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
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그 에 게 / 최영미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거야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한 놈인지 두 놈인지
오늘의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비평가도 모를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거야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모를거야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
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렴
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힘도 날거야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거야
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
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걸
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 없을걸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먼저, 그것이 / 최영미
고개 숙이며 온다
아스팔트를 데웠다 식히는 힘으로
장롱문이 소리없이 닫히는 힘으로
초조한 이마 위 송송한 구슬땀 몇 개로
사랑은 온다
첫번째 사과의 서러운 이빨자욱으로
초생달 둘레를 둥글게 베어내며
뚱뚱한 초 하나로 밤이 완성될 때
보채는 아이의 투정처럼
식은 차 한잔의 위로처럼
피곤을 넘어 반성을 넘어
어쩌면 사랑은 온다
망설이는 마음 한복판으로
어제의 사랑을 지우며
더듬거리며 오늘, 사랑이 내게로 온다
주저하는 나보다 먼저, 그것이 내게로 온다
어떤 사기 / 최영미
진달래가 이쁘다고 개나리는 안 이쁜가
내가 아는 어떤 부르주아는 연애시를 쓰려고 연애를 꿈꾸는데
행을 가른다고
고통이 분담되나
연을 바꾼다고
사랑이 속아주나
아, 그러나 작은 정열은 큰 정열이 다스려
그리고... 그런데...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이혼한 줄만 알지
몇번 했는지 모른다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피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어젯밤 / 최영미
지금
빛나는 이마에
주름 접히지 않아도
밤은 가까이 와 있다
소리없이 기척없이
네 곁에 누워 있다
지금
졸리운 눈까풀에
그림자 드리우지 않아도
생각보다 빨리 네 속에
아예 둥지 틀고 앉아 있다
오지 마, 제발
난 아직 준비가 안됐어
싸울 준비가 안됐어
아무리 터지도록 짖어도
녀석은 목구멍 밑부터 치고 올라와
꿀꺽 널 삼켜버리지
널름거리는 혀로
네 간을 파먹고
네 피를 말리고
천천히 문득, 뼈와 살이 타들어가
삼 가르듯
껍질뿐인 널 말아 먹으리라
네 몸 안엔 이미 다른 피가 고여
녀석과 간음할 생각으로
뱃속이 부글부글 꿇어오를 때
칼이 칼집에 익숙해지듯*
자기 안의 욕망에 익숙해지듯
네 안의 어둠에 너 또한 익숙해지리라
내 나이 서른둘
인생에서 무서운 것은 다 그렇게 오더라
들킬세라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더라
* 바이런의 시 [So, We'll Go No More a Roving]에
"For the sword outwears its sheath"라는 구절이 있음.
Personal Computer / 최영미
새로운 시간을 입력하세요
그는 점잖게 말한다
노련한 공화국처럼
품안의 계집처럼
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
준비가 됐으면 아무 키나 누르세요
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
연습을 계속할까요 아니면
메뉴로 돌아갈까요?
그는 물어볼 줄도 안다
잘못되었거나 없습니다
그는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갖고 있다
능란한 외교관처럼 모든 걸 알고 있고
아무것도 모른다
이 파일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때때로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인다
자기 앞에 무릎 꿇은, 오른손 왼손
빨간 매니큐어 14K 다이아 살찐 손
기름때 꾀죄죄 핏발선 소온,
솔솔 꺾어
길들인다
민감한 그는 가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쿠데타를 꿈꾼다
돌아가십시오! 화면의 초기상태로
그대가 비롯된 곳, 그대의 뿌리, 그대의 고향으로
낚시터로 강단으로 공장으로
모오두 돌아가십시오
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
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런 과거를 지워준다
깨끗이, 없었던 듯, 없애준다
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
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
친구보다도 낫다
애인보다도 낫다
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
이게 사랑이라면
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
茶와 同情 / 최영미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꿈 속의 꿈 / 최영미
꿈 속에서
그대와 그것을 했다
그 모습 그리며
실실 웃다
오늘 아침 밥상머리
돌을 씹었다
그대에게 가는 마음 한끝
콱!
깨물며 태어난
눈물 한방울.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 최영미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밟는다는 건
떠들고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남자를 보낸다는 건
뚜 뚜 사랑이 유산되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는 건
편지지의 갈피가 해질 때까지 줄을 맞춰가며 그렇게 또 한시절을 접는다는 건
비 개인 하늘에 물감 번지듯 피어나는 구름을 보며 한때의 소나기를 잊는다는 건
낯익은 골목과 길모퉁이, 등 너머로 덮쳐오는 그림자를 지운다는 건
한 세계를 버리고 또 한 세계에 몸을 맡기기 전에 초조해진다는 건
논리를 넘어 시를 넘어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뭉갠다는 건
슬픈 까페의 노래 : 최영미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 듯하다
이 까페 이 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자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도 낯익구나
어느 놈하고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쩍은 욕망에 꽃을 달아줬던 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 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 척
밤 새워 날 세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놈 없는 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어쩌면......
부끄럽다 두렵다 이 까페 이 자리는
내 姦飮의 목격자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다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내 마음의 지중해 : 최영미
갈매기 울음만 비듬처럼 흐드득 듣는 해안
바람도 없고
파도도 일지 않는다
상한 몸뚱이 끌어안고
물결만 아프게 부서지는
地中海, 내 마음의 호수
너를 향한 그리움에 갇혀
넘쳐도 흐르지 못하는
불구(不具)의 바다.
그 단단한 고요 찾아 나, 여기 섰다
내 피곤한 이마를 잠시 데웠다 떠나는 정오의 햇살처럼
자욱이 피어올라 한점 미련없이 사라지는 물안개처럼
흔적 없이
널 보낼 수 있을까
● 불면의 일기 : 최영미
어떤 책도 읽히지 않았다
어떤 별도 쏟아지지 않았다
고독은 이 시처럼 줄을 맞춰 오지 않는다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 도시
끝에서 끝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고
십년보다 긴 하루가 뒤돌아 제 그림자를 지워나갈때
지상에서 마지막 저녁을 마시려 버스를 탄다
밤은 멎었지만 밤보다 더 어두운 저녁에
차창가에 닻을 내린 한숨이 묻어둔,
그 의미를 해독하지 못해 아직도 낯선 과거를 불러낸다
서로 빠져나오려 싸우는 기억들이 서로를 삼키는 시간
왜?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것들은... 용서하지 못하는가
잃어버린 삶의 지도를 찾아 그리는
눈동자 속에 흔들리며 떠 있는 나무 한 그루, 병든 잎들이
바람에 몸을 떨며 아우성친다
얼마나 더 흔들려야 무너질 수 있나
우리가 변화시킨 세상이, 세상이 변화시킨 우리를 비웃고
총천연색으로 시위하는 네온사인 불빛들이 멀리 하늘의 별을 비웃고
딸꾹질하듯 저녁에 어이없이 넘어가는데
지난 날의 들뜬 노래와 비명을 매장한 뒷골목을 순례하며
두리번거린다
조각난 상념들을 꿰맞추며 두리번거린다
아, 차라리, 온전히 미치기라도 했으면...
읽고 싶지 않은 이 세상을 웃어, 넘기라도 할 텐데
● 꿈의 페달을 밟고 : 최영미
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잡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더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 행복론 :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최대한 몸을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 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에 하지도 말며
확실히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며
특히 시는 절대로 쓰지도 읽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지러진 물도 잘 추수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 달팽이 : 최영미
그 찬란했던 시간의 알맹이들은 사라지고
껍데기뿐인 추억만 남았나
● 내 편지는 지금 가고 있는 중 : 최영미
불륜은 아름답다고
불륜은 추하다고
카운터의 아가씨들은 저희끼리 돌아앉아 화장을 고치고
수다와 수다 사이 비가 내린다
노래는 흐른다 아, 시간아 멈춰다오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에게로 가는 편지가 되돌아오고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서교동 Cafe´Havana에서 오늘도 커피잔을 깨뜨리며
오후의 정사처럼 부스스한 추억을 꿰맞추는 밤
창밖에선 허술한 어깨들이 서로 젖지 않으려 어깨를 비비고
우산 하나로 세상의 비를 다 막겠다는 것인지
멀리서 비에 젖는 어느 영혼을 위하여 빌고 싶은 밤
취한 건, 추한 건, 불륜만이 아니었다.
● 사랑의 시차 : 최영미
내가 밤일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있던 백조는
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
너와 나, 면벽한 두 세상......
●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이는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끝의 허망한 한 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낸다고
상처가 치통처럼, 코딱지처럼 몸에 붙어 있다고
아예 벗어붙이고 보여줘야 하나
아아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아직도 새로 시작할 힘이 있는데
성한 두팔로 가끔은 널 안을 수 있는데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최영미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1995년 홍익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 등단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번역서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 『그리스 신화』
서양미술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등
첫댓글 여류시인, 시단의 혁명가,
여자로서 직설화법을 구사하며 태연한 여자, 뭐가 부끄럽냐며 핀잔을 줄 수 있는 여자시인,
가이 혁명적인 언어의 폭팔들을 가만히 내 안에 심어보면 고개가 끄덕이고 수긍이 간다.
어떤 울타리 안에 갇혀서 자유롭지 못한 언어의 혁명을 일으키므로서 자유를 찾이 한 돌발적인 모두가 어쩜
저 여류시인의 매력이며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 성깔하는 여자 시인... 역시 저두 매력적으로 바라봅니다.
시간이 허락 할 때마다 가끔씩 눈여겨 읽어 보세요, 곧 친해 질 겁니다.
감사합니다
찐-멋쨍이님, 흔적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기척이 없는 공간은 감옥과 같아요~ㅎ
요즘 티비, 제이,티,비,시 프로에서 '풍류대장' 프로가 너무 매력적이고 감동입니다.
한국고유의 판소리가 한국적으로 시류에 맞게 발전하며 많은 대중에게 폭팔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밤 9시, 많이들 감상하시죠, 정말 우리의 소리와 가락이 너무 좋습니다.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혹 시청하시지 않으시면 꼭 관람하세요~ 그거 보거 눈물이 날 정도로 즐겁습니다,~ㅎ
야심해 지는 밤 시간입니다.
카페에 글 좀 올리고 댓글도 좀 달아 주어서 흥도 돋구어 주고...
잠 자리 들기 전에 이곳에 들려 갑니다. 그래도 29명의 회원님이 글을 읽어 주셔서 힘은 납니다.
인생이 음악이요, 시요, 소설이며 그림인 것이라 믿기에
색깔은 다르나 인생을 영위나가는 모습은 글과도 음악과도 모두 한 몸입니다.
인간의 감상 없이는 아름다운 삶을 그릴 수도 만들 수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정련된 감상의 세계를
스스로 이룩하여 살아가는 일은 인간의 보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람같이 와서 바람같이 자취를 감추는 이 컴의 세계에서나마... 이웃처럼 들렸다 가는 감상까지 기특하게 여겨 주시길요~ㅎ
우리님들 모두 행복하고 축복받은 인생의 길을 가시게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