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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01월] 총리 '3불 재검토 발언' 오해소지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대학입시 3불(不)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총리 발언의 요지는 "이제는 대학에 자유를 줘야 한다"와 "3불에 대해 잘 연구해 보겠다"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련의 과정으로 보아 원칙론 표명보다 '3불 폐지 검토'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아직은 3불 원칙을 재검토할 만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며, 그래서 정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면서 '3불 폐지'를 언급한 바 있다. 4월부터 2년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으로 내정돼 있는 이 총장은 '사회적 합의'를 "대교협의 교육협력위원회의 합의"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고려대는 기여입학제를 바로 도입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대교협 회장 내정자의 이러한 소신과 불과 며칠 후 있었던 총리의 발언으로 미뤄 '3불 폐지 검토'는 발표 절차만 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화하고 있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불가하다는 원칙이 현실적으로 일부 허물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대교협은 2012년까지 3불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무늬만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주요 대학들은 모집 단위와 논술시험 방식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일부에선 이미 고교종합평가를 실질적인 입학사정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이후엔 학생 선발권을 100% 대학에 이관하는 대입완전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불가 원칙을 세워놓고 일부 현실적 상황을 예외로 인정하는 것과 원칙 자체를 허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더구나 교육문제를 일부 단체나 집단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순 없다. 특히 기여입학제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정 총리가 "대통령과 총리, 교과부의 3박자가 맞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개선 모습 보일 것"이라고 했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01월] 공통의 역사인식, 한·중·일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동아시아공동체 제안을 필두로 동아시아 평화담론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하지만 담론을 뒷받침할 여건은 아직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식민지배나 고구려사를 둘러싼 갈등처럼 역사인식 문제도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역사인식의 격차를 줄이려면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한·중·일 세 나라 역사교과서를 비교분석해 자국사 위주 서술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관계사 중심으로 서술 형태를 바꿀 것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동아시아 3국의 공통 역사인식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교육연대의 이런 분석과 제안처럼 민간 차원에서 더 활발하게 전개돼 왔다. 2005년 ‘한·중·일 공동 3국 역사편찬위원회’가 출간한 <미래를 여는 역사>나 전교조 대구지부와 일본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이 함께 만든 <조선통신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에는 <미래를 여는 역사>의 후속편도 나올 예정이다.
물론 정부 차원의 노력도 없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엔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2002년 1기에 이어 2007년 2기가 구성돼 지난해 말 연구작업을 끝내고 이달 23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2006년 만들어진 중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도 3년간 연구 끝에 지난해 말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의 후속 논의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3기 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일본 쪽이 보고서를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확답을 않고 있다고 한다.
일본 쪽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우려스럽다.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공통의 역사인식을 만들어낸 전범으로 거론되는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의 공통 교과서는 가해자였던 독일의 적극적인 자기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토야마 총리가 동아시아공동체를 말하려면 자기반성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다.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는 지속적인 대화가 관건이다. 2006년 출간된 독일-프랑스 및 독일-폴란드 교과서 모두 양국 학자들의 수십년에 걸친 대화의 산물이었다. 한·중·일 세 나라는 정부간 역사대화를 지속함과 아울러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성과를 정부간 대화에서 수렴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301월] 왜 휴일인지도 모르고 노는 3·1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1절을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59%에 그쳤다. 초중고교생의 40% 이상은 3월 1일이 왜 공휴일이며 그날 자신들은 왜 학교에 가지 않는지 모르는 채 그냥 쉰다는 얘기다.
91년 전 오늘 서울 탑골공원에서 33인의 독립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태극기가 물결쳤다. 신분의 귀천이나 종교 지역 이념의 다름을 따지지 않고 민족이 하나가 되었다. 3·1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국내외 항일 독립투쟁, 그리고 동아일보 등 민족지 창간으로 이어졌다. 한일강제병합 100년, 임시정부 수립 91주년을 맞는 올해 3·1절은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초중고교생들이 3·1절을 제대로 모르는 것은 부실한 국사교육에 한 원인이 있다. 고교 국사과목의 수업시간이 줄어든 데다 내년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사회탐구 영역에 편입된 국사는 대학입시 필수과목에서 빠진 지 오래다.
토·일요일에 3·1절이 이어진 이른바 ‘황금의 3일 연휴’에 고속도로와 휴양지, 관광지 등에는 인파가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왜 국경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노는 날로만 여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경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휴일이 하루 줄어든다고 아쉬워만 해서야 될 일인가. 독립, 자유, 민주, 풍요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피 흘린 선열들을 잊고서도 그런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겠는가.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일제강점기에 국내외에서 투쟁하고 고통 받은 민족 지도자들을 일방적이고 편향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 좌파 인사는 감싸고 우파 지도자들은 폄훼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3·1절에 “세계질서의 거대한 변화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모두 하나가 됐던 3·1운동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낡은 이념에 얽매인 대립과 갈등구조의 청산을 호소할 예정이다. 3·1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겨 우리 현대사를 온전히 복원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301월] '20명짜리 단과대학' 만든 눈치보기式 약대 신설
교육과학기술부가 인구가 많지만 약대가 한 곳뿐인 경기도에 5곳, 약대가 없는 인천·대구·충남·전남·경남에 각 2곳 등 15개 약대(藥大)의 신설을 승인했다. 경기지역 5개 대학 입학정원은 20명, 나머지 대학은 25명씩이다. 부산·대전·강원의 기존 약대 4곳엔 10명씩 입학정원을 추가배정했고, 기존 약대 15곳은 제약업체가 학생 등록금을 대고 졸업생은 3~5년을 해당업체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계약학과 방식으로 100명을 더 뽑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1982년 1210명으로 동결됐던 약대 정원이 28년 만에 단숨에 40%, 490명이 늘어 1700명이 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작년 6월 약대가 없거나 모자라는 5개 시·도에 50명 정원 규모의 7개 약대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그랬던 것이 신설대학을 15곳으로 늘리면서 정원이 50명에서 20~25명으로 줄어들었다. 교육부가 탈락(脫落) 대학의 반발을 우려해 정원 쪼개기를 한 탓이다. 한 학년 20~25명을 약학과와 제약학과의 두 과로 나눠, 그것도 한꺼번에 15개 단과대학을 세우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약대 유치에 성공한 대학들도 "남학생 몇 명이 군대에 가버리면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과도 적정 규모가 있다. 적정 규모가 돼야 그에 따라 각 분야별 교수도 뽑고 그에 합당한 기자재와 실험실도 갖출 수가 있다. 서울대 약대의 경우 한 학년 정원이 70명인데 교수가 약학과 28명, 제약학과 21명이다. 교수 숫자가 그쯤 되니 약품분석학·약용식물학·생화학·생약학·약물작용학·생물학적시험법 같은 과목까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한 학년 20명인 약대를 약학과, 제약학과로 나누면 과당 10명이다. 대학들이 과연 10명의 학생들을 위해 각 분야의 교수를 과연 몇 명이나 확보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학생들이 약학·제약학의 얼마나 세밀한 분야까지 충실하게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외부 강사로 숫자나 채워 부실한 강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잡으려고 신설 약대 숫자를 최대한 늘렸다거나 수도권에선 종교 간 경쟁 양상까지 빚어졌고 어느 지방에선 여권 정파 간 힘겨루기가 벌어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정부의 본분(本分)은 때로 나라의 긴 장래를 보고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지, 부작용은 훗날 다른 정권에 돌아갈 것이란 생각으로 선심 뿌리듯 국가정책을 결정해선 안 된다.
[서울신문 사설-20100301월] 서울시 ‘물가홈피’ 알뜰소비 통로 되길
서울시가 시내의 식당과 이용·미용업소,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등 8500여곳의 생활물가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mulga.seoul.go.kr)를 통해 제공한다고 한다. 물가 전담 모니터 요원 255명을 두고 서비스업소의 요금을 석달마다 한 차례씩 파악하며,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100곳에 대해서는 농·수·축산물 17개 품목을 격주로 조사한다는 것이다. 라면·밀가루·식용유 등 60여종의 공산품 가격은 한국소비자원과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생필품의 정확한 가격정보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업소의 자율적인 가격 인하를 이끌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서울의 물가는 세계 유수의 도시들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거뜬히 들 정도로 살인적이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지역이나 판매장소에 따라 10~20% 차이나는 것은 보통이다. 생필품의 가격은 서민들의 가계를 위협할 정도여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물가안정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물가의 일목요연한 공개와 비교를 통해 자율적인 가격 조정을 유도하려는 정책은 늦은 감이 있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올해는 특히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을 목표로 정한 터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가격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보길 권한다.
물가 정보가 신뢰를 얻고 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정확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광역·기초단체들과 물가정보의 교환을 확대해서 산지(産地) 가격을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하길 바란다. 유통 폭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물가의 공개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에겐 매우 유용한 정보다. 주유소 기름 값의 공개로 소비자들 사이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보라. 서울시 물가 홈페이지가 시민의 알뜰 소비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01월] 글로벌 교두보 마련한 기아차 美 조지아 공장 준공
기아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조지아에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하고 현지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주목(注目)할 만하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 공장착공 이래 무려 10억달러를 투자해 처음으로 미국 현지생산체제를 갖추게 됐음은 물론,현대 · 기아차그룹 차원에서도 신차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 설계 생산 시험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는 일관 시스템을 구축하고,글로벌 '빅4' 도약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도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미국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이 이번 준공식에서 "조지아공장은 새로운 자동차 중심지로 부상하는 미국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곳으로,미국 자동차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우리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메이커 도약을 위해 현지생산 체제 구축만큼 시급한 과제도 없다. 시장 확보를 위한 수출 일변도 해외진출 전략에 따른 위험 부담을 경감시키고 선진국들과의 각종 통상마찰에 미리 대비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영을 결코 실현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도요타자동차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데 따른 미국 측의 보호주의 조치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해 자동차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차가 이번에 미국 공장을 준공하고,현대 · 기아차그룹 또한 세계를 무대로 현지 공장 건설에 박차(拍車)를 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 자동차 업계가 현지생산체제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현지 공장 건설을 당초 일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과 생산판매,서비스 등의 현지화 체제를 하루빨리 정착시키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특히 최근의 도요타 사태를 거울삼아 품질개선과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함은 물론 해외협력업체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도요타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현지공장에서 공급된 부품 성능과 품질에 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우수 인재를 확보해 기술개발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세계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301월] 우리도 안심할수 없는 지구촌 곳곳의 재앙
지난 1월 아이티에 이어 엊그제 칠레에서도 강진이 발생해 최소 3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다. 진도 8.8 규모인 이번 강진은 1960년에 칠레가 겪었던 진도 9.5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이고 아이티(진도 7.3)보다 800~1000배나 강하다고 한다. 아이티에서 사망자가 무려 30만여 명이나 나온 데 비해 칠레 지진은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 일어나 인명 피해가 적은 편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칠레 해저지진은 파급효과에서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진도 6.1 지진이 이어졌고 쓰나미를 발생시켜 700㎞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 섬에서도 인명 피해를 낸 데다 하와이, 알래스카는 물론 일본, 한국에까지 해일 경고가 발동됐다.
지구 반대편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 이 정도 파장을 미친다면 우리도 자연재앙에 대해 고정관념에만 안주해선 곤란하다. 지난 2월 9일에도 수도권 전역에서 감지될 만한 진도 3.0 지진을 경험한 바와 같이 한반도가 완벽한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또 일본 주변 해저지진으로 인해 한국이 쓰나미 피해를 당한다는 영화 `해운대` 이야기도 그저 가상적 상황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칠레 지진은 지구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교만을 부려온 인류가 자연의 힘 앞에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특히 한국은 자연재앙 불감증 때문에 건물 내진설계나 대피훈련 등에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능성은 희박해도 한 번 당하면 거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의 경우`를 모두 상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현명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그런 면에서 관계당국이 국민을 안심시킬 방안들을 강구하기 바란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01월] 원지동 추모공원의 사회경제적 가치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이 지난 25일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제2화장장 건립방침을 밝힌 지 12년, 입지선정 후 9년 만이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랜 세월 난항을 겪은 원지동 추모공원의 과정은 장례문화의 선진화와 화장장ㆍ장례식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의 확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매장 위주 장례관행의 경제사회적 손실은 막대하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 정도 되는 땅이 묘지로 잠식돼 그렇지 않아도 좁은 국토의 토지이용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산림훼손에 따른 환경파괴와 온실가스 흡수능력 저하, 산사태 등 자연재해 빈발에 따른 피해도 크다. 장례비용 자체도 화장보다 훨씬 많이 든다. 이에 따라 매장을 화장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개선 및 지도층 인사들의 화장유언 남기기 운동 등 시민단체들의 캠페인이 꾸준히 이어졌고 그 덕택에 이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어 화장 장례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화장시설 부족이 장례문화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설이 한곳밖에 없어 10~20배의 비용을 더 부담하며 다른 지역 시설을 이용하는가 하면 그것도 여의치 않아 3일장 대신 4~5일장을 치르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장례문화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해야 하며 그러려면 전국적으로 화장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문제는 장례식장ㆍ화장장 등은 혐오시설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에 신설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착공까지 10여년이 걸린 서울추모공원과 SK가 무려 500억원을 들여 완공해 기부한 세종시 장례문화센터가 이를 잘 말해준다. SK는 당초 이 시설의 입지로 서울추모공원을 계획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도 역시 퇴짜를 맞았다.
신도시 시행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마찰로 착공이 늦어졌고 그 사이에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옮겨간 곳이 세종시다. 결국 화장장과 같은 기피시설은 신개발지 도시계획 입안 초기에 정해 다른 건물, 특히 아파트 분양 전에 착공해야 탈없이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민의 장례불편을 크게 해소하게 될 서울추모공원이 이른바 혐오시설에 대한 정서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화스포츠 부문 기자)-20100301월] 인빅투스
기적은 고통과 함께 온다.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1849∼1903)의 삶도 그랬다. 그는 12세 때 폐결핵에 걸렸다. 뼛속을 파고든 몹쓸 균 탓에 훗날 왼쪽 무릎 아래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시인은 항상 쾌활하고 열정적이었다.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떡 벌어진 덩치에 목발을 짚고 다니던 친구를 『보물섬』에 등장시켰다. 그 유명한 외다리 실버 선장으로.
‘인빅투스’는 헨리가 1875년 쓴 시다. 인빅투스(invictus)는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이 작품을 쓰기 몇 년 전 그의 오른쪽 다리에도 감염이 진행됐다. 의사들은 절단수술을 받아야 목숨을 건진다고 했지만 시인은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3년에 걸쳐 끈질긴 치료를 받았고, 이후 30년 가까이 더 살았다. 이 시에는 고통을 넘어선 자의 환희가 담겨 있다.
‘온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나를 엄습하는 밤 속에서/나는 어떤 신들에게든/내 굴하지 않는 영혼을 주심에 감사한다. (…) 천국 문이 아무리 좁아도/저승 명부가 형벌로 가득 차 있다 해도/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내 영혼의 선장인 것을’. 시인이 굴하지 않았던 건 병마가 아니라 고통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본능이 아니었을지.
‘인빅투스’는 27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의 애송시이기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009년작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invictus의 영어식 발음)’를 보면 대통령이 된 만델라가 국가대표 럭비팀 주장을 불러 이 시를 읽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1년 후 월드컵에서 우승해 흑백 화합의 물꼬를 터달라는 간절한 당부와 함께. 시인과 지도자가 공유했던 불굴의 정신은 당시 최약체로 평가받던 꼴찌 럭비팀을 일으켜 세운다. 1995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역대 최강팀 뉴질랜드를 꺾는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굽힘 없는 정신은 고귀하다. 오늘 막을 내리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느낀 사실이다. 승리의 공식은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한없이 약해지려는 욕망, 저마다 지닌 한계에서 오는 절망과 싸웠다. “안 되는 것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슬펐다”는 이규혁 선수나, “이제 모두 끝났다”며 눈물 흘리던 김연아 선수나 모두 기적의 연출자다. 넘어지는 불운을 연거푸 겪고서도 다음 올림픽 도전의사를 밝힌 성시백 선수는 또 어떤가. 지지 않는 정신, 굴하지 않는 영혼.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감동 코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노응근(논설위원)-20100301월] 재해와 빈부격차
보험개발원이 세계 거대 자연재해를 분석한 자료를 낸 적이 있다. 핵심은 “보험피해액 기준의 재해와 사망자 기준의 재해는 순위에 관계가 없다” “선진국은 재해를 당하더라도 보험으로 비교적 충분한 보상을 받지만 개도국은 보상체계가 거의 없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피해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자연재해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망자 600명과 관련해 411억달러가 청구됐다. 1992년 미국과 바하마 지역을 덮친 허리케인 앤드루의 인명 피해는 43명에 불과했지만 청구된 보험피해액은 215억달러나 됐다. 그러나 최대 30만명에 이르는 아이티 지진을 빼고 인명 피해 기준으로 보면 70년 방글라데시 폭풍 및 홍수 30만명,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8만명, 76년 중국 지진 25만명, 91년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고르키 13만8000명 순이다. 역대 인명피해 1~5위 자연재해 중 보험으로 보상받은 것은 동남아 쓰나미와 사이클론 고르키 피해 두 건뿐이다. 금액도 보잘것없이 적다.
자연재해는 천재지변으로 불린다.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인재(人災)가 아니란 뜻에서다. 자연재해 중 큰 손실을 가져오는 재해는 지진과 화산 폭발, 풍수해다. 이 중 기상재해의 하나인 풍수해는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자연재해라 하더라도 인간의 대응에 따라 피해 정도는 큰 차이가 난다. 자연재해와 인재의 경계를 칼로 무 자르듯 분명히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이다. 천재지변에도 인재적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그제 칠레를 강타한 지진의 위력은 지난달 아이티 지진의 800~1000배에 이르지만 인명 피해는 수백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평소 건물의 내진설계와 발빠른 민·관 대응 등 지진에 강한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나라 간 지질 환경과 지진 발생 지역의 차이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 70%가량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국 아이티로서는 재난 방지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을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TO) 부설 재난역학연구소는 지난 13일 발표한 ‘아이티 지진 보고서’에서 “지진 사망자 수는 1인당 국민소득(GNP)과 반비례하고 공적 영역의 부패 정도에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자연재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국제적으로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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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감사합니다.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은 삶의 질보다는 긴 삶이겠죠?
선생님~~항상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