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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연인산 용추계곡 트레킹후기
일시: 2023. 08. 20
참석: 82명 (25회 10명)
산행: 10 Km (3시간)
연인산(戀人山)과 용추계곡(龍湫溪谷)
연인산(1,068m)에 꼭 연인이랑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산이나 계곡, 아니면 그곳의 꽃과 나무들을 연인으로 삼아 가도 좋다.
간혹, 낭만적인 이름만 보고 연인이랑 갔다가 생각보다 힘든 산행에 둘이 말다툼하다 깨져버리기도 하는 산이다.
연인산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과 북면, 조종면의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다. 원래 우목봉 또는 월출산으로 불렸으나 사실 등산로도 없었고 화전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밭을 일구며 살던 별볼일 없는 산이었다. 이름 한번 잘 짓고 팔자가 바뀌어서 유명해진 산이다.
1999년 가평군에서 이곳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지명 공모를 통해 ‘사랑과 소망이 이뤄지는 산’이라는 뜻을 담아 '연인산'이라 이름 지었다. 근처에 있던 전패봉은 우정봉, 전패고개도 우정고개로 바꾸고, 연인산에서 뻗어 나간 능선도 우정, 연인, 장수, 청풍능선으로 이름을 붙였다. 2005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연인산은 낭만적인 이름과 시원한 정상 조망으로 사철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산행은 북면 백둔리, 조종면 상판리, 가평읍 승안리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승안리 용추계곡 코스는 왕복 9시간 이상 걸리는 긴 코스라 계곡만 보고 되돌아 나오거나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짧고 굵게, 최근에는 5시간 남짓 걸리는 백둔리 기점 코스가 대세이다.
연인산에서 가장 유명한 용추계곡은 연인산과 칼봉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다. 수도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로 멋진 계곡트레킹 산행지이다. 골이 깊어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이 안돼 맑은데다, 기암괴석 등이 울창한 숲과 어울려 비경을 이룬다.
용추계곡은 생태적, 경관적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산림 문화자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청정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서어나무 군락지 및 야생화 군락지와 함께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단풍나무숲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용추구곡(龍湫九谷)은 조선조 1876년 성재 유중교(省齋 柳重敎) 선생이 이곳 풍광에 반해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하여 아홉 굽이마다 이름을 지었다.
연인산 도립공원의 정비사업으로 무질서하게 들어섰던 용추계곡 내 많은 펜션과 집, 간이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생태복원하었다.
25회가 단체로 한여름 몸보신을 위해 1박2일 단골로 다녔던 일승이의 사촌형이 하던 ‘그린산장’ 펜션도 없어져 최근 10여년은 연인산과 용추계곡으로의 발길이 끊어졌었다.
2022년, 경기도는 용추계곡 상류에 수도권 최고의 계곡 트레킹 길인 ‘연인산 명품계곡길’을 조성하였다. 계곡에 놓인 11개의 징검다리와 1개의 출렁다리를 이용해 사계절 내내 환상적인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 화전민집과 숯가마터를 복원하였고, ‘물멍’ ‘숲멍’ ‘하늘멍’을 할 수 있도록 힐링의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연인산 참나무오리골식당에서 소릿길, 용추구곡 제 6곡 추월담 거쳐 명품계곡길 제1 징검다리까지 걸으며 맑은 물과 기암괴석, 짙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에 감탄하고 옛추억도 되새겼다. 각 곡마다 특징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시간계획이 틀어져 용추구곡 중 상류의 명품계곡길에 있는 제 7, 8, 9곡을 못 보고 온 것이 아쉽긴 하였다.
가평 용추계곡 가는길
연일 계속되는 폭염, 그리고 태풍의 통과로 입추 말복도 잊은 채 한동안 전국이 난리 법석이었다.
폭염속 새만금 세계 잼버리 스카우트대회의 부실이 속속들이 드러나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잘 대처해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태풍 6호 카눈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하여 넘길 수 있었다.
뒤늦은 휴가인양 25회 친구들에게는 한여름 3번의 몸보신 1박2일 추억이 어려 있는 그 옛날 그곳, 가평 연인산 용추계곡으로 10여년 만에 총동산악회를 따라 계곡 트래킹에 나섰다.
7시 35분, 관광버스는 강변역을 출발하여 경춘가도를 달려 통일교 성지앞 벚꽃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려서 가평읍을 문화로로 우회하였다. 새로 생긴 멋진 아파트, 가평 종합운동장과 문화원, 한석봉도서관을 지난 버스는 강씨봉,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75번 국도 계량교를 건넜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승안천변 나무들 뒤로 칼봉산 산허리에 걸린 얕은 구름이 산을 신비롭게 한다. 다리 건너자마자 승안삼거리에서 왼쪽 용추로로 꺾어 들어 군부대를 지나고, 경반리 경계를 돌아 용추계곡 입구 승안리 마을길에 들어섰다.
길 좌우로 펜션, 식당과 마을 집들이 줄지어 있고, 산속 사방으로 초록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한 무더기씩 보이는 해바라기, 콩밭, 수수밭, 옥수수밭, 사과 과수원 등은 풍성한 초록 도화지에 여기저기 뿌려 놓은 물감들 같다.
길이 좁아 참나무오리골식당으로 바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꼬리 물고 이어진 뒷차들 때문에 세우지도 못하고, 용추계곡 버스종점까지 올라 갔다가 간신히 버스를 돌려 다시 내려와서는 식당입구에 우리들을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갔다.
식당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 연인산 참나무오리골식당에 도착하였다. 9시 30분이 넘었다.
가깝다고 출발도 늦었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이다. 다리 아래쪽은 아침부터 물놀이 인파로 넘쳐났다. 위로 보이는 승안천을 따라 올라가면 용추구곡이 나오고, 물이 풍성한 물안골과 새로 생긴 명품계곡길도 나온다.
참나무오리골식당 넓은 마당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용추계곡을 향해 출발하였다.
연인산 소릿길 탐방로
연인산 탐방안내도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소릿길 탐방로는 탐방안내소-용추폭포-버스종점 2.4Km 구간이다. 용추구곡 중 제1, 2곡이 포함되어 있다. 소릿길은 참나무오리골식당의 나무 담장으로 이어진다. 줄지어 작은 뒷문으로 나와 소릿길에 들어섰다.
긴 담장을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숲길이 나타났다. 계곡을 가운데 두고 왼쪽이 소릿길이고, 계곡 건너편 오른쪽 길은 차들이 다니는 용추로이다. 소릿길은 계곡을 따라 겨우 두 사람이 교행할 수 있는 좁고 길게 이어진 흙길이다.
숲길은 드문드문 야자매트가 깔렸고, 숲을 지날 때 나는 향기도 제 각각이다. 소나무숲을 지날 때는 솔향기, 잣나무숲을 지날 때는 잣향기, 풀숲을 지날 때는 칡향기, 풀향기가 났다. 잣의 고장 답게 잣나무가 내뿜은 피톤치드 향기가 최고이다. 커다란 소나무 기둥 아래 건강한 숲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소릿길은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높고 낮은 계곡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소리, 목청껏 지저귀는 새소리, 후다닥 달아나는 다람쥐 소리, 우리들의 발걸음과 이야기 소리까지 엮어서 합주로 들려준다.
▣ 용추구곡 제1곡 와룡추(臥龍湫)
향기와 소리에 도취 되여 걷다가 숲 터널 사이로 야자매트 깔린 작은 언덕을 올라서면 용추계곡이란 이름을 짓게 만든 '누웠던 용이 하늘로 오르는 형상'인 제1곡 와룡추를 바라보는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서면 멀리 와룡추 위로 병풍을 두른 듯한 짙푸른 연인산, 그 위로는 구름 깔린 하늘이 펼쳐지고, 폭포 옆 바위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이들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경치가 한 폭의 그림이다.
조선말 유학자 유중교는 김평묵, 유인석 등과 함께 1876년 옥계구곡의 이름을 짓고, 위치를 서술한 ‘가릉군옥계산수기’를 남겼다. 최근 옥계산수기와 용추구곡 위치에 대한 논문도 몇 편 발표되어 다 읽어 보았다. 옥계구곡 각각의 바위에다 이름도 새겨 놓았지만 현재 온전히 남아 있는 글씨는 거의 없다. 옛 가릉군은 가평군이고, 옥계구곡은 용추구곡이고, 와룡추가 용추폭포이다.
류중교 선생이 지은 금곡(琴曲) 옥계조(玉溪操)는 옥계구곡가(玉溪九曲歌)를 말하는 것인데, 곡(曲)의 구분을 분명히 명시하지 아니하고 압축하여 읊은 단형 가사체 구곡가이다. 이를 성재집에 남겼다.
一曲神龍臥古湫 (일곡신룡와고추) 1곡은 신령스러운 용이 오랜 못에 누웠으니
晴雷隱隱洞天幽 (청뢰은은동천유) 갠 날에도 천둥소리 들려오며 골짜기 깊도다
爇過心炷抵廻久 (열과심주저회구) 마음의 심지를 불태우며 오래도록 배회하니
欲問行藏第一謀 (옥문행장제일모) 진퇴의 첫 번째 계략을 묻고자 하네
‘옥계’, ‘용추’라는 이름은 계곡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단어이다. 모두 다 가봤던 곳이지만 영덕의 옥계계곡, 가평 연인산뿐만 아니라 문경 대야산과 함양 금원산의 용추계곡도 역시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
넓은 계곡과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깊게 패인 기암괴석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와룡추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린다. 물 많을 땐 4갈래로 흐른다. 폭포 옆 경사진 바위에 패인 자국은 용이 누웠던 자리라고 한다.
누운 폭포라 높이는 5 m정도밖에 안되지만, 떨어지는 물의 양이 많고, 흘러내리는 속도가 빨라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 만들어진 담은 검푸르고 매우 깊다. 한여름 이곳에서 물놀이 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사람의 접근을 완전히 금지시켜 버렸다.
되돌아 내려오면서 들렀던 용추로 도로 쪽의 전망대가 와룡추를 더 가까이 자세히 볼 수는 있지만 연인산과 계곡, 폭포, 바위 전체를 일괄해서 한 프레임으로 보기에는 이쪽 전망대가 더 나은 것 같다.
◎ 숲바라기터 쉼터
와룡추 전망대를 뒤로하고 계곡속의 기암괴석들과 와룡추를 바라보며 계속 걸었다.
아래쪽 와룡추 바로 옆에 있는 숲바라기터 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숲과 와룡추를 바라보고 동기들이 다 오기를 기다렸다.
위쪽 와룡추에서는 커다란 용이 승천하느라 길게 누운 몸을 일으키며 난리법석을 친모양인데, 옥계조를 보면 성재선생은 그 모습을 요란한 베틀의 최소리로 환대하는 듯 생각하였던 모양이다.
자양금(紫陽琴) 빗겨 안고 고추(古湫)에 누운 용이
옥계동문(玉溪洞門)에 드니 최[최활 두 쪽 끝에 박는 뾰족한 쇠촉]소리 반기는 듯
무송암(撫松巖)에 수건 걸고 고슬탄(鼓瑟灘)이 어디 뫼오. <성재 옥계조>
"야, 칡꽃향기다!" 무송암, 고슬탄을 찾아 가려고 숲바라기터 쉼터를 내려서자마자 영숙이 소리를 지른다.
엄청난 물이 떨어지는 와룡추 옆에서의 천둥소리가 칡덩쿨 속에서 풍겨나오는 지독한 칡꽃향기에 묻혀 버렸다.
그 자리에서 아줌마 같은 할머니들을 돌려 세워서 와룡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 용추교와 숲놀이터
야자매트 깔린 푹신한 숲길, 위쪽 와룡추 옆, 작은 언덕배기 울창한 숲, 크고 굵은 소나무숲을 지나서 용추교에 도착했다.
널찍한 쉼터도 있고, 버스종점 1.1Km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오래전 25회가 일승이 사촌형이 하던 그린산장에 놀러 왔을 때, 장용이가 무더위 속에 가평역에서 마라톤으로 달려와서는 탈진하여 쓰러졌던 곳이다. 여동들이 걱정하며 달려 나와서 온몸을 주물러 회생시켰다.
추억이 새로운지 장용이도 일승이도 그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란다.
용추교를 지나서는 1만㎡ 규모의 '연인산 숲놀이터'가 조성되어 있다. 그린산장을 비롯해 많은 집들과 펜션, 방갈로들이 정리된 자리이다. 수많은 나비들이 꼬여 들었던 사촌형 집의 자귀나무는 없어졌고, 공터에 서있던 커다란 은행나무는 남아 놀이시설로 변했다.
하늘이 열리고,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는 숲놀이터를 우회하고 나니, 땀이 많이 나서 숲길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줄지어 데크길을 걸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나무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다. 숲놀이터에서 놀다가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라고 데크길로 조성한 것 같다. 자연의 흙길도 좋지만 편안한 데크길도 좋다.
계곡 물소리 들으며, 간간히 불어오는 계곡 바람을 맞으며 쭉 뻗은 녹음 터널을 걸어도 습도가 높아 땀은 나지만 잠시 막바지 더위를 잊게 하였다. 건너편에는 술을 팔던 구멍가게 건물과 오래된 펜션이, 계곡 안에는 그 옛날 단체사진을 찍었던 커다란 바위가 아직 남아 있었다.
▣ 용추구곡 제2곡 무송암(撫松岩)
추억을 되새기며 걷다 보니 데크길은 끝이 나고,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전설의 바위, 제2곡 무송암이 계곡 건너편에 보였다.
무송암은 천년 묵은 노송이 바위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정면에서 보면 사람 닮은 모습이지만 남쪽과 북쪽에서 보면 남근석과 흡사하다. 자식을 원하는 여자들이 돌을 때어 끓여 먹으면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미륵바위라고도 부른다.
二曲古松流水邊 (이곡고송류수변) 2곡은 고송이 흐르는 물가에 있는데
於焉絃誦送長年 (어언현송송장년) 여기에서 현을 타고 시 읊으며 긴 세월을 보냈네
最憐臺上丈人石 (최련대상장인석) 가장 사랑스럽구나 대 위의 장인석이여
鎭物千秋獨毅然 (진물천추독의연) 뭇 사물을 누르며 천년 동안 홀로 굳세네
소릿길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무송암 안내판만 보고 계곡속의 커다란 바위를 무송암으로 오해를 한다.
실제는 건너편 계곡가에 우뚝 서있는 까무잡잡한 바위가 무송암이다. 남쪽에 고송 한 그루가 있어 그늘을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그 고송은 1970년대에 고사하였다.
무송암 계곡에는 물놀이를 하는 막바지 피서객들이 많았다.
'홍익인간제세' 사각 돌탑을 지나고, 야자매트 숲길을 지나자 길은 끝이 나고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흘러내리는 물살이 오전 햇살에 구슬처럼 반짝였다. 물속에는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옆새우, 날도래, 강도래, 가재 등이 살고 있다.
줄 지어 징검다리를 건너고, 커다란 소원 돌탑에서 왼쪽으로 꺾어 버스종점을 향해 걸어갔다.
큰 돌탑 좌우에도 수많은 작은 돌탑들이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며 가며 소원을 빌었다는 증거이다.
그 소원이 모두 다 이루어졌기를 ---
흙길 오솔길을 걸어서 용추로 도로에 올라섰다.
소릿길 마지막 구간은 숲길, 계곡길, 데크길이 혼합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의 푸른 잣나무 숲 아래 데크길과 쉼터, 전망대를 설치하여 길을 걸으며 잣향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이 소릿길이 끝나는 버스 종점이다.
버스종점의 회전 로타리 오른쪽 산아래 세워 놓은 커다란 ‘승안내곡지리비(升安內谷地理碑’)가 눈길을 끓었다.
승안내곡지리비는 옛날 승안천 상류에서 여러 대에 걸쳐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계곡 하류 쪽으로 옮기면서 후손들에게 고향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세운 것이다.
연인산 용추구곡 3곡∼6곡 트레킹
승안내곡지리비를 지나 완만한 경사길을 내려가서 안경다리 용천교를 건너갔다.
다리 아래 위쪽으로 많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다리 위쪽이 더 붐볐다. 주차장이 가까이 있고, 수심이 깊지 않은 자갈밭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변상인들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바가지를 씌웠다. 다리 아래는 제법 물도 깊어 안전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건너면서 보니, 가장자리에 어른 손가락보다 큰 물고기들이 많이 보였다.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편해보겠다고 꾸역꾸역 몰고 올라오는 차들을 피해 걷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땡볕에 노출된 상태로 길게 이어진 포장도로를 걷는 것이 더 고역이었다.
펜션마을로 이어지는 정수교를 지나고, 소나무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모자뿐만아니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갑숙이 얼려온 맥주가 알맞게 녹아 한 컵 마시니 입안이 얼얼하고 가슴까지 시원하였다.
"성일이 한테 노하우 배운거니?" 믿기지가 않은 듯 순자도 영숙이도 갑숙이에게 묻는다.
"아니야! 그냥 어제 저녁 냉장고에 넣어 얼려서 아침에 가지고 온 거야! " 아무것도 아니란듯 갑숙이 대답을 한다.
" 시원한게, 죽이네!" 막걸리 마시던 일승이도 간만에 나온 재형이도 한 잔 마시더니 놀라서 한마디 거들었다.
먼저 길을 나서 냉풍골 쉼터를 지났다.
작은 골 사이에서 물이 많이 쏟아져 내려와야 찬바람이 많이 부는데, 가는 물줄기라 찬바람도 약하다.
▣ 용추구곡 제3곡 탁영뢰(濯纓瀨)
냉풍골을 지나 걸어 올라가니 중산리 마을 앞 여울에 제3곡 탁영뢰(濯纓瀨)가 보였다.
'땀에 전 갓끈을 씻는 여울'이라는 뜻이지만 거북이가 놀다 간 듯 바위마저 거북을 닮아 있고, 두 개의 거북바위에 부딪치며 돌아 흐르는 물이 옥구슬과 같이 맑고 투명하게 흘러내린다 하여 탁영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三曲晴天顥氣融 (삼곡청천호기융) 3곡은 갠 날 개울에 상쾌한 기운이 녹아 있으니
濯纓眞樂問濂翁 (탁영진락문염옹) 갓끈을 씻는 참다운 즐거움을 염옹에게 묻노라
要知霽月風光意 (요지제월광풍의) 맑은 날 달빛 아래 부드러운 바람의 뜻을 알려 거든
秖在尋常遊泳中 (지재심상유영중) 평소 생활이 그 속에 젖어 사는 데에 있을 뿐이네
그런데, 옥계산수기에 묘사된 탁영뢰의 형상과는 많이 다르다.
‘바위가 평평하게 깔려 있고 급류가 쏜살같으며, 여울 옆에 높고 낮은 앉을 만한 곳이 예닐곱 곳이나 된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바위가 평평하지도 않고 앉을 만한 곳은 달랑 두 개만 있다.
안내판에 써 있는 탁영뢰와 관련된 ‘단군 아내 용녀의 재주’ 전설도 본래의 탁영뢰와 맞지 않는 생뚱맞은 느낌이다. 탁영뢰 아래 시퍼런 소(沼)는 꾀나 넓은 천연풀장이지만 안전라인이 설치되어 출입금지이다. 탁영뢰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도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대부분의 피서객들은 용추교 근처에서 탁영뢰까지의 계곡에서 자리를 잡고 놀다가 간다.
곳곳에 주차할 공간이 있고, 애들이 놀 수 있는 넓고 얕은 자갈밭도 있지만 어른들이 즐길만한 깊은 웅덩이 소도 많기 때문이다.
탁영뢰를 지나자 중산리 펜션마을 입구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다.
탐방안내소 직원이 관용차량을 세워 놓고 보초를 서며 이곳까지 멋모르고 들어온 차들을 되돌려 보내고 있다.
관용차량 뒤로 길을 가로막는 차단기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물놀이도 금지하는 구역이라는 현수막도 걸려있다.
차단기에 붙어있는 간판 오른쪽 중간 귀퉁이에는 '명품계곡길 시점까지는 1.5Km, 30분 소요'된다고 써있다.
▣ 용추구곡 제4곡 고슬탄(敲瑟灘)
차단기를 지나자 곧 오른쪽 아래로 너럭바위지대에 제4곡 고슬탄이 보였다.
옥계산수기에 '3곡에서부터 고함이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묘사된 것은 맞는 것 같다.
고슬탄은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때로는 북소리처럼 우렁차고, 때로는 거문고 소리처럼 고요한 모습이라 하여 김평묵이 이름 붙였다. 옥계산수기에 고슬탄은 '폭포 하나와 담 하나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 마치 구슬을 꿴 것 같이 연속된다'고 했다. 현재 그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실제 이곳에는 작은 폭포와 담이 번갈아 나타나는 너럭바위 구간이 100m 이상 펼쳐져 있다.
四曲泠泠鼓瑟灘 (사곡령령고슬탄) 4곡은 졸졸 소리 깨끗한 고슬탄이여
喚醒俗耳轉淸寒 (환성속이전청한) 속된 청각을 일깨워 더욱 맑고 차네
撫絃欲知峨洋操 (무현욕지아양조) 거문고를 타서 아양조에 화답하려 하나
莫謂今人解聽難 (막위금인해청난) 지금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지 말라
▣ 용추구곡 제5곡 일사대(一絲臺)
고슬탄에서 원통 5개의 안경다리를 건너 옛 둥지쉼터 자리를 지나 일사대로 향했다.
방금 알탕을 하고 나온 청춘남녀인지 부부인지는 모르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 상태로 둥지쉼터 자리 정자로 걸어 올라깄다.
곧이어 일사대 공원과 화장실이 나타났다.
화장실 들러 공원 울타리를 둘러보며 일사대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데 뒤따라 오던 동기들이 보였다. 동기들은 그냥 지나쳐 갔다.
화장실을 지나 도로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안전제일 둥근 모양 좌측 절벽 아래로 소나무와 나무가지들에 가려진 제5곡 일사대(一絲臺)가 내려다 보였다.
일사대는 길고 좁은 협곡 안에 하얀 실타래를 길게 늘여 놓은 듯하고, 물빛이 속까지 보인다고 하여 김평묵이 이름 붙인 곳이다.
또한, 옥계산수기에 ‘푸른 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아름다운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며, 앞은 깊은 못을 굽어보아 낚시를 드리울 수 있다’라고 묘사되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다.
五曲湫然仰釣臺 (오곡추연앙조대) 5곡은 근심스레 조대를 우러러보니
一絲扶鼎彼誰哉 (일사부정피수재) 한 가닥 실로 솥을 붙잡든 그들은 누구인가
滔滔試看今天下 (도도시간금청하) 도도히 흘러가는 지금의 천하를 보시오
隻手還能倒挽回 (척수환능도만회) 한 손으로도 돌이켜서 만회할 수 있으리
가장 후미진 곳, 찾기 어려운 곳에 있어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친다.
도로 바닥에 쓰여 있는 핑크색 글씨를 보고 가면 된다. 일사대는 공원 안쪽 절벽 아래 깊은 협곡 마지막 부분에 있는데,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바닥이 훤히 보이는 검푸른 물길이다. 벼랑끝에서 서서 내려다 보는 것도 무섭다.
일사대 안내판 위로 한참 떨어져 있는 계단을 이용하여 계곡 속으로 내려가야 일사대 일대의 멋진 바위 모습들과 일사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없어 위에서 보이는 대로 구경하고 나왔다.
땡볕에 노출된 상태로 계속 걸어 가야만 했다.
일사대를 뒤로하고 동기들에 한참을 뒤쳐저 안경다리를 건너니 숲그늘 길 가운데서 시간 관계상 돌아내려 가는 것을 협의하고 있었다. 결국, 나와 장용이는 명품계곡길 징검다리까지만 갔다 돌아오기로 하고, 동기들은 내려가는 길에 발담그고 쉬어 가기로 하였다.
동기들은 돌아 내려가고, 숲그늘에서 계곡을 오른쪽에 두었다가 왼쪽에 두었다 하며 안경다리 두 곳을 더 건넜다.
계곡 풍광은 좋았지만 계곡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없는 구불구불 도로구간이다.
▣ 용추구곡 제6곡 추월담(秋月潭)
안경다리를 건너 높이 솟은 전나무숲을 지나자 오른쪽 길가에 제6곡 추월담(秋月潭)이 나타났다.
추월담은 이름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 깊고 넓은 담에 달빛이 내려앉는다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 맑은 물이 하늘을 담아 바위를 차고 흐르는 게 무척 아름답다.
六曲晶瀅秋月潭 (육곡정형추월담) 6곡은 맑디맑은 추월담이
太虛一面此中函 (태허일면차중함) 하늘의 한 면을 이 속에 담았구나
願同山外諸君子 (원동산외제군자) 산 너머 여러 군자들과 함께
林數劇論千載心 (림수극론천재심) 물가에서 천 년의 마음을 격론하고 싶네
담 주변에 기암괴석이 담장처럼 둘러져 있다.
추월담에 둘러 앉아 시를 읊었던 옛 선조들이 왜 추월담을 최고의 절경으로 언급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열하일기에서 연암 박지원 선생은 ‘울창한 숲의 정기가 시냇물에 실려 널찍한 암반 위를 옥구슬처럼 흘러가니 거기에 머물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고 말했다. 맑은 물이 너른 계단식 바위를 따라 옥구슬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나도 신선이 되어 추월담에 발 담그고 놀다 가고 싶어졌다.
추월담 상단부 넓은 계단식 반석지대의 풍광도 한 멋을 더한다.
계곡속 커다란 바위들은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다듬어져 부드러워진다. 바위들 사이를 흐르는 물은 부딪치고 깨져서 검푸르게 피멍 든 웅덩이를 만들기도 하고,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이리저리 돌아서 다시 모이면서 다양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화음이다.
바위에 부서져 튀는 하얀 물방울이 구슬처럼 구르며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은 그냥 옥구슬이다.
옥구슬이 깔린 계곡, 옥계계곡이란 말이 그래서 생겨났나 보다.
21회 애수 누님이 애가타게 찾았던 효경형님이 추월담 위 여기에 있었다.
16회, 17회 20회 선배님들 빠른 걸음으로 참 멀리도 올라오셨다. 무리로서는 제일 멀리 올라오신 것 같다.
오랜 산행의 결과, 나이가 들었어도 체력들이 최고이시다!
5년 후, 10년 후, 우리들의 체력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 아픈 허리때문에 자신이 없다.
연인산 명품계곡길 트레킹
짝을 찾아 줄기차게 울어대는 매미도 힘이 다한 듯 소리도 약해지고, 이제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추월담을 지나 여섯 구멍 안경다리를 건너니 물안골이다.
버스종점에서 2.7Km 지점, 물안골로 들어가지 않고, 왼쪽 길로 꺾어 돌면 2022년에 새로 조성된 ‘연인산 명품계곡길 시점'이다.
지금까지의 용추계곡도 명품계곡길이었는데, 그 위로 또다른 명품계곡길이리니 ---
명품계곡길 입구에는 ‘명품계곡길 종합안내도’와 ‘명품계곡길 명소’ 간판이 세워져 있다. 입구에서 ‘경기둘레길’ 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 노란 리본도 발견된다. 실제로 연인산 명품계곡길은 ‘경기둘레길 19구간’에 포함되는 곳이기도 하다.
명품계곡길에는 11개의 징검다리와 1개의 출렁다리가 있고, 울창한 숲터널을 걷는 길, 화전민 집터, 숯가마 터, 내곡분교 건물 등이 남아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길, 그리고 물멍, 바람멍, 숲멍 존(Zone) 길이 있다.
3개 구간 총 4.7㎞, 천천히 구경하면 넉넉하게 잡아 왕복 4시간가량이 더 소요된다.
물안골까지 올라왔다면, 3구간 모두 험난하지 않아 사계절 내내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11개 징검다리 중 맛보기로 제1 징검다리까지만 갔다 되돌아 나왔다.
서둘러 내려와 옛 둥지쉼터 안경다리 위쪽 계곡가에서 발담그고 쉬고 있던 동기들을 만났다.
나도 발을 담그며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뒤따라 내려갔다.
하늘 열린 길은 올라올 때보다 더 개여 햇살이 더 따갑다.
냉풍골 바람이 약하니 번갈아 가며 계단옆 골바람에 더위를 식히고는 용추로, 소릿길 따라 힘차게 내려갔다.
소릿갈 화강암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데크길을 걷고, 숲놀이터 속을 걸으며 보니, 관리가 전혀 안되어 풀숲에 그대로 방치된 놀이기구들은 이미 엉망이 된 상태이다.
잠깐 반짝,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참담한 결과이다!
용추로에서 보는 제1곡 와룡추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숲놀이터를 나와 용추교를 건너 용추로 포장도로를 걸었다.
전망데크가 길게 놓여 있어 곳곳에 위치한 폭포와 바위들을 볼 수 있고, 갈라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두 줄기 물줄기는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상하에 있는 4갈래 폭포 전체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 어렵다. 역시 소릿길 전망대에서 봐야 멋있다.
땀 흘리며 용추로 도로를 걸어가다 보니, 건너편 소릿길 소나무 숲길에 동기들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 커다란 토종닭 백숙으로 식사를 마치고, 갑숙, 박영과 후배들과 함께 먼저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향했다.
사과 익어가는 용추로 도로를 10여분 걸어 탐방안내소 제1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올랐다.
'땡볕에 도로를 걷는 것이 용추구곡을 걷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한마디 한다.
집행부에서 시간계획만 잘 조절하였어도 용추구곡 제9곡 농원교까지 갔다올 수 있었는데 ---
계곡 트레킹은 조금 아쉬웠지만, 35회 집행부는 역시 맛집 순례의 대가답다. 맛있는 토종닭이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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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싱그럽고 푸르른 신록을 즐겨봅니다.
산과 계곡 그리고 파란 하늘~
초록의 기운이 마법을 부리고 왁자지껄한 생명의 소리로 가득 하군요.
주묵 선배님과 마치 함께 트레킹하는 기분으로 읽어 가면서
용추구곡을 걷다가 계곡 물에 잠시 머무르며
한시에 빠져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습니다.
1곡 와룡추를 시작으로 무송암,탁영뢰,고슬탄,이사대,추월담 까지
예전에 몇 번 다녀온 산이지만 선배님의 글과 사진을 다시 보며
"물멍" "숲멍" "하늘멍" 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주묵씨 ~~~
산행 후기,, 정말 , 잘 읽어 보았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 저는 다녀왔던, 산을,!!! ,
주묵씨 의, 기행문 으로,, 다시 복습 하고,, 나서야,,,
바로서,,,
머리속 과,,, 가슴속 으로,,,
각인 되는, , 결과를, ,,, 맞이하게
, 되었습니다 !!
주묵씨 ~~~~~~
그날,,, 습기차고, 찜통속 같았던,
더위 에도,,
무릅쓰고,,
25 동기들 보다,,,,,
더 마니, 올라가면서,,, 까지,,,,,
이렇게
훌륭한, 산행 후기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묵 씨 ~~ ~~~~ ~~ ~~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 , ^^ ^^
.
선배님의 멋진글과 사진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전 집행부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알것 같습니다.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
항상 좋은 후기에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