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극에 관하여
1930년대 대중극의 하나로 악극은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도 악극은 향수를 지닌 중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있는데, 그것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노래와 슬픈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악극이란 대사와 동작, 노래와 무용과 경음악 (브라스밴드)으로 엮어 가는게 특징으로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악극은 처음에는 1920년대에 들어온 신파극이 널리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공연도중에 막간을 이용하여 변사나 삐에로 같은 출연 배우들이 코미디나 만담, 대중 가요 등의 숨은 장기를 보여 주는 막간 무대로 출발하였다.그래서 서양 뮤지컬의 전단계인 레뷰나 북 쇼 (Book Show), 민스트럴 쇼 등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1928년 '취성좌'가 가극 [극락조]를 조선 극장에서 상연하였는데 이 때 처음 가극이란 이름이 사용되었다.
가극이란 연극 속에 노래 몇개를 삽입하는 정도였지만 종래 막간에 노래, 춤, 코미디가 아무 연관없이 나열되었던 것에 비하면 노래를 작품의 주제와 그럴사하게 연관시키고 드라마틱하게 구성하였다. 본격적인 가극과 쇼를 공연하기 시작한 단체는 1929년에 조직된 삼천리가극단이다. 이단체의 쇼에는 희가극이라 불리는 코믹터치의 가벼운 연극에 노래를 '끼워 넣어 음악적인 효과를 가미한 1부와 여성들의 라인댄스팀이 등장하는 2부로구성되어 있었다. 요즘 말하는 코러스가 등장한 것이다. 이후 1930년대 초반에 신파극을 비롯한 대중극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연극단체들이 가극을 공연하였다. 연극시장, 태양극장, 협동무대, 낙랑좌, 경성 오페라 스튜디오, 화랑 악극단, 도원경 등이 창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때부터 가극이란 말 대신 악극이란 이름을 쓰게 되었다. 악극은 그 형식의 성숙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짤막한 코미디 속에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것, 둘째 극중 의미있는 부분을 노래로 정서에 호소하는것, 셋째 극적인 대화를 극의 내용과 일치하는 노래로 주고 받는것, 넷째 노래는 물론 음악과 무용이 극속에 어우러지는 것 등이다. 특히 1930년대 후반에는 레코드 회사가 자체 선전을 겸하여 연주회라는 이름으로 전속 가수들의 실연 무대를 마련하였다. 목소리로 유명해진 가수들의 노래를 직접 들을수 있다는 매력을 이용, 악극 흥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조선악극단, 반도가극단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노래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어 막간극이나 간단하게 꾸민 극적 내용을 집어 넣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단체들이 후에 전문적인 악극단으로 발전하였다. 근래 들어 극단 가교가 [번지 없는 주막], [울고 넘는 박달재], [홍도야 우지 마라]를 그리고 극단 신시가 악극 마당놀이 [이수일과 심순애]등을 공연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지난 시대 악극의 전통을 살려 나가고 있다.
[뮤지컬 감상법-글.사진/박용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