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초부터 탄탄하게’ 경기력 향상 돕는 소통의 기술

[축구]

사람이 태어나 첫번째 만나는 세계는 가족이다. 자라면서 친구와 선생님 등을 만나며 그 세계는 확장된다. 유소년 시기 학부모와 스승의 조언이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물론 일방적인 조언은 소통에 이르지 못한다.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제대로 이해해야 진정한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다. 특히 경기력 향상을 위한 조언을 건넬 때, 성장기 체력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들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ONSIDE가 대한축구협회에서 진행하는 지도자 및 학부모 대상 교육 및 명강의 내용을 지면으로 정리해 공유한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고전적 시각에서 체력, 기술, 전술, 심리 네 가지 영역으로 본다. 

14세 이전에는 기술과 민첩성 훈련에 집중해야

유소년 발달 단계에서 먼저 고려해볼 요인은 체력이다. 근육과 근력량의 발달에 따라 최적의 트레이닝 시기를 찾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체력 훈련의 기준점이 되는 시기는 보통 14세다. 14~15세가 되면 평균적으로 키가 10cm 이상 자란다. 키가 클 때는 훈련 요인이 달라져야 한다. 관련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자. 

14세 이전, 즉 초등학교 단계에서 집중해야 할 훈련은 따로 있다. 기초 기술 훈련이다. 2010년대 ‘황금세대’ 등장으로 한시절을 선도한 벨기에 축구가 좋은 예다. 벨기에 축구협회는 12세까지 ‘나와 볼’을 중심으로 한 기술과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13세부터는 여기에 팀 전술이 가미된 훈련의 분량을 조금씩 늘리는 식이다. 17~18세가 되면 개인 기술과 개인 전술, 팀 전술에서 완성 단계에 이르게 한다. 기초가 잘 닦이면 성인 단계에서 파워를 더해 훨씬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유년기에 집중해야 할 또 다른 훈련 요인은 민첩성과 코디네이션&밸런스 발달에 관한 것이다. 코디네이션 훈련은 말 그대로 ‘조정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경기에 요구되는 여러가지 어려운 동작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도록 협응력을 키우는 단계다. 민첩성과 조정력은 초등학교 이후 사실상 발전이 어려운 감각이므로 어린 시기부터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집중해야 한다([그림 1] 참조). 190cm대 장신의 선수보다 코디네이션 능력이 좋은 리오넬 메시(170cm)가 대표 격이다. 근육 길이가 짧기 때문에 수축과 이완이 빈번해지는 (잘 갈고 닦으면) 기술적 측면에서 좀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있다. 각급 축구대표팀을 오가는 이재홍 피지컬 코치가 2011년 발표한 서울대 논문 ‘코디네이션 트레이닝이 축구선수들의 기술체력 및 기술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코디네이션 트레이닝을 통해 킥 정확성에 큰 차이는 없지만, 스피드 드리블에서는 훨씬 빨라졌다.” 서울 소재 엘리트 중학교 만 13세 축구선수(주말리그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1학년)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연구에서 특이할 만한 내용은 특히 20미터 드리블, 왕복 드리블 등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사실 유소년 축구 현장에서 드리블에 대한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사이드 등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지역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는 선수를 보기는 쉽지 않다. 드리블을 하다가 뺏기면 소속팀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 원흉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지도자들도 이를 권장하기 보다 질책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무대, 특히 긴장감 높은 무대에서 과감하고 창의적인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아스널 등을 이끌며 유망주 발굴과 기용에 적극적이었던 명장 아르센 벵거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기술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이끌거나 지지할 때 전제되어야 할 금언이라고 볼 수 있다. 두려움 없이 기술을 시도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기초 기술과 코디네이션 훈련으로 볼 감각을 다루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러므로 이 시기 선수(자녀)에게 훈련이나 경기가 끝난 뒤 던지는 질문은 딱 하나로 충분하다. “오늘 훈련(경기) 재미있었니?”다. 어린 선수들이 볼 다루는 데 흥미와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골 넣었니?”나 “스피드가 왜 떨어진 거야?” 등 잘잘못을 묻거나 지적하기보다 운동에 대한 긍정의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 좋다. 

14세 이후 파워와 근지구력 강화

앞서 키 성장에 따라 체력 훈련 요인이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키가 자라 어느 정도 성숙한 상태가 되면 무산소 지구력부터 유산소 지구력 훈련을 차례로 진행할 수 있다. 10cm 이상 자라는 시점부터는 스피드 훈련이 더해진다. 스피드 근력같은 스피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스텝 길이에 초점을 맞춘 스피드 훈련은 키 성장이 멈춘 이후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장을 보면 초등 레벨에서부터 이런 훈련이 혼재되어 있다. 단계별 적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초등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스피드 훈련은 스텝 비율이다. 소위 ‘잔발치기’라고 하는, 짧은 거리를 얼마나 빨리 이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훈련이다. 여기에 유연성과 기술을 중점으로 두는 훈련을 구성해야 한다. 초등 단계에서 파워 강화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일부의 현실이지만, 사실상 이 시기에는 큰 의미를 찾기 힘든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키 성장과 더불어 ‘파워’도 17세 이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이다.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파워와 근력을 겸비한 체력 훈련이 진행되는 것은 국내 축구계 현실 때문이다. 상급 학교 진학 문제와 맞물린 성적지상주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유소년 단계에서는 힘만으로도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강한’ 아이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또 현대축구 트렌드는 볼을 잡는 즉시 상대가 압박을 가하는 추세다. 압박의 속도와 강도 레벨이 높아졌다. 이런 흐름이 유소년 축구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럴수록 유소년 선수에 대한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지도자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학부모들의 이해와 배려도 필요하다. 아이의 본질적인 성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보자. 

종합하면 체력 훈련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초등 레벨에서는 기술 위주 훈련을 진행하고 중등 레벨 이후부터 스피드, 근력, 지구력, 파워 등을 단계별로 가미하는 게 좋다. 제자 또는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접근하면 좀 더 적절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다. 

선수 정체성의 변화 양상. 2005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보다 축구선수로 자신을 인식하는 '분화'가 뚜렷하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초점이 바뀐 것도 의미 있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심리 요인

성장기에는 체력과 기술, 전술적인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과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믿고 도전할 수 있는 힘,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서는 힘은 모두 멘탈(정신, 마음)에서 나온다. 

멘탈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일정한 단계까지는 신체조건이나 체력, 기술만으로 차이를 만들 어낼 수 있다. 신체적인 준비가 완성에 이르는 단계라면 지능(인지)에 멘탈까지 좋아야 더 특별한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자기 주도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선수를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도 과거와 달라졌다. 신체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상태까지 평가선상에 있다. 흔히 말하는 ‘바른 인성’이다. 아무리 좋은 성적과 결과를 낸 선수라도 도덕적 흠결이나 학폭 등으로 도마에 오르면 경기력과 상관없이 외면받는다. 

최근에는 사회적 맥락에서 축구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후위기’와 ‘축구’는 멀리 떨어진 이슈가 아니다. 예컨대 전세기를 자주 타고 다니며 탄소 배출을 심화하는 스포츠 스타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후 기후보고서를 작성했다. 올림픽의 상징인 성화 봉송 때 수소 연료 등을 활용해 ‘탄소 제로’에 동참하는 것도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선수 역시 이런 맥락 속에 존재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시대가 바뀜에 따라 선수정체성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축구선수의 생각과 행동 변화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추이를 탐색한 연구 ‘청소년 축구선수 선수정체성 추이의 시사(윤영길&강지훈, 2021)’에 따르면, 과거에는 교실 밖 학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반면 최근에는 교실로 향하는 학생으로 인식하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05년과 2021년 각각 설문 조사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비교 분석했다.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보면 “신체유능감은 약화한 반면 학습유능감이 개선된 동시에 교실 존재감이 강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단체생활을 거점이었던 합숙소가 해체되어 사생활이 확대되고” 있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희생에서 권리로 사회 가치가 변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상을 이해한다면 선수와 소통하거나 선수에게 동기 부여를 할 때 좀 더 초점을 집중할 수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개인 정서를 조절하거나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경기장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제언할 수 있다. 

저연령 단계에서는 기초 기술 및 조정력 훈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한 ‘2022 화랑대기 지도자 보수 교육’ 내용을 지면에서 볼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입니다. 주창화 강원대 교수의 ‘경기력 영향요인 이해, 선수와 소통하기’,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선수와 소통하기와 선수의 진로’를 요약하였습니다. 유튜브 KFA_ACADEMY 채널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ACADEM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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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배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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