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일(2017년 1월 20일/금요일)
상하이 국제공항
난징동루 부씽지에
와이탄
2013년 2월에 시작된 신월 여행모임이 대만, 훗카이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다. 능력자 박주영이 왕복 23만원에 비행기표를 끊었고, 숙소는 영어가 3박에 25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아파트식 호텔로 예약했다. 비자신청도 서울까지 안가고 인터넷으로 별지비자 신청을 하는 방법을 미경샘이 알아내서 쉽고 편하게 해결했다.
그럼 난 뭘 했을까? 솔직히 한 일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도서관에서 상하이 관련 책들을 빌려 열심히 탐독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며 여행을 준비했다. ‘상하이 유학생이 쓴 ‘상하이 일기’는 2009년에 씌여진 책이라 좀 되기 했어도 상하이 사람들, 문화, 생활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상하이에 관심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처음 상하이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책은 상하이 초보 여행자를 위한 책으로 세세하고 쉽게 상하이 이곳 저곳이 안내되어 있어서 우리의 이동 동선과 일정을 생각하며 정리도 해가면서 꼼꼼하게 읽었다.
이렇게 나름 여행준비를 하고 드디어 여행 첫날.. 아침부터 펑펑 눈이 내린다. 아니 밤새 눈이 온 것 같다. 신랑은 눈 때문에 비상근무로 새벽 5시에 나가고 나도 얼른 일어나 준비한 후 혹시 막힐까 싶어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정시에 도착했는데 날씨 때문인지 비행기가 2시간 정도 연착되어 상하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한국과 1시간 늦은 시차까지 보태어 저녁 5시였다. 오늘 일정은 어쩌라구..ㅠㅠ 우선 짐을 풀기위해 숙소로 향했다. 상하이는 전철이 잘 되어있어서 어디든 가기가 서울처럼 편리하다. 또 특색있게 공항에서 룽양루역까지 자기부상열차,(Meglev)를 운행하는데 조금 비싸지만 경험삼아 타보기로 했다. 항공권이 있으면 20% 할인되어서 40元을 내고 시속 300km/h인 초고속 열차를 타고 7분만에 룽양루역에 도착한 후, 충전식 교통가드를 100元씩 4장을 사서 나눠가졌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상하이의 중심 런민광장과 가까우면서도 중국의 서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소박한 지역이었다. 동네 장사의 음식점, 상점, 과일가게들이 쭉 늘어선 큰 길 사이 사이로 작은 골목을 따라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그들의 일상이 열린 창문 너머와 어디든 봉과 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걸려있는 빨래들 사이로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옆으로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중 한 동을 호텔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이 우리의 숙소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관광명소를 찾아 다니다보니 자칫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의 삶의 모습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숙소는 정말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내부도 깔끔하고 따뜻한 물도 펑펑 나와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저녁시간이다. 오늘은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라는 난징동루 부씽지에와 와이탄 야경을 보기로 했다. 난징동루 부씽지에는 런민광장과 와이탄을 이어주는 1km 거리의 보행전용도로이다. 큰 길 양 옆으로는 많은 쇼핑센터와 큰 상점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우와! 누가 중국이 발전이 덜 된 나라라고 했던가. 적어도 국제무역도시인 상하이는 그런 중국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 현대적이고 화려한 곳이었다. 감탄도 잠시.. 왜 이렇게 추운거야.. 휘이잉~ 휘몰아치는 바람과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에 덜덜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라 포근한 겨울을 기대했는데 혹시 몰라서 입고 온 오리털 파카가 이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내일은 가죽점퍼를 입어야 하는데 어떡하나..
날도 춥고 배도 고프니 우선 거리 초입에 있는 만두집에 들려 군만두(성젠바오), 찐만두(샤오룽바오), 야채가 올려진 돼지육수 국수를 시켜 먹었다. 싸지만 맛있는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길거리에서 달콤한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사먹으니 속이 든든해졌다. 넓고 화려한 쇼핑거리를 걸으며 멋진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건물들을 배경삼아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책에서는 많은 인파 사이로 여기 저기 춤을 추는 무리들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파 때문인지 모두 종종걸음으로 발검음을 재촉하기 바쁜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중간 광장에서 동호회인 듯 서로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과 팝송을 부르는 거리의 가수를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원하는 쇼핑품목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는 화려한 거리를 둘러보고 와이탄쪽으로 향했다.
와이탄은 난징조약(1842년)이 체결된 후 들어온 서구열강들 중 영국이 정착한 곳으로 영국은 황푸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이곳에 유럽식 크고 아름다운 건물들을 지었다. 1km 남짓한 와이탄은 중국의 유럽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고풍스럽고 로맨틱한 풍경을 보여주엇다. 거기에 황푸강을 끼고 반대편으로는 현대식 고층건물과 화려한 불빛들이 반짝이는 멋진 야경도 있다.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푸서는 20세기 품위를 지닌 와이탄이, 동쪽의 푸동은 21세기 위용을 자랑하는 선진 대도시의 화려함이 함께한다. 와이탄 길을 따라 걸으며 양쪽으로 펼쳐지는 다르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경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10시가 되자 와이탄쪽 건물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어둠에 잠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에고.. 너무 추워~~
여행 2일(2017년 1월 21일/토요일)
완상화냐오스창 시장
신톈지
프랑스 조계지역
타이캉루톈즈팡 거리
와이탄
어제 추운 날씨에 놀란 우리는 가지고 온 옷을 최대한 활용해서 옷을 단단히 입었다. 나는 그나마 조끼와 목도리가 있어서 우선 나시 2개 입고, 얇은 검은티, 그 위에 보라색 목티, 그리고 누빔조끼까지 껴입은 후 가죽점퍼를 걸쳤더니 꽉 끼어서 팔도 잘 안 올라간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좀 불편하지만 목도리까지 둘둘 두드고 숙소를 나섰다. 아침식사는 숙소 근처 음식점에서 먹었다. 밥을 먹고 싶었지만 아침이라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고 해서 만두국을 시켜 먹었다. 고기만두국은 고소하고 따뜻해서 맛있었다.
오늘은 신톈지로 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를 보고 프랑스 조계지역 거리와 그 안에 자리잡은 타이캉루톈즈팡 거리를 둘러본 후 오후에 위위안(예원)을 가고 저녁에 와이탄 야경을 더 보기로 했다.
신톈지에 가기 전 한 정거장 전인 라오시먼역에 내려 전통 화조시장인 완상화냐오스창에 들렸다. 상하이 몇 군데 남지 않은 전통시장 중 하나라는 이곳은 꽃과 나무 여러 애완동물과 함께 ‘귀뚜라미’를 사고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귀뚜라미가 애완동물이라는 것도 생소하지만 귀뚜라미에 관심을 가지고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에 어른들도 많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 이유는 중국에는 예로부터 ‘투실’이라는 귀뚜라미 싸움이 있는데 귀뚜라미 2마리를 상자에 넣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기라고 한다. 우승을 많이 한 귀뚜라미는 행운의 상징으로 수백만원에 사고 팔린다고 하니 놀랍다. 과연 좁은 시장골목에 들어서니 작은 케이스 안으로 성장단계에 따라 크기도 제각각인 귀뚜라미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밥그릇, 집등 귀뚜라미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신기한 구경에 여기 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주영샘이 반들반들 옥돌을 하나씩 사자고 한다. 자세히 보니 금이 간 것으로 싸게 파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싸도 금간 건 좀 그렇지 않나 주저하는데 우리 표정을 보았는지 주인 아저씨가 가게안 바구니를 보여주며 작지만 반짝반짝 예쁜 옥돌을 보여주신다. 하나에 30元, 깎아 달라고 하니 5개 해서 100元에 준다고 해서 여행기념으로 5개의 예쁜 돌들을 골랐다. 주영샘이 아까 금간 돌 하나를 서비스로 달라 해서 그것도 챙기고.. 서로 기분 좋게 흥정을 했다. 주인아저씨가 자기에게는 한국인 친구 1명이 있다고 하며 친한 척을 했고 마지막에는 주영샘과 아저씨가 포옹까지 하며 유쾌하게 인사를 했다. ‘중국 아저씨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한테 한국인 친구 2명이라고 하겠다’는 미경샘의 말에 모두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운 시장구경을 마쳤다.
시장을 빠져나와 옆 골목에 있다는 골동품시장을 찾아 걸어갔는데 어디서 놓쳤는지 보이지 않고 어느새 신톈지 카페거리까지 가버렸다. 아쉽지만 되돌아갈 수도 없고 해서 다음 목적지인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1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11시부터 1시까지 쉬는 시간이라고 붙여있다. 점심시간이 왜 이리 긴건지.. 상하이에 와서 이곳을 들리지 않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닌 것이지 않는가. 어쩔 수 없이 내일을 기약하며 향긋한 커피와 고소하고 달콤한 공차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다음 목적지인 타이캉루톈즈팡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미니소가 있어서 들렸는데 그곳에서 따뜻한 털장갑을 샀다. 다른 곳은 껴입어서 괜찮은데 손등이 너무 시려운 참에 영아와 함께 득템한 털장갑은 이번 여행의 최고 필수품이었다. 추위야, 길을 비켜라! 이제 어디든 간다~!
타이캉루톈즈팡은 중국의 전통 가옥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좁은 골목을 이르는 룽탕 사이에 조성된 거리로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모여 들었고 그들이 만들어 논 새로운 감성 풍부한 모습에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지금의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과연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좁은 평범한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을 들어서니 거짓말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아기자기 얽히고 설킨 좁은 길들 사이로 예쁜 공방과 카페가 줄지어 위치해있다. 베니스의 미로같던 좁은 골목들이 연상되는 이곳의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정겹다. 얽히고 설킨 골목은 오랜 세월동안 그 길을 걷고 지나쳤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좋다. 이 골목에서 저 골목, 저 골목에서 이 골목으로 만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이 거리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따라 하루 종일 머물고 싶지만 3박 4일의 일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 저기 구경을 하며 작지만 엣지 있는 기념품들도 사고, 길거리 꼬치집에서 통으로 구어주는 오징어와 한국의 손톱크기만한 양꼬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크고 긴 양꼬치를 먹었다. 매콤한 양념과 달달하고 기름의 고소함까지 느껴지는 꼬치 2개를 길에 서서 한입씩 나눠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니, 영아를 빼고 나머지 3명에게만 최고의 간식이었다. 중국 향신료의 향에 적응하지 못한 영아는 나중에 상큼한 메론꽂이가 위로해 주었다.
길을 조금 헤맨 탓에 5시까지 문을 여는 위위안은 내일 가기로 하고 많이 돌아다녀서 아픈 다리도 쉴 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음 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마침 저녁때도 다가오고 중국의 가정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상하이 라오라오’라는 음식점에 가기로 했는데 우리말로는 ‘상하이 할머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상하이앱을 가동시켜 전철도 타지 않고 와이탄쪽으로 걸아가다 보니 거짓말처럼 빨간색 간판에 상해모모, 그 옆에는 영어로 Shanghai grandmother restaurant라고 적혀있다. 마침 배도 고팠을 때라 얼마나 반갑던지 진짜 할머니집을 찾아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레스토랑 내부도 깨끗하고 정겨운 분위기로 무엇보다 따뜻하다는 것이 좋았다. 메뉴도 사진과 함께 있어서 선택하기도 좋았다. 돼지고기 조림과 새우볶음, 볶음밥, 죽순조림, 정경채 볶음과 밥 2공기를 시켜서 먹었는데 맛이 깔끔하고 감칠맛이 나서 모두 만족할만한 식사였다.
오늘은 황푸강 너머 푸동쪽에서 야경을 감상하기로 한 날이라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야했다. 2위안으로 매우 저렴했는데 실제 배를 타는 시간이 5분도 안되었다. 그래도 유람선을 탄 듯 배 갑판대에서 차가운 강물을 가르며 와이탄의 고풍스러움을 떠나 푸동의 화려한 빌딩을 향해가는 짧은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상하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우리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전세계 3위로 높다는 상하이 타워 전망대로 가기로 했다. 632m 높이로 127층까지 있는 상하이 타워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치장하고 각 층에서 뿜어나오는 불빛들로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상하이 타워 옆으로는 병따개 모양으로 유명한 세계금융센터 ‘상하이환추진룽중신’이 파란 빛을 내뿜으며 자기도 잊지 말라는 듯 폼나게 서있었다. 와이탄에서 바라보는 푸동의 화려한 불빛 중 상하이 타워와 상하이환추진룽중신, 그리고 또 하나 두 건물보다 앞장서 서있는 붉은 빛의 동팡밍주를 빼 놓을 수 없다. 실제 3곳의 전망대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상하이 타워, 이유는? 가장 높으니까^^ 118층까지 55초만에 초고속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압차로 코를 막고 귀로 바람 넣기를 2-3번하니 전망대로 도착했다. 우와! 상하이와 와이탄, 푸동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모두 내 시선 아래에 있다니 역시 높기는 높다. 사방으로 뚫린 유리벽 너머로 황푸강과 함께 펼쳐지는 도시의 밤이라니.. 낭만적이었다. 책에서 전망대가 동쪽에 있기 때문에 상하이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날이 지기 전에 올라와서 붉게 물드는 석양을 감상하고 어둠이 밀려온 후 다시 되살아나는 도시의 화려함까지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2017년 1월 22일/일요일)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위위안
하이디라오훠궈
위위안
오늘은 여행의 세 번째 날, 어제 보지 못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위위안을 보러가기로 했다. 물론 중간 중간 쇼핑 아이템을 위해 찾아갈 곳과 어제에 이어 맛있는 훠궈(샤브 샤브)집도 찾아가고 발마사지도 받기로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신톈지에 일찍 도착해서 어제 봐둔 Urban Soup Kitchen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마침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을 보니 죽을 먹고 있다. ‘바로 저거다!’ 알고 보니 그것은 오트밀죽이었다. 아침식사 메뉴 세트로 나는 죽을 나머지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시켰다. 견과류와 블루베리가 올라간 오트밀죽은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다. 함께 나온 홍차도 향긋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샌드위치도 신선하고 맛있다며 소식하는 영아가 샌드위치 하나를 다 먹어서 정말 맛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무 맛있다며 종업원 두 분께 칭찬을 해드리니 수줍게 웃으며 좋아했다. 우리 여행 멤버들은 어디서든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에서 접한 소소한 것들도 놓치지 않고 감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상해 임시정부를 둘러보았다. 소박한 외관처럼 내부도 임시정부 당시 회의실과 부엌, 김구 선생과 정부의 집무실, 당시 활동 관련 사진 및 자료가 간소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3층짜리 건물 안에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쏟았을 고민과 열정, 다짐과 애끓는 애국심을 생각해보니 숙연해진다. 지금 내가 존재하기까지 이어진 시간의 고리와 수많은 인과관계들에 대해 되돌아보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며 이 고리들을 연결시켜 나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그 과정에서 ‘이로움’으로 보탬이 되는 존재로 살다 가고 싶다.
다음 목적지는 이번 쇼핑 아이템인 미경샘의 페이유 스니커즈와 주영샘의 샤오미 매장에 들리기로 했다. 난 원했던 여인크림을 어제 구입해서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격과 디자인이 괜찮다면 다인, 정인이 선물로 스니커즈를 사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페이유스니커즈를 판다는 장소를 어렵게 찾아갔는데 헐.. 가게를 이전했다는 종이가 붙어있고 간단한 약도가 그려져 있다. 상하이앱과 표지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가게는 또 한번 헐.. 문을 안열었다. 흥칫 뿡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황당하고 아쉬운 상황은 얼른 떨쳐버리고 샤오미매장이 있다는 취푸루역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돈을 가장 쓰지 않은 여행이기도 했다. 이유는 챙겨온 비자카드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공금으로 모든 걸 해결해서 환전을 하지 않고 혹시 필요할 때 쓰려고 카드를 챙겨왔는데 중국은 비자카드는 안되고 페이웨이 카드만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놓쳐서 개인적으로 쓸 돈이 부족했다. 공금은 중국돈으로 바꿔와서 문제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 것은 공금에서 나눠준 조금의 용돈과 그나마 미경샘이 개인적으로 환전해서 챙겨온 얼마 안되는 중국돈을 빌려써야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쇼핑욕구를 잠재우지 못하고 스마트제품과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 주영샘이 벌써부터 샤오미 직원처럼 홍보해준 미밴드에 마음이 뺏긴 우리는 샤오미매장에서 열심히 구경을 하고 쇼핑을 시작했다. 돈이 부족한 우리는 미경샘에게 돈을 꾸어서 썼는데 신랑 것과 내 것으로 144元의 미밴드 2개를 구입한 나는 199元의 블루투스의 탁월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주영샘의 정보에 혹해서 살려는 찰나.. 아뿔사! 미경샘이 돈을 못 빌려준다고 한다. 샘도 사야 될 물건이 남았는데 돈이 모자란 것이다. 혹시나 비자카드가 되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안 된단다. 힝.. 분명 충동구매이긴 했는데 돈이 없어서 못산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고, 꼭 사고 싶고, 내 물건 두고 오는 것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4만원 안 되는 돈이 나에게 없구나 생각하니 주영샘이 준 용돈 다 쓰고 남은 7元(한국돈 1200원정도)이 새삼 다시 보인다. 보통 현금이 없어도 카드를 쓰는 버릇 땜에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런 경험을 해보니 생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 한도 내에서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갖게 된다. 사실 요즘 월급이 들어오면 잠시 머물다 갈뿐 카드값 내기도 힘든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아쉬움은 있었어도 더 큰 깨달음이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오전에 이곳저곳 들리다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갔다. 오늘 점심은 이번 여행 중 가장 비싼 메뉴로 스촨식 훠궈를 먹으러 ‘하이디라오훠궈’집을 찾아갔다. 명성대로 넓은 음식점은 많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고 친절한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 앉으니 훠궈에 넣어먹을 재료를 선택하고 간단한 밑반찬이나 과일, 샐러드, 소스류는 뷔페식으로 가져다 먹으면 됐다. 네모난 냄비에 칸이 나눠져 있고 한쪽은 빨간색 육수, 다른 한쪽은 하얀색 육수가 나왔다. 하얀색 육수는 곰탕처럼 고소했고 빨간색 육수는 얼큰하다 싶었는데 속이 쓰릴 정도로 너무 매웠다. 아무래도 우리가 책에 실린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달라고 했더니 빨간 마라탕 소스를 미리 섞어서 나와서 그런 것 같다. 원래 소스를 따로 가져다주면 매운 맛을 조절해가며 소스를 넣어 먹어야 너무 맵지 않게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시뻘건 마라탕 국물이 되어서 나왔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맛은 있어서 매운데도 자꾸 먹게 되는 되었다. 다행히 고소한 육수와 번갈아 먹으니 그래도 먹을 만했다.
불고기, 버섯, 완자를 넣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국수면을 뽑아준다고 하얀 옷을 입은 직원이 와서 눈 앞에서 밀가루 한 덩어리를 늘리고 돌리고 던져가며 국수면을 뽑아준다. 짧지만 재미있는 쇼를 보여주는 여기만의 서비스인가보다. 감탄사가 많은 우리 멤버들의 엄청난 호응에 직원이 흡족해하고 우리도 함께 즐거워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는 젊은 남자 종업원은 우리가 잘 먹는 과일과 샐러드를 계속 가져다주는 친절까지 베푼다. 후식으로 나온 해바라기씨와 과자를 더 갖다 주어서 두고 나오면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해바라기씨를 조금 챙겨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것을 보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해바리기씨와 과자를 통에 나눠서 싸주기까지 한다. 어쩜 어쩜 여기 중국 맞아? 너무 친절한 직원에 감사를 표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손을 씻고 나니 옆에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손 닦을 휴지까지 뽑아준다. 어머나! 이거 너무 황송해서 불편해지려고까지 한다. 결국 미경샘은 과하게 친절한 직원이 신경 쓰여 가글도 못하고 나왔다.ㅋㅋㅋ
맛있는 식사로 속을 데우고 그 다음 받을 70분의 풀 발마사지는 지친 발과 다리를 얼마나 시원하게 풀어줄 것인가! 게다가 애버래스팅이라는 역사 깊은 마시지샵에서 발마사지를 받고 나면 일주일도 거뜬이 더 걸을 수 있다고까지 소개된 곳이니 얼마나 잘할까 기대가 된다. 식당에서 골목을 하나 돌아가니 바로 마사지샵이 나온다. 엥.. 그런데 예약이 모두 차서 마사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춘절이 다가와서 현지인들의 예약이 더 많이 밀려서라고 한다. 한 두명도 안 되냐고 하니 저녁 8시에 한사람 가능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은근 기대했는데 아쉽다하고 있는데 옆에서 주영샘이 ‘청천벽력 같다!’라고 해서 이 사람 나보다 몇 만배 더 기대하고 있었구만 하는 생각이 들며 안쓰럽다가 왠지 모를 실소가 새어나온다.ㅋㅋㅋ
다음 목적지는 위위안! 어제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위위안청을 가로질러 들어가니 왼쪽으로 입구가 나온다. 30元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고풍스러운 건물과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위위안은 명나라 관료 반윤단이 아버지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18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한 정원이라고 하니 그 정성과 마음씀이 기와 한 장, 돌 하나에도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정원과 정원을 잇는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정원과 쉴 수 있는 정자, 건물들이 있고 그 길 사이로 수목원에나 있을 듯한 멋진 나무와 돌들이 줄을 서 있다. ‘아버님 여기서 노시다 길 잃어버렸을 것 같다’는 영아의 말처럼 위위안은 멋지고도 넓은 곳이었다. 여기 저기 앉아서 정원의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텐데.. 이런 추운 겨울은 아닌 것 같다.
위위안을 둘러본 후 우린 런민광장을 잠깐 들리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시 찾은 런민광장쪽 난징동루 부씽지에 초입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지하 베이커리에서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사먹었다. 부드럽고 달콤한 것이 쏙 반할 맛이었다. 잠깐 미니소에 들려 영아가 잡화들을 구입하고 우린 저녁을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이제 정이 든 역에서 숙소 들어가는 길 편의점에서 각자 먹고 싶은 컵라면 한 개씩 고르고 병맥주 한 개, 캔맥주 1개와 이번 여행에서 영아에게 변함없는 힘을 준 요플레와 바나나를 샀다. 숙소 침대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친절한 직원이 싸준 해바라기씨를 안주삼아 맥주도 홀짝 홀짝 마시니 피곤이 풀린다.
4일(2017년 1월 23일/월요일)
다푸차오
상하이 국제공항
오늘은 여행 마지막 날이다. 비행기가 2시라 오전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잠시 큰 마트와 미니소가 있던 다푸차오역에 들려 아침식사와 잡화구입을 하고 공항에 가기로 했다. 여행의 소소한 기념품들을 정리하면서 여행가방을 싸니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상하이에는 맥도날드나 KFC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상하이식 아침식사메뉴 있는데 따뜻한 죽과 빵, 두유를 같이 먹는 거라고 한다. 다푸차오역에 도착해서 KFC를 가니 과연 이른 시간인데도 아침식사를 먹으러 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피딴쪼우라는 쌀죽과 기름에 튀긴 길쭉한 빵인 요티아오, 또우지앙이라는 따뜻한 두유가 함께 나온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침부터 뜨거운 기름에 요티아오를 튀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문도 없는 가게 안쪽 테이블에서 죽과 함께 요티아오를 먹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식사로 먹게 되어서 좋았다. 맛은? 워낙 죽을 좋아해서 쌀죽도 맛있고 요티아오도 쫄깃하면서 잘 어울렸다. 두유도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세 개를 다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았다. 보통 죽을 먹을 때는 음료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데 좀 아깝기는 해도 두유를 남겨야 했다.
아침식사를 먹고 대형마트에 들렸는데 어제 마사지를 하지 않아서 남은 경비를 주영샘이 나누어 주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가족들과 함께 해먹을 중국식 볶음면을 하나 샀다. 그 옆에 왓슨이 있었는데 주영샘이 상하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달리치약 6개를 사고 너무 뿌듯해했다. 자기 안에 쇼핑욕구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로 공들인 치약들은 조금 후 주영샘에게 아픈 기억을 안겨주게 된다.
전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대에서 줄을 서있는데 갑자기 주영샘이 어깨에 맨 가방안에 아까 산 치약이 있다며 얼굴이 하애진다. 캐리어로 옮기는 것을 깜빡한 황당한 실수였다.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달리 방도도 없고 직원 한명이 우리의 곤란한 표정을 보았는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선 하나라도 건지자는 마음에 새치약을 휴지통에 조금 짜서 버리고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방에 넣고 나머지는.. 검색대에서 쓰레기통에 가차없이 버려지는 것을 보느니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젊은 남자직원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리의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젊은이 이게 왠 횡재냐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너무 좋아한다. 그래, 이런 것도 지나고 나면 여행의 애피소드가 아니겠는가.^^
비행기를 기다리며 면세점에서 신랑이 부탁한 글린피닉과 나를 위한 발렌타인 21년을 샀다. 매번 17년을 사다가 이번에는 4년 올려서 21년으로.. 비싼 술이니 이렇게 비행기 탈 때면 한병씩은 꼭 사게 된다. 물론 맛도 좋고..^^ 이 술은 또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에 멋진 조연을 해 줄테니 미리 즐거움을 예약해 놓은 것과 같다. 짧지만 알찼던 상하이 여행이 또 다른 추억이 되어 내 기억 한편을 장식했다. 항상 긍정 에너지를 내뿜으며 여행을 진정 즐길 줄 아는 미경샘, 주영샘, 영아가 있어서.. 그들 덕분에.. 이번 여행도 행복했다.
그동안의 여행후기를 책으로 묶어준다는 신랑의 선심성 공약을 믿고 이렇게 개인여행을 카페에 남겨봅니다. 저의 철없음을 이해해주시고 건성건성 읽어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작년에 바빠서 남기지 못했던 라오스 여행기를 쓰고 싶네요.ㅎㅎㅎ
첫댓글 멋진 여행 다녀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