 기우라는 듯이
잎새가
꿈이고 다 우주였다
바람결 푸득 깨어나는.
풍란 2
윤삼현
한번은 피우리라는 믿음이 존재하기에
바위 틈에 무릎 꿇고 고즈녘 뿌리내리다
이슬로 목욕재개하길
거르지 않았다
그것은 견뎌야 할 내 안의 눈물 같은 것
지그시 깨물어야 할 어금니 같은 것
그렇게 나이테를 풀어
또 하루를 씻어내는 것.
풍란을 기르며
윤삼현
퍼뜩 잠이 깨자마자 가는 곳이 정해졌다
어김없이 귀를 쫑긋 발소리를 기다린다
촉촉히
우주인 입을 벌려
꿀꺽꿀꺽 물을 먹인다.
천상의 기운 빨아들일 손이 하나 더 생겼다
가늘고 하얀 손이 공중으로 뻗어나간다
그것은
사실은 구명줄이다
붙들어 꼭 매달려야 하는.
꽃 한 송이가
윤삼현
그대 보내준 꽃 한 송이
거듭 피고 또 피어
기쁨은 적시는 거라고
하나되는 거라고
귓속에
향내의 불 지르며
마냥 일러주더이다.
홀연히 번개가 치고
밀어가 넘쳐흘러
범람하는 마음 안에
길이 문득 보이더이다
지그시
새겨 밟고 건너갈
꼭꼭 눌러쓴 문장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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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현의 시
[시조]9월. 무주구천동/풍란/풍란 2/ 풍란을 기르며/꽃 한 송이가
겨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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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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