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밴드의 통산 6번째 음반 [YB Stream]은 지난 5집 [An Urbanite] 앨범 이후 2년만의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문제의식에서 한발 물러나 개인과 일상적인 부분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는데 음악적 형식 역시 락앤롤(조금 덜 강한 음악을 의미)을 지나 한층 강력해진 락과 함께 간간히 들리는 샘플링과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른 음악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했다. 그 동안 시인 박노해의 시에 곡을 붙인 '이땅에 살기 위하여'와 '철문을 열며'는 대중음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양심수와 노동 문제를 전면으로 제기한 문제작이었으며 이와 더불어 정계를 질타하는 ‘왕관 쓴 바보’와 과학의 맹신에 따른 암울한 미래, ‘공상과학 개꿈’등을 통해 개인은 물론 사회에서부터 자신들의 세계관을 대중에게 피력하는 등 대중적인 인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힘을 실어왔다.
한국 락 다시 부르기와 국민밴드
결정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기여한 것은 무엇보다도 99년 말에 발매된 [한국 락 다시 부르기]일 것이다. 한국 록의 신화인 신중현을 비롯하여 송창식, 들국화, 그리고 대학가요제의 스타인 활주로와 샌드 페블즈에 이르기까지 윤도현 밴드는 자신들이 동경했던 거장들에 대한 찬사를 백 마디의 말보다 더 절절한 '음악'으로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 앨범은 한 두 곡의 어줍지 않은 리메이크를 삽입한 노골적인 '앨범'과는 차별성을 갖는 동시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한국 록의 계보를 파악하려는 치열한 '음악 정신'의 산물이다. 이런 그들의 의식은 지난 2002년 6월의 월드컵 응원가를 통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밴드로 등극했으며 평양 공연을 통해 우리의 현실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에게 국민밴드라는 칭호를 부여받을 만한 밴드는 없었으며 대중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YB Stream
일반적으로 윤도현 밴드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한국사회가 떠안고 있는 문제를 음악화시키는 동시에 일상적인 삶과 사랑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는다는 평가 말이다. 월드컵 이후 여러가지로 바쁜 일정에 시달렸을 그들의 이번 6집 앨범에서는 그 동안의 세상에 대한 인식과 목소리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까지는 드럼을 매우 단단히 조여놓은 사운드로 음악적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는데 ‘YB스토리’에서는 멤버들이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내며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의 희망을 엿보고 있는 곡이며 ‘사랑할거야’, 다시 리메이크된 ‘박하사탕’등 대중을 위한 곡들이 전반부를 포진하고 있다. ‘자유’에서는 마치 빅토르 최와 그의 그룹 KINO를 연상시키는 약간은 촌스러운(?) 기타 리프로 시작해 빅토르 최의 노래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려주는 곡이며 ‘친구’에서는 디스토션이 걸린 백보컬과 변화무쌍한 리프로 시작해 모던락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죽든지 말든지’에서는 기타의 5,6번 현이 주를 이루는 무거운 기타 리프를 들려주며 약간은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눈앞에서’ 는 조금 풀어진 드럼 사운드가 편하게 들리는 도입부에서 점차 디스토션이 한 가득 걸린 기타 사운드로 진행되는 등 하나의 앨범에 다채로운 모습을 채워 넣었다. 악기의 사용면에서도 전반적 전작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프로그래밍 드럼과 각종 이펙팅은 물론이고 보컬인 윤도현의 트레이드인 시원한 소리지르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간혹 듣기 좋은 가성을 시도한 부분도 듣기 좋다. 또한 그들 답지 않게(?)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Magical Dragon(특히 dragon은 드래곤이 아니라 ‘드라이겐’이다) 역시 새로운 시도이다. 특히 대중적인 곡과 그렇지 않은 곡들의 곡 진행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대중적인 곡은 전작과 다를 바 없지만 자신들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곡에서는 조용한 도입부에서 변화무쌍한 조변화의 진행을 시도하거나 의도적인 마스킹 사운드(삐~)를 삽입하는 등의 변화와 함께 두 기타리스트 유병열과 엄태환은 화려한 솔로보다는 탄탄한 밴드 중심의 플레이에 역점을 두며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체적인 소리의 비중에서 보컬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개인적 인기에 힘입어서겠지만)는 점이다. 물론 가사의 전달의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말이다.
정글스토리
[정글 스토리]란 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장미빛 인생을 만든 김홍준 감독과 OST를 담당한 신해철, 마치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창완. 그리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윤도현. 이 [정글 스토리]에서 윤도현은 힘든 음악의 길을 걸어가는 한 청년을 연기했다. 영화에서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윤도현의 첫 모습이며 윤도현과 밴드의 음악여정은 다행히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힘들지는 않는 듯 하다. 한국에서 락이라는 장르로 인기와 음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그들의 행보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다. |