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열풍’ 무색하게 MZ세대가 택한 ‘찐’ 유망업종은?
몇 해전부터 2030세대 가운데선 ‘개발’ 열풍이 불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 서비스 산업 수요가 올라가자 기업들이 앞다투어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의 몸값이 올라간 건 당연했습니다.
덩달아 개발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체크무늬 남방에 검은 뿔테를 끼고 컴퓨터가 가득한 골방에서 몇 날 며칠 밤을 새는 다소 어두웠던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코드 몇 줄로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만들어 돌리는 스마트한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퇴근 후 코딩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고, 아예 회사를 그만 둔 후 프로그램 개발 교육에 뛰어드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열풍’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현상이었죠.
그렇다면 2030세대가 가장 가고 싶어 하고, 유망하다 생각하는 업종은 IT계열이었을까요? 이 정도 열풍이 불었으면 당연히 IT업종이 역시나 가장 유망한 분야로 뽑혔어야 마땅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IT업종은 1위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이끌어갈 유망 산업 1위 ‘바이오/제약/의료’
개발 열풍 불러일으켰던 ‘IT/정보통신’ 업종은 2위에 그쳐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유망 산업 분야 및 취업 준비 현황’을 보면 응답자들이 ‘가장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 업종은 ‘바이오/제약/의료’ 분야였습니다.
2030세대가 뽑은 미래 유망산업 1위 ‘바이오/제약/의료’ 산업./ 클립아트코리아
바이오/제약/의료 분야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복수응답 가능)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 분야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크게 주목을 받은 업종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맞은 코로나 백신도, 코로나를 치료할 치료제도 다 이 분야에서 개발된 것들이죠. 특히 화이자와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같은 제약사들은 이번 코로나 상황으로 엄청난 부와 광고 효과를 얻은 회사들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수년 간 이어진 코로나와의 전쟁 끝에 바이오와 제약, 의료산업은 우리 사회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분야가 됐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은만큼 그곳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진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IT/정보통신’ 업종은 ‘바이오/제약/의료’ 분야 다음으로 2030세대가 유망하다고 바라보는 업종이었습니다./ 픽사베이
바이오/제약/의료 분야 다음으로 2030세대가 유망하다고 생각한 분야는 IT/정보통신 업종이었습니다. IT/정보통신 업종은 총 35.4%의 선택을 받았네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비대면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없어선 안 될만큼 중요한 산업으로 인정을 받았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 플랫폼들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주목을 받은만큼 젊은 세대가 유망하다고 바라보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겠네요.
그 다음을 차지한 3위와 4위는 직장인과 대학생 사이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전자상거래(19.8%)’와 ‘방송/웹툰/IP(17.9%)’ 분야를 각각 3, 4위로 뽑았습니다. 반면 직장인들은 ‘물류/배송/운반(19.1%)’, ‘모빌리티(16.7%)’ 산업을 각각 유망한 산업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접하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이 부분에서는 차이가 발생했네요.
반면 ‘금융/은행/카드’ 산업은 8.1%, ‘교육/학습’ 산업은 6.3%, ‘농업/어업/임업’ 분야는 3.8%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유망산업은 ‘새로운 기술, 발전 가능성’ 고려해 선정
응답자 46.8% “유망 분야라고 생각하는 산업군으로 취업 및 이직 준비”
2030세대가 뽑은 미래 유망산업 1위 '바이오/제약/의료' 산업./ 픽사베이
MZ세대가 ‘바이오나 IT 업종을 유망 업종으로 선정한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이미 기술 적용 등 변화가 시작된 분야이기 때문(43.5%)’이라고 답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많이 언급되는 분야라서(36.6)’,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따른 영향 때문(28.4%)’, ‘아직 기술 발전 및 활용이 덜 된 분야라 발전 가능성이 커 보여서(25.1%)’, ‘환경,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서(19.9%)’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설문 참여자 가운데 46.8%는 ‘유망 분야라고 생각하는 산업군으로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답했습니다.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로 실제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네요. 하지만 나머지 53.2%는 ‘유망 분야로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유망 분야로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이유(복수응답 가능)’로는 ‘전공과 경력 등이 해당 분야와 관련이 없기 때문(77.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해당 분야와 관련한 기술 및 취업 정보 취득이 어려워서(38.7%)’, ‘해당 분야가 현재 적극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지 않아서(7.9%)’, ‘정말 그 분야가 유망한지 확신이 없어서(7.5%)’ 등의 순이었습니다.
‘바이오/제약 분야’, 취업문 좁고 연봉도 높지 않은 편
많은 이들이 유망 업종으로 선택한 바이오/제약 분야의 경우 사실 취업의 기회가 많거나 연봉 수준이 아주 뛰어난 업종은 아닙니다. 특히 R&D(연구개발) 분야의 경우에는 학사를 뽑는 일이 드물고 대개 석사나 박사급 학력을 요구하는데 비해 연봉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연봉 상위 10대 제약사로 취업한다고 가정할 때 박사급은 6000만원, 석사급은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국민연금 자료를 바탕으로 연봉 정보를 추정하는 ‘크레딧잡’에 따르면 상위권 제약사인 유한양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0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한미약품은 이보다 조금 적은 5600만원 정도였습니다.
학사 출신은 상대적으로 석·박사급에 비해 취업문이 더 좁다고 합니다. 대졸 신입만 별도로 뽑는 회사는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하니까요. 반면 영업직은 바이오/제약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가 많다고 하지만 병원이나 약국을 상대로 직접 영업을 뛰어야 하는 일이라 업무 자체가 쉬운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