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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맥박]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게임스컴' 쾰른을 가다
임상훈
✔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 가늠할 수 있는 '게임전시회'
✔ 관람객 대부분이 중국인 '차이나조이', 글로벌한 '게임스컴'
✔ 코로나·러우 전쟁·미중 갈등, 게임 산업 축소에 영향
✔ 중국 업체 약진 두드러져… 정치적 이유로 글로벌 진출
✔ 게임 업계, AI 활용한 비용·시간 절감 위한 노력 시작
게임업계에도 국제박람회가 있다. 8월 말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는 1,200여 개 업체가 참석했으며, 30만 명 넘는 관람객이 밀려들었다. 코로나19로 게임업계는 아동도서, 가정용 가구처럼 예상치 않은 호황을 누렸다. 이번 게임쇼는 거품이 빠진 뒤, 2024년과 2025년을 겨냥한 세계 게임업체들의 전열 정비가 돋보였다. 중국 업체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해야 하는 절박감 속에 부스를 주도했다. AI를 활용한 제작비와 시간 절감 노력이 두드러진 건 게임업계의 미래를 점치게 하는 부분이었다. [편집자 주]
세계 최대 게임쇼는 어딜까요? 차이나조이(상하이) vs 게임스컴(쾰른)
게임쇼(게임전시회)는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예요. 매년 11월 수능이 끝나고 지스타(부산 벡스코)에 가면 한국 게임산업의 상황을 얼추 읽을 수 있죠. 하지만 글로벌 게임산업의 흐름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해외 게임사의 참가가 저조하니까요.
글로벌 게임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규모가 큰 세계적인 게임쇼를 가봐야죠. 그렇다면 2023년 현재 가장 큰 게임쇼는 어딜까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LA에서 열리는 E3가 세계 최대 게임쇼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3대 콘솔 플랫폼과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2 등 북미 3대 퍼블리셔가 참가했으니까요.
하지만 EA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취소됐어요. 리오프닝 후 여러 이슈가 있었거든요. 현재 규모에서 가장 큰 게임쇼는 '차이나조이'와 '게임스컴'이 다투고 있죠. 게임쇼의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려면 관람객과 전시업체를 살펴보면 될 거예요. 먼저 올해 관람객 수는 차이나조이가 살짝 더 많아요.
▲차이나조이(상하이, 7/29~31): 33.8만 명
▲게임스컴(쾰른, 8/23~27): 32만 명
하지만 양만큼 질도 중요해요. 누가 오느냐에 따라 행사 성격이나 급이 달라지니까요. 차이나조이 관람객은 대부분 중국인이에요. ‘로컬’ 느낌이 강하죠. 반면 게임스컴은 ‘글로벌’ 느낌이 물씬 풍겨요.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관람객이 찾아오니까요. 전시업체를 보면 이 차이가 더 확실히 느껴집니다.
▲차이나조이: 33개국에서 500개사 이상
▲게임스컴: 163개국에서 1,227개사
2023 게임스컴의 엑스박스 부스. 게임스컴은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글로벌' 행사다. / 사진=임상훈
올해 두 행사를 다 가봤는데, 정량적인 전시업체의 숫자 말고도 업체들 면면, 공개하는 게임 등을 봐도 게임스컴이 압도적으로 글로벌한 행사였어요. 행사의 성격 자체도 차이가 많았죠. 텐센트, 넷이즈 등 차이나조이에 나온 게임사들은 대부분 신작 공개보다는 이벤트에 치중했어요. 반면 게임스컴은 신작 공개와 시연(플레이)이 가능한 부스가 대부분이었죠.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는 나중에 기회 되면 쓸게요.)
게임스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했을까요?
2009년 24.5만 명의 방문객과 458개 전시업체로 시작했던 게임스컴은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매년 그 규모를 키워왔어요.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때문에 쾰른 메쎄는 닫혔지만 온라인으로 행사를 대체했죠. 전시업체 수는 2019년에 비해 30~40% 수준으로 확 줄었지만요. 2022년 다시 전시장 문을 열렸지만 방문객 수는 코로나 전으로 바로 회복되지 않았죠. 2019년에 비해 10만 명 이상 적었거든요.
과연 2023년에는 게임스컴이 가장 핫했던 2019년 수준을 회복했을까요? 관람객 수와 전시업체를 비교해보죠.
▲2019년: 관람객 37.3만 명, 전시업체 1,153개사
▲2023년: 관람객 32만 명, 전시업체 1,227개사
관람객 수는 2019년까지 회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86%까지 올라왔습니다. 반면 전시업체 수는 2019년을 넘어 역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게임 업계가 더 크게 성장한 것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람객의 수만큼이나 성격이 중요한 것처럼, 전시업체의 수보다 어떤 업체들이 참여했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게임스컴이 열렸던 쾰른 메쎄의 전시관 조감도를 보시죠.
게임스컴이 열린 쾰른 메쎄의 전시관 조감도. / 사진=게임스컴
보통 B2C존이라고 부르는 엔터테이먼트관은 북쪽(이미지에서는 오른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북문을 통해 많은 관람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8홀, 7홀, 6홀, 5홀 순으로 도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죠. 그런데 올해는 7홀이 ‘이벤트관’으로 바뀌었어요. 전시관을 채울 만큼 전시업체가 나오지 않았다는 걸 추정할 수 있죠. 8홀에 주최 측(쾰른 메쎄) 음식 판매 부스(catering)와 방송 스튜디오가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시업체 수는 늘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형 업체가 안 나오거나 부스 사이즈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게임스컴 엔터테인먼트관에는 3대 콘솔 플랫폼 중 하나인 소니가 불참했습니다. 대형 부스로 참가하던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2도 찾아보기 힘들었고요. 유럽 양대 퍼블리셔 중 하나인 엠브레이서의 부스도 없고, 다른 하나인 유비소프트 부스는 평년보다 확 줄어들었습니다. 동유럽 최대 게임사 워게이밍 부스도 없었고요. 7홀을 이벤트 공간으로 바꾸고, 8홀에 핫도그 판매 부스가 들어올 수밖에 없었겠죠.
그럼, 앞서 언급한 대형 게임 회사들은 왜 세계 최대 게임쇼에 나오지 않았을까요?
코로나 전과 후, 달라진 게임생태계는?
게임씬 자체의 변화만큼이나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이 게임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올해 게임스컴도 그 파장을 벗어날 수 없었죠. 먼저 코로나 시기, 게임 업체들은 매우 흥했습니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2년 11월 자신들의 예측이 코로나 때문에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발표했습니다.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가 발표한 글로벌 게임 시장 수익. / 사진=Newzoo
2년 동안 예측보다 훨씬 높은 성장을 보였던 게임산업은 2022년 그 반대 현상을 겪게 됩니다. 뉴주가 후에 낸 2022년 세계 게임산업 매출은 그래프 예측치보다 낮은 1,822억 달러였습니다. 전년에 비해 5.1% 감소했죠.
코로나 시기, 게임 업체의 매출은 늘어났지만 재택 근무 등으로 개발은 늦어졌습니다. IT업체들은 다들 비슷한 사정이었죠. 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일어났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니까 개발자들은 한국에 살면서도 ‘FAANG’ 같은 미국 업체에 취업할 수 있었어요. ‘네카라쿠배당코’ 같은 한국 업체들로도 개발자들이 이탈하자, 2021년 초부터 국내 게임사들은 연봉 인상 릴레이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리오프닝이 된 이후 게임 업계 매출은 줄어들었죠. 대부분 국내 게임사 주가도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졌고요. 그렇다고 올린 임금을 물리긴 어렵죠. 올해 들어 데브시스터즈, 원더피플, 엑스엘게임즈, 시프트업, 엔씨소프트 등이 많은 게임사들이 인력 재편이나 구조조정, 사업 철수를 하고 있어요.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 유럽의 대형 게임 퍼블리셔 엠브레이서는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덕분에 850개의 IP와 130개가 넘는 스튜디오를 보유하게 됐죠. 2023년 6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금리가 2~3배 오르는 와중에, 1조 원이 넘는 부채에 21/22년 영업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올해 게임스컴 엔터테인먼트관에 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리오프닝 여파와 더불어,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도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 2 등 미국 3대 퍼블리셔에게는 좋지 않았어요. 주로 콘솔과 PC 게임만 만들어왔던 곳이니까요. 반면 모바일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투자에도 큰 손이 된 텐센트, 넷이즈 등은 큰 위협으로 떠올랐죠.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수합병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 있을 거예요.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 3대 퍼블리셔가 대형 게임쇼 참가에 대해 좀더 보수적인 스탠스로 바뀌었겠죠. EA의 개최가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일 거고요.
매출액 기준 Top 10 게임 회사. / 사진=Newzoo
코로나 전까지 대형 부스로 8홀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워게이밍이 올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죠. 워게이밍은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의 스튜디오를 폐쇄했습니다. 현지 서비스도 중단했죠. 이런 상황에서 게임쇼 출전은 어려웠을 겁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반대로 게임스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임스컴 2023에서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올해 게임스컴에서 기존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꼽자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었습니다. 차이나조이에서 이벤트 중심으로 생색만 냈던 텐센트(레벨 인피니트)와 넷이즈가 역대 최고 규모의 부스를 냈고, 아예 자국 행사에는 참가도 하지 않았던 호요버스도 대형 부스로 나왔죠. 6홀 거의 절반을 중국 게임사가 차지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2023 게임스컴 6홀 전경. 안내판에 보이는 호요버스(HoYoverse)는 중국의 게임 개발사다. / 사진=임상훈
중국 게임사들은 왜 이랬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정치적인 이유. 2021년 8월 국영 통신사 신화사가 발행하는 경제참고보에서 온라인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비유를 했어요. 아편전쟁 패배 이후 ‘아편’은 중국인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단어죠. 그만큼 강도 높은 비난이었어요. 이튿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증궈니보는 게임에 대한 정부 세제 혜택과 보조금 중단을 주장했어요.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미성년자는 금요일과 휴일 오후 8~9시 사이에만 온라인게임(PC, 모바일)을 플레이할 수 있는 셧다운제가 시행됐죠. 그다음 달에는 아예 판호(게임 서비스 라이선스) 발급이 중단됐어요. 공동부유의 압박이었죠. 모든 게임사가 신작 게임을 출시할 수 없게 됐어요. 게임 회사들은 당연히 해외를 노릴 수밖에 없었겠죠.
게다가 중국 게임시장도 2022년 통계를 낸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어요. 또한 한국의 10대와 20대가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혐오하듯 중국의 젊은 유저들도 PC 온라인게임 시대 MMORPG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싫어해요. 오히려 스팀을 통해 해외 게임을 더 많이 플레이하죠. 스팀은 세계 최대의 PC게임 유통 플랫폼인데, 중국 유저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넥슨이 글로벌에서 흥행시킨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중국어 간체 이용자 비율이 40%가 넘었어요. 중국 게임사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불똥을 맞을 리스크도 올라갔어요. 중국과 인도의 갈등으로 2020년 6월 인도에서 서비스되던 ‘틱톡’, ‘위챗’ 등 중국 앱 59개가 사용 금지된 사례도 있잖아요. 같은 이유로 인도 서비스가 중지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 대신 크래프톤이 서비스를 맡으면서 2023년 5월 재출시할 수 있었죠. 이런 이유로 텐센트는 ‘레벨 인피니트’라는 해외 서비스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해외사업 본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어요. 넷이즈도 싱가포르와 시애틀을 중심으로 해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요. 두 회사를 포함해 호요버스 등이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것도 안정적인 글로벌 진출의 일환이죠.
이런 흐름 속에 중국 3대 메이저 게임사가 모두 게임스컴에 대형 부스로 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로 볼 수 있어요. 세 회사 모두 관심을 모았지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중국 게임은 따로 있었어요. 텐센트 출신 스타트업이 만든 <검은 신화: 오공>(게임사이언스)이라는 콘솔 타이틀이었죠.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최고의 시각효과상’을 탔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를 하기 위해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함에도 긴 줄이 부스를 감쌌죠.
한국 게임사는?
엔터테인먼트관에서 중국 게임 등과 경쟁하는 한국 대작 게임은 <별이 되어라 2: 베다의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어요. 대신 넥슨은 행사 하루 전날 열리는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 <퍼스트 디센던트>와 <워 헤이븐> 신규 영상을 발표했죠. 펄어비스도 <붉은 사막> 새 영상을 공개하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넥슨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출품하지 않는 거예요. 만약 게임스컴 어워드에 나왔다면 최소한 몇 분야의 후보작에는 올랐을 거고, 수상 가능성도 꽤 있었을 거라고 판단해요 . 제가 게임스컴 어워드 심사위원을 하고 있어서 분위기는 좀 알아요.
비즈니스관에서는 지난해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을 차지했던 <P의 거짓>이 해외 주요 매체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죠. 해외 매체들의 관심은 물론 기대도 꽤 높았어요. 9월 19일 콘솔과 PC 등으로 발매돼 호응을 얻고 있죠. 출시 당일 한국은 물론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어요. 사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은 공통점이 있어요. 회사 내에서 전담팀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는 점, 전담팀은 그 장르를 좋아하고 잘 아는 멤버들로 구성했다는 점이죠. PC와 콘솔 게임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게임사가 미국과 일본 등의 앞서간 회사들을 쫓아가려면 덕후로 구성된 팀이 필요해요.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도 비즈니스관에 나왔어요. 엔씨에게는 무척 중요한 타이틀이죠. 국내 리니지라이크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더 많은 게임들이 그 장르의 파이를 나눠 먹는 상황이니까요. 글로벌로 나가야죠. 그래서 아마존에게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겼고요. 원래 올해 11월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론칭은 내년 중으로 연기됐어요. 올해 5월 진행한 글로벌 베타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거든요. 엔씨는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고 월 단위 게임패스를 채용했어요. 하지만 서양 유저들은 비즈니스모델 말고도 리니지라이크의 게임 시스템에도 불만이 많았어요. 특히 자동 사냥이나 반복적인 노가다식 아이템 수집형 퀘스트에는 질색하죠. 직접 조작하는 즐거움을 선호하니까요.
이런 성향은 게임을 잘 몰라도 게임스컴 인디아레나에 가면 실감할 수 있어요. 수많은 스팀 인디게임이 모여 있는 곳인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패드로 플레이해요. 우리나라는 ‘키마’(키보드와 마우스)가 기본이라면 콘솔게임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해왔던 그들은 게임패드가 기본이죠. 게임패드는 직접 조작하는 게 중요한 인터페이스잖아요. 한 손으로 컵라면 먹으면서 마우스 클릭하면 플레이 가능한 게임으로는 이런 유저들에게 호응을 받기 어려울 거예요.
뒤늦었지만 엔씨도 9월 12일 프로듀서 편지를 통해 <쓰론 앤 리버티>에서 자동전투와 자동이동을 완전히 없애고, 비접속 플레이와 강제적 PVP도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대신 조작하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파티 단위 인스턴스 던전을 추가하고요.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맞는 방향이에요.
PC와 콘솔에서 플레이 가능한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그렇듯, <쓰론 앤 리버티>도 크로스플랫폼으로 개발 중이에요. 모바일은 물론 PC와 콘솔에서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 최근 대세니까요.
PS: 데브컴에서는?
사실 게임쇼에서는 게임 개발의 흐름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워요. 엔터테인먼트관에서는 게임을 접하고 비즈니스관에서는 사업이나 마케팅 담당자들을 만나니까요. 쾰른 메쎄에서는 게임스컴이 시작하는 주 월요일부터 데브컴(devcom Developer Conference)이라는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려요. 유럽에서 가장 큰 컨퍼런스지만, 매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와 겹치는 내용들이 꽤 있죠.
올해 가장 큰 이슈는 AI였어요. 특히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여는 엑스포에서는 AI의 위세가 대단했어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AI를 포함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어요.
시장은 커지지 않는데, 가격은 올리기 어렵고,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는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투자자나 경영자는 AI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울 거예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인력 또는 업무 조정도 따라올 확률이 높아요. 이미 그래픽 아웃소싱 시장은 일감이 줄어든 상황이죠. 향후 한국 게임의 콘솔, 스팀 시장 진출 등과 함께, 게임씬을 볼 때 가장 주목해 봐야 할 포인트가 될 거예요.
글쓴이 임상훈은
디스이즈게임 CEO.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신문사에서 IT 분야 담당 기자로 일했다. PC방이 당구장을 대체하던 시기, 낮에는 테헤란로를 밤에는 집 근처 PC방을 취재하며 게임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2004년 신문사를 그만두고 다음 해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을 창간했다. 2016년부터 게임스컴 어워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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