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김정희
일요일 아침 달콤한 늦잠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눔의 호랭이 물어갈 것들아. 해가 중천에 떴는디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냐.”
비몽사몽간에 돌아눕는데 방문이 벌컥 열린다. 새벽같이 일어나 오늘 팔러 나갈 오이, 호박 등의 채소를 따러 밭에 다녀온 어머니의 고함이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마루로 나온다. 그 소리는 따온 오이, 호박을 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손수레에 싣고 준비를 하는 동안 넋두리로 변해 계속해서 쏟아진다. 어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고샅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쉬지 않고 줄줄이 터져 나오는 그 넋두리는 어머니의 노동요였다.
노동요는 과거 농경 사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육체적인 고통과 지루함을 달래고 일의 능률을 올리고자 부르던 노래다. 주로 한 사람이 먼저 부르고 여러 사람이 맞받아서 부르는 형태가 많았다. 산업 사회가 되면서 듣는 노래도 노동요라 부르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면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라디오는 이에 적합한 매체다. 요즘에는 유튜브가 생기고 여러 가지 영상들이 올라오면서 한번 틀어 놓으면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유사한 음악을 자동 재생해준다.
내 노동요는 라디오로 듣는 음악이었다. 부엌일을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할 때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았다. 요즘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휴대폰으로 오디오북을 듣는다. 집안일을 할 때는 주로 소설을 듣는다. 조정래 대하소설『아리랑』,『태백산맥』,『한강』을 완주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개미』,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를 거쳐 지금은 박완서 소설을 등단작부터 시작해서 차례로 듣고 있다. 집안일을 하는 시간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딸아이의 노동요는 미국 드라마다. 아이 태블릿은 늘 미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9-1-1」 같은 드라마를 무한 반복한다. 뮤지컬도 좋아한다. 「해밀턴」은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부분에 어떤 대사가 나오는지 다 알고 있다. 미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도 한다. 중고등학교 때는 시디플레이어로 해리포터를 들었다. 영어를 잘하려면 되도록 영어 환경에 많이 노출하라고 하는데 스스로 그렇게 하고있는 아이를 보면서 어학연수 한 번 보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달랜다.
첫댓글 책읽는 모습 보여주며 키우셨잖아요. 멋져요 자랑스런 부모님
도전 받는 좋은 정보입니다ㆍ
감사해요
저도 정희언니한테 물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