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투만두에 내렸는데
우리가 타고 갈 차가 30분
늦게 오는 바람에 공항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손님을
싣고 가려는 택시와 오토바이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서
너저분하기 짝이 없고 이것은
공항이라기 보다는 도떼기시장
같다. 카투만두에 처음 도착해
묵었던 호텔로 다시 갔다.
여기는 하루 숙박비가 50불이다
수도 카투만두에 도시가스
시설이 안되어 있어 이 호텔은
대형 가스통을 사다가 그걸로
난방을 한다. 그래서 저녁에는
사워하라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데 아침에는 따뜻한 물
공급이 안된다. 또 전기가 자주
나가는데 그때마다 발전기를
가동한다. 시내 관광에 나선
우리는 서울의 남산처럼 카투만두가 다 조망되는 가장
큰 불교사원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어수선하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불교사원인데 그 안에
힌두교 신전, 이슬람교신전 등이
나란히 같이 있다.
네팔사람들은 힌두교 신자가
불교 행사에 참석하고 불교
신자가 힌두교 행사에 참석한단다. 여기도 노점상과
구걸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다음은 시내 중심부에 있는
광장이라고 하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별로 넓지 않는 곳에
오토바이, 차량들이 연신 다니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땅바닥에
농산물들을 펴놓고 팔고 있고
나무 그늘 밑에서는 인도 출신
힌두교도 할머니들이 20여명
모여서 리더격인 할머니가
힌두교 교리를 읽어 주고 있다.
아무튼 여기도 어수선 하고
정돈이 안된 것 같이 복잡하다.
오늘 안내는 여행사 사장이 직접
했는데 인하대학교를 수료한
탓으로 한국 말로 유창하게
설명한다. 우리 가이드 치링이는 내가 네팔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이
시원치 않는데 네팔에서
관광학을 전공했다는 사장은
질문 사항에 거침없이 척척
설명을 해준다. 여러가지로
호감이 가서 오늘 저녁 만찬은
내가 주최할테니 참석해달라고
요청해서 가이드 치링이 까지
여섯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한국 음식 전문 식당이 있는데
규모가 상당히 커보였다.
당연히 주인은 네팔 사람이다.
식당 안 손님 좌석 벽에는
" HAN KOOK SA RANG "
이라고 알파베트로 크게
아크릴 같은 것을 붙여 놨다.
이 식당에는 삼겹살, 불고기,
족발, 파전 등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가지수가 많은 식당을
가본적이 없다. 여기서도
술은 산소주와 맥주다.
그런데 파티 중에 전기가
세번씩이나 나간다. 불 나가면
포카라 촘농 아짐씨 식당은
촛불을 켰는데 여기 식당은
규모가 커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 같았다. 홀 밖에 마당에는
무대장치가 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단체로 오면 여기서
노래도 부르는 것 같았다.
여행사 사장은 운전을 해야한다며 술은 일절 사양한다. 여기도 음주 단속이
심하다고 한다.
식당을 막 나서는데 한국 여행사를 통해서 왔다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서
" 한국 어디서 오셨어요 " 한다.
네팔 사람이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는 안산,
의정부 등지에서 10년간 일했고
한국에서 네팔 여자를 만나서
결혼했다며 자기 와이프까지
소개한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하니까 놀고 있는데
곧 일본으로 취업을 간단다.
네팔에는 기업체가 없기 때문에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간단다.
우리 가이드 치링이도 신혼 때
한국에 와서 5년 있었고 치링이
와이프도 지금 이스라엘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기러기 가족이란다. 네팔에서
가이드가 선망의 직업인데
치링이도 일본에 가고 싶단다.
.네팔 인구는 3천만명이 조금
넘는데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하는 달러가 국가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관광수입이 국가경제에 8%를
차지한다니 대단한 것이다.
호텔에서 아침식사 마치고
쇼핑하러 갔는데 특별히
살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을 사가지고 가야 집에서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된다. 여기는 모든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편이다.
그래서 " 관광객은 봉이다. "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쇼핑을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다음 숙박지로 갈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Richard Marx의
" Right here waiting " 팝송이
흘러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 허접한 호텔에서 이렇게 좋은
팝송이 나오다니.
노래가 말할 수 없이 좋지만
피아노 반주로 연주되는 전주곡은 경쾌하면서도
감미롭기까지 하다.
내가 작년까지는 회사 상근을
하다 금년부터 비상근으로
바뀌면서 나에게 주어진 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살고 있는 종로구
평창동 주민센타에 가보니
여가 선용할 프로그램이
많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가곡과 팝송을 등록했는데
팝송반에서는 분기마다
수강생들이 발표를 한다.
나는 이사분기에 Skeeter
Davis의 " The end of the
world "를 삼사분기에는
그 유명한 ABBA의 " I have a
Dream "을 불렀고 사사분기에는 바로 이 곡을 부르기 위해 집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 판인데
카투만두 호텔 로비에서
Right here waiting 팝송이
나올 줄이야. 감동이었다.
호텔에 대한 인상이 여러가지로
안좋았었는데 이 팝송을 듣고
난 뒤에는 유쾌한 기분으로
네팔에서 마지막 호텔로 가기
위해 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