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7월 1일, 윔블던 본선이 시작되는 날, 소풍 가기 전날의 어린아이처럼 설렘으로 잠을 설쳤고 이른 아침, 사우스웨스턴 허샴역에서 기차를 탔다. 세 정거장에 15분 정도 지나자 윔블던역에 도착했다. 가까운 거리인데 왕복 표 값이 11파운드, 대략 2만 원이라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윔블던 기차역은 온통 테니스 선수들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개찰구까지도 테니스공을 그려 붙여 세계적인 축제임을 보여 주었다. 밖으로 나오자 많은 인파가 북적대는 곳에서 피켓을 든 도우미들이 안내를 하고 시야에 들어오는 곳곳에 윔블던을 홍보하는 대형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ALWAYS LIKE NEVER BEFORE”
눈길이 가는 곳마다 보이는 올잉글랜드 클럽의 캠페인 문구와 윔블던대회 현장의 사진들이 가슴 부풀게 했다. 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윔블던으로 향하는 2층 버스를 탔는데 미디어 팀은 프리, 일반인들은 왕복 6파운드의 차비를 냈다. 버스 안를 둘러보니 모두 파티에 가듯 성장을 한 분들이 많았고 옆에 앉은 80대 제인 할머니는 테니스를 하지 않지만 매년 윔블던 경기를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화려한 메니큐어에 풀메이컵까지 한 제인은 품격있는 행사에 딱, 맞는 초청 인사 같았다.
미디어 아이디 카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줄을 서지 않아도 어디나 프리패스였다. 서던 빌리지쪽으로 들어오자마자 상상도 하지 못한 세상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꽃들이 가장 먼저 반기고 영혼까지 자유로워 보이는 신사 숙녀들이 나름 개성 있게 꾸미고 경기관람 이외에도 각자 관심 있는 곳에서 즐기고 있었다. 야외코트에서 흰 옷을 입고 1회전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초록의 잔디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군데군데 열렬히 박수로 갈채를 보내는 군중들의 응원하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미디어 센터에 도착해서 센터코트 입장을 위한 별도의 손목 밴드를 받아 인터네셔널 프래스 센터 3층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14번 코트가 정면으로 보이는 그 자리에 서니 앞에서 위에서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사람들과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에 전력투구하며 뛰고 있는 선수들, 보라와 초록의 하모니를 이룬 꽃들까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보여 그대로 그 순간 돌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은 곳도 많은데 일단은 아무나 갈 수 없는 센터코트로 들어가 보았다. 그렇게 열심히 웜업 센터에서 근력을 다지고 스트래칭을 하던 알카라즈가 첫 경기를 하고 있었다. 디펜딩 참피언인 알카라즈가 너무나 확실한 승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지 관중들은 상대 선수 마크 라쟐이 좋은 샷을 구사하면 엄청난 갈채를 보냈다.
로얄박스에는 누가 왔을까 아무리 확대를 해 보아도 반대편 미디어석에 앉은 기자의 카메라로는 알 수 없었지만 매우 비중 있는 분들이 품위 있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분위기에 흡수되고 있는 모습까지는 얼핏 알 수 있었다.
남녀노소.인종과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온 센터코트의 관전자들은 같은 상황에 기립 박수를 치고 같이 아쉬워하는 숨을 내쉬면서 하나로 동화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즐겁지만 그곳에 온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더욱더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경기 저 경기 방황하듯 구경하며 내일 권순우 경기가 16번 코트, 두 번째 경기로 펼쳐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심박수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한민국 유일하게 윔블던 본선 경기를 뛰는 권순우 선수가 정말 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내일 권순우 경기는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전할 계획이다. 글.사진.런던에서 송선순
미디어실.
미디어실 창가에서 본 윔블던 상징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