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축구회관에서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회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KFA)가 한국축구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기술철학을 발표했다.
KFA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한국축구의 방향성을 담은 기술철학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를 비롯해 김지훈 축구인재육성팀장,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이 참석해 기술철학이 나온 배경과 의미,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한 KFA 게임모델과 연령별 대표팀 운영 방안을 설명했다.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다양한 선진축구 트렌드를 벤치마킹하며 때로는 성공을, 때로는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 축구만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우리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KFA는 지난 2022년 중반부터 관련 내용을 공론화했고,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해 1년 여 만에 기술철학을 도출해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FIFA – UEFA 워크숍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초대돼 ‘한국축구 기술철학’을 발표하며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축구 기술철학은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된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태극전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축구 기술철학이 이러한 슬로건 아래 지향하는 것은 세가지로 ‘세계축구 주도’, ‘세계적인 선수 육성’, ‘사회적 롤모델 양성’이 이에 해당한다.
‘빠르고(Fast)’는 단순히 물리적인 속도에 국한되지 않고 생각의 민첩성, 변화에 따른 반응 등 태극전사가 가지는 고유의 특성을 포함한다. ‘용맹하게(Fearless)’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등 태극전사가 갖춰야 할 기백을 의미한다. ‘주도하는(Focused)’의 개념은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행하며 우리의 방식대로 경기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상징하는 '태극전사'의 의미를 구체화했다.
김지훈 팀장은 “이 기술철학의 핵심 슬로건은 외국에서 우리 대표팀이나 국가대표선수들을 바라볼 때 떠올리는 특성과도 일치한다. 특히 해외발표에서 그 부분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기에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기술철학이 큰 그림이자 지향점이라면 게임모델은 기술철학을 실제 경기에서 구현하기 위한 전술적 설계도에 해당한다. KFA는 각종 경기 분석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창의성’과 ‘전술 운용 능력’의 함양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우리만의 명확한 방향성 설정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방향성 설정이 바로 KFA 게임모델 정립이다.
이날 이임생 이사는 KFA 게임모델의 발표자로 나서 성인대표팀에 적용될 게임모델을 예로 들어 게임모델의 구조와 적용방안을 설명했다. 가장 최근 열렸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고강도 러닝(HIRD)이나 스프린트(SD) 부문에서는 세계 톱10과 비교해 우위에 있었지만, 볼을 가지고 전진하는 능력(Ball progression)이나 라인 브레이킹(Line Breaking Completion)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가 나왔다. 따라서 게임모델 구성에도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한국만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이 적용되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한국축구 기술철학과 게임모델을 토대로 A대표팀 및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을 가져나가겠다. 대표팀 지도자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소통하고, 실제 경기에서 게임모델을 구현해나갈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KFA 게임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후 감독 선임에도 기술철학과 게임모델은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임생 이사는 “현재 감독 선임 작업을 하고 있는 전력강화위원회와도 일찍부터 KFA 게임모델에 대해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령별 대표팀 운영 방안과 관련한 내용 중에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는 남자 U-23 대표팀 운영 개선안이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한 명의 감독과 2~3명의 코치가 준비하면서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동안에는 올림픽에 나설 연령대의 선수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재처럼 1명의 감독을 유지하되 코칭스태프를 보강 및 이원화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올림픽에 출전할 연령대의 선수를 미리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은 “이번에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특유의 환경과 정책 요인으로 인해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에 U-21 대표팀을 내보내 올림픽을 대비하는 방안은 어렵다고 봤다. 대신 올림픽에 나설 연령대의 선수를 관리하는 코칭스태프를 구성한다면 감독이 아시안게임 이후 (올림픽에 나설) 선수 파악을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글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
김지훈 축구인재육성팀장이 한국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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