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진다. 청소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활동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누린다." <청소년헌장 중에서>
지난 25일부터 '제4회 청소년문화한마당'이 열리고 있는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화합의 광장을 찾았다. 기자는 행사 다음날인 26일 찾았지만 청소년들의 정성과 손길이 가득 담긴 현장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행사도 아닌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청소년이 이 사회의 주인공이며 미래의 소산'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는 청소년들은 왠지 그러한 이야기들이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만 한다.
야외광장에는 즉석노래방, 풍선 터뜨리기, 마술쇼, 고리 넣기, 음식 만들기, 매직풍선 등의 코너와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주인공으로 분장...편집자 주) 캐릭터 전시, 히로시마 원폭 사진 및 북한 사진전, 퀴즈 코너 등이 마련되어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홍보 부스를 운영해 가면서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층에게 다양한 문화와 체험 중심 활동으로 시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했던 점이 주목을 끌었다.
목청을 돋구어 노래를 불렀던 즉석노래방에서의 노신사의 모습과 앳된 청소년들의 모습 속에서 전혀 다른 문화적 코드와 문화의 공간이 조금은 좁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박신호(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번 문화제는 시민,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게 하는 체험중심의 활동으로 엮어나가고자 했고, 교사모임, NGO모임의 참여를 통해 학생들과의 간격을 좁혀 나가고자 노력했다"고 역설하면서 "이번 청소년문화 한마당에서는 이색적으로 히로시마 원폭사진전, 북한 사진전을 통해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사회적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밝혔다.
거리 전시장에는 NGO단체(대구환경운동연합,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대구·경북지역 양심수후원회 등)가 참여하여 시민단체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해 나갔다. 특히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에서 마련한 파병의 찬반 여부를 묻는 난전거리 투표 진행했고 양심수후원회의 감옥 체험과 같은 이색적인 순서로 양심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도왔다.
거리 전시회 공간 한 쪽에서 자신들이 갈고 닦은 마술솜씨를 보여주며 주위의 시선을 끌었던 마술동호회원들은 인터넷 매체와 같은 온라인에서만 만나다가 오프라인 속에서 만남을 통해 현장경험과 정보교류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흡족해 하였다.
김민호 시삽(클럽TGN)은 "프로 마술사들이 TV에 자주 등장하면서 마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취미로 하는 예비마술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여서 즐겁고, 시민들이 우리가 펼치는 마술을 관람하면서 즐거워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코스프레 복장을 한 채 홍보에 여념이 없던 김연경(수성여중 3학년) 학생은 "자신감이 생기고,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생겨서 좋다"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긍지를 나타냈다.
그의 동료인 박지윤 학생도 "청소년에 대해 인식이 다른 것이 아쉽다"고 말하면서 "버릇없는 아이들, 문제아처럼 취급하려는 어른들의 그릇된 시각에서 벗어나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의 청소년으로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퀴즈마당에서 자원봉사를 한 장진호(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1년) 학생은 "서로 즐기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였다.
그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섰던 박대순(대구대 국어교육과·휴학중) 학생도 "여전히 자원봉사에 대한 양적, 질적인 부분이 미흡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면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공부할 때보다는 학교를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때가 더욱 빛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음식을 만드는 학생들이나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 락 음악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면서 정신 없이 음악에 심취된 학생들, 자유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어김없이 개진하는 청소년들의 기백과 자기표현들이 돋보인 행사였다.
안미향(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준비위원회/ 대구청소년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사무국장은 "대구에 청소년에 관한 행사가 초반에는 많았는데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어서 아쉽다"고 전하면서 "청소년의 문화나 교육정책이 확립되고 개선되기 위해서는 입시로 일관하는 교육정책이 달라지지 않고는 힘들 것이고, 무엇보다 자기계발, 문화적 여건조성이 가장 시급한 난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청소년한마당에서 예년과는 달리 교사들의 참여마당을 늘려 학생들과의 거리감을 좁혀 나가고자 한 흔적이 돋보였다.
교사공연에 참여했던 '교사 락 밴드'의 한 멤버인 이재일(대구전자공고) 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싶어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참여마당을 통해 학생들과 다소 거리감이 좁혀지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하였다.
전진철 교사(대구오성중)도 "중학교에서는 문화를 이해하려는 부분이 많이 나아진 편이나 아직도 학교, 행정에 비해 교사들의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면서 "나 역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청소년들의 어울림 마당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날 오후에는 청소년 락 페스티발이 열려 청소년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고 청소년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는 카타르시스(정서순화)의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 학생들은 만족해하는 듯 했다.
청소년 헌장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청소년들이 생명의 가치를 잘 깨닫고 자신이 이 사회의 주인공, 주인으로서 떳떳하고 담대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터전과 자리매김을 해주는 여건 조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편, 청소년문화한마당은 오는 11월 1일, 2일에도 10월 행사처럼 2일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 광장에서 동아리 박람회, 청소년영화제, 청소년단막극제(아트홀 하모니아), 민속놀이 체험, 풋살대회(불로동 풋살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