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작은 고독·1 / 김명배
거울에 비치지 않는
어릿광대
가만히 있으면
발가락을 씹기도 하고
머리를 쏘기도 하는
너,
책을 읽고 있으면
손으로 눈을 가리고
무게로 어깨에 매달리는
너,
너는 누구니.
늘 내게로 와서
나를 요구하는 작은 고독
너,
거울에 비치지 않는
어릿광대.
―김명배, 「작은 고독 1」, 『이빠진산 두 봉우리』
요즘 TV를 켜면 영화를 볼 수 있고, 드라마를 매일 시청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행복을 느낄 때도 있다. 때론 나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함께 슬퍼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가상의 현실이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현실처럼 착각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감상할 때도 있다. 주인공 그들은 어떤 사람에게는 우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연인이 되기도 한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환호하는 소리에 연기자는 늘 행복하고 좋을 것 같지만, 어떤 때는 영화에서 만나던 인기 배우가 그리고 드라마에서 자주 만나던 인기 탈렌트가 기나긴 시간 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놀라게 할 때도 있었다. 관객, 혹은 시청자에게 환호받으며 연극을 하지만, 저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고독이 들어와 짓누르고 압박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만 직시하며 일희일비한다.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현실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옛날에는 서커스단 혹은 곡마단이 마을을 찾아와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공연하였었다. 그들은 운집한 관람객 앞에서 줄 위를 걷기도 하고, 공중의 그네를 타며 몸으로 연기하거나 때론 코믹한 연기를 하는데, 그 연기자를 일컬어 어릿광대라고 불렀다. 그들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즐거움을 전달해 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쓸쓸하고 고독하다는 의미에서 시인은 그 이면을 조명한다. 그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숨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고독을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다. 거울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거울 속의 또 다른 실체, “가만히 있으면/ 발가락을 씹기도 하고/ 머리를 쪼기도 하는” 행동은 뭔가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라는 불안증세를 보이는 행동이다. 그런 그가, 책을 읽고 있는 시인에게 다가와 손으로 눈을 가려 관심을 끌려고 하고, 어깨에 가볍게 매달리기도 한다. 슬며시 다가와 화자에게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는 존재, 곧 작은 고독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 별반 관심을 끌 수 없는 존재이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작은 고독, 그는 아내일 수도 있고, 부모의 관심 밖에서 관심과 사랑을 목말라 하는 자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작은 고독의 실체를 인식하고 더욱 깊숙하게 애정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넌지시 사랑을 담은 눈짓으로 바라보고, 일부러 한 번 끌어안아 주고, 관심을 자주 준다면, 거울에 보이지 않던 그 작은 고독이라는 존재가 밝게 웃으며 우리 앞에 자신의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날이 올 것이다. < ‘김명배 시인의 시 감상하기, 詩 속의 詩를 만나다(양수창, 오늘의문학사, 2023.)’에서 옮겨 적음. (2024. 5.29. 화룡이) >
첫댓글 우리는 작은 고독의 실체를 인식하고
더욱 깊숙하게 애정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십시오^^^
고독의 실체를 인식할 때
문학은 더욱 빛이 나지 않겠는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