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실 수확철이다. 장아찌용 매실은 조금 일찍 수확하기도 하지만 발효효소액 담그기용 매실은 늘 6월 15일 전후로 수확한다. 청매실의 약성이 좋다느니 어쩌니 하는데, 요즘 세상이 어디 허준이 살던 시대인가? 이질 약이 없어 매실을 약으로 먹게?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피로회복제의 대표주자인 ‘박카스’ 성분의 핵심은 구연산이다. 어떤 과실이나 채소의 구연산 함유량이 높다면 그만큼 천연 피로회복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매실에도 구연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덜 익었을 때는 구연산보다 사과산 함유량이 높지만 과육이 숙성되기 시작하면서 구연산 함유량이 더 높아지기 시작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한 연구에 의하면 청매실보다 황매실의 구연산 함유량이 평균 5배 이상 높다고 한다. ‘약’(은 사실 ‘독’이다)으로 먹을 게 아니라 음료로서의 매실 발효효소액을 원한다면 황매실로 담그는 게 백 번 옳다.
그럼에도 청매실에 대한 환상이 유포되는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의 관점이 아니라 판매자의 관점이 끊임없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황매실은 상온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힘든 까닭에 택배 등과 같은, 시간지연 유통이 어렵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정도의 황매실만 하더라도 딴 지 이삼일만 지나면 물러진다. 그러니 황매실의 유통 가능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일주일 정도 상온 유통이 가능한 청매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생산자나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황매실이 좋다한들 수확 당일에 모두 판매 가능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황매실이 될 때까지 놓아둘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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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5일 이후에 수확하는 황매실. 황매실로 담궈야 구연산이 풍부한 매실발효액을 얻을 수 있다.
매실 발효효소액을 담그는데 있어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설탕이다. 꽤나 알려진 산야초 효소 관련 책에 보면 발효효소액을 담글 때 황설탕이나 심지어 흑설탕을 사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혹 지금 갖고 있는 책이 이렇다면 그 책 당장 불태워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발효효소액을 담글 때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써야 한다고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수없이 복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러 색깔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판매를 늘리는 등의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발효효소액은 원당 같은 비정제 설탕이라면 모르되 정제 설탕으로 담글 경우에는 흰설탕을 사용해야 한다. 원재료의 맛과 향이 가장 깔끔하고 자연 그대로 우러나는 것이 흰설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황설탕이나 흑설탕은 정제된 흰설탕에 식품첨가물이나 색소를 넣어 이차 가공한 설탕이다. 곧 원당(=황색)을 정제한 상태(=흰색)에 열을 가하면 갈변현상이 일어나 색이 황색으로 변하면서 원당의 향취가 어느 정도 살아나게 되는데 이것이 황설탕이고, 이 황설탕에 카라멜 시럽이나 색소를 넣어 가공한 것이 흑설탕이다. 흰설탕보다 황설탕이, 황설탕보다 흑설탕이 비싼 이유는 더 좋은 설탕이라서가 아니라 더 많은 가공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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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 설탕을 사용할 경우 모든 발효효소액은 백설탕으로 담궈야 원재료의 맛을 해지치 않는다. 다만, 원재료의 향취가 강한 재료일 경우에는 비정제당을 사용하면 원당의 풍부한 영양소가 더해진다. 매실은 향이 강한 재료이므로 비정제 원당으로 담궈도 된다.
몸에 좋은 것 먹자고 애써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가지고 발효효소액을 담그면서 왜 식품첨가물이나 인공 색소를 넣은 설탕을 사용해야 할까? 왜 자연의 발효 식품을 먹으면서 인위적인 향이 더해진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사용해 자연 그대로의 맛이나 향취를 죽여야 할까? 아직도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시기 바란다. 물론 원당이나 비정제당을 사용할 경우는 예외다. 원당이나 비정제당은 원당 특유의 독특한 향이 있어 발효효소 재료와의 궁합을 고려해야 하지만 정제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영양소들을 함유하고 있기에 발효 과정에서 원재료에 없는 효소 성분들이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황색의 비정제당을 사용할 것인가 정제 흰설탕을 사용할 것인가는 원재료의 향이나 맛을 우선시할 것인가, 몸에 좋은 성분이 함유된 설탕을 사용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실처럼 향이 강한 재료라면 가격은 좀 비싸도 원당 같은 비정제당을 쓰는 게 매실의 맛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영양소가 더 풍부한 발효효소액을 얻을 수 있다.
설탕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매실과 설탕의 비율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매실발효액을 담글 때 매실과 설탕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매실은 무게를 기준으로 할 때 대체로 과육이 80% 씨앗이 20%의 비중이고, 과육의 85%는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매실 10kg으로 효소액을 담글 때 설탕이 1:1 비율이라는 건 8kg의 설탕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걸 많은 사람들이 설탕 10kg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간단한 비유로 매실 씨를 제거하고 담그는 장아찌를 생각해 보라. 이때 1:1 비율이라고 하면 매실 씨를 제거한 무게와 설탕 무게를 비교하는 것이지 씨의 무게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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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 장아찌. 매실을 수확하다 바닥에 떨어져 상처가 난 매실은 씨를 제거하고 장아찌를 담그는데 사용한다. 상처가 많이 난 매실로 발효효소액을 담글 경우 매실의 유기성분이 녹아 나와 원액이 탁해진다.
나의 경우는 매실 발효효소액을 담글 때 설탕을 매실의 수분 함량인 85%만 넣는다. 곧 10kg의 매실이라면 설탕 필요량은 10*0.8(매실의 과육 무게)*0.85(매실 과육의 수분 함량)=6.8kg이 된다. 청매실에 가까우냐 완전히 익은 황매실이냐에 따라 설탕 양을 조금씩 조절하기도 하고, 음료용으로 쓸 것이냐 요리용으로 쓸 것이냐에 따라서도 약간씩 조절한다. 황매실의 경우는 청매실보다 조금 더 적게 넣고, 음료용으로 쓸 경우에도 요리용보다 조금 적게 넣는다. 위에서 언급한 정량의 10~20% 정도를 덜 넣는다고 보면 된다. 지금 창고에서 보관중인 발효액 중에는 매실 10kg에 설탕 6kg 정도를 넣어서 만든 것도 있다. 2년 동안 상온에서 보관해도 별 문제 없는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매실 무게의 절반이하까지 설탕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상온에 보관 가능한 발효효소액을 만드는 것. 앞으로의 목표다.
설탕을 적게 넣으면 발효가 왕성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담근 뒤 세심하게 관리해 주어야 한다. 자칫하면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과발효되어 넘칠 수도 있고, 유기산 발효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초산화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탕을 적게 넣으면서도 과발효 되지 않고 초산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이것이 아마도 발효효소액을 잘 담그는 기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숱한 경험과 실패를 통해서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는 노하우일 것이다.
대부분의 발효효소액은 적당한 시간동안 발효시킨 뒤 걸러내어 2차 숙성시키는 게 좋다. 대개는 3개월 정도를 적당한 시간이라고 보는데 정해진 답은 없다. 원재료의 성질에 따라 달리해야 할 문제다. 오래두어도 원재료의 유기성분이 녹아 나와 원액이 혼탁해지지 않는다면 괜찮다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걸러내어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담그는 사람의 방법과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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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발효시킨 발효효소액은 상온에 오랫동안 보관해도 문제 없다. 다만 병마개를 느슨하게 잠궈 호흡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뱀다리>
인터넷이나 SNS에 보면 매실발효효소액을 판매하면서 유기농 매실로 직접 담근 것임을 자랑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유기농이든 아니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문제는 이렇게 담근 걸 병입한 상태로 팔면서 밀봉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살균처리 한 것이라면 몰라도 살균하지 않은 발효효소액이 밀봉되어 유통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설탕으로 범벅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발효가 끝나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완전 개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 설탕을 많이 넣어 발효가 애초부터 진행되지 않은 것이라면 몰라도(아마 청매실 10kg에 설탕 10kg 넣으면 발효는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건 그냥 매실효소액이다. 설탕물에 매실의 효소 성분이 조금 추출된) 발효가 진행된 것은 살균처리 하기 전에는 상온 상태에서는 발효를 멈추지 않는다.
매실 발효액은 유기산 발효이기 때문에 당분이 있는 한 끝까지 발효해서 초산화가 진행된다. 곧 먹을 것(당분)이 남아 있는 한 발효는 멈추지 않는 것. 그러니 살균처리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밀봉되어 유통되는 건 발효액이 아니라 그냥 원재료의 효소 성분이 조금 추출된 효소액이라고 보면 된다. 결코 발효액이 아니다. 발효가 뭔지도 모르는 인간들이나 이런 걸 효소액이 아니라 발효액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해마다 매실액을 담그지만 1:1비율로 해지요 그리고 우리가 식당에서 식사후에 후식으로 매실음료가 나오는데 약간갈색으로 나오고 맛이있어 흑설탕이나 갈색설탕으로 담궜지요 앞으로 참고하겠읍니다.^,
꼭 필요한 귀한 정보네요 고맙습니다..
원재료요의 성향에 따른 설탕비율
전수 받고 갑니다ᆞ
감사 드려요ᆞ
왜 담을때 마다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지요
일년이란 세월의 징검다리를
뛰어 넘어서 이겠지요ᆞ ᆢ~~^^
청매실 보다 황매실이 훨 맛나요~~ 저는 황매실만 담아요... 홍매실을 담으면 예쁜색의 음료가 될거 같은데 그매하기가 힘들어서 올해도 황매실만 30kg 담았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설탕 원당보다 천연발효 식품인 꿀이 좋고 꿀이 비싸면 사양꿀로 담그니 맛도 틀리더이다
꿀도 1:1로 담구어야 하나요?
꿀하고 설탕은 밀도도 다르고, 당도도 다릅니다.
따라서 넣는 비율도 전혀 달라집니다.
그렇게 좋은 걸 선전하고 싶으면 꿀과 설탕의 밀도와 당도는 어떻게 다르니,
어떤 비율로 넣어야 한다는 것도 좀 밝혀 주시지요.
예를 들어 전 매실 50kg과 비파 30kg을 담급니다.
그러면 꿀 구입비가 얼마일까요?
그리고 꿀은 어떤 꽃이 밀원이냐에 따라 향과 맛 다릅니다.
향이 강한 꿀은 발효효소재료의 맛을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꿀은 발효효소액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밀도와 당도가 높아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냥 꿀물 먹고 싶다면야 뭐 할말 없습니다만, 사용비율 하나 적지 못하면서 이런 댓글 좀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피노자 생각을 해서 담그셔야지 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네요. 발효가 돼서 향이 그닥 강하지 않던데요. 입맛에 따라 다른데 담그는 사람 입맛에 따라 다른데 비율은 1:0.8로 담그 었는데 정답이 있나요. 꿀로 담그면 발효도 잘 되고 맛도 훨 좋았어요. 전 야생화 꿀로 담가어요. 그리고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비하하는
발언 상당히 기분 나쁘네요 그렇게 평가하지 마세요 정제된 설탕으로 담그는 거보단 훨 났다고 생각 하네요~
@바람수리(구 홍천, 신 인천) 애초에 남의 글에 꿀이 더 낫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게 누구죠? 취향일 뿐이라면요. 꿀 당도가 설탕하고 어떻게 다른지는 찾어보시고 비율 이야기 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오늘 매실효소를 담을려고 마트에 가니 황설탕은 동이나고 없더군요
그래서 하는수 없이 가격이 싼 백설탕릉 구입 했는데 잘했네요
저는 매년 이 맘때 매실 효소를 담그는 것이 좋은 결과네요
가격도 청매실 보다 지금 나오는 황매실이 싼데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6.19 16: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6.19 16:51
저도 어리버리 배워서 효소액을 담금하는데 의문이 참 많았습니다. 재료와 설탕의 비율이 무게 기준인지 부피기준인지 물어도 봤지만 누구하나 대답해주는 분 없더군요. 사람들이 담그면서 그런 의문은 안하나봐요. 오늘 글에 무게 기준을 말씀해주셨고, 또 무게 기준을 꼭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건 경험기준(?)으로 적당히 하기도 했는데요. 하여간에 씨앗을 빼고 재료의 수분기준으로 1:1에 가깝게 한다는 정보도 얻게됐습니다. 저는 설탕은 처음부터 흰설탕을 넣었습니다 알아서 넣은게 아니고, 값싸니까 넣은건데, 그게 모난 돌이 정맞았네요 ㅎㅎㅎ
또 드는 의문은 완전 발효되지 않으면 설탕물을 마실 수 있다는거네요. 완전한 발효액과 효소가 조금 섞인 액은 색상이나 맛에서 어떤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요. 그렇잖아도 효소 담금하면서 설탕은 어떻게 변해서 남아 있지 않게되나하고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칫 건강한 음료 마실라다 설탕물 마시면 안되잖아요. 배우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발효액의 당도는 설탕 첨가량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대개 40% 내외입니다. 1년 이상 시간이 경과해도 당도는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실제 발효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40% 내외로 남아 있습니다. 첨가한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어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설탕을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다음 체내로 흡수됩니다. 그러므로 발효액 중의 포도당과 과당을 섭취하는 것은 설탕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당도가 높은 발효액에는 미생물이 많이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발효나 저장기간이 길어도 설탕의 주성분인 포도당과 과당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흙사랑 그렇군요, 잘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ㄷ발효액 한 통 전부를 내가 섭취했다면, 그 통에 넣은 설탕 중40%는 먹은게 되나요? 그렇지요? 포도당과 과당의 40%가 남아있는다면 말이지요. 하나 더 물어보겠습니다. 재료에 따라 차이는 있겟지만, 잘 발효된 효소와 발효가 되지않았거나 미흡하게 된 것은 어떤 차이로 느끼게됩니가? 맛으로? 아니면 색상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누구에게 색상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 잘 발효된거다하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지금도 믿고 있는데, 혹 제 생각이 잘못되지나 않는지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6.27 17:20
멋진 포스팅 잘보고 배워갑니다 늘건강 하시고 유익한 글 많이 올려 주세요~~~~
잘 배워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