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컨디션 유지가 중요하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언제나 준비된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규 팀 훈련과 별도로 선수 본인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ONSIDE’는 3월호부터 6개월 간 전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전가을과 함께 풋볼 컨디셔닝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CONDITIONING MASTER 전가을
1988년생으로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났다. 오산정보고와 여주대를 거쳐 2008년 W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수원시설관리공단(현 수원FC 위민)에 입단했다. 2011년에는 인천현대제철로 이적해 여섯 시즌을 소화했다. 두 팀에 있는 동안 전가을은 수차례 WK리그 우승을 경험했는데 현대제철에서만 총 네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국내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미국 웨스턴 뉴욕 플래시로 임대 이적하면서 한국 여자축구 선수 중 최초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호주(멜버른 빅토리)와 잉글랜드(브리스톨 시티, 레딩) 등에서 뛰며 시야를 넓혔다. 국가대표로서의 가치도 충분한 선수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총 101경기에 출전해 38득점을 올렸는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을 달성했던 2015 캐나다 FIFA 여자월드컵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국내, 해외에서의 풍부한 선수 경험은 전가을이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됐다. 특히 해외 구단들의 컨디션 관리 시스템을 직접 보고 배우며 차곡차곡 노하우를 쌓았다. 2023년 선수 은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전가을은 올해 3월 중 서울 성수동에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컨디셔닝 센터를 오픈한다. 그의 노하우 중 일부가 ‘ONSIDE‘에 공개된다. 선수뿐만 아니라 컨디션 관리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전가을의 컨디셔닝 Q&A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Q. 동계훈련에 매진 중인 선수입니다. 올 시즌 정말 잘해보고 싶은 생각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 이제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막판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쉽지 않네요. 훈련을 끝내고 들어오면 지치고 몸이 무거워서 누워만 있게 돼요. 물론 휴식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텐션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동계훈련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특히 체력 훈련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고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훈련량이 꽤 많습니다.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면 지쳐서 누워만 있고 싶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누워 있게 되면 오히려 몸이 무겁고 더 처질 수 있습니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동계훈련의 피로도를 풀 수 있는 회복 컨디셔닝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이유인데요. 축구선수는 다리 쪽 피로도가 상시 높은 상태입니다. 동계훈련 때는 그 피로도가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상체와 복근을 중심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컨디션 관리를 해주도록 합니다.
자신만의 컨디셔닝 운동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현역 시절 동계훈련 때마다 저만의 루틴을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훈련 후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도 해봤지만 그럴 때 오히려 잔부상이 생기더라고요. 재활 전문가 선생님들을 만나서 대화해봐도 무작정 쉬는 것보다 관리 차원에서 적절한 수준의 운동을 더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운동량을 무조건 많이 가져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쪼개서 틈틈이 하는 것이죠. 나의 부족한 점들을 수시로 채워 넣는다는 개념입니다. 잠깐이라도 꾸준히 하게 되면 부상을 방지할 수 있고, 컨디션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계속 빈 곳을 채워 넣으면 자신감도 향상됩니다. 당연히 경기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요.
거창하지 않습니다. 매트나 밴드 등의 보조기구만 있으면 방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동계훈련 후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운동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인데요. 구체적인 방법과 횟수는 자신에게 맞게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CONDITIONING SKILL
1. 푸시업 (팔굽혀 펴기)
푸시업, 소위 말하는 팔굽혀 펴기는 선수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상체를 골고루 단련하고 코어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방에 매트만 깔면 쉽게 할 수 있다. 대신 푸시업을 할 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세가 잘못되면 부상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코어에 힘을 주고 손을 바닥에 짚을 때는 어깨 너비로 벌린다. 몸이 직선 형태가 되어야 근육을 안정적으로 단련할 수 있다. 푸시업을 한번 할 때 횟수는 정해진 것이 없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직접 정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몸 상태가 좋으면 100개, 피로가 심한 날에는 50개를 해주는 식이다. 힘들어도 꾸준히 하게 되면 어느 날부터는 100개를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초보자는 올바른 자세잡기부터 제대로 익히고 가도록 한다. 힘들면 처음에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시작해도 된다.
2. 밴드 운동
밴드 운동을 할 때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제일 약한 탄성의 밴드를 준비한다. 다만 전문 선수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면 너무 약한 밴드보다 중간 정도의 탄성을 지닌 밴드를 써도 좋다. 앞에서 말한 푸시업처럼 간단하게 방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상체 운동을 할 때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여야 제대로 된 자극을 느낄 수 있다. 하체 운동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옆으로 누워서 할 수 있다. 다리에 이미 피로감이 많이 쌓인 상태인 만큼 약한 탄성의 밴드로 운동을 하며 풀어주도록 한다. 상체 운동의 경우 방 문고리에 밴드를 걸고 진행해도 된다. 이 때 문고리 높이는 자신의 배꼽 정도의 높이인 것이 적절하며 발은 어깨 넓이로 벌리는 것이 좋다. 천천히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3. 레그 레이즈 (복근 운동)
레그 레이즈는 매트에 누워서 해도 되고, 침대에 누워서 해도 된다. 그만큼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다.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복근과 코어를 단련하는 운동이다. 일반인들도 많이 하는 운동 중 하나다. 물론 이 운동을 할 때는 자세를 잘 잡아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다리를 들어올렸다가 내릴 때 허리가 바닥에서 뜰 수 있다. 그렇기에 코어에 힘을 잘 줘야 한다. 안 그러면 복근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코어를 단단하게 하고 허리가 뜨지 않을 정도로만 다리를 내리도록 하자. 개인이 꾸준히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각도를 찾아야 한다. 무릎을 너무 쫙 피는 것도 좋지 않다.
TIP
컨디션 관리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훈련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도 ‘오늘은 꼭 푸시업 100개를 하고 자야지’라고 생각해보자. 푸시업이 지겨우면 다른 운동으로 변화를 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거르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프로 선수들은 따뜻한 나라에서 훈련을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추운 국내에서 동계훈련을 하게 된다. 근육을 이완하고 풀어주기 위해서는 사우나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축구 선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은퇴하기 전 경기장 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면 꾸준한 운동으로 부족한 것을 채워 넣도록 해야 한다. 과하면 부상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지혜롭게 해야 한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도록 하자. 그래야 텐션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CONDITIONING’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가을 컨디셔닝 영상 보기 → (클릭)
글=안기희
자문=전가을(전 여자축구 국가대표, 현 디자인풋볼 대표)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https://www.kfa.or.kr/layer_popup/popup_live.php?act=news_tv_detail&idx=26154&div_code=news&check_url=bGF5ZXI=&lang=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