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5,심장병 사망 70~80%가 부정맥 원인
심장은 하루에 10만번이나 뛰면서 10만㎞의 코고 작은 혈관을 통해 전신에 혈액을 공급한다.
그래서 심장 박동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만한데,
어떤 이유로 인해 심장이 적절하게 박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부정맥(不整脈)이다.
혈액은 심장의 우심방→우심실→폐동맥을 거쳐 폐로 가서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산소를 담아 좌심방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혈액은 좌심실로 옮겨진 후 좌심실의 강력한 펌프 작용에 의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공급되며 순환을 반복한다.
‘쿵쿵’ 맥박 소리는 심방과 심실, 심실과 폐·대동맥 사이에 존재하는 판막이 열렸다가 닫힐 때 발생한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너무 느리거나(서맥·徐脈), 너무 빠르거나(빈맥·頻脈), 부르르 떨리는(세동·細動) 상태다.
심장은 전기의 힘에 의해 박동한다.
먼저 우심방 위에 위치한 동방결절(洞房結節)에서 세포들의 작용에 의해 전기가 생성된다.
생성된 전기는 우심방 내의 방실결절(房室結節)과 히스 다발을 지나
좌·우심실 근육에 깔린 푸르킨예 섬유를 자극해 심실을 수축시켜 혈액을 내보낸다.
철도에 비유하면 동방결절은 시발점인 서울역이고,
방실결절은 중간역인 대전역이며,
히스 다발은 영·호남선이 갈라지기 전에 한동안 같이 가는 철로이며,
푸르킨예 섬유는 영·호남선과 지선(支線)들이다.
그런데 전기가 동방결절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만들어지거나
전기 자극의 리듬이 일정치 않거나 엉뚱한 경로로 전기가 전달될 때 부정맥이 발생한다.
여기에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관여하기도 한다.
연간 44만명이나 발생하는 부정맥은 심장마비와 심부전,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국내 부정맥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의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국내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 시술의 개척자인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고려대의료원장·아태부정맥학회 회장)에게 석·박사 학위를 지도받았고 현재 같은 병원 부정맥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한 최 교수는 디지털 기술과 유전자에 기반을 둔 부정맥 치료와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부정맥은 심장이 분당 60회 미만으로 뛰는 서맥,
100회를 초과하는 빈맥, 그리고 심장이 부르르 떨리는 심방·심실세동으로 나뉜다.
- 부정맥 환자수가 2017년 35만명에서 2021년에는 44만명으로 증가한 것은
실제 환자가 증가해서인가 검사수가 많아져서인가.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른 부정맥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일반 건강검진이나
스마트워치(손목시계형 심전도 진단기기)를 통해서 부정맥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 부정맥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나.
“급성기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심부전이나 뇌경색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부정맥이 직접 원인으로 작용하는 심장마비는 심장마비 전체의 50% 미만이지만
심장병의 80~90%는 결국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 등 부정맥으로 인해 사망한다.”
-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부정맥이 따로 있나.
“심실성 부정맥이라고 하여 심실빈맥, 심실세동이 특히 위험하다.
심방은 박동이 다소 불규칙하더라도 심실이 규칙적으로 뛰면 갑자기 심장마비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심실이 엄청나게 빨리 뛰는 심실빈맥은 사실상 심장마비다.
심실이 빨리 떨어서 효과적인 수축을 일으키지 못하는 심실세동은
피를 전신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혈압 저하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 덜 위험한 부정맥도 있나.
“심실 조기수축과 심방 조기박동으로 심장이 정상 리듬을 보이다가
한 번씩 빨리 뛰어 두근거리거나 맥이 빠지는 느낌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환자도 많다.
이런 부정맥은 심정지나 심부전 등의 위험성은 낮다.
다만 심실 조기수축이 자주 발생하거나 심기능 저하가 동반될 경우 약물 치료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심실 위쪽에서 발생하는 심방세동, 심방조동,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등도 심정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심방세동은 심장 내 혈전을 떨어뜨려 뇌경색 위험을 3~5배 높인다.”
- 서맥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나.
“맥박수가 분당 60회 미만이라고 모두 병적인 것은 아니다.
서맥으로 인해 혈압 저하 등 혈류 순환 감소의 징후가 있거나
맥박수가 분당 40~45회 이하인 경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부정맥 치료는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으로 나뉜다.
최 교수는
“서맥은 일시적일 경우에 사용하는 약물은 있지만 심장 구조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
치료 약물은 아직 없다”며
“실신 환자에게는 심장박동기를 삽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빈맥은 심근세포에 있는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이온 채널의 출입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심장 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변경시키는 항부정맥제나 교감신경을 억제하는 베타차단제를 쓴다.
심방세동은 항부정맥제를 사용해 심박수를 조절하고 뇌경색 예방을 위해 경구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부정맥 치료에는 시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시술이 도자절제술이다.
도자절제술은 심장 박동을 일으키는 엉뚱한 곳을 전극이나 레이저, 냉각으로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특히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엑스레이로 입체 지도화해서 실시간으로 보면서 시술하는
삼차원 매핑 시스템을 활용한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은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
- 새로운 제세동기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는데.
“제세동기는 심실세동과 심실빈맥 발생 시 전기 충격을 통해 빈맥을 제거하는 기기로 발전 속도가 빠르다.
현재는 배터리 크기가 손바닥의 3분의1 정도로 작아졌고
심박동 기능, 심실 동기화 기능이 추가된 제세동기도 있다.
특히 피하삽입형 제세동기는 심장혈관이 아니라 심장 바깥쪽 피부로 전선을 넣기 때문에
혈관 염증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
현재는 일반 제세동기와 달리 심장 박동 기능이 없지만 조만간 추가될 것 같다.”
- 심장박동기는 어떤가.
“서맥 환자에게 사용하는 심장박동기도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선이 없는 무선 심장박동기가 나와 있다.
크기 또한 아주 작고 가벼워졌다.”
부정맥 또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30초 이상의 연속적인 두근거림이 있거나
△어지럼증 또는 실신 등 의식변화가 나타나거나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동반되거나
△마비 등 신경학적 이상 징후가 동반되는 경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가족력 있거나 심근경색 또는 심근병증 등 기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맥 위험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부정맥은 건강검진에서 심전도 검사로 많이 찾아내지만
최근에는 휴대용 진단기기의 보급 확대로 자가진단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최 교수는
“특히 손목시계형 심전도 진단기기의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상당히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의 자가진단 결과를 치료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정맥 환자들 상당수가 시계형 진단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 실제 휴대용 진단기의 도움을 받기도 하나.
“많은 환자가 휴대용 진단기를 사용한다.
23세인 한 남성 환자의 경우,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과 실신으로
대형병원 여러 곳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마침 규제샌드박스(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 실증연구를 할 때 우리 병원에 와서 시계형 기기를 착용하고
이틀 후에 심실빈맥을 잡아내 시술을 받고 완치됐다.
평생 공황장애로 알고 살아갈 수도 있고,
더구나 심실빈맥은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인데 디지털 기기 덕분에 병을 찾아냈다.”
- 국내는 원격의료가 대부분 불법 의료행위인데, 휴대용 진단기기는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나.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규제특례 실증 사업을 2019년 최초로 우리 병원에서 실시했다.
예전에는 모니터링도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모니터링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원격진료는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시계형은 물론이고 가슴에 붙이는 패치형 진단기기와 심장박동기도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현재 법적인 규제, 책임 소재 문제 등으로 실제 진료 시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만
원격진료도 가능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 디지털 기기는 건강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는 환자들이 병을 쉽게 진단할 수 있게 해주고 병원에 가는 불편함을 줄여준다.
특히 위급한 상황에서 요긴하다.
앞으로 심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체신호를 종합한 원격의료 기기를 활용한 의료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또한 의사가 앉아서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 등 시스템이 머지않아 개발되어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부정맥 치료에서 유전자 진단의 중요성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며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유전성 부정맥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전성 부정맥은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며 애매할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최 교수는 미국 듀크의과대학 이온채널 기초연구 실험실에서 연수 후
2016년 고려대안암병원 내에 심혈관유전자클리닉 개설을 주도해
부정맥과 유전자의 관련성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 교수는 올해 4월 개정된 국제 심혈관질환 유전자 검사 진료지침 작성에도 참여했다.
- 유전성 부정맥이 심장마비에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심장마비의 약 15%는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30~40대 젊은 심장마비의 원인에서 유전성 부정맥의 비중이 매우 높다.”
- 대표적인 유전성 부정맥은.
“유전성 부정맥은 상당수가 브루가다증후군, 긴QT증후군 등 전기를 생성, 전달하는
이온채널의 이상이나 심근병증에 의해 발생한다.
예측이 어려워 첫 증상이 심장마비로 나타날 수 있고, 가족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환자군이다.”
- 유전성 부정맥 환자를 치료한 사례는.
“우리 병원에서만 연 70~80명의 신규 환자를 진단한다.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한 여성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했더니 DSP라는 유전자 이상이 나왔다.
DSP 유전자 이상은 심실빈맥을 일으켜 심장마비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가족들도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두 자녀 모두에게 DSP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어 치료 및 경과 관찰 중이다.
그러나 환자의 자매는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고 등산을 하던 중 불행히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했다.
심장마비의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를 특발성 심실세동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50% 이상에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환자는 약물 치료 또는 추적 관찰을 요한다.
유전자형에 따라서 과도한 운동이나 음주를 제한하기도 한다.”
- 유전자 이상의 유형에 따라 치료가 다른가.
“최근에는 유전자형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긴QT증후군을 유발하는 유전자 1형은 물놀이를 하면 심장마비 위험이 높고,
유전자 2형은 모유 수유를 하거나 시계 소리를 들으면 심장마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
아기를 안고 모유 수유를 하는 행동만으로 심장마비가 온 환자도 있다.
따라서 유전자형에 따라서 약물 치료와 교육, 생활 요법 등 치료 지침이 달라진다.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는 단순한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어렵고
전문적인 팀 기반의 종합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가능하다.”
- 누구나 원하면 부정맥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나.
“2016년부터 고위험군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원한다고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장마비를 경험했거나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온채널병증, 심근병증, 그리고 대동맥혈관에 문제가 있는 마판증후군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한다.”
- 암 치료처럼 유전자 자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도 가능한가.
“아직까지 심장질환에서는 진단 또는 치료의 일부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암처럼 개별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 치료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전성 부정맥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등 대부분의 심장질환에서
유전적 소인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심장질환 치료에서
유전자 기반 정밀의학의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교수는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 심실빈맥 등 고난이도 부정맥에 대한 치료와 시술을 많이 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1998년 심방세동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후
지금까지 국내 최다인 약 5000례의 시술을 했다.
최 교수는 이 중 약 4500례의 시술에 직·간접 관여했다.
최 교수는 부정맥 분야 SCI급 논문을 200여편이나 발표했으며
이러한 공로로 대한심장학회 젊은연구자상, 대한부정맥학회 학술상, 고려대 석탑연구상 등을 수상했다.
최 교수는 특히 미국부정맥학회, 미국심장학회, 유럽부정맥학회가 주도하는 국제 부정맥 진료지침 집필에,
부정맥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참여하여 실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 교수는 현재 중요한 국책 임상 연구들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유전체 연구와 디지털 기기를 통한 부정맥 치료 연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부 한국연구재단의 ‘유전체 분석 기반 심근세포 이온채널 조절 부정맥 표적 치료 연구’의
책임 연구자를 맡아 부정맥에 대한 근원적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 실험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병원 중심 사물인터넷(IoT) 기반 의료 시스템 연구의 총괄책임연구자로서
심혈관질환 환자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의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치료받은 환자들을 원격 모니터링할 플랫폼을 어떤 식으로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병원 선생님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5년 과제인데 이를 통한 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격의료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 일상생활에서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과도한 음주, 흡연, 비만, 수면무호흡, 고혈압, 당뇨 등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다.
특히 심방세동 환자에서 술만 끊어도 심방세동 재발을 거의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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