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관한 시모음 36)
삼월의 雪(진눈깨비) /정옥령
목련이 살포시 붉은 연지를 찍고
개나리 노오란 깨끼 저고리 덧입히고
매화 연분홍 목도리 둘리우고
살며시 찾아 온 봄색시
새색시 입가에 번지는 봄내음 서러워
3월 말에 세찬 바람 끌어안고
내리는 진눈깨비
해 띄웠다 구름 띄웠다
왜 그런다요 겨울이란 양반은?
새색시 버선발 적시지 않으려
바람은 끙끙 거리고
겨울모자 속 회오리 휘~휘~
봄색시 시집살이 몇년이나 더 해야할까
윤삼월 /최홍윤
4월 스무날 즈음에
솔 향기나는 봄바람이 불고
청명 한식에 소복이 모이던 봄처녀가
이제야 개나리 우물가에 얼씬거리네
먼 산에 울긋불긋 진달래
꽃다발 한 아름 안고, 옛사랑 순이가
네게로 달려오는데,
날이면 날마다
태양의 시간만 보고
달의 시간은 못 본채 한 내가
삶을 재촉한 것도 그렇고
개나리 우물가에서
시집간 지 오래된
누이 생각만 한 것도 그저 그러네
봄꽃이 만발해
비로소 알아채는 이 우둔함,
4월 스무날이 지나
윤삼월 초승달에 가는 꽃구름처럼
개나리 진달래 벚꽃에
취해버린 나그네 인생길
윤삼월 꽃 노래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네!
3월이 지겨운 이유 /은석 김영제
한 해
1월부터 12월까지
큰 달 7번 작은 달 5번
일년은 길지만
일주일은 금방 가더라
2월은
아마도 월급쟁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이리라
설날 연휴도 있고
봉급도 빨리 받는 기분이니
그러다
3월이 되면 3일이 더 있어
짜증나고 일을 더 하는 기분
일 없어 좀 쉴만 하면
날 잡아 청소까지 시키고
춘삼월에 내리는 눈 /藝香 도지현
어찌하다 길을 잃었니
아님, 깜빡 잠이 들었다
시간을 놓쳐버렸니
이제 아니 오리라 체념했는데
꽃 피고 새 노래하는 이 계절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되어
슬며시 지나가려 하는구나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든
초대한 손님이 되었든
목은 늘어져 솟대가 되었고
눈은 튀어나와 왕방울이 되어서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데
이제라도 와주었으니
부디 오래도록 쉬어가려무나
3월은 아프다 /임보
3월은 아프다
물오른 가지마다 잎눈이 찢기고
터진 꽃잎들 유혈이 낭자하고
굳은 땅을 뚫고 돋아나는 여린 싹들
머리가 노랗게 떴다
쑥국쑥국 종일 우는
산비둘기 목이 쉬고
집을 수선하느라 높은 가지를
분주히 오르내린 까치며
직박구리 멧새들도
날개가 아프다
철가방을 나르는 오토바이도
부릉부릉 다리를 앓고
폐지를 가득 실은
노파의 수레도
삐그덕삐그덕 헐떡인다
뜰을 치우고
토란을 심고
호박 구덩이를 파느라
내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신다
윤삼월에 /목필균
구봉산 기슭에 영면하신
부모님이 이제야 명패를 세웠다
자식들의 자식들까지
검은 대리석에 이름을 박고
절을 올린다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 제비꽃, 꿀꽃까지
눈부신 햇살에 피어난 윤삼월
고인의 명복보다
자손들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절
간절함으로 축축해 진다
문득
산등성이로 날아가는 꿩의
외마디 소리
돌아가신 후
효도가 무슨 소용이냐고
죽비로 내려치는 소리 지난 후
막막하게 적막이 찾아왔다
삼월이 가네 /김국현
진단래꽃 따먹으며 놀았던 뒷동산에도 봄바람 불어 떠나갔던 동무들처럼 꽃 같은 삼월이 떠나 가네
얼어붙은 대지의 숨결 들으며 솟아오르는 새싹이 눈 비비며 일어나고
버들가지마다 미소처럼 파릇파릇 웃으며 걸어왔던 그 길로 봄소식 가지고 온 전령사가 훈훈한 정으로 영글어 가고 있었네
벚꽃이 눈이 되어 날리는 날 손잡고 걸었던 추억들이 그리움 남기고 떠나간 자리마다 아쉽게 느껴지는 삼월이 쉼없이 가네
쑥향기 물씬 풍기고 봄나물 풍성했던 어머니 손길로 차려진 밥상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 삼월이 가고 있네
사랑하기 좋았던 삼월이 남겨준 그자리에 물기가 올라 걸음을 재촉하는 사월을 선물하며 떠나간 자리에 나도 가고 너도 가고 있다네
여보게!
들리는가?
바람처럼 강물처럼
떠나가는 삼월 발걸음 소리가.
3월엔 담쟁이 넝쿨처럼 /은파 오애숙
다 함께 우리 모두
춘삼월 피어나는
금싸라기 햇살로
서로가 한 맘으로
약하다 기죽지 말고
헤쳐 나가 봅시다
춘삼월 햇살 뒤로
역경의 꽃샘바람
휘몰아 친다해도
서로가 협력하면
사랑이 울타리 되어
함께 갈 수 있기에
담쟁이 넝쿨처럼
서로를 감싸주며
끝까지 목표 향해
이끌고 항상 함께
서로가 사랑속에서
손잡고서 갑시다
삼월 /이병률
따뜻하다,고 해야 할 말을
따갑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을 넘었지요
높다,라고 하는 말을
넙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한계령에 있었지요
깊이 목을 찔린 사람처럼
언제 한번 허물없이 그의 말에 깊이 찔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첫눈이 나무의 아래를 덮고
그 눈 위로 나무의 잎들이 내려앉고
다시 그 위로 흰 눈이 덮여
그 위로 하얀 새의 발자국이 돋고
덮이면서도 지우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며 손등이며 흉터
밖에는 또다시 눈이 오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지요
밖에는 천국이 지나가며 말을 거는데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눈 속에 파묻히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삼월에 내리는 눈 /이문재
봄눈은 할 말이 많은 것이다
지금 봄의 문전에 흩날리는 눈발은
빗방울이 되어 떨어질 줄 알았던 것이다
전속력으로 내리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봄눈은 이런 식으로
꽃눈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땅의 지붕이란 지붕을 모두 난타하며
오래된 숲의 정수리들을 힘껏 두드리며
봄을 기다려온 모든 추위와 허기와
기다림과 두려움과 설렘 속으로
흔쾌하게 진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꽃눈을 흥건히 적시고 싶었던 것이다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는 봄눈은
난데없이 피어난 눈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의 꽃이 된 것이다
꽃잎처럼 팔랑거리며
선뜻 착지하지 못하는 봄눈은
아니 비의 꽃은 억울해 너무 억울해서
쌩한 꽃샘바람에 편승하는 것이다
비의 꽃은 지금 꽃을 제 안으로 삼키고
우박처럼 단단해지려는 것이다
지독한 3월의 봄날은 떠나가네 /염인덕
봄의 기대와 희망 안에 첫사랑 같은
마음의 일렁임이 있었다.
칼바람을 밀어내는 봄의 기운은 마치
거대한 힘을 굴복시키는 따뜻한 바람과
포근하고 아름다움을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다
3월의 봄은 말없이 찾아와
마른 산과 들판에 푸른 생명을 숨 쉬 게 하고
모두가 욕망과 희망을 가져 보게 하였다
나뭇가지에도 꽃봉오리 맺히고
추운 날이 지나 간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에게 힘든 시간과 두려움에 떨게 하여 안타깝다
아름답게 꽃피는 봄날 못내 우리가 모두 가슴 아프고
낯선 코로나에 시달리는 현실이지만
서로가 배려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 본다.
4월의 봄 날에는
새싹처럼 더 큰 희망을 갔고
바이러스 사라진 그날에 모두가
첫사랑 같은 만남으로 그동안 못다 한 정
나누었으면 좋겠다.
2020년 3월의 끝날! /美林 임영석
이렇게 3월도
31일 끝자락에 무사히
꽁꽁~ 얼어붙은 3월의 끝날!
건강이 최고
활짝 꽃 미소의 계절
불안한 코로나 19 눈치코치!
마음 녹이는
꽃향기 솔솔~ 손짓에
조용한 호수 아름다운 풍경!
양지 일광욕
옹기종기 분수대 위
느림보 거북 즐기는 봄햇살!
봄꽃 호숫가
그림 같은 미학 풍경
카메라 앵글 속을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