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부작용에 대한 단면이다.
게시판글중 어느횐이 '말 자꾸 함부로 할래?' 라는 말을 일어로 뭐라하냐는 글에 답글을 달다가
그녀가 모국어인 일어를 버르장머리없이 그케 하나 생각했는데 답글을 다는 도중
혹시 한국말을 함부로 하는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그런가 보다.
언젠가부터 한류열풍에 휩싸인 일본,
우리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노비자로 풀리면서 현장을 경험한자라면 더욱 실감할것이다.
현재도 지상파든 유선방송이든 매일 꼭 한개정도는 한국드라마가 방영되고있다.
때로는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던 드라마가 여기서는 많이 보는것일까,
꼭 수입가가 싸다고만 해서 들여와 방영하기는 너무 의미가 없는것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옛날이야기이다. 처음 도일을 했을때 우리는 유선방송은 커녕 밤12시정도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과 함께 종영,
그나마 방영아이템의 대부분이 일본카피작, 그도 그럴것이 유신독재시절 창작의 자유성은 방수화였던 시기다.
그런 즈음 일본의 티브이,
히야~~ 키스씬은 촌티나고 여자 가슴정도는 기본으로 노출되는 당시 우리로서는 상상을 초월한 안구정화,
그런류로 경쟁을 치닿는 일본방송중 후지tv는 마침내 토욜에 '올 나잇 후지'라는 프로로 막장화염에 기름을 퍼붓는다.
토욜밤10시부터 아침6시까지 쌩방인 올나잇후지,
한마디로 어설픈이 아닌 완전19금이다.
내용은 뻔할뻔짜,
부부나 커플들이 나와 스튜디오에서 그 행위를 하질 않나,
싱글녀가 나와 맛사지남으로부터 잇까레짜우~
자기 앤을 출연시켜 보고있는 우리로서는 절대 이해불가인 남자넘들도 부지기..
더이상 구체적표현은 공창인 게시판인 탓에 자제하겠습니다.
과연 성진국답네,
당시 일본이 이정도이니 민주주의가 더 발전된 유럽이나 미국도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큰착각,
지금은 조금 진일보했지만 유럽,미국의 지상파, 키스씬도 지대로 안나온다.
물론 프라이빗채널에 드가면 av쯤 난무하지만
지상파에서는 의외로 넘하다싶을정도로 엄격.
그러던 일본매스컴에서 여느때부터 매일 한국드라마를 방영하고있다.
더우기 역으로 한국프로그램을 카피한 프로들도 대거 눈에 띤다.
어찌됐든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수없다.
그중 자막없이 드라마를 보고싶어 한국어를 배운다는 일본젊은층이 의외로 많다.
그 대부분은 남성보다 여성들, 그중에서도 젊은층들이다.
암튼 이런 변화는 괄목할만한데 나는 순간 드라마의 대사들 그리 권장할만할 화법도 많이 나오는데 하는
우려감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 우려는 현실로 꽤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만들려면 자주 있을수 있지만
재작년인가 오사카에서의 일이다. 일본의 지인은 20대부터 열노층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하루는 지인인 오사카의 대학2년의 여학생이 친구와 함께 나오겠다 해 이자카야로 향했다.
한류중증인 그 여학생의 친구역시 한류파였다.
아마도 같은 공감대라 친한 모양인데 그 친구는 한국말 또한 아주 수준급였다.
초면인 관계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는 일어로 했는데 그 여학생은 한국어로 한다.
'나는 이나가키 히로미 입니다'
'내나이는 20세입니다'
'나는 기타규슈대학 2년생이고 전공은 사회과학입니다'
'나는...'
'나는...'
아..그럼 규슈에서 놀러온것인가? 물었더니
대답이 '응~'
사는곳도 기타규슈시 인가?
'아니 후쿠오카에서 살고있어요'
대화중 아..드라마의 탓이구나 하는 기분이 점점,
그러나 초면이고 함께한 시간도 얼마되지 않아 부뉘기가 좀더 무르익길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어를 배우고있으면 배운 외국어를 써먹고싶어하는것은 누구나 같다.
나는 일어로 그 여학생은 애써 한국어로..
시간이 좀 지나고 이윽고 나는 참된 한국어를 위해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자네의 한국어실력은 아주 우수한데 경어에 대한 정의를 좀더 냉정하게 공부할필요성이 있다.
상대가 꽤 손위이고 더우기 초면일때는 '나는~' 보다는 '저는~' '내가~' 보다는 '제가~'
'내~'보다는 '제~' 라고 하는것이 예의이며 대답도 응 보다는 네 라고 하는것이 일어로 말하면 예의올바른것이다.
라고 하자,
웃긴다, 드라마에서 보통들 그렇게 하든데...하면 안됩니까?
...........
집이 후쿠오카라 했는데 원래 고향이 규슈인가?
응~
응이 아니라 네라고..
저라는 발음이야 일본발음이 없어 어렵다 하지만 저가 아닌 조라고 해도되며
제가 라는 발음은 일어에서도 전혀 어려움이 없지 않느냐?
이미 버릇이 들만큼 들어 빼도박도 못하는것이냐....!
예상대로 부뉘기가 조메 썰렁해지지만 이미 예상한터였다.
일본은 크게 4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이다.
큐슈,혼슈,시코쿠,홋카이도.
그중 특히 큐슈지역은 그야말로 말만 일어이지 한국인과 그 본능과 성격이 비슷하다는것을
옛날 처음갔을때 소스라치게 놀랄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형적으로 봤을때 본토인 혼슈와는 지질학적으로 무관,
해저로는 한반도와 대륙붕이 연결되어 있고 때문에 일본에서 지진도 거의 없는지역이며
역시나 과거 백제가 가장 먼저 큐슈를 백제의 지방화 했던곳인 유래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모양이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혼슈지방의 관서지방이나 관동지방의 사람들과는 화법이며 관습이 판이하다.
그로 인해 보통 일본인들이 하는 속에도 없는 접대성멘트도 거의없는 지역이 규슈이다.
좋게 표현하면 혼네와 다테마에의 이중성이 거의 없는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직설법위주로 보통 일인들의 친절한 화법이 아니다.
때문에 그 여학생은 큐슈습성이라 내가 한 말에 대해 직설적으로 맞받는것이다.
물론 그런 큐슈의 습성정도 이미 알고있는터라 나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 여학생에게 일침했다.
그 정도 한국어에 대해 공부하는 열정이나 노력은 분명 자네머리가 좋다(특히 일인들은 머리가 좋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쓰고있는말이 한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해서는 큰착각이다.
드라마에서 잘 나온다해서 그것을 그대로 흉내내어 쓴다면 예를들어 내가 자네에게 일어로 말할때
'오마에'라고 표현한다면 자네 기분은 어떨까? 물론 난 자네만큼 일어구사가 가능하지만
일본인이 사용하는 뉘앙스의 오마에와 내가 사용하는 오마에는 그 느낌이 다를것이다.
그런 일어의 뒷배경을 알고나서부터는 나는 오마에라는 말을 일체 사용안한다.
그리고 일본여자들이 자신을 표할때 '오레가' 라고 한다면 어케 생각하느냐?
한국인끼리 오마에 나 오레에 해당하는 뉘앙스의 한국말을 여자들이 사용해도
권장할만할 모국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할수있는 상황인것이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끝내 수긍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수있다.
1,규슈진
2,내말보다 메스컴의 위력
이런 상황은 비단 재작년 오사카에서의 에피소드만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일본여학생들은 더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