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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디지털 이미징 부문 혁신상’을 받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주인공은 ‘픽(PIC)’이란 독특한 디자인의 스포츠 액션 카메라를 선보인 바우드란 회사였다. 외신들이 앞 다퉈 바우드에 주목한 이유는 세상 단 하나뿐인 디자인이 가진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때문이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된 특허 1건으로 기업 가치를 10배 이상 키워주는 힘, 스포츠산업계가 지식재산권에 집중하는 이유다.
쑥쑥 가치가 자라는 요술 방망이
세계 최초 플렉시블 보디 기반의 스포츠 액션 캠 제작업체인 바우드가 선보인 ‘픽’은 기존 액션 캠 브랜드가 제품 소형화에 집중한 데 비해 거치대 부분을 유연한 소재로 제작한 특징이 있다. 신체 어디든 ‘묶고, 감고, 붙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송출할 수 있도록 스포츠 레저 활동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행사기간 이 업체는 20개국 100여 개 가전 유통 업체에서 3만대 이상의 선주문을 받았다. 제품의 핵심이 디자인권, 즉 지적재산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지적 창조물 중에서 법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에 부여한 권리이다. 바우드가 보유한 디자인권을 비롯해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기업의 산업 활동과 관련된 정신적 창작물이나 연구결과, 제품, 창작물 등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무형재산권이다. 산업 현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산업재산권은 기술적 아이디어나 창작에 부여되는 권리인 특허권, 자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부여되는 권리인 상표권, 물품의 형상·구조·조합에 관한 고안에 대하여 부여되는 권리인 실용신안권 등으로 나뉜다.
1984년 마이클 조던과 5년 전속계약을 체결한 나이키는 ‘공기 넣은 신발, 에어 조단(Air Jordan)’이란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전 세계 농구시장을 평정했다. 이후 야구와 축구, 배구, 골프 등 다른 종목에도 유사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2013년 기준 나이키가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특허는 4,403건에 이른다.
지적재산권으로 진화하는 기업가치
틈새 기술로 주목받는 기업도 있다. 전 세계에서 200여 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한 언더아머(Under Armour)는 기존 방식의 운동화나 스포츠 의류가 아니라 운동복 속에 입는 ‘수분전달직물(Wicking Fabric)’ 기술을 접목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성 의류’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2004년 2억 달러(약 2,173억 원)에서 2013년 23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로 10배 이상 매출신장을 이뤄냈다.
국내 스포츠산업계에게 지식재산권이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는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건수와 매출액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82~2012년 미국에 등록된 특허 건수와 매출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술개발에 따른 특허 보유 현황이 매출 증대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계수 0.993)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극심한 매출 정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스포츠브랜드 미즈노의 경우 0.44로 낮은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지식재산이 기업 이윤을 극대화 시키고 재투자를 통한 또 다른 지식재산이 해당 기업이 보유한 제3의 제품력에 녹아들어 가치사슬을 극대화해 매출 증대를 일으킨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유 실태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 규모가 약 27조 원 수준인 섬유산업의 경우 2013년 기준 3,335건의 특허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약 40조 원의 시장을 형성한 스포츠산업의 특허 등록은 그 절반을 약간 웃도는 1,844건에 불과하다.
무한의 경제시장을 이끌 블루오션
정부가 우수 기업을 선정해 설비자금과 연구개발 자금 등을 융자, 지원해주는 100여 개 우수 체육용구업체 중에서조차 50건 이상 특허출원 실적을 가진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스포츠 관련 업체의 90% 이상이 10명 미만의 영세기업이란 점도 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 등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기술개발과 특허 획득 등 지식재산권 확보와 활용보다는 단기적 성과와 매출 증대 등에 더 많은 자금과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는 직접 움직임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특허청 등과 업무 협의를 마치고 스포츠산업 분야 소상공인을 위해 개인사업자의 특허출원 시 전담심사제를 도입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스포츠산업체의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세부 지원책을 마련했다.
스포츠 산업시장의 지식재산권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확보가 가능하고, 특허와 관련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막대한 기술개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따라서 스포츠 용구와 용품에 치우치는 단선적 접근 뿐만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와 VR(가상현실) 등 틈새기술시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식재산권 확보가 중소기업 위주의 국내 스포츠산업체에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분야든 한 품목의 강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은 있기 마련이다.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이들 기업의 가장 큰 가치가 지식재산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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