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책속의죽비소리 - (1054) 참 부러운 인생으로 살고 싶어/ 스토리텔링 작가 김나위

[화룡이(이창모)]

참 부러운 인생으로 살고 싶어

네이버블로그/ 세상 부러운 인생

오랜만에 친구 P를 만났다. 30대 때 결혼해서 아들, 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P의 남편은 그야말로 로맨스 소설 속 남주였다. 연하남에 잘생긴 외모, 사려 깊은 마음씨, 진실한 성격, 다정다감함까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P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이러한 평가를 P 자신도 부정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겼다. 그랬던 그녀가 내 앞에서 불행하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니? 어릴 때부터 힘들게 살아서 결혼하면 조금 편해지나 싶었어. 그런데 남편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내 주변에는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편하게 지내는 여자들도 많은데. 그들은 무슨 복으로 그렇게 사는 걸까? 나는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 원 한 장에 벌벌 떨고 아등바등 살아야 해. 정말 불행해.”

P의 꿈은 사람들 보기에 여봐란듯이 멋지게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그녀의 주변만 맴돌 뿐, 그녀에게는 미소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녀는 불공평한 세상을 원망했고, 채워지지 않은 욕망 때문에 괴로워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품고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내색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텉어놓는 P 덕분에 한편으로는 낯이 뜨거웠지만, 속이 시원했고 깊이 공감했다.

∇ 세대에 따른 참 부러운 인생이란?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가 보아도 부러운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당연하다. 어디에서나 빛이 나고 주목받는 사람으로 산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를 때가 더 많다. 나는 열심히 살아도 일이 꼬이는데, 어떤 이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너무나 멋지게 살아간다. 누가 봐도 참 부럽기만 한 인생으로 살고 싶었는데, 누가 봐도 안쓰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연령대별 성공한 인생에 대한 정의를 발견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세대별 성공 포인트를 콕콕 짚어냈다. 사람마다 성공이나 부러운 인생에 대한 의견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누구라도 단편적인 결론을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10대부터 100세까지 성공한 인생, 부러운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란다.

성공한 인생이란?

10대: 돈 많은 아버지 뒀으면 성공한 인생

20대: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이면 성공한 인생

30대: 연봉 많은 대기업 회사원이면 성공한 인생

40대: 술자리에서 2차 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

50대: 공부 잘하는 자녀가 있으면 성공한 인생

60대: 아직도 직장에서 돈 벌면 성공한 인생

70대: 병 없이 몸 건강하면 성공한 인생

80대: 아직도 본처가 밥 차려주면 성공한 인생

90대: 전화 걸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성공한 인생

100세: 자고 나서 아침에 눈뜨면 성공한 인생

연령대마다 정의는 다양하지만, 결국 그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다. 10대에는 나보다는 부모의 조건에 의해서 성공이 좌우된다. 20대가 되면서부터는 나의 영향력이 점차 발휘되는 시기로 자신의 공부 능력, 취업 능력이 부모의 조건을 등에 업고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30대와 40대는 자신의 경제력의 비중이 월등해진다. 이때부터는 부모의 조건은 사실상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 50대는 나의 능력을 업고 날개를 펼치는 자식의 공부 능력이 나의 성공 척도다. 그리고 60대 이후에는 건강, 동반자, 주변의 인간관계가 중요해진다. 능력과 경제력이 해결되면 가족 사랑과 건강이 성공의 전반을 결정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데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타고난 조건이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것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결정된다면야 뜻대로 안 풀리더라도 내 탓이니 불평할 것이 없지만, 누군가는 부모(가문)덕, 배우자 덕, 자식 덕에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는 걸 보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그저 담담하게 나의 길을 갈 뿐

냉혹한 현실이지만, 우리에게는 각자 타고난 조건이 있다. 이것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타고난 조건으로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비록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라 해도 어쩌랴. 이것이 진리인 것을!

나는 P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용기를 내 살아갈 이유를 이야기했다. P와 그녀의 남편은 가졌지만 다른 이들은 가지지 못한 것, 두 사람이 함께 이뤄가고 있는 소중한 가정이라는 둥지에 대해서 말이다. P와 그녀 남편의 장점은 자신의 직업에 프로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기술을 갈고닦으며 전문성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경력에는 샛길이 없었다. 오직 한길로만 매진하며 살고 있기에, 언젠가는 그와 같은 것들이 위력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나 역시 스스로 그것만을 믿고 있기에, 언젠가는 이러한 끈기와 성실함이 타고난 조건과 행운을 능가할 때가 올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지금 그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다행히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P의 남편은 경력을 축적하여 자신의 사업장을 차렸고, P도 2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 숍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끔 나에게 하소연을 쏟아내지만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생 한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긴 인생을 살면서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하고 있던 일이 망해 본의 아니게 업종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지겨움 때문에 하던 일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쉬었다 가야 하는 백수 시절도 한 번쯤 겪고 산다. 특히 요즘처럼 있던 직업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평생 한 가지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 가지 일을 10년 이상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고 하지만 10년을 넘어 30년, 40년 이상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에게 전문가라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오지 여행가이자 작가인 한비야.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던 시점이었다. 대학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결혼 준비하느라 적금 붓고, 업무 성과 챙겨가며 회사 일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때 접한 한비야의 삶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아옹다옹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생이고, 특별한 직업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에는 오지 탐험가라는 직업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팀장이라는 직책도 낯설었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그런 일도 있었냐는 반응을 보였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세계의 오지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구호 활동은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냉정히 평가한다면 연봉도, 근무 조건도, 생활 편의도, 뭐 하나 좋아 보이는 게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자본주의적 평가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척박하기만 한 구호 현장과 오지 여행을 담은 책을 여덟 권이나 출간한 그녀는 자신이 걷는 그 길을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오히려 부족한 것 없어 보였다. 마치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는 그녀의 강인함과 도전이 경이롭다. 비단 한비야뿐만이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길을 꿋꿋하게 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표한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듯 담담하게 “나의 길을 갈 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마주하자면 절로 숙연해진다.

꾸준히 한길만 걷다 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내기도 한다.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중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증기기관을 만든 제임스 와트, 전화기를 만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그러하다. 그것을 통해 세상은 혁신적으로 발전하였다. 더 풍요롭고 더욱 안락해졌다. 그들은 거듭되는 실패에 보기하고 싶은 마음을 수없이 다스리면서 다시 시작했을 것이다. 이 일이 자신의 일이며, 자신의 인생이라고 확신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아 도전하고 또 도전했을 것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해야 가능했을 것이다. 평생 한길을 걷는다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던 나는 탈고 날짜를 지키지 못했고, 부족한 내 글쓰기 능력을 탓하며 제풀이 겪여 그만 덮겠노라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번 시작한 것이니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시작했다. 썼다 덮었다, 다시 썼다 덮었다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 모른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는 것도 이렇게 수시로 오락가락하는데, 한 평생 하나의 길을 걷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무덤덤하게 ‘그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그냥’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어쩌다 보니’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짠내 나는 사연을 가득 품고 있었다. 멋지게 자기 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의 인생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 ‘내가 나를 위로할 때(김나위, 다연, 2018.)’에서 옮겨 적음. (2024. 5.29. 화룡이) >

[의초 이정석]

70대: 병 없이 몸 건강하면 성공한 인생

제가 70대 이니
저도 성공한 인생입니다...
감사합니다^^^

[화룡이(이창모)]

'성공한 인생!'
우리 함께 훨훨 날아보십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