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타고 올라선 화엄(華嚴)의 바다
언 제 : 2007년 10월 14일. 오전 9시 부터 오후 4시까지 (휴식 알바 포함 7시간)
누 가 : 산 길외 지인 두분
어 델 : 내원사 절앞 상가 주차장 - 절구경 - 선방뒤로 돌아 들기 - 내원계곡 상류- 1차 갈림길 - 2차 갈림길 - 철조망 경계선 - 오른쪽으로 화엄벌 - 억새구경 및 식사 - 감시초소 - 천성산 북릉 - 514봉 - 오른쪽으로 돌아 - 능선길 - 상가위 세진교쪽 원점회귀
와 : 내원사 계곡 상류부 탐사 및 화엄벌 억새 구경
십여년전 화엄벌에서 은수고개로 내려 오면서 내원사 방향의 길을 찾다가 우연히 접어 들게된 계곡길이 너무 이뿌고 아름다웠다. 좁고 깊은 계곡의 오른쪽 옆 사면을 따라 겨우 한사람이 붙어 내려갈 정도의 작은 오솔길. 그 기억을 쫓아 은수고개에서 올라 오면서 두번이나 더듬어 내려 갔지만 두번 모두 은수계곡으로 빠져버렸다. 해서 내원사에서 거꾸로 찾아 올라가기로 하고 지난 여름 태풍속에 비로암 계곡을 올랐던 악우들이 다시 뭉쳤다. 늑대형님은 안타깝게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석치 못하고.
소금강이라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내원계곡은 크게 두줄기의 물길이 내원사 절앞에서 만나 익성암앞의 매표소 까지 이어진다. 하나는 지난번 사진방에 올렸던 '태풍사이로돌아 본 천성산' (사진방 675번)의 내용과 같이 은수고개에서 시작된 은수계곡의 큰 줄기가 비로암 계곡의 물길을 만나서 내려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탐사길의 물줄기이다. 이 두 물길은 내원사절로 들어가는 여의교에서 합류가 되는데 보통은 은수계곡 물길만 보고 다니고 뒷길은 잘 보지 못한다. 그이유는 위 사진에서와 같이 계곡의 입구를 막아버린 내원사 스님들의 욕심때문이 아닐런지. 대나무와 건물사이의 사립문을 통과해야 되는데 '참선중 출입금지'라는 팻말로 엄두가 나지않아 여의교 밑으로 아예 돌아 들기로 했다. 계곡의 시발점이 오늘의 들머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구렁이 담넘듯이 계곡을 스며들어 오른쪽으로 곁눈질을 하니 사립문 뒤에는 내원사 선방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채 건물이 놓여있고 빨래와 목욕 세수 등을 하는 내실의 공간인것 같은 분위기였다. 혹시나 누가 볼까봐 미안해서 고개도 옳게 들지 못하고 사진도 찍을 수 없었지만 건물을 조금만 안으로 들여짓고 담을 치면 될 것을 이렇게 막을 필요가 있을런지? 계곡의 물은 너무나 깨끗하고 맑았지만 그 아름답던 사색의 오솔길은 이미 돌풀로 덮혀 흔적 조차 희미하고 주변은 태풍으로 무너진 암벽이 방치되어 있었다. 오히려 계곡산행이 더 편해서 계획대로 계곡을 따라 오르기로 한다.
이 계곡은 단풍나무와 도토리 굴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대부분이어서 가을의 단풍은 가히 환상적이며 계곡엔 폭포와 소의 연속으로 그 운치를 더한다.
계곡을 50분쯤 오르면 사진에서와 같이 오른쪽으로 지류 하나를 올려보내는데 이 갈림길의 중앙에 있는 너럭바위에서의 경치가 일품이다.
계속되는 계곡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았던 탓일까 그 원시성이 더해지고 감탄사가 새어나오며 같이 오지 못한 늑대형님이 얼매나 억울해 할까하며 발길을 이어간다.
또다시 50분쯤을 오르면 위 폭포가 보이는 지점에서 두갈래 길을 만나게 된다. 왼쪽길이 사실은 오늘 예정된 코스였지만 바짝 마르고 깨진 바위들만 덮여 있어 이구동성으로 폭포가 있는 오른쪽 주 계곡을 따르기로 한다. 폭포 위에는 두계곡 사이를 넘나 들었던 작은 산죽길이 있는걸로 봐서 여기서 계곡의 산길도 둘로 나누어진듯 보였다.
폭포옆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와 수생식물들이다. 얼마나 이뿐지......
그러나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태풍에 무너지고 망가진 계곡에는 금방이라도 다시 무너져 내릴것 같은 언덕은 벌거 벗은 모습이고 뽑혀나간 나무들은 계곡을 가르질러 누워있었다.
마른 몸통에는 귀한 버섯이 온 몸을 감싸기도 하였다. ( 통채로 들고 오고 싶었지만.... )
계곡 상류부분이 가까워져도 이러한 장면은 끝없이 이어져 혹시나 이끼가 벗겨질까 발걸음 옮기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이렇게 또 50여분을 올라오면 계곡 앞에는 철책이 가로막혀 더이상 이어가지 못한다. 은수계곡쪽 언덕을 올라오면 과거 군부대의 지뢰시설로 철책이 쳐지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우회길의 중간쯤이 오늘 계곡길의 끝부분이다. 내원계곡의 발원지인 어느 샘터는 철책 넘어 천성산 어느 곳에 숨어버린 것이다.
철책과 만나는 계곡의 끝점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서면 곧바로 하늘이 열리면서 천성산 화엄벌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 ~~~~ 장엄한 저 화엄(華嚴)의 바다 !! 일찍이 원효대사의 화엄경 가르침으로 일천의 성자가 득도했다는 바로 이곳. 당시엔 대둔사 (大屯寺)를 본사로 하여 상, 중, 하의 내원암과 89개의 말사의 납자들이 용맹정진하였던 곳이 바로 이 천성산(千聖山) 이었다. 조선 중엽을 지나며 폐허가 되고 옛 하내원암 자리인 내원사만 남은 지금이지만.
천명의 성자 중에서 988명은 이곳 화엄벌에서 났고 8명은 팔공산에서 났으며 나머지 4명은 사불산에서 득도하였다. 사불산은 사면에 부처를 새긴 큰 바위가 붉은 비단 보자기에 쌓여 하늘에서 내려왔다하여 이름붙이고 절을 지어 이를 받들게 한곳이 바로 문경의 사불산 대승사이다. ( 세상사는 이야기 3291번 '하안거 해제날' 참고) 대승사의 부속암자인 윤필암은 적멸보궁처럼 부처를 모시지않고 정면의 큰 통유리를 통해 바로 사불바위가 보이도록 한 사불전(四佛殿)이 있다. 이 윤필암은 내원사 같이 비구니스님들의 수도처인데 조선시대 불교의 초석을 세운 고려말의 나옹스님이 출가한 곳으로 나옹화상의 오도송(悟道頌)이 바로 그 유명한 '청산은 나를 보고' 이다.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화엄벌 786봉 저넘어 영남 알프스의 등줄인 낙동정맥의 산그리매가 아련하고 참선(參禪)하던 억새들도 살랑이는 갈바람에 염불소리 합창이다.
억새 늪지대 보호 목책을 따라 내려 오면 감시초소 위의 바로 저 바위지점에서 석계방향으로 내려가는 천성산 서북릉과 용연 방향의 북릉길이 갈리게 되는데 내원사방향으로 갈려면 목책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북릉길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오른쪽으로 아쉬운듯 화엄벌을 힐끔거리면서...
내려가다 만나는 임도를 가로 질러 길을 연결하면 하산 30여분 만에 사진과 같이 표지판이 있는 목책을 만나게 된다. 이 봉우리가 514봉인데 사실은 여기서 용주사길을 따르지 않고 직진하면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내원사 가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스님들이 이렇게 또 막아선 모양이다. 해서 용주사 방향의 이 목책을 따라 5분 정도 길을 이어가면 다시 약간 경사진 직진길과 왼쪽의 뚜렷한 하산길의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주의를 해야한다 왼쪽길은 물론 지프네골의 용주사로 가지만 직진하면 곧 바로 임도를 만나고 529봉을 올라치거나 임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다시 길이 합쳐져 북릉길이 이어진다. 이갈림길의 오른쪽으로 자세히 살피면 내원사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찾을 수 있고 뚜렷한 길만 타고가면 샛길들이 모두 만나게 된다. 그러나 확실한 방법은 막아둔 목책을 넘어 찾아가면 더 쉽게 갈 수가 있다.
갈림길에서 30여분간 이어 내려오는 산길은 내원사 스님모양 깨끗하고 깔끔한 포행의 오솔길이다. 실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고향같은 길. 이길의 끝부분을 나서면 부도탑 하나 앉으면 참 좋을 듯한 잔디밭 공터를 만난다. 여기서 위 사진처럼 오른쪽 길을 따르면 내원사 절로 들어가고 왼쪽으로 실개천을 건너 작은 둔턱을 올라 다시 콘크리트길을 내려서면 상가주차장이 보이고 철책이 쳐진 세진교 위쪽 공터가 나온다. 철망의 개구멍으로 밖에 방법이 없어서..... 여기서도 다시 한번 스님들의 욕심을 보게된다. 길 좀 틔워주고 절로 들어가는 길만 막아서 절대출입금지를 부탁해야지 앞뒤를 모두 막아두면 우짜라는건지 애고 애고~~~ 이미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상가 제일 왼쪽 정호식당 옆의 덩쿨쉼터 위로 샛길이 만들어 지고 있는 걸 보구서도 그러낭.
오른쪽 절길을 따라 오면 대웅전격인 선나원 왼쪽에 위치한 정려헌 건물 앞을 지나 마당으로 나서고 눈앞에 바로 이런 모습이 펼쳐진다. (물론 이 장면은 아침에 찍은 것이고 일행은 개구멍을 통과했음.) 스님들이 막아둔 길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은 산행길이다.
물론 선방의 고요함을 지키고 수행의 공간을 중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며 대웅전에 앉으면 스님들의 가리마를 타고 이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겠지만.
동국제일 선원이라는 내원사의 선방. 가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 스님들의 울력 모습을 보면서 선해일륜(禪海一輪) 의 주련에 적힌 선승의 오도송 한구절이 떠올랐다.
" 남쪽 언덕에는 오히려 풀이 푸른데 우물가 오동 한 잎이 벌써 가을을 알리누나 기러기는 가을을 재촉하며 지나가는데 한가로이 산문을 나갈 겨를이 없도다 "
다음에 다시 내원사에 들린다면 '참선중 출입금지' 경고판을 획~ 돌려놔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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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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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가을이 마음으로 들어오는 건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네요....매번 이 자연에 취해 산으로 떠납니다...가을날 가을밤에 가랑비 옷 젖듯 좋은 산행 함께 하고 갑니다....
가을이 그렇게 좋습니까? 가을은 익는 계절이죠. 그린님의 산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무르익어 가나 봅니다.
천성산의 화엄벌 억새가 기가 막히는구만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가볼 수 있을런지..... 자연을 듬뿍 느끼게하는 산행후기 감사합니다.
신불산도 보셨으니 가까운 화엄벌의 억새도 한번 안아주십시요. 예쁜 비구니 스님들 같습디다.
원효대사의 가르침이 살아있는 평화롭고 넓은 화엄벌 억새길을 걸으며 짙은 가을내음속에 마음수양과 자연의 풍광을 감상해봅니다..
물망초님께 딱 어울리는 화엄벌 이네요. 천성산에 울리는 염불 소리 들으며 함 걸어보는 것도 꽤나 운치 있습니다.
감사님 깊어가는 화엄벌의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오셨네요.영남일대의 산은 원효대사의 흔적이 없는곳이 없더군요. 천명의 성인을 배출케햇다는 천성산은 맞은편 대운산 척판암 현판에 걸린 해동원효척판구중(해동의원효가 판자를 던져 중생을 구하다.)과 연관이 있더군요. 당시 원효가 척판암에서 참선중 중국 태화사 천명의 대중이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예견하고 판자를 날려 대중들이 이를 보고 뛰쳐나와 목숨을 건진 것을 인연으로 척판암으로 원효를 만나러왔는데, 기거할 곳이 모자라 건너 천성산 자락에 암자를 세워 원효산이라 칭했다는 애기가 있더군요.
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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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한 마무리까지....아침부터 공부하고 갑니다....
이대장님, 좋은정보 감사드리며 참고하겠습니다..
꼭 한번 가볼려고 배루다가 간곳인데 단풍은 아직이지만 억새는 만발 하였더이다.
산길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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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천성산 마니아가 되시겠어요. 아니 되셨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한때는 제가 장안사 척판암 마니아였는데요. 멋진 사진과 글 ![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감하고...지도예 공부 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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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갑니다. 다시한번 베리댕큐^^
누군가 자기는 천성산 지킴이가 되겠다고 하더이다. 그만큼 좋고 의미가 깊어서겠죠
돈과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2천여년전 예수,석가,노자,공자,맹자가 정신세계를 이끈이래 오늘우리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듯하여... 청명한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슬픔이 몰려옵니다요. 산길님께서 안내한 길 따라 눈감고 마음공부 하러 떠나봅니다. 아~ 아늘이시여...
너무 노하지 마시라요 아침부터. 도법자연님 같은 사람땜에 내가 '참선중 출입금지' 팻말을 획~ 돌려 놓는다 하지않소. 시님들 세상 어지럽히지 못하게 절대 산문 나서 이곳으로 들지 말라고ㅎㅎ.
산길감사님 툭툭 던지 듯 하시는 말에도 뜻과 유머가 철철 넘치어 저 감히 꼬랑데기를 못 달겠습니다. 사실 천성산 화엄벌이 이런 유례가 있는 줄 첨 알았습니다.(아~ 쪽팔려) 공부 잘 하고갑니다.
제가 한번씩 객끼를 부립니다. 쪼도 모르는 객기를 말이죠. 지송함다.
산길님 항상 우리가모르는 새로운곳을 발굴하여 소개해주시니 많은 도움이됩니다 ,감사해요
맨질한 길보다는 오솔길이 좋아 시간날때 마다 그렇게 다니고 있습니다.
산길감사님... 정말이지 갠적으로 제일 무서운 천성산이였거든요... ㅎㅎ 감사님...좋은 정보 감사해요^^
천성산 참 좋은 곳입니다. 온갖 산의 매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봐야죠. 계곡, 릿지, 늪,산중벌판 등 깊이와 높이, 넓이를 모두 느낄수 있는 보기 드문 명산입니다. 별루 멀지도 높지도 않고.
감상 잘 하고 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감사감사*^^*![므흣](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8.gif)
고맙습니다. 발리볼님!
참선중이신 억새처사님들 안아주러 가야겟군ㅋㅎㅎ
화엄벌 억새 다 자빠지지먼 우야지. 으악 으악하건네ㅋㅎㅎ
가을의 모습을 정성으로 담은 마음의 글속에서 머무르고 갑니다~마지막 스님들의 모습이 젤 좋으며
밭이랑이 참 정겹죠. 가로줄 세로줄 하나하나에 보살같은 생명이 숨쉬니깐 더욱.
세심한 산행안내와 역사공부 그리고 경고판은 중생에게 소중한 스승이 됩니다. 비록 중생이지만 타인의 불편으로 나를채우려 해서는 ..... 이것또한 욕심이리라 ........... 관세음보살 ^^*^^*
같이 가신 분이 12선녀탕 내려오는 길 같았다고 할 만큼 참 예쁜 길이 뭍혀버린 아픔이랄까요. 자연이 사람과 함께 할때 더 아름다워지는것 같습니다. 보사알니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