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종주>
기행시조 (2024.6.26-29)
최용철 作
오늘은 일생일대 대모험 나가는길
고희의 신사숙녀 제나이 까막잊고
장마속 지리산종주 겁도없이 나선다
배낭도 평소보다 한층더 빵빵하니
사흘밤 대피소서 새우잠 자야하고
나흘간 고산능선길 뱃속허기 면하랴
서로를 격려하며 든든히 채워주니
막연한 걱정보다 은근한 설레임에
함께한 우리벗님네 힘내시라 북돋네
시작은 구례구역 성삼재 달려가서
힘차게 스틱집고 육칠리 샛길걸어
그이름 가지말라니 노고단에 머문다*
대피소 취사장에 풍기는 고기냄새
오가는 사람들도 부러워 비켜난다
불판에 삼겹구이도 기세좋게 펼쳤다
저녁놀 붉은석양 찬란히 빛을내고
어둠속 맑은하늘 높고도 깊은산속
비로소 드러난별빛 북두칠성 확연타
이튿날 흐린아침 노고단 단상에는
옥녀는 어디가고 할미만 계시는고
용기를 북돋우면서 벽소령을 향한다
뚜벅이 유향도는 앞에서 이끄시고
양몰이 차대장이 뒤에서 보호하사
길고도 지리멸렬한 능선길을 나간다
임걸령 피아골에 삼도봉 올라보니
전라도 구례남원 경상도 함양이라
한반도 남녘산중에 드넓기가 최고라
연하천 다다르니 힘겹고 지친다리
때마침 비뿌리니 우비로 무장하고
오르락 내리락길로 벽소령에 이른다
하늘은 새파랗게 벽소령 이름답고*
물줄기 콸콸쏟는 시원한 세석평전
촛대봉 기암괴석에 멋진전망 나온다
숲길엔 조릿대와 야생화 지천이니
분홍의 노루오줌 솟아난 불탑같고
하얀색 산꿩의다리 폭죽같이 터졌다
지리산 산행길에 만나는 구름바다
아득한 첩첩청산 골마다 뭉실뭉실
청학동 신선의세계 운해속에 있으리
열악한 장터목의 힘겨운 끼니마련
돌계단 너덜길에 다시는 안오리라
사흘째 저녁무렵엔 넌덜머리 내누나
새벽녘 일어나서 랜턴에 불밝히고
가파른 바위길로 찬바람 맞다보니
천왕봉 운해너머로 붉은햇님 오르네
삼대의 덕을쌓아 천왕봉 일출보나
함께한 고희친구 손들고 만세로다
언제나 꿈에그리던 다시못볼 이장관
장터목 대피소에 끓인밥 요기하고
백무동 하산돌길 조심해 내디딛고
마침내 집에간다고 기쁜마음 들뜬다
참을인 세번쓰신 산신령 풍백우백
비예보 어기면서 사흘간 참으시다
행여나 교만해질까 하산길에 뿌린다
백무동 쉼터에는 뜻밖에 샤워장이
개운한 몸과마음 서울행 버스탄다
차창에 세찬빗줄기 혼곤함을 깨우랴
피아골 삼거리서 미리온 조회장네
상큼한 야채들고 터미널 마중하니
여덟명 둘러앉아서 해단식도 멋지다
고희에 처음으로 천왕봉 일출보니
친구의 깊은우정 그공덕 아닐쏜가
구십리 지리산종주 서로살펴 이뤘다
(2024-6-30, 최용철)
*노고단 Nogo-Dan
*벽소명월(碧霄明月) 지리산 제4경
정격 시조 형식 4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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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사랑방
지리산 종주
조영민
추천 0
조회 112
24.07.01 05:4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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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Wow,
우리 군번에 지리산 종주를 하였다니 감축드리옵니다!
그 옛날 여친과 한국 국립공원 무전여행할 때 지리산입구까지만 갔는데, 종주는 엄두도 내지못하였지요.
언젠가 소생에게도 지리산 종주를 try할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ㅋ
우리 나이에 지리산 종주라니 대단들 하시옵니다.멋진 사진들 많이 건져 올리셨네요~3학년 때 장맛비 속에서 지리산 종주하며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한창 청춘일때도 평생에 이런 고생다시 없을꺼야했는데 대단들 하십니다. 최영숙 대단해요~^^
칠순지나서 지리산 종주하신 동기분들 대단합니다!
최용철 교수의 차원이 다른
지리산 기행시조를 읽으니 19세기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炳淵)의
21세기 Version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고되고 힘든 2박 3일 완주를 추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