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들국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은 가도 인생은 남는 것, 소설가 최인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내가 최인호를 알게 된 것은 유명한 영화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이 아니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샘터에다 매달 한 꼭지의 소소한 가정 사를 까발리는 고발장 같은 가족의 이야기는

소설가 최인호가 아닌 남편, 아버지, 아들로써 그야말로 최인호의 부드럽고 민망한 속살이었다.

아내 황정숙과 딸 다혜 아들 도단이 손녀 정원까지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꽃밭의 일상을

참 맛깔 나게 그려준 작품이다.

애인 최인호를 만나기 위해 두근거리며 갔던 서점에서 서서 읽던 페이지가

가족이었으니, 남의 가족사를 보고 나의 가족을 키운 나에게 있어서는

일명 가족 지침서였던 것.

그 안엔 연필심이 너무 가늘어 찌를 것 같은 청년 최인호보다 거품이 다 빠진

싱거운 맥주 같은, 손녀 정원이에게 쩔쩔매는 할아버지가 녹아 있었으니 나에게도 최인호는 더욱

가까운 인정 많은 옆집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암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소설가 최인호,

아버지 최인호 할아버지 최인호 아들 최인호, 영원히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가족은 영원히 내 마음의 별로 남을 것이다.

최인호의 마지막 산문집 '인생', 쓸쓸한 이 가을에 다시 펴들어야겠다.

인생이 무엇인지, 작가가 무엇인지, 최인호의 추억 속으로 빠져봐야겠다.

[박래녀]

모임 끝내고 집에 와서 컴 열었더니 최인호 작가가 이승을 하직했다는 소식이 있더군. 덕분에 나도 그 작가를 추모 했는데. 역시 샘터에서 가족 이야기 독자였고, 여고학교 시절 샘터 독자란에 시가 몇 번 실린 것이 계기가 되어 샘터를 구독했었지.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들국화]

구월에 떠난 사랑이라는 유익종의 노래가 구구절절한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