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생활자문단, 제53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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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7일(목) '아파트 주거안전에 영향을 주는 취약구조 이해 및 방안'를 주제로 포럼이 진행되었다. |
최근 잇따라 일어난 시공 중 고층아파트 붕괴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약 64%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지난 7일 ‘아파트 주거안전에 영향을 주는 취약구조 이해 및 방안’을 주제로 제53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열고, 주거안전에 영향을 주는 구조와 공동주택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와 제도적 장치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홍성걸 국민생활과학자문단 교통건설안전분과위원장이 “최근 광주에서 공사 중이던 아파트에서 큰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검단 지역 아파트 지하 주차장 무량판 붕괴로 많은 국민의 고층 주거 건물,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나 관계 부처에서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며 “이런 건설 붕괴 사고를 겪게 되면서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오늘 포럼을 계기로 아파트 공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들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유용하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다. 이런 아파트 시공 중에 발생한 일련의 붕괴 사고는 신축 아파트뿐만 아니라 기존 아파트들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불안과 불신의 눈길을 더하고 있다. 무량판 구조 문제부터 순살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철근 누락 문제에 더해 감리 문제까지 한국 건축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아파트의 위치는 부동산 문제와 연결되는 독특한 특성이 있으므로 다른 과학기술의 문제 상황 때보다 크게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좀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붕괴 방지 위해 건설환경과 정책 사이 중개 기능 필요
발제 첫 순서로 김규용 충남대 교수가 ‘고층 공동주택 붕괴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근 계속되는 부실시공 사고에 관한 대책 방안에 대해서 김 교수는 “시공관리의 공백과 소통, 협의의 미흡 등이 건설시공 환경의 고질적인 관행이 되면 건설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이행이 안 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행력을 높이려면 사업을 인허가하는 지자체장과 지방 건축위원회 심의 역량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감리의 협의체 운영 등 지역의 건설사업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설계도면, 시공시방서 등 설계도서의 완성도를 철저히 검토하고 설계의 적정성 평가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회의, 작업일지 기록, 품질과 안전관리 업무의 독립성 강화 등 참여 주체 간의 소통과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체적 부실시공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서 김 교수는, “시공 기술과 관리시스템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으나 치열한 수주 경쟁과 금융 불안 및 PF 조달의 어려움, 원자재 수급 문제, 원가절감의 압박, 건설 근로자의 노령화, 숙련도 저하, 외국 근로자, 노사분쟁, 민원 발생 등 수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며 “건설 현장에서 원가절감의 요구가 클수록 건설 시공 현장의 품질관리, 안전관리를 철저히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점점 내몰리게 된다. 건설사업이 경제적 편익성 위주로 운영되면 품질과 안전이 희생되는 반복적 고리로 연결된다. 품질 하자와 붕괴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원인 발생 이유와 개선되지 않는 환경적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건설사업의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 극복 능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건설산업이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지자체 건축위원회는 지역의 공적 가치 증대를 위한 건축 심의와 허가를 해야 한다. 독립적 지위, 감리비 예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감리 예산과 감리 전문성의 한계와 지자체 공무 행정력의 한계, 전문가 상시 활용시스템 부족 등 한계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관련 법령의 이행 여부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설계 적정성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 공사감리의 독립적 지위와 감리비 예치제도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건축 시 품질 시험 주체의 전담 권한과 독립적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협력업체와 협업 관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건설사업의 타당성은 건설 기본계획 수립, 건설사업 시행, 건설시설물 자산관리, 유지관리 순으로 건설사업 총 생애 주기에 따른 건설정책과 건설기술의 연계성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건설환경과 정책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중개 기능이 있어야 한다. 관은 물론 전문학술단체와 협회 등이 모여서 확인하고 논의하고 공유하고 개선하는 것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사고가 났을 때마다 일회성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안전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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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용 충남대학교 교수가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안전한 아파트를 위해 ‘건설의 법제화’ 중요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홍섭 사단법인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이 ‘공동주택의 제도적 구조 안전 확보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안 회장은 “근본을 바로 잡아야 안심할 수 있다”며 “건축물의 안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뼈대 그 자체의 구조다. 그것을 안전하게 하는 원칙은 간단하다. 절대 가치는 생명이고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제삼자의 감시다. 이를 구현하는 방법은 제도주의, 행태주의(교육), 문화주의(환경)다. 결국 교육이나 환경도 제도가 바꾸는 것이다. 올바른 제도 없이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발제 주제가 제도적 구조 안전 확보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안전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안 회장은 “총체적 부실은 건설 법제의 미작동 결과”라며 “이것은 국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고를 단계별로 보면, 대부분 상위에서 발생된 요인들이 하류 단계로 전가되고 있다. 하지만 설계나 제도적 잘못과 같은 상위단계의 오류들은 하위단계의 원청사나 하청사, 근로자들이 바꿀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맨 하위단계의 현장 기술자나 근로자 탓을 하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진짜 위험은 소수 권력자가 다수에게 위험을 전가할 수 있도록 하는 불공정 제도다. 원인 제공자는 상부구조인 국가다. 상부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나머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책은 처벌에 치중해 있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찰스 페로 예일대 교수의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 건설 법제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는 책을 인용하며 “진짜 사고의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수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전가하는 권력”이라고 설명하였다. 안 회장은 우리나라 건설 법제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 건설, 안전 관련 법제에는 책임의 주체와 주어가 실종됐다. 최고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발주자가 배제됐다. 건축법도 중요한 것은 전부 책임을 건축관계자한테, 즉 위탁한 사람에게 주고 있다. 건축사법도 똑같이 디자인 외의 설계는 설계로 인정하지 않고 감리조차도 기술 감리가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종합적 해결책이 ‘건설안전특별법’이라며 안 회장은 “모든 법령의 책임 체제를 바꿀 수 없으니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바꾸자고 하였는데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발주자, 건축주가 변하지 않고는 건설산업의 미래가 없다는 것. 안 회장은 “사람은 옆에서 간섭하고 감독하는 사람의 말보다 돈을 주는 사람의 말을 가장 잘 듣게 되어 있다. 결국 건축의 비용을 대는 사람은 발주자이고 건축주다. 따라서 발주자와 수요자는 부실의 인과관계와 근본 원인에 대해 자각해야 한다. 발주자는 제값을 주고 올바르게 주문해야 한다. 감시자 역할도 해야 한다”며 “국가의 책임은 원리 원칙을 구현하는 법제로 책임을 공정화해야 한다. 그것으로 경제적인 동기를 제어해야 한다. 또 기술자, 기능인, 자재, 장비 등 안전한 자원의 제공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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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섭 군산대학교 교수가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패널토론, 공동주택 안전성 확보 방안 논의
발제 후에는 홍성걸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고, 정광량 CNP 동양 대표이사, 이정술 안전생활실천시민연대 사무총장, 양동일 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 유용하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정광량 대표이사는 “건축구조기술사는 법적으로 건축법 안에 관계전문기술자라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관계전문기술자라는 것은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건축주 등을 건축관계자라고 표현하고 있어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관계자와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건축법 25조 2항에 보면 설계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 및 관계전문기술자를 ’건축관계자 등’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는 관계전문기술자가 법적으로 매우 불평등한 상황이다. 즉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것”이라며 “건축안전법(가칭), 건축기술법(가칭)을 신설하여 기술중심의 법, 사전예방 중심의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고책임보험제도 도입을 모색해야 한다. 건축법은 건축사, 감리자, 시공자의 역할과 책임, 의무만 규정하고 기술이나 안전에 관련된 것은 건축안전법과 건축기술법으로 분리시켜서 안전의 문제와 점점 더 다양해지는 기술 문제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솔 사무총장은 “설계과정에서 무량판 철근이 누락됐는데 감리가 발견하지 못했고 시공과정에서 또 철근이 누락됐다. 이런 부실공사는 저가 경쟁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공사현장을 가보면 현장소장만 있고 영국처럼 책임관리 프로젝트도, 안전관리 책임자도 없어서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 사실 성수대교 붕괴 이후에 지방 시군구 건축과 공무원들이 감리에서 모두 배제되어서 제대로 관리가 될 수 없다. 모든 권한을 민간에 위탁해주고 발주처와 감리가 서로 계약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결국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성이다. 서로 미루고 책임을지지 않는다. 감리제도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제대로 제3자가 크로스 체크할 수 있도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권한과 책임이 일치되고 구조기술사들의 영향력이 설계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동일 부회장은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사업관리검토 및 기준 및 업무수행지침에서 시공자 의무, 시행사 및 감리자 의무, 설계자 의무, 감독자 의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감리 및 시행사 업무의 문제점은 첫째로 이직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감이 없어지면 인력이 불균형하게 수급되어서 기술자를 제대로 배치할 수 없다. 따라서 입찰제도와 PQ(입찰참가 자격 사전심사) 제도 등을 개선해서 균등하게 시행사 및 감리사가 적정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분야별 전문가 부족도 문제다. 감리 및 건설사업관리 업무 자체가 감사와 벌점에 대비해야 하고, 지나친 법 위주로 우선 업무 수행이 되기 때문에 행정서류 업무 위주로 돌아가 실질적으로 관리를 해야 될 현장에서 가지 못한다. 시공사, 감리자, 감독자, 설계자가 협업체계를 유지하며 경험과 이론을 병행해서 기술자들은 부단한 공부를 해야 된다. 특히 콘크리트나 철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 마지막으로 인재를 중요시하고 전문가를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유용하 회장은 “건설, 건축, 토목 분야에 대한 언론의 접근 방법을 보면 과학기술 분야 기자보다는 부동산부나 사회부 담당 기자들이 주로 많이 취재한다. 최근 제기된 무랑판 구조 문제도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왜 사고가 나게 됐는지 과학기술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기사가 없어서 언론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나라 건축에서 기능성이나 미적 측면을 많이 강조하는 경항이 있기 때문에 건설업계나 관련 학계에서는 안전 측면에 대해 좀 더 강조하고 대국민 교육이나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건축 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비용이다.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을 들여서 건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대책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