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보며 부산 시민이 해보는 생각 거품 낀 서울 집값이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고 있다. 부산386(회원)
대만 남부 도시인 타이난의 시장 출신인 라이칭더가 대만 총통에 당선되면서 새삼 이곳 부산에서 화제가 되는 것이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리는 TSMC가 수도인 타이베이가 아니라 타이난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TSMC는 대만 북부 신주에 본사를 두고 남부 도시인 타이난을 파운드리 생산기지로 육성해 왔다. 2000년 팹(Fab) 6 가동으로 시작해 팹 14, 팹 16 등 파운드리 공장을 차례로 세워나갔고 세계 최첨단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의 팹 18 공장 역시 타이난에 지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이난보다 더 남쪽에 있는 가오슝에 최첨단 2나노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는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 반도체가 서울 인근에 모여 있는 것만 보아온 한국 사람들의 눈에는 삼성보다 훨씬 큰 회사인 TSMC의 심장이 수도가 아닌 남부 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도 도요타 자동차나 마쓰시다 전자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수도인 도쿄가 아닌 나고야, 교토 같은 지방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고 독일도 벤츠 자동차의 본사도 수도인 베를린 아닌 남부 도시에 있다. 일본과 독일의 기업 분포도를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대기업 본사가 골고루 흩어져 있는 것을 육안으로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일본, 독일, 대만 사람들의 눈에는 대기업 본사의 거의 100%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이 오히려 굉장히 이상한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 저렇게 한 지역에 모여 있으면 땅값만 비싸질 거고 그러면 기업 경쟁력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당연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국의 청년들이 서울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하지 일단 서울 안으로 들어가면 서울 밖으로는 절대 안 나가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 수 없이 비싼 땅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 등지에 생산 거점을 만드는 것을 보고 부산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삼성전자가 서울에 있으니 TSMC가 일본 말고 부산경남 지역에도 생산 거점 하나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우스개 소리로 TSMC가 부산에 공장 못 짓는 이유가 있단다. 공장을 지어놓고 서울 지역 대학 반도체학과 졸업생들을 뽑으려고 하면 한국 청년들이 이렇게 대답할 거란다. ‘저는 서울 밖으로는 절대 못 나가요. 서울에서 출퇴근 가능한 회사 아니면 차라리 입사를 포기하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서울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하고 일단 들어가면 안 나오려고 하는 이유가 서울의 지가(地價) 상승률이 지방보다 높기 때문이다. 결국 거품 낀 서울 집값이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고 있다. 거품 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 과밀의 원인이고 저출산의 원인이고 민족 소멸의 원인이고 국토의 최유효 이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흉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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