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평년보다
일찍 더울 것이라는 예고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벌써 교실에서는 선풍기가 돌고 에어컨을 돌리라고 난리이다.
잠자는 아이 깨우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해만하는 아이 혼내며 수업을 겨우 마친다.
이렇게 오늘도 6교시 수업이 끝났다.
7교시는 특기 적성 교육인데 오늘은 쉰다.
한텀이 끝나는 날이라고 하루 쉰단다.
학생들보다 수업에 지친 선생님들이 더 좋아한다.
7교시 자율학습을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2/3가 엎어져 있다.
깨우기가 민망하여
그래 이번 시간을 자자하고는 조용히 책을 보았다.
그리고 30분 정도 청소 시간이 주어진다.
바로 이 시간이 나뿐만 아니라
당번이 된 학생들이 더욱 좋아하는 시간이다.
교정 뜨락에 심어놓은 야생화에 물주는 시간이다
더운 날씨가 되니 물주기가 물장난으로 바뀐다.
어제도 승완이를 집중 공격하여 물에 빠진 생쥐를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모처럼 시원하게 물장난 칠 수 있는 시간이라 재미있어하고
당번이 아닌 녀석들까지 합세하여 물조루를 들고 설친다.
오늘은
긴 호스를 연결하여 물을 주었다.
물조루를 이용하여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물을 주다가
호스끝에 밸브 꼭지를 달아 물을 주니 더욱 신이 나는가 보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물주기는 놀이성이 되어 갈 것이 틀림없다.
물주기는 고3인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작은 일탈이다.
나는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꽃들을 들러보며 오늘은 어떤 꽃이 지고, 어떤 꽃이 피었나 들러보는 시간이다.
심어놓은 야생화뿐만 아니라 화단에 불쑥 불쑥 솓아나는 잡초들도 눈여겨 본다.
너무 흔하게 자라나 화단에서는 천덕꾸러지기이지만
꽃이 피면 눈길을 사로 잡는 꽃들이 많다.
그중에서 씀바귀 종류가 대표적이다.
이곳 저곳에서 자라는 씀바귀는 그 종류가 여럿이다.
노란고 가냘프게 피는 씀바귀를 비롯하여 하얀꽃의 선씀바귀, 노란꽃의 좀씀바귀와 벋음씀바귀
사촌겪인 무리지어 아주 노란케 꽃이 피는 고들빼기까지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아름다움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에는 메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나팔꽃과 비슷한 메꽃은 아무곳에서나 잘자라고 조용히 꽃을 피운다.
화단에서 무시한 가시를 달고 험상굿지만 꽃은 수줍은 듯이 피었던 큰 방가지똥은 화단의 잡초를 정리하는 손길에 의하여 싸그리 뽑혀졌다.
울타리에는
교감선생님이 열심히 붙들어 매준
넝쿨장미가 하나 둘 꽃망울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아이들의 물주기는 물장난으로 바뀌어있다.
다음 시간을 위하여 교실로 들여보내고 나면 무언가 뿌듯함이 차 오른다.
한낱 식물들과의 만남이지만
나는 이렇게 그들과의 만남에서 의미를 찾는 일상을 즐거워한다.
그들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침과 깨달음과 이해를 넓혀주고 있다.
어쩌다 짖궂은 아이들의 발길에
쓰러진 꽃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오늘은
붓꽃이 유달리 마음이 다가온다.
붓꽃을
특별히 많이 사다 심었는데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심어진 것이 마음에 내내 걸린다.
겨우 몇송이 꽃이 나왔지만 삶에 지친자의 모습처럼 힘겨운 모습이다.
그래 비가 한번 오면은 그때 적당한 장소로 옮겨주리라 약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