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텝의 창시자 - '워리어' 샤루나스 마르츌로나스

[Doctor J]

지금은 웬만한 선수들도 다 구사하는 '유로스텝'. 이미 60년대엔 제리 웨스트가, 70년대엔 피트 마라비치가 구사하던 기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유로스텝을 자신의 시그내쳐 무브로 만들어 매우 강력하고 효율높은 필살기로 만들어낸 선구자는 바로 리투아니아 농구 영웅, 샤루나스 마르츌로나스 (Šarūnas Marčiulionis) 였습니다. 마르츌로나스의 등장 이후 3~4년 지나서 토니 쿠코치가 자신의 신체를 활용한 조금 다른 유형의 유로스텝을 고안해내기도 했고요.

1964년생인 마르츌로나스는 드라전 페트로비치, 블라디 디바치와 함께 1989-90 시즌부터 NBA에서 뛰기 시작한 사상 최초의 유럽 용병 3인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런-TMC(멀린, 하더웨이, 리치몬드)를 백업하는 역할로 시작했으나,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두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수비와 피지컬까지 강인한 그였기에 돈 넬슨 감독은 미치 리치몬드를 방출하고 마르츌로나스에게 많은 출장시간과 클러치 롤을 맡깁니다. 그에 보답하며 마르츌로나스는 2시즌 연속으로 '올해의 식스맨 2위', 그리고 NBA 모든 벤치선수들 중 최고 득점자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며 크리스 멀린과 워리어스 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마르츌로나스는 이미 1982년 유럽 청소년 선수권대회를 홀로 장악하며 리투아니아에 금메달을 안겼고, 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서 옛소련에, 그리고 자신의 모국인 리투아니아에 많은 영광을 가져다 준 선수입니다. 88 올릭픽 때도 팀의 심장은 아비다스 사보니스였으나, 공수 양면에서 팀의 엔진은 마르츌로나스였습니다. 토너먼트 MVP의 영예도 그의 몫이었죠. 1995년 유럽선수권 때도 리투아니아가 준우승에 그쳤지만, 토너먼트 MVP는 그에게 돌아갔습니다.

마르츌로나스의 강점은 엄청나게 강인한 신체에 있었습니다. 장사들이 많은 리투아니아 출신답게 마르츌로나스는 6-4의 신장에 불과했지만, 스피드와 퀵니스는 물론, 근력과 점프력, 악력, 완력 등에서도 NBA에서도 수준급이었죠. 그가 포스트업을 치거나 페인트존으로 돌파해 들어가면 그의 이 강인함, 터프함 때문에 상대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마르츌로나스는 아주 거친 파울을 자주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습니다. 경기당 자유투 시도수가 가장 많은 스윙맨 중 하나였죠. 

이 게시물에선 1992년 한 해만 특정하여 그의 유로스텝 플레이를 모아놓았습니다. 80년대엔 유럽 심판들이, 90년대 초반엔 NBA 심판들이, 그의 유로스텝에 적응을 못해 자주 트레블링 콜을 부르는 웃지못할 촌극이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워리어스 측에서 공식 비디오를 통해 그의 유로스텝이 정상적인 스텝임을 주지시키고도 꽤 시간이 지나서야 NBA 심판들이 그의 스텝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 후론 트레블링 콜이 불리지 않았습니다. 

1. 92년 프레올림픽 크로아티아 전 - 넓은 보폭과 높은 점프, 그리고 핑거롤 기술

2. 92년 프레올림픽 독일 전 - 오른쪽으로 방향 전환하며 오른손 레이업

3. 바르셀로나 올림픽 16강 호주 전 - 호주선수들을 그냥 갖고 놀던 시절

4. 바르셀로나 올림픽 4강 미국 전 - 바클리와 매직 사이로 솟아오르다!

5.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대 소련(CIS) 전 - 유로스텝에 이은 앤드원 플레이

6.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 저 테크닉과 보폭,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 경기에서 날았습니다. 29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7.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 저 스피드와 치고 들어가는 힘에 빅맨들도 속절없이 당합니다. 그는 92 올림픽에서도 평균 23점, 8어시스트, 3스틸로 토너먼트 MVP급 활약을 했습니다.

8. 시카고 불스 전 - 호레스 그랜트 앞에서 보여준 훼이크 동작과 유로스텝, 그리고 오른손 마무리

9. 시카고 불스 전 - 두번째 스텝을 매우 크게 가져가며 각도를 트는 클래식 유로스텝!

10. 92년 시애틀과의 플옵 3차전 - 유로스텝에 이어 플로터성 점프슛으로 마무리

11. 92년 시애틀과의 플옵 3차전 - 시애틀 홈관중과 중계진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던 무브.

네이트 맥밀란을 뚫고 마이클 케이지와 베노이트 벤쟈민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성공시킵니다.

12. 92년 시애틀과의 플옵 4차전 - 유로스텝 매카니즘을 사용해 성공시킨 돌파 레이업

13. 92년 시애틀과의 플옵 4차전 - 자유투라인 훨씬 뒤에서 쏘아올린 고공 핑거롤

14. 92년 스퍼스 전 - 스케일이 크고 호쾌한 유로스텝 플레이들입니다.

15. 92년 대 매브스 전 - 매브스 선수 4명 사이로 돌파해 들어간 유로스텝 레이업.

샤루나스 마르츌로나스... 사보니스, 페트로비치, 쿠코치 등에 비해 비교적 잘 안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 2015년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이 되었습니다.

쿠코치처럼 비정상적으로 보폭을 늘리지도 않고, 지노빌리처럼 양 사이드로 크게 벌어지는 스텝도 아닙니다. 뭔가 간결하고 절도가 있는데 선이 굵으면서도 효율적인 스텝 테크닉입니다.

옛날부터 몇몇 선수들이 간헐적으로 보여주던 소위 '유로스텝'. 그 유로스텝을 자신의 필살기로 창안해내 밥먹듯이 구사했던 선구자. 그가 바로 오늘 소개해드린 샤루나스 마르츌로나스 입니다. 리투아니아의 농구 영웅!!!

'워리어'란 명칭이 가장 잘 어울렸던 스윙맨

[Dance OZ]

몸이 타고난 강골처럼 보입니다!

[(CHI)불타는개고기]

2222 엄청 단단해보이네요

[캐롯]

게임으로 주로 봐서 능력치가 낮게 느껴졌었군요(nba live95) 이미 전성기가 조금 지난 뒤였겠네요

[누군가]

몸부터 스텝도 허재옹과 비슷하네요

[Doctor J]

완전히 판박이었죠. 둘이 나이도 1살 차고요. 돌파할 때, 3점 쏠 때, 노룩 패스할 때, 너무 비슷했습니다. 둘 다 강골이고 힘도 너무 좋았고요. 특히 오펜스 리바운드를 둘 다 잘 잡았죠.

[고양이목에쥐달기]

예리하시네요!

[Doctor J]

88 올림픽 때 허재와 마르출로나스.

[Sadowsky]

와.. 이 경기 보고싶네요 ㅜㅜ
허재선수가 마르출로나스와의 대결에서는 어땠나요?

[Doctor J]

서로 대인방어를 한 것이 아니니 맞대결이라 하긴 좀 그렇고요... 두 팀 간에 신장차, 기량차가 너무 크다 보니 경기는 원사이드였습니다. 소련 선수들은 두루두루 몸푸는 정도의 게임을 했고요, 한국은 그나마 허재, 이충희, 김현준, 이 셋이 두자릿수 득점을 한 게 전부였죠.

[Doctor J]

https://cafe.daum.net/ilovenba/9faX/470?svc=cafeapi

[Sadowsky]

그렇군요 ㅜㅜ 남겨주신 링크도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짜자장]

저도 허재가 떠올랐네요. 실루엣이 비슷해요

[Guerrilla]

글 감사합니다. 유로스텝의 역사가 이처럼 오래됐다는것도 알게 되고 멋진 선수를 알게 됐습니다.

[INSIDE STUFF!]

기가 막히네요^^

[모닝]

어휴 몸이...

[디트와 함께 춤을]

와 손도 엄청 부드럽네요.

[Doctor J]

손도 엄청 큽니다. 조던이나 드렉슬러 만 해요. 악력도 셌고요. 그런데 핑거롤 기술이 탁월했습니다.

[미플린사울]

딴딴한 마누같네요 잘봤습니다

[SenesQ]

넘나 재밌는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타이론힐]

와우~ 하체가 얼마나 단단하고 안정되면 저런 플레이가 가능할지!!! 거기에 손끝 감각도 좋으니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버거킹매니아]

참 이런 글들은 돈주고 봐야하는 글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