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가 3월 25일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7일 시작한 16부작 드라마이니 2월 26일 끝났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3주에 이어 2월 25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3월 4일 울진 산불 뉴스 특보 등 잦은 결방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리 5주간을 결방한 금토드라마 ‘트레이서’다.
그런데 경쟁작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올림픽 기간 결방은 같지만, MBC처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나 울진 산불 뉴스 특보로 드라마를 희생시키진 않았다. 6회나 결방한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2019)의 ‘참사’를 떠올려 그랬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1월 25일 ‘너의 밤이 되어줄게’ 이후 2개월 만에 드라마를 만나는 건 그래서다.
MBC는 결방에 따른 비난을 피하려고 그랬는지 꼼수 편성을 했다. 원래 16부작을 갑자기 시즌1, 2로 내보낸 것이다. 그 대가(代價)는 컸다. 1회 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비교적 높게 출발했던 시청률이 결방후 재개한 시즌2 방송에선 4.1%로까지 곤두박질쳐서다. ‘트레이서’의 최종회 시청률은 9.0%다. 이게 최고 시청률이 됐다.
단 웨이브의 ‘트레이서’ 시즌2 공개는 MBC 방송과 사정이 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서> 시즌2는 공개 직후 주말 시청 1위를 기록한 건 물론, 신규 가입자 시청률 1위 콘텐츠에 등극했다. 시즌2 공개 첫날 신규 유료회원 시청 비중은 약 30%나 됐다. 시즌1 공개 첫날에 견줘 약 두배 이상의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효과를 낸 것”(한겨레, 2022.3.7.)이 그것이다.
그렇다. ‘트레이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다. 웨이브가 이미 OTT로 공개한 드라마를 지상파인 MBC가 재방송한 ‘트레이서’다.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한 후 넷플릭스 등에 유통된 기존 방식과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인데, 당장 “지상파와 케이블이 OTT 재방송 채널로 전락한 셈”(한국일보, 2022.2.24.)이란 쓴소리가 나온다.
웨이브 쪽은 “순수 오리지널 작품인 <트레이서>에 각기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시즌1은 동시간 방송 편성을, 시즌2는 방송 전에 오티티에서 선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시청효과를 높였다”(앞의 한겨레)고 말한다. 이래저래 위기에 빠진 지상파 드라마의 현주소를 환기시켜주는 ‘트레이서’인 듯해 씁쓰름하다.
‘트레이서’를 애써 챙겨본 것은 MBC 드라마치고 꽤 인기를 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이 생각나서다. ‘트레이서’가 내세운 ‘나쁜 돈 쫓는 독한 놈의 통쾌한 추적활극’도 한몫했지만, 그러나 “사회악 일소의 한 방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함께 대리만족을 안기”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과는 결이 다른 드라마다.
‘트레이서’는 회계사였던 황동주(임시완)가 국세청 팀장으로 부임해 서혜영(고아성) 등과 함께 종횡무진 활약하는 드라마다. 초반 전개에서 체납자가 숨겨둔 돈을 찾아내 세금을 받아내는 등 시청자 속을 나름 뻥 뚫어주지만, 그건 그냥 맛보기일 뿐이다. 국세청 공무원의 세금 추징 등을 통해 시청자들이 얻는 대리만족은 거기까지니까.
동주는 그런 활동보다 아버지 황철민(박호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뛰는 국세청 공무원이다. 인태준(손현주)을 정점으로 펼쳐지는 국세청 간부들의 기업과의 유착, 청장 자리에 오르기 위한 암투 따위 내부 비리 까발리기가 흥미를 끌긴 한다. 허구라 밝히고 있지만, 일단 드라마에서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은 국세청 민낯 파헤치기라 그렇다.
그런데도 별로 몰입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뭐가 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일반 시청자들이 쉽게 알기 어려운 전문영역 이야기인데도 그걸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산만하거나 난삽한 전개가 그것이다. 가령 철민을 죽인 진범이 류용신(이창훈)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전에 동주가 태준을 압박했던 동영상은 뭐란 말인가? 어떤 설명도 없이 끝난 게 허망할 정도다.
동주와 혜영 등 비리를 파헤치는 주요 인물들이 개인적 복수를 하거나 피해 당사자로 설정된 것도 그렇다. 그들의 고민과 갈등을 극복해나는 과정의 사생활을 지켜보는 사이 ‘나쁜 돈 쫓는 독한 놈의 통쾌한 추적활극’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는 식이다. 1년후 각자 다른 지방 근무처에 있는 동주와 혜영이 재회하는 그런 결말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태준의 자살도 그렇지만, 그조차 뉴스 멘트로 처리한 게 다소 의아하다. 태준은 동주의 치열한 국세청 활동 종착지인 제1의 반동적 인물형인데다가 상상못할 죄를 지은 범죄자다.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나 너무 안이한 자살 처리다. 아들 인도훈(최준영)이 태준 자결 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것 역시 좀 아니지 싶다.
“변명은 한번에 몰아서 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8회)처럼 귀에 쏙 들어오는 대사와 달리 아쉬움도 있다. 바로 발음상 오류다. 1회부터 멀쩡한 ‘공과금’을 ‘공꽈금’으로 발음하더니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입 다무는”(2회)이라든가 “비슬(빚을→비즐) 다 갚고”(5회) 따위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자릴 빌어서”(8회)도 틀린 표현이다. “이 자릴 빌려서”로 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