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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티울라@메르하바(인도터키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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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을까? 스크랩 이색안주가 있는 유별난 호프집
큐라 추천 0 조회 56 08.04.01 22: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여느 호프집과 달랐다. 실내장식이야 평범 그 자체지만 그곳의 안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체불명의 퓨전은 아니다. 뭐랄까 식자재의 진귀함이랄까? 어쩌면 마음만 있다면 다른 집도 충분히 내 놓을 수 있는 음식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 시간투자가 없다면 절대 차릴 수 없는 음식들. 대체 어떤 안주길래 그러냐고? 지금부터 그 집으로 함께 가보기로 하자.

 

7호선 면목동 전철역 3번 출구로 나와 뒤돌면 사가정역 이정표가 보인다. 그 방향으로 쭈욱 100여 미터 직진하면 조그마한 호프집이 나온다. 이집의 옥호를 보고 놀라지는 마시라.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옥호. 맛객과는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다. 옥호는 잠시 뒤에 공개하기로 하고 일단 이 집의 안주구성부터 살펴보자.

 

 

 반건조노가리

 

 

약속했던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우선 간단한 걸로 주문. 반건조노가리다. 이건 여느 호프집이나 다 있는 거 아냐? 하시겠지. 하지만 실제 보면 다르다.

 

노가리라는 말이 무색 할 정도로 크다. 명태의 형체를 온전히 지니고 있을 정도. 아니 이건 명태다 명태. 살짝 구워 정성스레 만든 초장에 찍던가 와사비 푼 간장에 찍던가 그건 식성의 차이일 뿐 정답은 없다. 다만 초장에 찍는다면 맛이 돋고 간장에 찍는다면 명태의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간장하나도 손수 만들었다 하니 맛을 내는데 허투루 하는 법은 없는 듯하다. 노가리와 곁들이는 생맥주(맥스)는 맛이 깊다.

 

 

 

 누리대장아찌

 

일행이  더 늦는다는 전화.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지 주인장이 내놓는 건 누룩치장아찌. 일반적으로는 ‘누리대’ 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리대는 깊은 고산에서만 자라 일반인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 귀한 산채이다.

 

향이 진하고 독특한데다 그 맛 또한 걸작이라 고급 산채에 속한다. 때문에 누리대장아찌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 놓는 집 또한 본적이 없다. 그처럼 귀한 걸 뜻하지 않는데서 맛보는 기쁨이란. 입안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씹으니 누리대의 독특한 풍미가 걸작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기다림의 시간도 쏜살처럼 지나가고 드디어 나타난 OO님. 늦게 온 게 미안했던지 일본소주 한병을 들고 왔다.

 

 

 

 고구마를 주 원료로 해서 빚은 증류주 다꾸미노오끼 (협찬주)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맛을 보기로 했다. 고구마를 주 원료로 해서 만든 증류식 소주. 25도지만 독하다는 느낌은 없고 가볍게 넘어간다. 고구마의 풍미가 입안에 감돈다. 이 술과 마시기 위해 주문한 안주는 고래고기.

 

 

모둠고래고기 20,000원

 

 

 

 

비록 밍크고래가 아닌 돌고래지만 접시에 단긴 고래고기 구성이 장난 아니다. 고래고기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즐기는 내장을 비롯해 지느러미, 몸통살 등 지대로 된 모둠한판이다. 가격이 얼마냐고? 믿지 않을지도. 고작 2만원밖에 안한다.

 

 

고래고기를 멸치젖국물에 찍고 있다

 

 

실감이 안 난다고? 부산에 가서 고래고기 주문해보시라. 아마 이 집의 고래고기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될 것이다. 주인장은 고래고기를 좋아해 일부러 부산까지 내려가 먹고 오기도 했다한다. 그 자신 이토록 즐기는 음식이다 보니 양심보다 더 양심껏 내 놓지 않았나 싶다.

 

 

지느러미살

 

 

 

고래고기는 부위별 맛과 향이 다르지만 이날 특히 인기 있었던 부위는 지느러미. 함께 자리한 OO님의 얘기를 빌리자면 피자치즈 씹는 식감이란다. 식감도 즐겁지만 버터향을 닮은 독특한 풍미는 여운이 길다. 과연 별미는 별미로다.

 

고래고기 좋아하기로는 일본이 으뜸이다. ‘고래고기 맛을 모르면 미식가라 할 수 없다’ 라는 말도 있다하니 고래고기 맛의 세계는 섬세하고 오묘하기만 하다.

 

 

 

돼지 껍데기묵

 

 

 

뒤늦게 또 한명의 일행이 도착했다. 때 맞춰 안주 한가지가 서비스된다. 새롭게 나온 안주는 듣도 보도 못한 돼지 껍데기묵. 신기해서 만드는 법을 살짝 물었다. 푹 삶은 껍데기를 수저로 비게를 다 긁어내고 또 다시 푹 고와 껍데기를 잘게 다진 뒤 응고시킨다고 한다. 말은 쉽지 제법 시간 잡아먹는 요리가 아닌가 싶다.

 

 

산초와 양하장아찌

 


껍데기묵과 함께 나온 건 산초와 양하로 만든 간장장아찌다. 산초야 그렇다 쳐도 양하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 한때 시골 울타리 밑이나 장독대 주변에 흔했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진 나물이다. 향이 독특하고 고급이어서 향이 별로 없는 나물에 넣거나 쇠고기와 함께 조리하기도 한다. 아무튼 반가운 음식이다.

 

껍데기묵을 산초양하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었다. 예상외로 쫄깃하다. 나름의 비법이 들어간 덕분인지 돼지 잡내는 찾을 길 없다.

 

 

 

  이북식 해주보쌈

 

 

육질이 돋보인다

 

 

이밖에 이북식 해주보쌈도 소주안주로는 그만일 듯하다. 특히 살코기 위주가 아닌 비게까지 포함된 돼지고기는 고기 맛 안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듯하다.

 

 

돼지족탕

 

 

 

 

 

마지막으로 국물요리를 주문했다. 주인장이 구례 동아식당에서 처음 맛본 뒤 맛이 좋아 메뉴에 넣었다는 돼지족탕.

 

어린 시절 집에서 가끔 먹었던 기억. 성인이 된 후로는 처음 대한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담백하고 구수하다. 보들야들한 족을 간장에 찍어 먹는 맛도 신선하다고 할까. 술맛을 돋게 해 과음의 우려가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이제 이 집의 옥호를 밝힌다.

 

 

 

 

 

“여보세요?”
“아 네 맛객입니다. 맛객호프에서 한잔 할까요?”
“네? 맛객호프요? 맛객님 호프집 차렸어요?”
“아.하...하.. 그건 아니구요. 여차..저차...”

 

그러니까 사연은 이렇다. 한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블로그에 이런 글이 남겨졌다.

 

맛객님께 감히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평소에 음식에 관심이 많아(물론 맛객님과 취향이 비슷하지만..여건상 돌아다닐 형편은 안 되고)혼자 즐기다가 서울 면목동에 조그만 호프집을 개업했습니다...그런데 상호가 맛객호프입니다...미리 양해드리고 상호를 정했어야 했는데...늦게나마 허락 부탁드립니다. (생략)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맛객호프는 맛객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솔직하게 양해를 구한 점. 그동안 맛객블로그를 드나들면서 맛객이 추구하는 음식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점 등을 감안해 승낙을 해 주었다.

 

또 사장님이 보낸 장문의 메일에서 나름대로 음식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엿보였고,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음식의 세계가 맛객의 기호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믿어보기로 했다. 상호만 맛객이 아닌 음식에서도 진정한 맛객의 맛이 담겨있기를 기대해본다.

 

 

 

 

옥호: 맛객

전화: 02) 493-5749

메뉴: 반건조노가리 10,000원. 돼지 껍데기묵 5,000원. 모둠고래고기 20,000원.

        이북식해주보쌈 15,000원. 족발탕 10,000원 동표골뱅이 18,000원 등.

위치: 면목역(7호선) 3번출구로 나와 뒤돌아 사가정역 방향으로 100여미터 직진,

        오토바이 가게 지나 있다

 

   

   봄비

 

    시/ 정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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